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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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토깽 운영자 일당 검거는 한동안 큰 이슈였다.
성인사이트의 경우 현재는 관련 산업이 없다시피하고, 도박사이트의 경우 이용자들만 피해를 입기 때문에, 업계가 입는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불법공유사이트는 얘기가 다르다.
웹툰사이트들은 접속자수와 매출이 크게 줄었고, 그동안 업계가 입은 피해액은 적게 잡아도 3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은 저작권위반에 대한 형벌이 그리 크지 않다. 주범인 박정선은 잘해야 5년 형이고, 종범들은 기껏해야 1, 2년 형 받고 끝날 것이다.
민사소송이 남아 있긴 하지만, 수십억 배상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배 째라고 하면 받아낼 방법이 없다.
번 돈 중 일부는 진작 다른 곳으로 빼돌렸을 것이다. 몇 년 살고 나오면 숨겨 놓은 돈으로 잘 먹고 잘 살겠지.
난 운영자의 이름을 듣고는 납득했다.
“아! 그래서 아리랑과 관련된 아이디를 쓴 건가?”
밀양 박씨에 이름이 정선이라서?
그로 인해 발목이 잡힐 줄은 본인도 몰랐겠지.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당 검거에는 택규의 공이 대단히 컸다.
택규가 나서지 않았다면, 수사인력 문제 등으로 한참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작가들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잡아서 다행이다.
택규는 분하다는 듯 말했다.
“한 20년씩 때려야, 다시는 이런 짓 못할 텐데.”
“한국은 이런 범죄에는 관대한 편이니까.”
헬토깽 사이트를 폐쇄하고 운영자를 잡았다고 한들, 모든 불법공유사이트가 완전히 사라질 리는 없다. 그래도 이러한 불법공유가 범죄행위이고,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당장 불법공유사이트들의 접속을 차단한 시점부터 웹툰사이트들의 매출이 다시 늘기 시작했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이 국내에 있든 외국에 있든 끝까지 추적해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얘기들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민하영이 고백을 했다고?”
“아니, 장난이었다니까.”
난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그게 진짜 장난이겠어?”
택규는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야. 장난이었어.”
난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생각해보니, 너 여자에게 고백 받은 건 처음 아니야?”
“장난이지만, 그렇긴 하지.”
“민하영은 모태솔로라며?”
“응.”
“그럼 민하영도 남자에게 고백한 건 처음이지 않았을까?”
……라고 어머니한테 말했다가, 한 시간 동안 잔소리를 들었다. 살면서 두고두고 욕먹고 싶지 않으면,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제대로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건 또 엄마 말 따라야지.
결혼식은 어디서 할지,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아예 한국과 미국의 중간이라 할 수 있는 하와이에서 해야 하나?
외출을 하기로 결정하자, 집에서 게임하고 있던 택규도 합류했다.
“누나도 불러야겠다. 우리 건이 데리고 나오라고 해야지.”
잠시 후, 현주 누나는 헨리와 함께 건이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잘 쉬고 있는데, 왜 불러?”
그 사이 씻고 준비를 끝마친 엘리가 말했다.
“주말인데 다 같이 쇼핑 가면 좋잖아요.”
택규는 선심 쓰듯 말했다.
“누나 백 하나 사줄게. 마음껏 골라.”
“됐어.”
“에이, 사주면 좋아할 거면서.”
“시끄러.”
말은 그렇게 해도 현주 누나는 굳이 거질하지는 않았다. 명품가방은 언제나 옳은 법이지.
우리는 차를 타고 남산의 실론호텔로 향했다. 면세점은 호텔과 붙어 있었고, 주말인지라 사람들이 가득했다.
발렛파킹을 맡기고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몇몇 남자들이 엘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눈치를 챘다.
“어! 저 여자 베스터 광고에 나온 모델 아닌가?”
“우와! 진짜 예쁘다.”
“잠깐. 옆에 강진후 같은데.”
“헉! 진짜네.”
“둘이 같이 쇼핑하러 왔나봐.”
“옆에는 골든게이트 지사장 부부네.”
“신기하다.”
어느새 사람들은 깜짝 놀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고, 주목 받는 걸 싫어하는 택규는 알아서 따로 떨어졌다.
“조만간 안네케 생일이라는데, 선물 살 거 있는지 보고 올게.”
내 연락을 받은 어머니는 면세점으로 왔다. 우리는 다른 방문객들과 마찬가지로 줄을 서서 명품매장으로 들어갔다.
“찾으시는 제품 있으신가요?”
엘리는 점장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그 말에 점장은 놀라기는커녕 침착하게 물었다.
“이쪽 라인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 전부 구매하시겠습니까?”
엘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농담이었어요. 한번 골라볼게요.”
면세점의 내국인 구매한도는 5천 달러지만, 외국인인 엘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단 국내로 다시 가지고 들어올 때는 세관에 신고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백화점에서 사는 거랑 가격이 별 차이가 없지만…… 뭐, 상관없겠지.
엘리는 어머니와 팔짱을 낀 채 백을 어깨에 메보고, 옷을 입어보고, 화장품을 발라보며 쇼핑을 즐겼다.
각자 쇼핑을 끝마친 다음, 실론호텔 1층에 있는 M피자 본점에 모였다.
시내면세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출국할 때 수령할 수 있다. 때문에 실컷 쇼핑을 했음에도 다들 빈손이었다.
피자와 와인이 나올 때쯤 임수미 사장이 나타났다.
“오랜만이에요, 강진후 대표님.”
“요즘도 많이 바쁘세요?”
임수미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이번 달 말에 진행하는 이벤트 때문에 잠시 네버랜드에 다녀왔어요.”
호텔과 면세점, 테마파크를 연계한 대규모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고 한다.
“무슨 이벤트인가요?”
내 물음에 택규가 대신 대답했다.
“이번 달 말에 할로윈이잖아.”
난 당황했다.
“아니, 대체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할로윈 챙겼다고?”
내 말에 택규는 멈칫했다.
“그, 그건 그냥 친구끼리 장난친 거였다니까.”
난 딱 잘라 말했다.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어.”
택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본인이 장난이라고 하잖아!”
“…….”
아무래도 장난이라고 믿고 싶은 것 같은데.
잠시 후, 택규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호, 혹시 만에 하나 장난이 아니었으면 어떡하지?”
말로는 하렘루트를 타겠다 어쩐다 해도 결국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겠지.
난 택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도 한명 정해서 얼른 결혼하자.”
“…….”
* * *
난 베트남 응우옌반호아 총리와 통화했다.
“이번에 큰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협조해야죠. 오히려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헬토깽 사건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전기차산업단지로 넘어갔다.
응우옌반호아 총리는 베트남을 동남아시아의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았다.
부지 무상제공, 세제혜택은 물론이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 비슷한 제안은 인접한 태국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서도 계속 들어오는 중이다.
카로스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AD 시리즈를 내놓은 이후 세계 자동차판매량은 본격적인 역성장을 시작했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올해 이미 9천만 대가 꺾였고, 내년에는 8천만 대 초반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판매량이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연기관차지, 자율주행전기차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카로스와 손을 잡은 GM, 포드는 순차적으로 기존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바꿔가는 중이다. 이와 함께 생산라인 변경으로 인한 구조조정과 전환배치에도 속도를 냈다.
전기차 수요가 늘며 OTK배터리 생산업체들은 바빠졌다. TS컴퍼니와 서성SB 공장이 24시간 풀가동 하고 있음에도 수요를 맞추기 버거웠다.
전기차 생산업체들마다 OTK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었고, 각 공장들은 OTK배터리 수급에 맞춰서 생산량을 조절했다.
아직은 가격이 2만 달러가량 비싸고, 충전시설 확충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이걸 해결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내연기관차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때문에 각 나라들마다 어떻게든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애쓰는 중이다.
은성차 역시 해외공장들을 중심으로 이미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국내공장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당연히 노조 때문. 해고가 아니라 전환배치에도 강렬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조만간 만나서 말씀 나누고 싶습니다.]* * *
주말 오전.
엘리는 정원에 요가매트를 펼쳐놓고 스트레칭을 했다.
늘씬한 팔다리가 보기 좋게 움직였다. 어렸을 때 발레를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몸이 유연하다.
엘리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운동을 거르지 않고, 식단도 조절한다. 철저하게 자기관리 하는 건 나도 본받아야 하는데.
엘리가 운동을 하는 사이 난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우편물을 뜯어보았다.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았는지, 백화점,명품매장, 호텔 등에서 각종 행사 초청장이 날아왔다.
백화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부터, 처음 들어보는 초고가 브랜드까지. 세상은 넓고 명품이라 칭하는 브랜드는 많다.
세계적으로 백만장자가 크게 늘며, 명품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수십 개의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개 그룹의 과점시장에 가깝다. 구찌, 루이비통,샤넬, 에르메스 등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명품브랜드들은 대부분 LVMH그룹과 리치몬드그룹 같은 거대기업에 속해 있다.
“무슨 편지예요?”
“샤넬에서 패션쇼 한다는데, 관심 있어요?”
엘리는 고개를 저었다.
“보면 재밌긴 하겠지만, 어차피 일할 때는 정장만 입는데요. 운동할 때는 운동복만 입고.”
“기분 낼 때 입을 옷 필요하지 않아요?”
“필요하면 그때 사면 되잖아요.”
엘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고가브랜드의 옷, 가방, 쥬얼리 등을 좋아하긴 하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주의다.
워낙 스타일이 좋아서 뭘 입어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
“쇼핑을 싫어하지는 않잖아요.”
“여자라면 다 좋아해요. 홍콩에서 일할 땐 제시카랑 자주 다니기도 했구요.”
참고로 택규도 쇼핑을 좋아한다. 사는 물품이 일반인은 전혀 관심 없는 것들이라서 그렇지.
“쇼핑 갈래요?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요.”
엘리는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그럼 매장 들어가서 영화 주인공처럼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다 달라고 해도 돼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거 얼마나 한다고.”
“헤에, 돈 많은 남편 생기니 좋네요.”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결혼하자고 할 걸 그랬다.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뒤, 주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집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은 마치 엘리를 안주인처럼 대했고,집안일에 대해 할 얘기가 있으면 내가 아닌 엘리를 찾았다.
이런 게 부부라는 거겠지?
난 프로포즈에 대해 고민했다.
그런데 프로포즈라는 게 결혼을 승낙받기 위해 하는 건데, 이미 결혼하기로 결정한 상태에서 하는 게 의미가 있나?
한 시간에 걸친 운동을 끝낸 엘리는 땀을 닦으며 물을 마셨다.
“진후랑 결혼하고 나면, 한국 시민권 취득해볼까요?”
대체로 선진국은 시민권 취득 조건이 까다롭다. 하지만 그중 가장 편한 방법은 바로 결혼.
결혼을 하면 상대 배우자 국적의 시민권을 비교적 쉽게 취득할 수 있다.
“필요해요?”
“그럼 입국할 때 진후랑 같은 줄에 서도 되잖아요.”
같이 외국에 나갔다가 한국으로 입국할 때, 나는 내국인 줄에 서지만 엘리는 외국인 줄에 선다.
이 말을 들으니 국제결혼을 한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엘리가 한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얘기는, 내가 홍콩 시민권이나 영국 시민권 취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홍콩 시민권 취득한다고 하면, 왠지 중국에서 좋아할 것 같다.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안 하는 게 좋겠지.
난 마지막 편지를 뜯었다.
“실론면세점에 신상품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 그럼 어머님도 뵐 겸 한번 가볼까요? 우리 다음 주에 러시아 가잖아요.”
“그럴까요?”
“몰랐어? 할로윈은 이제 국민 대축제야.”
“응?”
놀랍게도 진짜였다.
만약 할로윈이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축제였다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할로윈은 미국에서 즐기는 축제.
유래 같은 것은 몰라도 선진국에서 한다고 하면, 기꺼이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할로윈은 클럽을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유치원 아이들도 즐기는 축제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기업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며, 각종 이벤트와 상품을 내놓았다.
택규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우리도 집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번 해볼까?”
“할로윈 파티는 정확히 뭘 하는 거야?”
“당연히 코스튬 플레이지.”
“진짜?”
“미드도 안 봐? 할로윈에 코스프레는 국룰이야.”
“뭔 국룰까지…….”
임수미 사장은 택규의 말을 거들었다.
“맞아요. 네버랜드 축제에도 할로윈 분장과 의상이 중심이에요.”
할로윈 주간에는 테마파크는 물론이고, 이태원, 홍대, 강남 클럽들을 중심으로 코스프레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집에서 코스프레 파티를 하겠다고?”
“아니. 할로윈 파티인데, 복장이 코스프레일 뿐이지.”
“…….”
그게 그거 아닌가?
그 순간,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혹시 이걸 핑계로 엘리에게 ‘그 옷’을 한번 입혀볼 수 있지 않을까?
“흐음, 할로윈 파티라. 괜찮을 것 같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