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6
분신으로 절대무신 166화
51장. 침공(侵攻)
침공한 차원은 장삼풍 때와 달리 말 그대로 별세계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말 없는 마차들이 거대한 대로 위를 달렸으며, 그 양옆에는 산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건축물들이 거짓말처럼 즐비했다.
어디 그뿐일까? 귀족들이나 입을 법한 고급 천을 아무렇지 않게 걸친 이들이 살이 통통 오른 모습으로 저마다 자유롭게 길가를 오가고 있었다.
이외에도 하늘을 나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와 작은 유리 안에서 떠들어대는 영상들은 과연 가능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일게 했다.
“터무니없는 문명이로군.”
고차원의 문명을 마주한 나는 걱정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격이 다른 문명에서 성장한 후보자라면 그 지닌 힘이 나의 예상을 초월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침공이 시작됩니다.] [후보자는 침공을 한 후보자를 죽이거나 혹은 그로부터 패배의 약조를 받아 내십시오.] [침공의 시일이 길어질수록 침공한 후보자는 후보자의 정보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하암. 벌써 10년이 지났나?”
떠오른 시스템의 정보창을 보며 박시영은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흘려댔다.
후보자의 침공이 시작되었다는 말에도 위기의식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했다.
그처럼 시영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얼굴과 옷에 묻은 과자와 빵 조각이나 기름진 얼굴만 보아도, 오랫동안 씻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디 그뿐일까?
그의 육신은 초인은 고사하고 일반인 기준으로도 위험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뚱뚱하다를 넘어 고위험 수준의 비만은 그의 얼굴의 윤곽마저 흐릿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후보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 이해가 안 될 정도의 모습.
그러나 그의 외모와 달리 그의 전적은 대단히 화려했다.
그는 후계자 후보로 인명 받은 지 겨우 20년도 채 되지 않아 후보자로 인정받는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다.
보통 한평생을 다 해도 이루지 못하는 게 후보자 조건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의 업적은 상식을 뒤흔들 정도다.
어디 그뿐일까?
놀랍게도 그는 이 전쟁을 12번이나 겪고도 살아남은 자였다.
이 중 침공한 후보자를 죽인 게 절반이나 되었으며, 남은 여섯 번은 협상을 통해 패배의 약조를 받아 냈다.
이만하면 무수한 후보자들 가운데에서도 중위에 이르렀다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시스템에서 그의 랭크를 높이 사 1년에 한 번 치러져야 하는 후계자 전쟁을 10년으로 미룰 수 있게 될 정도다.
그 지난 10년이 그를 이리 망가뜨린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처음부터 이와 같이 터무니없이 게으른 자였다.
그럼에도 그가 지금 같은 업적들을 소유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그의 권능이 너무도 터무니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무림계인가?”
후계자 전쟁에서 공격자는 확실히 방어자에 비해 많은 것이 불리했다.
그도 그럴 게 상대의 안마당에 들어온 만큼 시스템이 아니어도 자신에 대한 정보들을 간접적으로 방어하는 이에게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천성이 게을러 모두 방어하는 입장에 있었던 시영은 이제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상대의 정보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시스템이 알려주지 않음에도 상대가 인간이고 무림에 있던 자라는 것을 알아내었으며, 전쟁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된 뉴비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휴우.”
그 정보들을 알게 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뉴비라고 해서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12번의 전쟁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면 가장 상대하기 만만한 이는 역시나 인간 종족이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터무니없는 격을 지닌 초월종에 비한다면 인간은 그 한계가 명확해 권능의 잠재력은 온전히 끌어내지 못했다.
실제로 중위권 이상의 후보자들 중 인간체는 그 비율이 대단히 낮았다.
“이처럼 쉬어가는 때도 있어야지.”
이렇다 보니 시영은 느긋한 마음으로 이번 전쟁을 맞이할 수 있었다.
-부스럭부스럭.
그는 가까이에 있는 과자 봉지 하나를 새로 뜯어내며 흐릿한 눈빛으로 잠시 멈추었던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일단 간을 볼까?”
-우적우적.
과자를 한 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던 그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츠보미.”
-후우우웅!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십 대 중반의 귀여운 여고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웬만한 아이돌은 한참 내려다볼 여고생이 눈앞에서 나타났지만, 시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말했다.
“네가 간을 좀 봐야겠다. 죽일 수 있다면 죽이고.”
“에헤. 알겠습니다, 주인님!”
츠보미는 주인님이 자신에게 말을 건넨 것이 너무도 기쁜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보이더니, 이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모습을 감추었다.
“에에?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츠보미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광장을 방황하고 있었다.
주인인 시영으로부터 공유받은 기억에 의하면 분명 침공자는 이곳 부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흔적이라도 있어야 할 것인데, 어떻게 된 것인지 거짓말처럼 아무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은 둘째 치고. 보통 침공자는 침공을 하는 세상에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기에 크게 난동을 벌이게 마련이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자가 유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공자는 방어자에게 위치를 들키고 이에 불리한 입장에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그간 12번의 침공자들 모두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러했던 터라 츠보미는 지금의 상황이 그저 기이하다 느껴질 뿐이다.
“에잇. 어쩔 수 없지.”
한참을 방황하던 츠보미는 결국 관할 담당자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
가능하면 자신의 힘으로 명령을 수행하고 싶었던 츠보미로서는 자존심이 상한 일이지만, 자신의 자존심 따위는 주인의 명령을 이행하는 것에 비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곧 이 광장 일대에 있는 모든 CCTV를 살핀 끝에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밝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찾았다! 정말 피곤한 사람이네.”
수백 개의 CCTV 속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한 인물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복장이 워낙 특이했기 때문이다. 무림인답게 칼을 두 자루나 찬 그의 외형에 사람들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 바빴다.
하지만 침공자를 발견하여 기뻐하던 것도 잠시 그녀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 침공자가 공간이동마법을 쓴 것처럼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기 때문이다.
“주술을 다루는 걸까?”
마법과는 그 체계도 다른 주술을 상대해 본 경험이 적었던 츠보미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하며 이 나라의 고위 관할 담당자를 불러들였다.
그나마 침공자의 외형을 알게 되었던바, 이제 그 정보를 바탕으로 침공자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금방이라도 침공자와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녀가 그를 만나게 된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였다.
유서 깊은 세계 최고의 대학 프랭 대학에는 여러 명물이 있지만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은 다름 아닌 도서관이었다.
바로 세계 최고의 대학답게 그 도서관의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매년 쏟아지는 학술지와 최신 논문들이 이곳에 보관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는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정보들이 개방되어 있다는 것에 있다.
물론 프랭 대학과 관련된 종사자들에게만 모두 공개가 된 터라, 외부인들은 사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그런 프랭 도서관에 최근 살다시피 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요한 장이라는 이로, 흥미롭게도 그는 이곳 프랭 대학의 청소부다.
프랭 대학과 관련된 종사자라는 점에서 그 또한 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그 거대한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프랭 도서관의 몇 안 되는 청소부 중 하나이기도 했는데, 이는 그가 자처하여 온 것이었다.
사람이 뜸한 이른 새벽과 늦은 밤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은 대단히 고되었으나, 오히려 요한 장은 이를 반겼다.
그만큼 일하는 시간이 짧아 학문을 즐기는데 최적화된 곳이라서다.
-사라라락!
요한 장은 마치 책 사이에 무언가를 찾기라도 하듯 빠르게 책장을 넘겼다. 넘어가는 종이에서 이는 바람들에 앞머리가 크게 흔들릴 정도인 것이 누가 보아도 책의 내용을 보는 것이라 여기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럼에도 요한 장은 간혹 종종 탄성을 흘렸는데, 마치 그 책을 살펴보는 듯한 모습이다.
“구음을 이렇게 세세하게 다루는 학문이 있다니.”
전자기력의 책자를 살펴보던 요한 장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조차도 여전히 미지의 세계인 것이 구음이었다. 그러한 구음의 이치를 이처럼 풀어낸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한 구음을 과학이라는 놀라운 이름 아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알면 알수록 감탄이 나오는 세상이라, 요한 장은 서둘러 이에 관련된 논문들과 학술지들을 찾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책상에서 느긋하게 고찰을 하며 살필 내용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난데없이 훼방꾼이 나타났다.
“이익!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나타난 훼방꾼은 양 갈래 머리가 잘 어울리는 어린 소녀였다.
세계 최고의 대학답게 프랭 대학에는 어린 나이의 천재들이 많았지만, 요한 장은 소녀가 그런 이와는 거리가 먼 자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너는 인간이 아니구나? 이곳의 후보자가 보낸 존재인가?”
“…….”
자신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맞힌 후계자에 양갈 머리의 소녀 츠보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당혹스러워하는 츠보미의 모습은 색다른 매력이 있었으나, 요한 장, 아니, 장일은 무심한 눈길로 말했다.
“조만간 찾아갈 것이니, 재촉하지 말라고 주인에게 이르거라.”
“뭐? 누구 마음대로…….”
-우우웅!
그녀는 주인을 찾아갈 거라는 장일에 자신의 힘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십 년 전 대격변 이후 이 세계는 수많은 이들이 능력자로 각성했고, 이들 중 S급 이상의 능력자들은 고작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츠보미는 그러한 S급을 넘어 S+급의 능력자였고, 그만큼 그 힘의 영향은 무시무시했다.
-덜커덩덜커덩!
그들이 있는 도서관 일부가 뒤흔들리기 시작한 것인데, 이에 장일은 서둘러 손을 휘저었다.
마치 날파리를 쫓아내듯 휘젓는 그 손길 끝에 이루어진 결과는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
일대에 영향을 끼치던 츠보미의 힘이 한순간 지워져 버렸기 때문이다.
“어…… 어떻게?”
이에 츠보미는 경악 어린 눈빛으로 장일을 바라보아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장일이 행한 일은 그녀의 힘을 단순히 제압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길을 끊어버린 것으로, 이 때문에 그녀는 속에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힘을 드러낼 수 없게 되었다.
“가거라.”
“……다, 다음에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면 츠보미는 여느 십 대 소녀와 같은 터라,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와 같은 경고를 남기며 도망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일은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전자기력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