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4
분신으로 절대무신 164화
본신이 지난 2년을 천검문에서 자신의 연을 맺는 데 집중했다면, 전장으로 길을 나선 장일의 분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방식은 달랐다.
“절정? 절정이라고!”
장일은 병력의 배치를 위해 머물렀던 도시에서 자신의 실력의 일부를 뽐내었다.
절정에 이른 검객의 위엄을 드러낸 것이다.
당연히도 그의 등장에 난리가 났다.
독고강호가 가능한 절정의 경지는 강호에서도 쉬이 보기 힘든 경지였고, 그만큼 이들의 자존심은 대단했다.
가문이 군문에 있지 않은 이상 군문에 뛰어드는 강호인은 없었다.
물론 난세가 시작되고 혼란이 찾아온다면 그 구분이 사라지면서 의미가 없어지게 되지만 지금은 보기 드문 평화로운 시기가 아니던가?
수십 년 만에 이 정도 규모의 국가 전쟁이 벌어진다는 점만 보아도 이는 알 수 있는 일이다.
여하튼 그런 시기인 만큼 뛰어난 무인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자연 소모품으로 데려온 병사 가운데에서 고수의 등장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대의 실력을 알아보러 왔네.”
자연 지휘부에서 그에 호기심을 보였고, 이 중 일 군을 책임지는 장군이 그를 찾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운이 좋았다는 표정이 가득했는데, 이는 자칫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인재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라서다.
“장일이라고 합니다.”
“칼은 그것으로 되겠는가? 원한다면 내 검 중 하나를 빌려주겠네.”
“괜찮습니다.”
“하기야 생사의 승부를 가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니.”
장군은 그리 고개를 끄덕이며 장일과 함께 연무장으로 향했다. 장일은 앞서가는 장군을 보며 입가에 번져오는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설마 스승님을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그랬다.
장일을 자신의 군으로 데려오기 위해 찾은 이는 다름 아닌 장일의 첫 번째 스승인 오문이었다.
본래의 역사에서는 천검문의 마지막 제자로 전검을 얻기 위해 전장에 뛰어들었다, 내상을 입고 허무한 마지막을 하게 된 인물이다.
하지만 장일이 손을 댄 천검문이 가문으로서 대를 유지하다시피 하면서, 오문은 천검문과 연을 맺지 못했다.
대신 나름의 중견문파와 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군문과 합이 맞은 그는 일찍이 군문에 뛰어들어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군에서 오문을 만나게 될 것을 짐작하던 장일이었지만, 이처럼 일찍 만날 줄 몰랐던 터라 그는 지금의 상황이 즐겁기만 했다.
궁금증에 몰려든 군중들과 함께 어느새 연무장에 도착한 그들은 이내 자리를 잡았다.
-스르릉.
제대로 날도 서 있지 않은 보급형 칼을 뽑아내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장일에게서 풍기는 기도가 달라졌다.
“으음!”
오문은 장일에게서 흘러나오는 기도에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달리 기운을 일으키거나 한 것도 아니건만, 검과 사람이 구분이 사라지는 듯하니 이것만으로도 그가 자신의 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오문 또한 백전노장답게 그와 같은 기도에도 그는 칼을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탁!
선수는 오문이었다.
본래라면 시험을 받을 이가 해야 하는 게 맞지만, 이미 그의 기량이 자신을 넘어선 것을 인정한 오문이 먼저 선수를 행한 것이다.
-차자자자작!
그렇게 펼쳐진 오문의 검은 확실히 강호인들과는 그 질이 달랐다.
한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쌓은 검답게 대단히 실리적인 검이었던 것으로, 그만큼 그 안에 깃든 살기도 대단했다.
웬만한 무인은 그 살기를 접한 것만으로도 그 기세가 크게 꺾여 나갔을 것이다.
-후우웅!
그러나 그를 상대하는 장일의 검은 그러한 오문의 검을 마치 어린아이의 검짓 따위로 격하시켜 버렸다.
무슨 말인고 하면 오문의 검에 깃든 살기와 기세가 장일의 검과 부딪히기 무섭게 하잘것없이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으윽!
기세와 살기가 사라진 검은 목적지를 잃은 배와 같았고, 당연히 그 결과는 참담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아마 실전이었다면 그 한 번으로 오문의 목은 날아갔을 것이다.
“다시 한번 부탁하겠네.”
“그러십시오.”
오문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이다 이내 다시 검을 들었고, 그렇게 펼쳐진 검은 좀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가 펼칠 수 있는 기량이 담긴 검식이 펼쳐진 것으로, 그 기세와 살기는 좀 전의 검에 비해 몇 배는 더 크고 날카로웠다.
-후우우웅!
그러나 새가 날갯짓이 크다고 한들 바람을 거스를 수 없듯이 이번에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장일의 검은 그를 집어삼킬 듯 펼쳐든 오문의 검을 향해 가볍게 찔렀을 뿐이었으나, 그것으로 오문의 검에 깃든 모든 기세와 힘은 거짓말처럼 지워져 버렸다.
흔들리는 오문의 검이 나풀대는 것을 바라보던 장일은 담담한 태도로 한 걸음 물러 검을 접어 들었다.
“그건…… 그건 무슨 검법인가?”
“태극혜검이라고 합니다.”
“태극? 설마 도문의 사람이었는가?”
“그렇습니다.”
긍정하는 장일에 그제야 오문은 이해가 되었다는 얼굴이었다.
속세에서 벗어나 오직 수련에 전념을 다 하는 도문의 사람들은 강호인들 사이에서도 격을 달리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오백 년 전 나타난 장 진인이라는 이에 의해 생겨난 사대 도문만 보아도 이는 알 수 있다.
이들은 각기 전성기 때 대불사와를 넘보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장일이 그들의 한 자락을 이은 전인이라면 지금의 검은 이해 못 할 것은 아니었다.
“그저 금덩어리인 줄 알았건만, 도가의 보물일 줄이야!”
도문의 사람이 군문에 발을 들이는 경우는 정말 없다시피 했다. 세상이 난세에 이르러도 달리 자경단으로 세를 일으켜 천하를 위해 뛰어드는 게 보통이었으니 말이다.
“자네를 천인장으로 임명하겠네. 마음 같아서야 수석 천인장으로 올리고 싶지만, 지금 나로서는 그게 한계로군.”
훈련병에서 천인장으로 신분을 상승시켰음에도 오문은 그저 미안하다는 태도였는데, 그럴 만도 했다.
장일이 보여준 실력이라면 최소 수석 천인장의 자리를 주어야 겨우 납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줄만 있다면 단번에 만인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고금제일인을 넘어 이미 별의 존재마저 뛰어넘어 버린 무신이던 장일에게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장일은 별다른 불만 없이 오문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장일은 본격적으로 전쟁으로 뛰어들었다.
장일의 고국인 강나라가 상대하는 이나라는 본 역사보다도 더 강대한 국가였다.
이는 장일이 본 역사에서는 존재치 않았던 화산파를 비롯해 청성, 공동, 종남 사대도문을 만들면서 생긴 파장이었다.
화산파와 종남파가 이나라에 위치해 있던 것으로, 이들의 속가제자들 중 일부가 군문에 흘러 들어가면서 그 군의 기세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마 혈교의 수작에 분열되지 않았다면 강나라는 이나라를 제대로 상대하지도 못하고 완전히 밀려져 버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나라는 방어에만 급급해하다 몇 번이고 전선이 밀려들었고, 이 때문에 강나라 왕실에서는 총력전으로 전력을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오문이 이끄는 군은 그런 전장에서도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곳으로 배치되었다.
사지로 끌려간 셈인데, 이는 강직한 성정을 지닌 오문의 내부의 적들이 벌인 짓이었다. 이러한 행태를 중립파에서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반대는 하지는 않았는데 그만큼 상황이 급하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문과 같은 뛰어난 장수가 나서야만 겨우 밀리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대신 오문의 직급은 전장군(前將軍)으로 높여졌고 그 지원도 크게 늘린 터라, 오문은 이곳에 배치된 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과연 최전방을 안방처럼 뛰어다녔던 백전노장답게 오문은 어지러운 군문을 빠르게 손에 쥐었다.
그가 직접 키운 정예병들과 시기적절한 전술들로 기세 좋게 밀려오는 적들을 막는 것을 넘어 반격에 성공한 것이다.
-으아아악!
-괴, 괴물이다! 도대체 저자는!
그것도 적들이 한동안 도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주는 데 성공했는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다름 아닌 장일의 활약이 컸다.
단기로 적지를 뛰어든 것도 모자라 적장들의 머리를 수차례 베어내니 적들의 진열이 붕괴되지 않을 수 업는 일이었다.
결국 천인장이 그의 손 아래 다섯이나 죽어 나갔을 쯤에야 적들의 진열은 완전히 붕괴되어 후퇴만을 외쳐야 했다.
그러나 물러가는 적들을 오문은 추격하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지 못한 장일이라는 놀라운 장수와 병력에 놀란 것일 뿐, 여전히 전력의 차는 비교할 수 없이 컸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최소한의 조건은 충족할 수 있겠군.”
오문은 이번 승리를 통해 그간의 수많은 패배 의식으로 망가진 병력의 정신을 무장하여 새로이 전선을 바로잡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게 2년이 지났고, 그사이 이나라와의 전쟁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2년 전 방어조차도 변변치 못했던 강나라가 오히려 이나라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이 믿기지 않는 상황은 1년 전 무산대전에서 시작되었다.
오문은 무산이라는 지형을 이용하여 4만의 이나라의 병력을 몰살시키면서 치열했던 전장의 승리자가 된 것이다.
보기 드문 큰 승리에도 오문은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기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 못지않았던 험난했던 전장으로 뛰어들었고, 그렇게 조금씩 전장의 기세는 강나라 쪽으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오문은 무려 3번을 더 전쟁에서 승리했고, 이에 강나라에서는 마침내 그 공을 인정하여 그에게 상장군의 직위를 내렸다.
겨우 2년 만에 두 번이나 직급이 올라 강나라 최고의 장군이 된 것이다.
“이 모든 게 자네 덕분이네. 그대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일세.”
난세에 탄생된 용이라며 강나라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오문이었지만, 정작 그가 보는 진정한 영웅은 따로 있었다.
바로 2년 전 천운 속에서 건진 도문의 보물 장일이 그 주인공으로, 그의 계책들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던 것은 바로 장일의 놀라운 무위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일은 그 높은 공과 별개로 그 명성이 크게 높지 않았는데, 이는 장일이 원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의 존재를 이나라로부터 감추기 위해서다.
전세가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이나라는 지금의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정도의 군세가 있는 곳이었다.
그런 이나라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숨겨진 칼이 필요했고, 장일은 그 조건을 충족한 보검이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나라는 장일을 상대하기 위해 여러 수를 내놓았을 게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오문도 이나라도 그를 알지 못했다.
덕분에 장일은 여전히 수석 천인장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지만, 실제 신분은 달랐다.
상장군인 그가 독단적으로 내려 줄 수 있는 수석 만인장의 위치에 올려 든 것으로, 이는 전장군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신분이었다.
아마 이나라와의 전쟁이 끝이 난다면 장일은 자신의 신분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간의 공들을 인정받아 전장군으로서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 반년이 흘렀을 때쯤.
전쟁은 거짓말처럼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나라가 이나라의 군세를 압도하는 승리를 이루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나라 왕실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이나라의 전쟁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이 되면서다.
결국 이나라는 굴욕적인 종전 협상을 내밀어야 했는데, 강대한 이나라를 상대하느라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나빠져 가던 강나라로서는 그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