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5
분신으로 절대무신 165화
종전 협상은 그 이야기가 나온 지 석 달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이번 전쟁으로서 천하의 명장으로 이름을 올린 오문이 그 협상을 주도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강나라 왕실에서 찔러 보듯이 했던 조건들을 모두 이나라에서 수락한 것이다.
그러나 왕은 물론 내전의 신하들까지 경악게 했던 이 성공적인 협상의 뒤에는 장일이 있었다.
“시간을 끄십시오.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급한 것은 우리가 아니다?”
“그렇습니다. 저들이 당장이라도 다시 군세를 이끌고 전쟁을 할 모양새를 보이지만, 이는 허세에 불과합니다.”
“어째서인가?”
“지금 저들의 머리는 하나가 아닙니다.”
“설마! 왕실에 내란이 있다고 본 것인가?”
“그렇습니다. 아마 이 전쟁도 그런 목적으로서 일어난 것일 터입니다.”
“흐음!”
오문은 장일의 말이 그럴듯하다고 여겨졌다.
확실히 이번 전쟁의 시작은 이나라의 말도 안 되는 트집에서 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장군에 올라서 본 전쟁은 그 전쟁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저들의 전력이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실제로 그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승기를 쌓아 올렸던 오문은 장일의 말에 신빙성을 느꼈다.
“좋네. 자네의 말대로 전략을 짜보지.”
그렇게 장일의 의견을 바탕으로 협상 전략을 짠 오문은 무려 세 달이라는 시간을 끌었고, 이에 이나라는 질려버렸다는 태도로 최악의 종전 협상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제야 강나라는 군의 해산을 이야기했다.
그간 협상이 길어지면서 불안해하던 병사들은 그제야 웃으며 전역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전 장군의 자리에 오르실 분이 전역이라니요!”
본 역사에 장일을 돕고 그의 의형이 되었던 장패는 이 역사에서는 장일의 믿음직한 수하가 된 상태였다.
의형을 수하로 두게 된 탓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리 대단치 않은 배경뿐인 의형을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 말고는 없었기에 장일은 그를 자신의 측근으로 두었다.
최전선에 뛰는 장수라면 장일에 대한 소문을 한 번쯤을 들은 본 바가 있었고, 하여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장수는 장일을 경악과 흠모의 눈길로 바라보는 게 수순이었다.
장패 또한 그러했다.
“소문이 오히려 축소된 바가 있구나. 악귀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저분은 전신(戰神)이시다!”
단순히 무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전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천신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눈에 꿰어보고 있었으며, 그로써 내보이는 전술은 나름 전술에 자신 있다고 하는 장패마저 몇 번이고 경악게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장패가 높이 받들어 모실 만하건만, 장일은 그 바쁜 시간의 일부를 떼 내어 그의 무공을 손봐주었다.
“자네 가문의 무공은 너무 실전에만 치우쳐 있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안에 담긴 무리가 단순하다는 것이지.”
“하하…….”
장일의 말에 장패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가 단순하다고 이야기하였지만 이는 대단히 교양 있게 돌려 말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그의 가문의 무공은 조잡한 수준이라는 것을 말했다.
“두 가지를 가르치겠네. 하나는 장가심법이고, 다른 하나는 장가도법이네.”
장가심법과 장가도법을 가르치겠다는 장일의 말에 장패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장 씨 성을 쓴 것에서 장일의 독문무공이라 잠시 오해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오해는 장일이 그에게 무공을 가르치면서 이내 풀어졌다.
도문의 제자로 알고 있는 장일이 내어준 것이라기에 장가심법은 너무도 세속적인 가르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장가도법은 장패가 다루는 가문의 도법을 바탕으로 만든 상승의 도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그는 잠시 자신이 오해를 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부끄러워했다.
어찌 되었든 세속에서는 심법이라 할만한 것을 다루는 이들이 없다시피 했기에, 심법은 가 자체로 대단한 보물이었다.
그렇기에 장패는 이를 전수받은 것에 대해 대단히 감격했으나, 그 무공의 가치를 안다면 단순히 감격하는 것으로는 끝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장가심법은 대성하면 반박귀진에 오를 수 있는 심법인 데다, 장가도법 또한 이류 도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세의 도법이기 때문이다.
아마 장패가 훗날 이 두 무공을 대성한다면 능히 도왕이라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장패는 이후 장일의 가르침에 따라 수련을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1년이 채 되지 않아 절정의 경지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러니 당연히 장패로서는 나이의 고하를 넘어 장일을 주군처럼 높이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
한데, 그처럼 받들어 모시던 장일이 군문에서 물러날 것이라 말하니 장패로서는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나이가 많거나 혹은 병이 들거나 한다면 또 모를 일이지만 장일은 그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나는 도문의 사람이네. 나라 사정이 어려워 보여 군문에 뛰어들기는 했으나,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장일의 말을 머리로는 이해 하나 가슴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장패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이다 어렵게 말을 이었다.
“상장군께는 말씀드렸습니까?”
“이미 허락을 받았네.”
“하아!”
작게나마 했던 기대가 무너져 버리자 장패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했다. 그런 의형이었던 장패를 바라보던 장일은 그의 등을 툭툭 치고는 말을 이었다.
“아예 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네. 고향에서 성주 자리를 얻게 되었으니 말이네.”
“에휴.”
성주 자리를 받았다는 장일의 말에 장패는 다시금 한숨을 흘렸다. 고향이 어딘지 알고 있는 그로서는 그 성주 자리가 변변찮은 성이라는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상장군께 자네를 크게 추천하였으니 앞으로 그분을 잘 부탁하네.”
“아휴. 저 또한 가문만 아니면 장군님을 따라가고 싶을 지경이건만. 참으로 답답합니다.”
“하하하.”
탐탁지 않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장패였지만 사실 그는 오문과 궁합이 잘 맞았다.
본 역사에서도 장일이 추천했다지만 오문과 장패는 사승의 관계를 가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올해 겨울이 지나야 귀향을 할 생각이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게나.”
“그래 보았자 넉 달도 안 남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그 시간이 짧다는 것에 아쉬워하는 장패를 뒤로한 채 장일은 천막을 나섰다.
어느새 뜬 보름달이 세상을 비추는 가운데 장일은 그 보름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본격적으로 본신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겠군.”
그런 그의 예상대로 본신은 지난 시간 동안 바쁜 여정을 보내고 있었다.
장일은 지난 일 년 동안 그야말로 천하를 넘나들 듯 움직였다.
저 멀리 해남을 찾아 대망을 죽이고 천산진인의 무공과 대망의 여의주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사왕의 장보도를 파훼하였으며, 이외 여러 혈교의 수작질을 무너뜨렸다.
그야말로 한 사람이 했다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인연들과 다시 엮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녀 일행과 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 중 성녀는 장일을 본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이틀이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고, 그렇게 정신을 차린 성녀는 장일을 마치 신을 대하듯 경건한 태도로 받들었다.
“세상의 주인께 인사를 드립니다.”
“…….”
세상의 주인이라는 말하는 성녀에 검마와 그 일행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눈길이었으나, 정작 그 예를 받은 장일은 그저 미소를 보일 뿐이다.
“그에게 말하게. 이제 자네를 비롯해 그대들의 인과는 끊어졌음을. 그대들은 자유네.”
“……알겠습니다.”
성녀는 장일의 말을 받들었고, 그런 성녀를 바라보다 이내 장일의 시선이 검마에게로 향했다.
-이번에는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마시게.
“네?”
머릿속으로 들리는 심어에 놀라는 검마에 장일은 말없이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다 곧 마지막 여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혈교의 중심에서 혈마를 통해 부활을 꿈꾸고 있는 어둠의 신 율이 있는 곳이었다.
* * *
[15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합니다.]북부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혈교의 본거지는 그야말로 시산혈해라는 말이 어울리는 참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산처럼 쌓인 시체 더미 사이에 십왕 중 다섯 왕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곳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을 일이다.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을 홀로 만들어낸 장일은 느긋한 태도로 이제 전의를 상실한 혈교의 신도들을 뒤로하며 혈왕이 있는 신당에 다가섰다.
아직 본래 역사의 혈마가 부활하기에는 시간도 제물도 많이 부족한 시점이라, 이 난리가 났음에도 혈마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느긋하게 부활의 시기를 기다릴 수 없는 일이지.”
본신인 장일이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시스템을 열어 현실 조작에 손을 대어 혈마의 부활을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물론 분신으로 저 신당 안에 있는 혈마를 죽이는 거는 쉬운 일이지만, 그러면 어둠의 신 율을 멸할 수 없었다.
대리자로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혈마의 강신이 이루어져야 했고, 장일은 그 시간을 당기고자 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쿠르르릉!
곧 15카르마 포인트를 사용하자 이내 어둠의 신 율이 혈마에게 강신했다.
“요란하기도 하군.”
확실히 카르마 포인트라는 강력한 힘이 영향을 끼쳐서인지, 부활한 혈마는 본 역사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보았자 천마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고, 그런 천마마저 이제 초월한 장일에게는 혈마는 그리 대수로운 존재가 아니었다.
-퍼어어엉!
과연 어둠의 신이 혈마에게 강신하기 무섭게 그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눈을 굴리더니 이내 몸이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일대에 널린 시산혈해와 같은 꼴이었는데, 마치 장일에게 있어 이제 혈마는 겨우 그와 같은 존재밖에 되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후. 별것 아닌 놈 때문에 정말 귀찮았구나.”
그리 투덜거리던 장일과 달리 자신의 신이 저처럼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몰랐던 혈교의 신도들은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대들도 본 역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신을 차리겠지.”
잠시 두려움과 혼란에 빠진 신도들을 바라보던 장일은 이내 허공에 녹아들 듯 모습을 감추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장일은 고루성의 성주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으며, 노랑과 혼인을 맺기도 했다.
장일에 의해 새로이 태어난 천검문은 번창하였는데, 그는 조한과 문호 이외에도 여러 제자들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딸이 태어나기도 했는데, 별의 운명을 조작한 덕분인지 그 딸의 모습은 그가 알고 있던 딸과 같았다.
어느새 그의 나이가 이립에 이르렀고, 이때쯤에서야 장일은 그간 맺었던 이 시대의 모든 연과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기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일은 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정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후보자가 그린 별의 운명이 모두 적용되었습니다.] [이제 후보자는 후계자 전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후보자는 1년에 한 번은 후계자 전쟁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후계자 전쟁은 공격과 방어를 선택할 수 있으며, 공격을 선택할 시 성공에 대한 혜택이 추가됩니다.] [전쟁에 입장하시겠습니까?]“물론. 입장하겠다.”
장일은 망설임 없이 그리 말하고는 이내 공격을 선택했다.
다른 세상에 가는 것보다 자신의 세상에서 방어를 하는 것이 크게 유리한 일이었음에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전쟁에 뛰어든 이유부터가 이 세상을 지키고 싶어서였기 때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쿠르르릉!
곧 장일의 귀에서만 들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별의 시간이 멈추었고, 그 시간이 완전히 멈추었을 때 장일은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