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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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릴의 발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도 전기차 배터리가격은 차값과 맞먹는다. 그런데 용량이 몇 배인 물류트럭은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자동차는 팔되 매달 비용을 받고 배터리를 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초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고, 회사는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향후 10년 안에 도로를 달리는 물류트럭의 80퍼센트가 무인전기트럭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타는 승용차의 경우 운전하는 시간은 고작 하루에 한두 시간, 1년 주행거리는 많아야 2만 킬로미터 정도다.
그러나 물류트럭은 얘기가 다르다.
화물을 적재하고 내리거나 주유하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운전자가 교대해 가며 하루 종일 도로를 누빈다. 1년 주행거리 역시 20만 킬로미터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만큼 노후화가 빠르고, 10년 안에는 대부분 폐차한다.
무인전기차는 기존 물류트럭에 비해 월등한 경제성을 지니고 있고, 친환경적이다. 양산 시기에 따라 이 말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전기트럭 개발계획은 이미 여러 회사가 발표했고, 콘셉트카나 시제품도 나왔다. 그러나 그중 실제 양산까지 이어진 것은 없었다.
데릴은 공언하듯 말했다.
“ADT1은 올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고, 이미 공정라인 설립에 들어갔습니다. 또한 출시 전에 미국 내100곳의 배터리 교체센터를 건립하겠습니다.”
전기는 특성상 피크 시간에는 부족하고, 심야에는 남아돈다. 방전된 배터리를 심야에 충전함으로써 전력망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 * *
[카로스 ADT1, 물류혁명의 시작!] [본격적인 무인차 시대 개막!] [GM과 포드, 상용차 분야에서도 카로스와 협력해 나가기로……] [무인차에 대한 우려와 반감도 만만치 않아] [전문가들, 무인전기트럭이 물류 효율성과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발표회가 끝나고 올라오는 기사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엘리가 물었다.
“진후는 발표회에 왜 참석 안 했어요?”
“저한테 이목이 쏠리면 안 되잖아여.”
신차발표로 스포트라이트와 박수를 받아야 하는 것은 그동안 고생한 경영진과 개발자들이다. 군집주행 기술을 상용화시키킨 했어도 이렇게 빠르게 무인전기트럭을 만들어낼 줄이야.
어떻게 보면 큰 변화가 아니다. 그저 기존에 있던 물류트럭이 좀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바뀌는 것뿐이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이는 물류의 혁명이었다.
물류는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 기여한다.
한 지역에서는 쓸모없는 물건이 다른 지역에서는 쓸모 있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한 지역에서 풍년으로 쌀이 넘쳐 썩어 가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굶어죽는 일도 있었다.
배달 어플은 음식점으로 직접 전화해 주문하던 것을 어플을 통해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게 바꿔놓았다.소비자와 음식점은 그대로 있고, 단지 주문과 결제가 간편해졌을 뿐인데도 음식점의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배달 어플 역시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처럼 물류가 활성화되는 만으로도 사회전체의 부가가치는 크게 증진된다.
이걸 굳이 내 입으로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언론들이 알아서 전 세계 물류에 미칠 파장에 대해 기사를 쏟아냈으니.
내륙물류의 개선은 선박운송과 항공운송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때문에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전략을 수정했다.
난 데릴과 통화했다.
“발표회 잘 봤습니다. 저 때문에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직원들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푹 쉬세요.”
발표회에 나온 얼굴을 보니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누가 보면 내가 악덕 주주인 줄 알겠네.
그런데 데릴은 신나하며 말했다,
[아직 정식예약을 받지 않았음에도 기업들에게서 수백 대씩 선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월마트에서는 전액 선금을 걸고 대기하겠다고 합니다.]배터리 대여비용과 교체비를 합쳐봐야 연료비는 기존의 3분의 1도 안 되고, 운전자가 필요 없다. 운전자가 몰던 기존 디젤트럭에 비하면 빠르면 1년 안에도 비용을 회수하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실업자네요.”
다섯 대씩 군집주행을 한다 치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선두 차에만 사람이 탑승하면 된다.
결국 5명 중 4명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증설하는 공장에 운전수들을 우선 채용하기로 했고, 판매기금의 일부를 실업급여를 지급하거나, 재취직을 돕는 데 쓰려고 합니다. 카로스 트럭을 구매하는 기업들과는 기존 운전수들의 근로시간을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것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실업이 문제긴 하지만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제까지 항상 그래왔으니까.
데릴과의 통화를 끝낸 뒤, 난 백악관의 전화를 받았다.
[발표회 잘 봤네. 또 엄청난 차를 만들어냈군.]그는 발표회가 끝난 후 ‘미국 제조업의 또 하나의 승리’라는 투윗을 날렸다.
“제가 한 게 뭐 있나요? 다 미국 기술이 해낸 거죠.”
로날드는 축하한다는 말을 한 다음 본론을 꺼냈다.
[지금 일본 쪽에서 중재에 나서 달라고 엄청나게 로비를 하고 있네. 얼마 전에도 주미일본대사가 국무장관을 찾아와 죽을 소리를 하더군.]난 피식 웃었다.
“이상하네요. 제재는 일본이 했는데, 대체 한국 보고 뭘 어쩌라는 건지.”
[그러게 말이네.]덩치 큰 놈이 선빵을 날렸다. 그런데 한 대 맞으면 조용해질 줄 알았던 놈이 죽자살자 달려들었다.
이렇게 되자 덩치 큰 놈은 싸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먼저 때렸는데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물러서자니, 구경하는 애들 눈치가 보인다.
가장 좋은 건 선생님이 와서 말려주는 거다. 여기에 더해 맞은 놈을 혼내주면 더 좋겠지.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들. 때문에 미국은 누가 잘했고 잘못했든 간에 둘이 친하게 지내기만 하면 그만이다.
경제력 대비 외교력이 약한 일본은 오래전부터 미국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다. 때문에 지금껏 한일 간의 분쟁에 대해 대체로 미국은 방관하거나 일본 편을 들어줬다.
그러니 일본 입장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서도 미국의 손을 빌어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사실 지금 상황이 미국에게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일본과 거래가 많은 한국기업들 중 일부는 미국기업과 협상 중이기 때문이다.
서성전자와 SSK닉스는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 대해 미국제품의 수입을 늘리기로 해, 로날드를 흡족하게 만들어주었다.
“애들은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듯 화해하기 마련이죠. 한일관계의 특수성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흐음, 그렇긴 하지. 그래도 여기저기서 말이 많네.]경제적으로는 이익이라도 동아시아의 주요 동맹국 둘이 싸우고 있으니, 워싱턴 정가에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난 로날드를 안심시켜주었다.
“신경 쓰시지 않도록 금방 끝내겠습니다.”
* * *
개별기업 실무진들이 급한 품목부터 협상을 진행하는 사이 난 임진용 회장과 함께 독일 자동차업계 사람들을 만났다.
BMW그룹의 토비아스 힐베르트 회장, 다임러AG의 귄터 하르트만 회장, 폭스바겐그룹의 게오르크 뢰에 회장.
이 셋이 거느리고 있는 브랜드만 해도 수십 개고,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그래도 카로스 하나에 안 되는구나.
난 처음이지만, 임진용 회장은 일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독일어로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
“독일어도 할 줄 아세요?”
“어렸을 때 조금 배웠습니다.”
하긴, 태어날 때부터 기업을 물려받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니, 오죽 교육을 받았겠나?
인사가 끝나고 나자 힐베르트 회장이 말했다.
“ADT1 발표는 잘 봤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마 발표하기 훨씬 전에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다.
난 그들에게 말했다.
“유럽은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는 만큼, 무인전기트럭으로 인한 물류혁명은 EU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고, 유럽국가들의 경제개발을 촉진시키게 될 겁니다.”
다들 축하하다는 말을 건네긴 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쟁업체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아마 머릿속으로는 손익계산을 열심히 두드리고 있겠지.
난 먼저 얘기를 꺼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나, 차가 없어서 차를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 기존에 있던 제품을 교체할 뿐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제품을 하도 잘 만들어서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신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기존 제품을올드해 보기에 만들어 교체를 유도한다.
그런데 교체수요가 한 번에 폭증하는 때가 있다. 바로 제품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순간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실 겁니다. 초기에는 전문가나 일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습니다. 피처폰을 잘만 쓰고 있던 사람들은 저게 왜 필요한지조차 몰랐지요.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건 편리함이 아닌 불편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율주행전기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번 타보면 기존차가 얼마나 불편한지를 깨닫게 되죠. 미래차는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솔린차와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려는 수요가 한 순간에 폭증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때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기업의 향후 운명이 결정되겠죠.”
내 말이 끝나고 나자 임진용 회장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천천히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 * *
카로스가 ADT1을 발표한 후, 강진후는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강진후는 아예 대놓고 대일무역 의존도를 줄여나가고, EU와의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에게도 새로운 기회였다.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EU 국가들 중 한국보다 GDP가 높은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세 나라에 불과하다.(영국 제외)
한국은 유럽국가들에 비해 경제 성장속도가 빠르고, 역동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진후가 있는 만큼 한국과의 교역확대는 유럽 역시 바라는 바였다.
돌파구를 찾아나가는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난리가 났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했다. 독일과 프랑스에만 세계 자동차회사 10위 안의 기업 다섯 개가 포함돼 있다.
무인전기트럭 발표로 카로스는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까지 손을 뻗었다.
만약 강진후가 자율주행기술과 OTK배터리 공급을 미끼로 일본 부품 사용을 줄이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
기업들이 그 말을 무조건 따를 리는 없겠지만, 자본과 기술을 손에 쥐고 있는 강진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 경영자단체는 일제히 정치권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촉구했다.
속이 타는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아예 이번 일에 대해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한국정부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묵묵히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자산압류를 진행했다. 마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듯 일본의 반발성명에 대응도 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EU와의 경제협력도 강진후가 멋대로 진행하는 거지, 한국정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일본 정치권에서 WTO에 제소하자는 얘기도 나왔으나, 일본이 먼저 제재를 한 상황에서는 때린 놈이 경찰서 가지고 하는 꼴밖에는 되지 않는다.
일본정부는 해결을 위해 물 밑에서 한국과 접촉을 시도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일본의 식민지였고, 해방 이후에도 계속 일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 만큼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친일인사들이 넓게 포진해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로비를 해놓았으니, 그들은 기꺼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다들 만남 자체를 피하려 들었다. 이유를 묻자 정부와는 맞서는 건 상관없지만,강진후와 얽히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그나마 자유국민당이 유일하게 일본 입장을 대변해주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제 기댈 건 미국뿐이었다.
미국이 지시하면 한국은 따를 수밖에 없다. 일본은 로비력을 총동원해서 미국을 움직이려 했으나, 위에서 무슨 얘기라도 들었는지 다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한국기업들은 정밀기계와 핵심 소재, 부품 등에 대해 유럽기업들과 협상을 벌였다. 제품규격,생산량, 운송, 관세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실제계약은 세부사항들을 검토해보고 이뤄지겠지만, 일단 계약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MOU가 줄줄이 체결됐다.
강진후는 마치 일본을 놀리기라도 하듯 MOU가 체결될 때마다 품목과 액수를 일일이 발표했고, 그때마다 납품계약이 끊기게 된 일본업체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향후 OTK배터리 추가 생산물량을 유럽업체 쪽에 전부 몰아줄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만약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업체들마저 카로스와 기술제휴로 돌아서면 일본 자동차산업의 고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일본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또 다른 기사가 났다.
마침 얼마 후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EU 정상들은 속속들이 벨기에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강진후는 그 자리에 초청받았다.
소식을 전해들은 오카자키 총리는 깜짝 놀랐다.
‘이 자식이 거기 가서 또 뭔 짓을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