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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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는 아편전쟁 패한 이후 맺은 난징조약에서 홍콩을 영국에게 넘겼고, 99년의 시간이 지난 후 홍콩은 다시 중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홍콩을 반환받으며 자치권을 보장하는 일국양제에 동의했다.
그에 따라 홍콩은 선거도 따로 치르고, 화폐는 위안이 아닌 홍콩달러를 쓴다. 또한 중국의 헌법을 따르지 않고 사법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했다.
그러나 중국의 힘이 세질수록 홍콩에 대한 영향력은 점점 커졌고, 최근 들어서는 중국 공안들이 홍콩당국의 허락 없이도 사람을 체포해 본토로 끌고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엘리는 홍콩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엘리의 아버지는 홍콩과 유럽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다.
영국인인 엘리의 어머니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한국에서 지내는 엘리에 비해, 홍콩인인 아버지는 중국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비소츠키 대통령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내가 너무 안일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일들을 너무 편하게 생각했다. 나로 인해 얼마든지 주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지금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공포에 질려 있을까, 아니면 분노로 일그러져 있을까?
잠시 후, 장핑화 주석이 입을 열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체포하자는 얘기가 나왔나요?”
“마약사범입니다.”
난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침착하게 물었다.
“엘리의 아버지가 마약을 했나요?”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
마약사범이 아닌데도 마약사범으로 잡아넣겠다는 건가?
중국은 청나라 말기 아편으로 인해 극심한 피해에 시달렸고, 이후 아편전쟁에도 패한 아픈 역사가 있다. 그런 만큼 마약을 중범죄로 다스린다.
일정량 이상의 마약을 소지하거나 유통하면 사형까지도 집행한다. 여기에는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라서 한국인도 여럿 사형됐다.
해당국가에서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마약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중국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만약 마약사범으로 체포됐다면, 결코 쉽게 풀려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 일은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엘리의 부모님은 여전히 홍콩에서 잘 지내고 계신다.
장핑화 주석은 내 표정을 보며 말했다.
“그 방법은 충분히 효과적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목적을 위해 주변 사람들마저 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주변 사람들을 지키려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중국정부가 엘리의 아버지를 인질로 잡아 협상카드로 썼다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어쩌면 저우차에 근거 없는 모함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물러났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게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면 어째서 하지 않은 걸까?
장핑화 주석은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았다.
“옛말에 따르면 용은 사람이 길들여 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용의 목 아래에는 거꾸로 난 비늘이 있는데, 그 비늘은 건드리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고 하지요.”
“역린이죠.”
한비자가 한 얘기다.
“사람에게도 역린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걸 건드린다면,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 끝이 납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엘리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저우차 건에 대해서는 양보했겠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중국을 공격하고 문제를 공론화시켰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손실을 입더라도 멈추지 않았을 테고, 결과적으로 중국은 미중무역분쟁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리후닝 상무위원이 물러난 것은 그것과 관련이 있나요?”
장핑화 주석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하지만 상대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그런 멍청한 소리를 할 정도면 상무위원직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겠지요.”
사실상의 긍정이었다.
리후닝 상무위원의 퇴진의 공식적인 이유는 건강악화 때문이고, 전문가들은 상하이방 출신인 그가 권력다툼에 밀린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진실은 그 말을 했기 때문이라는 건가?
“말은 천금보다도 무겁습니다. 앞으로도 그러한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게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거나, 부당한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내 역린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거겠지.
장핑화 주석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칼로 서로의 목을 겨눴던 사이라도 뜻이 맞는다면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진후 대표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과 중국이 나아가야하는 길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난 나를 대하던 리쑤웨이의 부장의 말과 태도를 떠올렸다. 느꼈던 대로 그건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내가 가진 기술과 자본이 도움이 되는 한 중국은 계속 나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니까.
이걸 중국식 실용주의라고 해야 할지, 대륙의 기상이라고 해야 할지.
“중국과 OTK컴퍼니는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오늘의 만남이 그 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
중국언론들은 장핑화 주석과 내가 악수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사진과 영상을 연일 내보냈고,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핑화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중국은 외국자본의 지분 소유와 독자 경영을 더 많이 허용하겠습니다. 지식재산권보호를 강화하고 침해행위를 엄단하겠습니다. 관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개방정책을 유지해나가며, 중국시장의 문을 끊임없이 열겠습니다.”
이튿날, 보샤오위 총리 주재로 한국기업인들과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중국에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치 사단장이 이병들 모아놓고 군 생활의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지라,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총대를 메기로 했다.
“귀에 거슬리거나 별로 듣기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말씀해도 되겠습니까?”
보샤오위 총리는 바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든 가슴을 찌르는 말이든 상관없으니 터놓고 말씀해주십시오.”
“중국정부가 외국기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막상 실무에 있어서는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각종 검열이나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해결에 있어서 당국이 좀 더 강하게 나서줬으면 합니다.”
보샤오위 총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귀에 거슬릴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마음을 파고드는 말이었습니다. 방금 하신 발언은 원망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솔직한 얘기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그런 얘기가 필요하고, 여러분들의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어서 임진용 회장, 한찬영 회장 등이 차례대로 발언하자, 다른 기업인들도 각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국정부는 앞으로도 모두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진지하게 듣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하신 어려움에 대해서는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임진용 회장은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동안 노골적이지는 않아도 제재가 계속 이어졌었는데, 이제 좀 풀리겠네요. 다행입니다.”
“서성전자는 어차피 별 타격 없지 않았어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는 어차피 B2B 위주라 문제가 없었지만,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은 잘 안 팔렸으니까요. 이제부터 다시 열심히 팔아봐야죠.”
다른 기업인들 역시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었다.
* * *
러시아는 연일 TWR 실험에서 거둔 성공을 홍보했고, 비소츠키 대통령은 유럽순방을 시작했다. 원전 세일즈가 목적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TWR 상용화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원전수출에 공을 기울이던 한국정부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미 체코 원전수주는 물 건너갔고, 사우디아리바이 등 다른 나라들 역시 힘들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사실상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이 퇴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여러 나라들은 앞다투어 로사톰에 접촉했지만, 한수원 관계자들은 정부 눈치를 살피며 거리를 뒀다.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처음 탈원전 로드맵 만들어 발표했을 때만 해도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전 세계가 탈원전에 나섰고, 금방이라도 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만 같았다.
문제는 계획을 세웠을 당시에 비해 필요한 전력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반면 원자력발전에 의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애당초 정부에서 발표한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르면 이를 OECD 평균인 30퍼센트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TWR의 등장은 정부의 에너지기본계획을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정부는 탈원전을 하며 원전은 외부비용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TWR은 열화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하고,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5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고, 연료봉을 완전히 연소시켜 핵폐기물을 거의 남기지 않는다.
연료비, 운용비, 폐로비, 폐기물처리비용 등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TWR이 경수로에 비해 최소 50배 이상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얼마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 찬성은 여당 지지율보다도 낮았다. 이는 여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야당인 자유국민당은 탈원전 논란과 관련해 계속 공세를 퍼부었고, 심지어는 새정치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대통령 핵심공약인 만큼 그냥 추진하자는 쪽과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론을 들끓게 하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
재벌가 사람이 골프장에서 캐디를 폭행한 것이다. 폭행 당사자로 알려진 사람은 유안통운 박민우 사장의 아내 김세연.
폭행 이유는 캐디에게 차량에 골프백을 싣는 과정에서 차량에 흠집이 생겼다는 것이다.폭행과 욕설은 2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다른 재벌가 부인들 몇 명도 함께 있었으나 아무도 말리지 않고 방관했다.
캐디는 전치 8주의 부상과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골프장 측은 가해자를 신고하거나 항의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당한 직원을 해고했다.
유야무야 넘어갈 뻔 했던 이 사건은 동료 캐디가 인터넷과 언론에 제보하며 알려졌다. 경찰이 입수한 주차장 CCTV에는 폭행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재벌의 갑질사건에 국민들은 공분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얘기가 더 흘러나왔다. 바로 이 골프모임에 강진후 어머니도 속해있다는 것이다.
사건이 있었던 그날은 같이 있지 않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명진욱 의원은 국회에 나와 자료를 흔들며 소리쳤다.
“세계최고 부자의 어머니라는 사람이 아들 돈으로 명품백 메고 다니고, 5성급 호텔을 집처럼 이용하고, 재벌가 부인들과 골프 치러 다니며 갑질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 외에도 지난 생일에 여러 재벌가 부인들로부터 샤넬백, 구두, 재킷 등을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선물 금액만 다 합쳐도 5만 달러가 넘습니다. 이 정도면 선물이 아니라 뇌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 철저하게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국민들께 사죄해야 할 것입니다!”
* * *
회의를 하고 있는데, 택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야! 큰일 났어!”
난 손을 내저었다.
“시끄럽고, 회의 중에 핸드폰할 거면 나가서 해.”
“아, 아니, 진짜 큰일이야! 기사 봐봐.”
“응?”
표정을 보니 정말 큰일인 모양이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이 긴급 업데이트라도 실시했나?
난 택규가 건네주는 폰을 받아 들었고, 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각자 주머니에서 있던 핸드폰을 꺼냈다.
난 포털사이트 메인에 뜬 기사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속보) 강진후 모친 최모 씨, 골프장 폭행사건 김세연에게 샤넬백 선물 받은 것으로 확인!] [최모 씨, 골프장 갑질과 관련 있나?] [아들 돈으로 그동안 5성급 호텔에서 호화생활 누린 것으로 밝혀져 충격!] [재벌가 안주인들과 주기적으로 골프모임 가져] [숨겨진 갑질 사례 더 있는지 조사해 봐야……]난 회의를 중단하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몇 번을 걸어도 받지 않았다.
걱정돼서 끊고 호텔로 전화를 걸어보려는 순간 통화가 연결됐다.
“저예요, 어머니.”
“임수미 사장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어머니가 아닌 임수미 사장이다.
[바로 이쪽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예? 무슨 일이에요?”
임수미 사장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지금 사모님께서 쓰러지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