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98)
497화
한때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소련은 자신들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우주 경쟁(Space Race)을 벌였다.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소련이었다. 소련은 1961년 최초의 유인우주비행에 성공했고,미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은 그 유명한 아폴로 계획(Apollo Program)을 발표했다. 당시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렸다.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고, 다른 여러 일들도 할 것입니다. 그것이 쉬운 일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발표대로 미국은 1969년에 인류를 달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닐 암스트롱을 시작으로 총 12명의 우주인이 달을 밟았고, 월면에 반사경과 지진계 등 각종 장비를 설치했고, 385킬로그램의 월석과 월토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이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며, 우주 경쟁 역시 마무리됐다. 마지막으로 달에 다녀온 후 반세기 가까이 흐르는 동안 인류는 다시 달을 밟지 않았다.
21세기에 들어서자 다시금 우주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NASA는 컨스텔레이션 계획(Project Constellation)을 발표했다.
이는 다시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고, 월면에 기지를 건설해 우주 진출의 베이스캠프로 삼겠다는 초유의 계획이었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달에서 로켓을 발사할 경우 그만큼 연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계획에 미국을 비롯한 14개국이 동참했다. 하지만 2010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여파로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은 채 계획은 폐기됐다.
그런데 로날드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이 계획을 다시 부활시켰다.
“미국은 20세기에 최초로 인간을 달에 보냈듯, 21세기에도 가장 먼저 보내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바로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이다.
아폴로 계획이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게 목표였던 반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그보다 더 나아가 달에 장기거주와 로켓 발사가 가능한 유인기지를 건설하고, 지구와 달을 잇는 왕복선을 만들겠다는 컨스텔레이션 계획의 연장선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작년 말에 이미 실행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빅원으로 인해 연방정부는 가용예산을 전부 캘리포니아 복구사업에 쏟아 부어야 했고, 바람에 우주산업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NASA가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 일단 아르테미스 계획의 실행은 민간우주기업들에게 맡겨졌다.
이 계획에 가장 적극 참여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스페이스Z다.
* * *
플로리다에 도착한 나는 준비된 차를 타고 바로 발사장으로 이동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안으로 들어가기 전 철저한 신분확인과 소지품 검사를 거쳐야 했다.아직 동이 트기 전의 새벽이었지만, 알렌 에버하트와 스페이스Z 관계자들은 이미 발사장에 모여 있었다.
난 그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 발사의 총책임을 맡은 아미르 로샨입니다.”
“반갑습니다, 강진후입니다.”
그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스페이스Z의 COO이자, 팻 피닉스 개발의 총책임자기도 하다.
다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은 모습이지만, 표정과 눈에서는 열정이 넘쳐흘렀다. 이런 모습은 예전에 김호민 교수나 페트로프 교수 등에게서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난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발사대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팻 피닉스는 기존 피닉스 로켓의 덩치를 키운 것으로, 에버하트가 화성에 인류를 보내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우주선의 구조는 아폴로 계획 때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대기권을 벗어나면 로켓을 분리하고, 우주선은 달을 향해 날아간다. 달궤도에 도착하면 사령선은 궤도에 남아있고, 달착륙선이 풍요의 바다에 착륙한다.
채굴한 샘플을 실은 달착륙선이 이륙해 사령선과 도킹하면, 사령선이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는 계획이다.
달착륙선에 탐사로봇과 채굴로봇이 실려 있는 만큼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게 관건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나에게 물었다.
“직접 보니 어떻습니까?”
팻 피닉스는 웬만한 빌딩보다도 큰 위용을 자랑했다.
높이는 82m미터, 폭은 13.6미터, 중량은 무려 1529톤이다. 1단 엔진만 무려 32개로,로켓의 양쪽에는 부스터가 달려있었다.
팻 피닉스는 현존하는 모든 로켓 중 가장 큰 중량을 지니고, 가장 많은 페이로드(Payload)를 탑재가 가능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금속표면에서 경건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졌다.그도 그럴 것이 이 로켓은 그야말로 인류 과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난 솔직한 감상을 말했다.
“이게 정말로 떠오를 수 있나요?”
내 말에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알렌 에버하트는 성공을 자신했다.
“달까지 잘 날아갈 겁니다.”
그가 최초로 전기차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처음 전기차를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이제는 전기항공기와 화성 진출을 추진 중이다.
JN배터리는 그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주게 될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눈동자를 빛냈다.
“JN배터리가 상용화되면, 항공과 우주산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또한 이번 일을 시작으로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그곳을 베이스캠프 삼아 인류는 언젠가 화성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그나 나나 여기에 미래를 걸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모든 게 결정될 것이다.
* * *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
팻 피닉스의 발사장면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몰려든 사람들은 다들 팻 피닉스의 엄청난 위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민간우주여행 얘기가 나올 만큼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하지만 달까지 보내는 로켓은 경차와 대형트럭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언론사들이 취재를 나왔고, 발사장 밖에서는 우주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시위도 열렸다.
언론사들은 발사시작 한참 전부터 생방송을 내보냈다.
CNN기자 레아 심스는 마이크를 든 채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0분 후면 스페이스Z의 팻 피닉스가 달을 향해 발사될 예정입니다. 팻 피닉스는 약 23만7천 마일을 날아가 달 표면 풍요의 바다에 착륙해 제라티늄을 캐낸 다음 지구로 귀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계획대로 세계최초로 월면 자원채굴에 성공한다면, 이는 우주 개발의 새 장을 여는 엄청난 일입니다. 팻 피닉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세계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지금 전 세계가 이곳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발사시간이 다가오자, 관제센터는 분주해졌다.
알렌 에버하트와 스페이스Z 직원들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시스템을 점검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게 확인되자, 드디어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불꽃이 뿜어져 나왔고, 팻 피닉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육중한 로켓이 우주를 향해 솟구쳤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일제히 박수를 쳤다.
“와우!”
알렌 에버하트는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고, 강진후는 웃으며 주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기자들은 발사 성공 기사를 작성해 속보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채 1분을 가지 못했다.
망원경으로 날아가는 팻 피닉스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놀라 웅성거렸다.
“자, 잠깐! 저거 왜 저래?”
“왜 연기가 나는 거지?”
“어어, 뭔가 좀 이상한데.”
로켓 하단에서 연기가 나고, 동체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은 전광판에 그대로 비쳐졌다.
알렌 에버하트는 인상을 쓰며 소리를 내질렀다.
“제기랄! 당장 저 연기 좀 멈춰봐!”
직원들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액화산소탱크 압력이 치솟고 있습니다! 제어 시스템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 뭐라도 해봐!”
잠시 후, 피어오른 불길은 로켓 전체를 감쌌고, 이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콰아앙!
불붙은 잔해가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폭발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달을 향해 날아가던 팻 피닉스가 대기권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폭발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소리치며 날뛰는 알렌 에버하트의 모습과 딱딱하게 굳은 강진후의 표정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 * *
버킹엄셔의 대저택.
그레이스는 그랜트와 함께 팻 피닉스가 폭발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JN배터리는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강진후의 히든카드였다. 그러나 그 카드는 공중에서 사라졌다.
로켓이 폭발하며, 달착륙선에 실은 탐사로봇과 채굴로봇 역시 산산조각 났다.
무인우주선인 만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손실액은 1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하지만 진짜 손실은 제라티늄 채굴이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났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다시 추진한다고 해도, 이젠 누구도 더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강진후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그는 모든 투자를 성공하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하지만 이 한번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게 됐다.
안타깝긴 해도 투자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갔는가? 강진후 역시 그중 한명일 뿐이다.
향후의 모든 계획을 준비해 놓았다.
로스차일드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식담보부채권을 사들였다. 중국경제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강진후는 만기까지 절대 빚을 갚지 못할 테고, 담보로 잡은 주식은 로스차일드의 손에 들어올 것이다.
OTK컴퍼니를 손에 넣는다고 해도 강진후를 내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CEO자리에 남아 그 능력으로 로스차일드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게 될 테니까.
그레이스는 다시 고개를 돌려 TV화면에 나온 강진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TV를 보고 있는 그랜트의 얼굴에서 안도의 미소가 떠오른 듯했다.
[다 끝났군.]그레이스 로스차일드는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이겼어요.”
* * *
팻 피닉스가 폭발했다. 산산조각 난 잔해들은 지상으로 추락했다.
모든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발사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었던 만큼 전 세계가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알렌 에버하트는 피해상황을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나?”
종합관제실에 있던 직원이 달려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정확한 원인은 지금 파악 중입니다만, 발사 직후 액화산소탱크 압력 수치가 갑자기 치솟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알렌 에버하트가 직원을 향해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그러니까 그 원인이 뭐냐고!?”
이 모습은 고스란히 뉴스에 나가고 있을 것이다.
기자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마이크를 들이밀며 질문을 던졌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실패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다른 계획이 있습니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페이스Z의 발사는 실패했다.
여기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더 이상 발사장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난 몰려드는 기자들을 피해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마자 차는 바로 출발했고, 난 시트에 몸을 기댄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차량 디스플레이에서는 CNN 뉴스가 흘러나왔다. 팻 피닉스가 공중에서 폭발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다.
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통화가 연결되기 무섭게, 소리치는 듯한 택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발사 후, 로켓이 폭발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무리해서 추진한 일인 만큼 제작과정이나 계산에서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원인이 뭐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팻 피닉스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택규는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로 다 끝난 거야?]“이제 거의 끝났어.”
[설마 넌 이렇게 될 줄 알았어?]“아니, 나도 몰랐어.”
[그럼 왜 그런 거야?]나는 유명한 투자격언을 떠올렸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는 게 아니야.”
* * *
[팻 피닉스 발사 직후 2분9초 만에 폭발!] [구조적인 결함인가? 실수인가?] [폭발 원인은 액화산소탱크 압력 문제로 추정] [국제우주안전개선협회장 루이스 캠벨 ‘무리한 발사 일정 변경으로 인한 인재’] [로켓이 탐사로봇과 채굴로봇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스페이스Z, 달 자원채굴 실패!] [NASA, 스페이스Z에 원인을 찾을 때까지 발사 무기한 연기 요청]로켓 발사실패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팻 피닉스의 폭발은 엄청난 후폭풍을 안겼다.
스페이스Z의 실패는 곧 강진후의 실패를 의미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사실상 달에서 제라티늄 채굴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포가 시장을 휩쓸었다.
즉시 주가가 폭락하고, 달러를 비롯한 안전자산이 뛰었다.
그런데 팻 피닉스가 폭발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뉴스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중국 ICBM 발사!] [쓰촨성의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발사한 것으로 추정!] [주변국에 아무런 통보도 없어……] [미국방부, 미사일 궤도 분석 중!]전 세계가 깜짝 놀란 가운데, 중국정부가 공식성명을 내보냈다.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보샤오위 총리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발표문을 읽었다.
“방금 전, 중국국가항천국은 창어 8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쳤습니다. 목적지는 달 풍요의 바다. 우리는 그곳에서 제라티늄을 채굴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