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
분신으로 절대무신 1화
1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 우주의 절반을 책임지는 근원.
지고한 존재의 마지막을 앞두고.
과거 그를 모셨던, 이제 한 우주를 책임지게 된 위대한 존재들이 모여들었다.
새로운 근원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 * *
열다섯.
처음으로 전장에 발을 들였을 때, 본 것은 지옥이었다.
피보다 더 추잡한 것은 추악한 인간의 본성이었으며, 죽음보다 더 비겁했던 것은 살고자 하는 자의 치졸함이었다.
그렇게 1년.
몰아치는 절망 속에서 스승님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던 나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살기등등한 적들의 공세를 가까스로 막아서던 장일은 순간 한눈을 팔고 말았다.
-푹! 파아아앗!
스승의 죽음이었다.
하찮게 여겼던 죽창 하나가 거짓말처럼 스승의 옆구리를 꿰뚫은 것이다.
-푹! 푹! 서걱!
경직된 스승의 몸에 죽창이 연달아 박혔고, 끝내 무딘 칼 하나가 스승의 머리를 베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
그의 스승이 적장을 베던 무인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믿어지지 않는 끝이었다.
하지만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전장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으드득!
장일은 이가 부서질 듯 악물어야 했다.
아버지와 같았던 스승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니 당장에라도 심장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끓어오르는 격정(激情)을 넘기며 칼을 붙잡아야 했다.
그 감정에 잠시라도 휘말렸다가는 그 또한 뒤를 따를 것임을 알아서였다.
-까강! 캉! 쾅!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우위를 점한 적들을 상대로 이득을 취하기란 어려움이 있었다.
-슥…… 슥!
스쳐 지나가는 적들의 칼날에 베이며 그의 옷은 피로 무겁게 점철되었고, 그의 보잘것없던 내공 또한 바닥을 쳤다.
자연 보법은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꼬여 버렸다. 칼을 쥔 손바닥은 가죽이 다 벗겨져 미끈거렸으며, 칼을 쥐는 힘조차도 내기 어려웠다.
-사아아악!
결국, 섬뜩한 파공음을 흘리는 칼 하나가 장일의 머리를 노리는 것을 느꼈고, 그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하는 듯했다.
장일은 자신의 끝을 감당하지 못해 눈을 감고야 말았다.
‘……뭐지?’
하지만 장일은 얼마 가지 않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그의 머리가 날아가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건만, 그는 여전히 일말의 고통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흐윽!
의문은 그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었고, 이후 펼쳐진 광경은 그의 숨을 잠시 끊어내 버렸다.
당장에라도 그의 머리를 잘라 골수를 확인하려던 칼이 기어가는 거북이보다 못한 움직임으로 다가오고 있어서였다.
순간 적이 자신을 희롱이라도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칼을 내려치고 있는 사내를 본 순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악귀와 같이 일그러져 있었고, 그 이상으로 흉흉한 살기가 뿌려졌기 때문이다.
‘……도, 도대체가?’
장일은 그제야 주변으로 눈을 돌렸고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거대한 전장, 아니, 세상 전체가 급격히 느리게 흘러가고 있음을 뒤늦게 알아본 것이다.
-으드득!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서둘러 남은 힘을 짜내어 앞으로 크게 한 보를 내디뎠고, 이후 그의 눈빛이 크게 밝아졌다.
‘다행이다!’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이 기괴한 현상에서 자신은 벗어나 있다는 것에 장일은 안도했다.
그리고 이후의 일은 뻔한 것이었다.
-서걱! 푹!
장일은 자신의 머리를 노리는 적의 칼을 고개짓 한 번으로 피해내며 투구째로 갈라 버렸다. 이후 칼을 반 바퀴 회전하여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던 죽창병의 좌안을 찔렀다.
칼날은 뒤통수까지 파고들었고, 당연히 죽창병은 그것으로 절명했다.
그가 갈라 버린 적들의 핏물이 천천히 허공으로 터져 번져가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나, 장일은 일말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보다 그렇게 둘을 베어내면서 생긴 공간으로 몸을 뒤로 물릴 뿐이었다.
당연한 판단이었다.
내공도 체력도 바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살길은 도주하는 것밖에 없었다.
“허억. 허억.”
장일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삼키며 몸을 뒤로 빼내는 데 집중했다.
물론 후방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아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그간의 경험을 통해 알아서다.
하지만 일말의 희망을 안고 도착한 후방이 그의 시야에 점차 들어오면서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적들의 기병이 아군의 후방을 짓밟고 있음을 발견해서였다.
기병의 숫자는 수십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열이 무너진 아군을 뒤흔드는 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포기할 수…… 없다.’
장일은 죽음이 자신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지만, 다시금 이를 악물며 생로를 찾았다.
대단한 의지였지만 아쉽게도 그가 처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차라리 전방에 있었더라면 혼란을 틈타 변수라도 만들 것이련만, 후방은 이미 적의 올가미에 쪼여지고 있는 형국이었다.
‘젠장!’
장일은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본래라면 그의 역량으로 알 수 없었겠지만, 살고자 하는 의지와 지금의 이 기괴한 현상이 합쳐지자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던 때.
또 한 번 기괴한 일이 발생했다.
“무~궁~화~~ 꽃이~~”
이상한 음률과 함께 장난기 가득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천지를 뒤흔들 듯 울려 퍼졌다.
‘내가 미친 걸까?’
주위를 살펴도 저 기괴하고 거대한 목소리를 듣는 이는 없어 보였으니, 자연스러운 의문이었다.
“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문도 늘어지던 문장이 끝을 맞이했을 때 사라져 버렸다.
그 이상한 문장이 완성되는 순간 느려지던 세상이 완전히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전장의 숱한 군상은 물론, 흩날리는 핏물도, 바람도, 심지어 내리쬐는 햇빛마저도 멈춰 버렸다.
“흐하하하!”
이어 기괴한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따라 고개를 들던 장일은 믿기지 않는 것을 보게 되었다.
챙이 길고 네모난 새하얀 모자와 재질을 알 수 없는 백색의 정장을 갖춘 검은 피부의 사내가 하얀 우산을 쥔 채 하늘에서 둥실둥실 그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꿀꺽.
장일은 민화의 숱한 전설보다 더 비현실적인 광경에 너무도 놀라 순간 숨 쉬는 것도 잊어버린 채 고인 침을 겨우 삼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기괴한 존재는 정말 장일이 목적이었다는 듯 점차 빠르게 그에게로 낙하했다.
-툭.
그러고는 거짓말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바닥을 찍더니 이후 고상한 말투로 그에게 인사했다.
“여기 있었군요. 한참을 찾았답니다.”
“하아…… 하아…….”
반기는 듯한 그와 달리 장일은 그저 숨을 몰아쉴 뿐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놀라 잠시 끊긴 숨 때문에 물리적으로도 말을 하지 못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일은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이 기괴한 존재가 세상을 느리게 하고, 끝내 멈춰 버리게 한 것임을 말이다.
그런 위대하고 기괴한 존재 앞에 그는 한낱 미물에 불과했으니, 그로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것도 한계였다.
이런 장일의 심정을 모르는지 기괴한 존재는 투덜거릴 뿐이다.
“이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조금 더 일찍 만났어야 했는데 워낙 잡다한 것들이 많은 세상인지라……. 정말이지 그분의 흔적이 있던 곳이 아니었다면 소멸시켰을지도 모릅니다.”
“…….”
장일은 그의 투정이 뭔지 몰라도 어마어마하게 무시무시한 의미가 담긴 것임을 짐작했다.
그렇게 잠시 투덜거리던 기괴한 존재는 참으로 기특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분의 핏줄이란 것만으로도 이리도 나를 놀라게 하는군요. 이곳 신이라 칭하는 것들도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장일이 느려진 세상에서 홀로 제대로 움직였던 것을 말하는 모양인데, 그게 사실은 이런 기괴한 존재조차도 놀라게 하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기괴한 존재에게 기가 눌린 장일은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기괴한 존재는 미소를 크게 지어 보이더니 본격적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음. 이미 이름 따위는 초월한 지 오래이지만, 그래도 통성명이라는 것을 해야겠지요. 저는 과거…… 마카라고 불렸던 존재입니다. 모든 우주의 절반의 근원인 그분을 모시는 종이기도 합니다. 제가 당신을 찾아온 것은 당신의 조상 중 하나가 그분의 흔적을 이었기 때문입니다.”
“…….”
장일은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잘 이해가 되었기에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는 침을 꼴깍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 그분이 저의 조상이란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
마카라는 이 놀라운 존재가 종을 자처하는 존재가 자신의 조상이라 하자, 장일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장일은 스승에게 선택받기 전 언제 사라질지 모르던 사람 취급을 받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놀라는 그를 보며 마카가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로써 당신 또한 그분의 후계자가 될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지요.”
“……그,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장일은 그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장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니 마카의 말은 장일의 이해의 범주를 한참이나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법칙에 간섭해 별 하나를 통째로 옭아매는 존재. 마카가 그런 장일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이해한다는 듯 낭랑히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당연히 지금 상태로는 어림도 없지요. 하지만 후계자 후보는 그분께서 지닌 수많은 권능 중 하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권능을 잘 개화한다면야 지금의 존재와는 많이 달라지겠지요.”
“……권능?”
난데없이 권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장일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마카는 장일의 모습에 헛웃음을 흘리더니 손을 가볍게 허공에 저었다.
-화아아앗!
이후 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네모난 상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이 안에는 그분의 권능이 담긴 수많은 구슬이 있습니다. 영광스럽게도 그대는 그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하찮아 보이는 것조차도 너무도 큰 영광일 것이니, 그대는 어쩌면 그로 인해 지금의 상황에서 구원될지도 모릅니다.”
“!!”
장일은 현실감 없는 권능 따위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안에 있다는 말이 크게 다가왔다.
-스윽. 툭.
장일은 마카의 눈치를 보다 그가 눈웃음을 보이자 그제야 서둘러 하얀빛의 상자 속에 손을 넣었다.
그는 손을 넣기 무섭게 빼내었는데, 어느새 그의 손에는 백금빛을 띤 구슬 하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