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85)
금융불안이 전이되며,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모두가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자동차 판매부터 제동이 걸렸다.
자동차산업은 규모가 크고 고용인원이 많다. 차가 팔리지 않아도 공장을 돌려야 하고, 수만 명의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줘야 하고,부품업체들과의 거래선을 유지해야 한다.
카로스의 경우 이미 주문량이 6개월 이상 밀려있던 만큼 당장 생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신규공장 건설 같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집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GM, 포드, 토요타, 다임러AG, 폭스바겐 그룹 등은 주문량 감소로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기 시작했다.
자금흐름이 경색되자 다들 비상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모든 자동차기업들이 자율주행전기차로의 전환에 뛰어들던 중이었다.
기존 차량의 판매는 줄어들고, 투자액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신산업에서는 아직 수익을 못 내고 있다.
아직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됐음에도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난 트루소바 로사톰 사장과 통화했다.
[TWR 발주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가업체들도 추가 투자에는 난색을 보이는 중입니다.]경기침체로 전력수요가 감소하면, 굳이 원전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영국과 체코는 원전 건설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TWR 건설을 무기로 서방제재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러시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OTK게임즈가 진행하는 VRMMORPG 게임개발 역시 위기였다. 1차적으로 연관된 기업들만 해도 서른 곳이 넘는데, 이들이 잘 따라와 줄지 의문이다. 당장 데이터센터 건립부터 표류되게 생겼고.
우리는 그동안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를 늘리고 있었다. 이래저래 돈 들어갈 데는 많은데, 위기가 생기면 회수 시기는 더욱 늦어지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택규는 고개를 내저었다.
“타이밍 한번 최악이네.”
난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일부러 이 타이밍을 골랐겠지.”
남들에게는 최악이지만, 로스차일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타이밍이다.
택규는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로스차일드 말대로라면, 새만금 개발도, 북한이 일본에 700억 달러 청구를 받는 것도 다 불가능해지는 거 아니야?”
난 잠시 생각한 다음 고개를 저었다.
“예지가 어긋난 건 아니야. 다만 금융위기 이후로 미뤄진 것뿐이지.”
영원히 지속되는 위기는 없다. 언젠가는 극복된다. 다만, 그 사이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벌 뿐이다.
닷컴버블이 터지자 수많은 인터넷기업들이 무너졌고, 수많은 인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시장을 좀먹던 부실기업들이 사라지며, 업계의 신뢰도는 올라갔고, 정부의 지원도 건실한 기업들에게 집중됐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부실기업에서 해고된 인재들을 영입하고,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구블, AMZ, 페이스노트 같은 거대 인터넷기업들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지금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은 수익을 내지 못함에도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치솟았고, 세계적으로 자산버블도 심각해졌다.
워렌 보트의 말대로 지금은 ‘좋은 기업을 싸게 사기는커녕, 좋지 않은 기업들조차도 비싸게 사야 하는 시기’ 인 만큼, 한번쯤 정리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이번 위기 역시 새로운 시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일까?
* * *
난 연락을 받고 택규와 함께 새만금으로 향했다.
모래먼지만 흩날리던 간척지는 이제 거대한 공사판으로 변해 있었다.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사방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반공사가 끝난 곳은 벌써부터 도로가 깔리고,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계획대로만 공사가 진행된다면, 앞으로 5년 후면 완전히 새로운 도시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남풍현 새만금개발청장을 만났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방에서 투자하겠다고 난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연락이 뚝 끊겼습니다. 심지어는 기존의 약속마저 취소가 속출하는 중입니다.”
사람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 모인다.
기존 대도시와 연결된 위성도시라면 모를까, 자급자족이 가능한 신도시 개발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금융위기가 오면 대규모 투자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추진력이 사라진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투자자들은 새만금 개발이 지연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투자속도를 늦추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조차도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경영효율화와 경비절감에 나섰다. 그런 만큼 투자에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테마파크 건설 역시 지연될 조짐을 보였다. 앵커 투자자들이 머뭇거리자, 다른 투자자들 역시 착공과 추가 투자를 미뤘다.
보통 도시개발은 부지와 아파트를 매각하는 돈으로 인프라를 건설한다. 자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으면, 모든 게 멈춰 서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계속 문의를 해오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어하는 듯합니다.”
새만금 개발은 OTK컴퍼니의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
내 눈치를 보느라 누구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어느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첨단도시가 될 거라는 장밋빛 전망은 쏙 들어갔다.
난 두바이를 떠올렸다.
사막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의 신도시 개발을 진행했던 두바이는 때마침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시행사가 파산했고, 대금 지급이 안 되며 많은 개발계획이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이후, UAE의 맹주라 할 수 있는 아부다비가 지원해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나긴 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두바이는 건설 중반을 넘어선 이후 금융위기를 맞았지만, 새만금은 이제 겨우 초기단계. 그런 만큼 발을 빼기도 쉽다.
“주요 투자자처에는 제가 직접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일단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 * *
각국 정부는 금융안정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결자해지라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일인 만큼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답이 없었다.
전 세계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맥클레이 연준의장은 또 다시 0.5퍼센트 인상을 발표했다.
“현재 2.5퍼센트에서 2.75퍼센트로 운용되는 연방기금 기준금리를 3.0퍼센트에서 3.25퍼센트로 상향조정합니다. 저금리로 인해 세계적으로 자산버블이 심각합니다. 향후 더 큰 위험이 오기 전에 선제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저금리와 양적완화로 풀린 돈들은 투자와 고용 등 실물경제가 아닌,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버블을 일으켰다.
실물경제가 침체되고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도 유동성이 넘치며, 주요도시 부동산 가격은 이미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려 시중의 풀린 돈을 회수하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비율로 보면 고작 두 달만에 금리가 70퍼센트 넘게 오른 셈이다.
이제는 미국 내에서조차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의회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로날드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금리인상은 연준의 판단입니다. 맥클레이 의장은 매우 뛰어난 사람이고, 저는 그가 훌륭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는 사실상 미행정부가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밝히는 발언이었다.
이 소식 전해지자, 주식, 외환, 채권시장은 또 다시 출렁거렸다.
* * *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독주를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렸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중국은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GDP는 약 15퍼센트. 이 경제가 무너지면, 상상도 못할 충격이 전 세계를 덮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우려가 커지며 코스피 지수는 간신히 돌파했던 3천이 깨졌다. 외국인들은 주식과 채권을 팔고 돈을 달러로 바꿔 한국시장을 빠져나가며, 환율이 치솟았다.
벌서 10퍼센트 넘게 올랐다. 이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바꿔 말하면 그 나라의 모든 자산이 10퍼센트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전 국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재산의 10퍼센트가 사라진 것이다!
옛날에 도둑들은 담을 넘어 남의 집에 들어가 돈과 귀금속을 훔쳐갔다. 그러나 요즘 도둑들은 그저 숫자를 조작할 뿐이다.
숫자 몇 개만 바꿔도 집의 소유주는 개인에서 은행으로 바뀌고, 기업은 파산하고, 가게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실직자가 된다.
집도, 가게도, 건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말이다.
이런 게 바로 금융이 갖는 무서움이겠지.
난 계속해서 금융시장을 체크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특정 세력이 움직임 같은 것은 없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지나고 나자, 정부가 내놓은 부양책들이 효과가 있는지, 증시는 잠시 하락세를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갔고, 환율상승도 주춤했다.
하지만 이건 폭풍전야의 고요함일 뿐. 아직 진짜는 시작도 안 했다.
산업자본은 공장과 사무실 있고, 사람을 고용하고, 무엇을 만들어 파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반면 금융자본은 명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다.
마치 유령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수익만을 좇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돈의 흐름을 파악한다고 해도 누가 주인인지는 판단이 힘들다. 돈에 이름표가 써 있는 것도 아니니까.
택규가 물었다.
“금융위기가 터지면, 브렉시트 때처럼 한몫 챙길 수 있는 거 아니야?”
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나라고 그 생각을 왜 안 해봤겠는가?
난 그동안 나만이 아는 미래를 활용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알고 있다.
아니,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일어날지 아는 만큼,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나보다 움직일 수 있는 자본이 크고, 운용능력이 뛰어나며, 이를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미 좋은 투자기회는 로스차일드가 대부분 장악해 놓았을 것이다. 내가 여기에 뛰어들어서 벌 수 있는 돈이라고 해봐야 그들에 비한다면 새 발의 피다.
“무엇보다 당장 쓸 수 있는 돈도 얼마 없잖아.”
그동안 벌려놓은 일들이 너무 많고, 지속적으로 돈이 들어가는 중이다.
OTK컴퍼니는 투자회사로서, 이제까지 여러 기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다른 투자회사들과는 달리 엑시트를 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로 기업을 키웠다.
내 재산이 1조 달러가 넘는다 해도 사람들이 멋대로 산정한 가치일 뿐, 실제 움직일 수 있는 현금은 1000억 달러도 안 된다.
반면 저쪽은 얼마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를 움직일 수 있을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레드스톤 그룹의 운용자산은 4000억 달러, 알베르트 매니지먼트 역시 10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기를 일으키기로 한 만큼 그전부터 자산을 현금화시켰을 테니, 실제로는 그보다도 많을 것이다.
“일정 부분 헤지할 수는 있겠지만, 손실이 훨씬 커.”
전기차, 배터리, TWR, VRMMORG, 새만금 등등. 이미 모든 종속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내 말을 들은 택규는 눈을 껌뻑거렸다.
“그럼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어떻게 막아?”
“글쎄. 뭔가 방법이 있지 않겠어?”
“그러니까 그 방법이 뭔데?”
“그걸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애초에 그레이스가 나한테 당당하게 계획을 말해줬다는 것은 절대 막을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과연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