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06)
카로스의 성공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무인주행이 가능한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기술과 1천 킬로 이상 주행이 가능한 OTK배터리를 탑재했으니까.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대중의 반응은 훨씬 열광적이었다. 예약판매 대박의 여파는 즉시 나타났다.
TS컴퍼니 지분을 가지고 있는 서성SB 주가는 20퍼센트 넘게 올랐고, 카로스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일제히 주가가 치솟았다. 그리고 서성전자는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상한가로 치달았다.
-와씨! 미쳤다. 살면서 서성전자 30퍼센트 오르는 걸 다 보네.
-헉ㅜㅜ 나 어제 팔았는데. 증권사들이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며, 조정받을 거라고 하더니. 개색기들ㅜㅜ
-ㅋㅋㅋ니가 판 주식 증권사가 다 사감.
-서성전자는 카로스의 지분을 가진 유일한 회사고, 전장사업 최고기업입니다.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1년만 지나면 지금 주가도 싸다고 생각할걸.
-웃기네. 서성전자가 전장사업에서 최고라고? 엔비디아, 콘티넨탈 등의 기술력이 더 뛰어남. 서성전자가 최고라는 건 걍 국뽕임. 뭘 좀 알고 말해.
-본인이나 뭘 좀 알고 말해라. 세상에 기술력 되는 회사는 많아도,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냐? 연간 차량 수백만 대에 장착할 전자장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서성전자가 유일함.
-1년에 스마트폰을 1억 대씩 생산하고 판매하고 관리하던 능력이 빛을 발하는 거지.
-그보다는 카로스가 그만큼 생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거 아님? 서성전자가 아무리 물량을 맞춰줘도 카로스가 차를 많이 못 만들면 아무 소용없음.
-잘못하면 니콜라 꼴 나는 거지.
이제 시장의 시선은 카로스의 생산능력에 맞춰졌다.
생산량과 품질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면서 품질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생산량을 급격하게 늘리다 보면 품질저하가 일어나기 마련. 이는 다른 기업들도 흔히 겪는 문제다.
카로스 역시 예전부터 이 문제를 중시했고, 때문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후 2년이 지나도록 양산체제를 갖추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분야는 다르지만, 여기에서 가장 강점을 발휘하는 회사가 바로 서성전자다. 모든 전자회사들 중에서 가장 수직계열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위탁생산이나 부품주문을 택하는 것과는 달리, AP부터 메모리반도체, 배터리 등 웬만한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과 판매도 직접 한다.
은성차 에어백리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 중 단 하나만 빠져도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주문량, 생산량, 재고량, 불량률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SCM(공급사슬관리)은 해당기업이 가진 노하우라 할 수 있다.
임진용 회장은 기꺼이 도움을 주었다. 서성전자가 카로스 지분 24.5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데다가, 차가 많이 팔려야 서성그룹 역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구조니 당연했다.
미국 TS컴퍼니 공장은 배터리를 쏟아냈고, 완성차 조립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데릴은 자신 있게 말했다.
“카로스는 이미 AD1과 AD2 판매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생산을 차츰 안정화시켜 연간 300만 대, 이후에는 500만 대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초기예약 100만 대는 6개월 안에 출고를 끝내겠습니다.”
* * *
전 세계 투자회사들은 AD3와 AD4의 판매가 미칠 파장에 주목하며, 각종 전망을 쏟아냈다.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난 데릴과 화상통화를 했다. 그는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곤한 모습이었다. 눈은 벌겋게 부어있고, 다크서클은 뺨까지 내려왔다.
“일이 많이 바쁜가요?”
“그런 건 아닌데, 며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이젠 좀 푹 쉬어요.”
개발부터 출시까지 총지휘했던 만큼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겠지.
데릴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GM과 포드가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무인차는 아직 시기상조고, 관련 규제완화 조치는 카로스에 대한 특혜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구요. 정치권에도 계속 로비 중이고, 협력사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아무래도 그쪽 편입니다.”
신생기업인 카로스와는 달리 GM과 포드는 긴 역사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과 깊은 관계를 쌓아왔다. 그 덕에 금융위기 때도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을 수 있었던 거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나라나 연줄과 인맥은 중요한 법이지.
“카로스 신차 출시 여파로 인해 양사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카로스의 1차 판매국이 미국인 만큼, GM과 포드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실제로 AD3와 AD4의 경쟁 차종으로 분류되는 차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수년 전부터 니콜라가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판매량과 생산량 모두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카로스는 달랐다.
카로스는 분명히 GM과 포드의 고객을 빼앗아갔고, 앞으로 더 빼앗게 될 것이다. 만약 카로스로 인해 다른 미국 자동차업체에서 대량 해고와 감원이 발생한다면, 여론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빅원으로 인해 나는 미국의 영웅이 됐고,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인트럭의 등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트럭기사들은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생겨날 실직자들 역시 마찬가지겠지.
“가능하다면 그런 상황은 피해야겠죠.”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생각해 놓았다.
빅2와 반드시 경쟁할 필요는 없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넓다. 이 거대한 시장을 한 기업이 차지할 수도 없고, 차지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생긴다.
독과점은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위다. 때문에 록펠러가 만든 스탠더드 오일은 반독점법(Antitrust Law)에 의해 강제로 해체 당했다.
카로스의 판매량이 늘면 늘수록 독과점 논란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당장 미국에서 벌써부터 셔먼법(Sherman Act) 얘기가 나오는 중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운영체제, 검색시장, 온라인마켓, 콘텐츠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MS, 구블, AMZ, 디즈니 같은 업체들은 이 법을 어떻게 빠져나갔을까?
다행히 미국에는 공공의 이익이나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경우 반독점법 적용을 면제시켜주는 제도가 있다. 위의 기업들도 그렇게 반독점법을 피해갔고.
“그쪽 CEO들과 얘기를 좀 해봐야겠네요.”
“디트로이트로 오시겠습니까?”
난 의자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굳이 제가 갈 이유가 있나요? 이런 건 아쉬운 쪽이 찾아와야죠.”
내 말에 데릴은 웃음을 터트렸다.
“맞는 말씀이네요.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 * *
테레사 멕팔랜드 GM 회장과 휴고 퍼트레이어스 포드 회장이 사장들과 실무진을 데리고 한국으로 입국했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GM 회장과 포드 회장 동시입국] [출국 전 양사의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미국 빅2 CEO, 한국 입국 이유는?] [경쟁인가, 협력인가?]-뻔하지. 강진후 만나러 왔네.
-ㅋㅋㅋ한국GM 공장폐쇄 문제로 산업은행이 만나달라고 사정사정했을 때는 바쁘다고 쌩 까더니, 아예 사장단 끌고 옴.
-카로스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했으니, 미국 빅3가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인가?
-ㅋㅋ근데 한국에서 모임.
-무슨 말할지 ㅈㄴ 궁금하다.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매달려야 하는 거 이님?
* * *
OTK컴퍼니 주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출산휴가를 끝내고 복귀한 현주 누나는 이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다. 몸매 역시 예전 그대로였다. 임신했을 때도 살이 많이 안 쪄서 걱정했을 정도니.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누나 진짜 담배 끊었어?”
현주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5년 넘게 피웠으니 이제 끊을 때도 됐지.”
“오! 우리 누나가 달라졌어요.”
“시끄러.”
우리는 빅2와의 회동을 앞두고 자료를 보며 얘기를 나눴다.
현주 누나는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지금 미국에서조차 카로스의 무인차 독점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정도야. 관련 노동자들 중심으로 여론도 악화되고 있고. 판매량이 늘수록 견제는 더욱 커지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카로스가 만드는 차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전 세계가 똑같은 차를 타고 다닐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나라마다 법규가 다르고, 지역에 따라 기후와 도로사정에도 차이가 있고, 사람마다 생활패턴이 다르니까요.”
어 지역은 영하의 날씨에 눈이 내리고, 어느 지역은 땡볕에 도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누구는 가족을 태우고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누구는 혼자서 장거리를 이동한다. 당연히 원하는 차량의 크기, 형태, 내구성, 편의장치 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택규가 말했다.
“무엇보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기호가 있잖아.”
몇 개의 차종으로 그 기호들을 다 충족시켜줄 수는 없는 노릇. 지금은 소품종 다량생산의 시대가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 ‘모두가 원하는 색상의 차를 살 수 있다. 그가 원하는 게 검은색이기만 하다면’이라는 헨리 포드의 명언도 이제는 옛말이다.
결론은 각 나라에는 그 나라에 맞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이래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브랜드를 늘리고, 여러 차종을 출시하는 거고.
얘기를 하는 사이, 비서가 올라와서 말했다.
“회의 준비 끝났습니다.”
“예. 지금 내려갈게요.”
난 택규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 본사에서 가장 큰 회의실임에도 사람들로 인해 내부가 꽉 차있었다.
테레사 멕팔랜드 GM 회장과 휴고 퍼트레이어스 포드 회장의 얼굴이 보였다. 둘만이 아니라 GM과 포드 실무진들도 함께였다.
“반갑습니다. 강진후입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눴다. 진작부터 서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GM은 제너럴 모터스라는 명칭에 걸맞게 미국의 국민차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대후자동차를 인수해 진출했고, 한때 GM대후라는 브랜드로 판매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냥 자사 브랜드로 통합시켰지만.
테레사 멕팔랜드 회장은 자동차업계 최초의 여성 CEO다. 남자들이 대부분인 이쪽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능력이 어떤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실제 경영능력 역시 놀랄 만큼 뛰어나서, 그녀가 CEO가 된 이후 GM은 완전히 살아났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주주들에게는 환영받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글로벌 구조조정 전략을 통해 적자인 브랜드와 공장을 폐쇄하고, 수익이 적은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국의 군산공장 폐쇄 역시 그 일환이었다.
이러한 구조조정 덕분에 회사 수익은 크게 증가했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그리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차 관련 기술력을 키워왔다.
자율주행기술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물론 다른 업체들에 비해 그렇다는 거고, 카로스와 비할 바는 아니다.
포드는 모두가 알다시피 헨리 포드가 창립한 자동차 회사다. 그는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생산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해냈고, 이를 통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시대를 열었다.
그전까지 자동차는 부유층들의 사치품이었으나, 대량생산으로 인해 노동자들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만약 헨리 포드가 아니었다면, 자동차의 대중화는 한참 늦어졌을 것이다. 여러모로 자동차뿐 아니라 세계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현 포드 CEO 휴고 퍼트레이어스는 창립자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중화를 이끌었듯, 무인차와 전기차 대중화를 통해 제2의 컨베이어벨트 혁명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갖고, 인수합병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제 2의 컨베이어벨트 혁명은 우리가 일으켰으니, 괜한 돈을 쓴 셈이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카로스의 추정 시총은 GM과 포드를 합친 것보다 높다. 그러나 빅2의 판매량을 합치면 글로벌 1위로 올라선다. 그만큼 전 세계에 자동차업계에서 막대한 인프라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양사 회장은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둘은 먼저 TS컴퍼니가 카로스에만 OTK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독과점을 거론하며, 공동개발이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이렇게 모신 이유는 앞으로의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입니다.”
퍼트레이어스 회장이 말했다.
“어떻게 협력을 하자는 겁니까?”
난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자율주행 OS와 배터리를 공급하겠습니다. 그걸로 여러분들이 원하는 차를 만들어 시장에서 판매하면 됩니다.”
이 둘은 미래차의 핵심기술. 이 두 가지만 공급받으면 AD 시리즈와 동일한 수준의 무인전기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는지, 둘의 얼굴에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난 양사 CEO를 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