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167
분신으로 절대무신 167화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자는 무림계인 걸로 아는데?”
시영은 오체투지를 한 츠보미를 바라보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가 아는 바로는 무공으로는 당연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으며, 주술에서도 이런 일을 행할 수 없었다.
그가 이처럼 단언한 것에는 장일 이전에 마주친 무림계 후보자 두 명이 각기 그 영역에서 정점을 찍었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천존이라 칭하던 무공의 끝에 이르렀던 무림계 후보자는 대단한 무위를 자였다.
백 개가 넘는 각기 다른 무기들을 한 번에 다루었는데, 그렇게 백 개의 무기가 동시에 펼쳐질 때면 산 하나가 지워져 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그 천존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웠던 이는 7번째 침공자였던 요화선인이라는 자였다.
사내도 여인도 아닌 그러나 그렇기에 차원을 달리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던 그는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의 손짓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끌어당겼으며, 그의 목소리는 이들의 영혼마저 가져가 버렸다.
놀라운 것은 그것이 그가 다루는 주술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에 있다.
주술이 다 그렇듯 그는 후천지기를 다루었는데, 놀랍게도 그 후천지기가 극에 이르자 선천지기를 잡아먹기에 이르렀다.
이는 가짜가 진짜가 되고 진짜가 가짜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진실과 거짓은 그의 뜻 아래 놓여 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랬다.
그는 역천의 힘을 손에 넣은 것이다.
그가 그린 그림에서 일어난 요괴들은 전설 속의 신수들을 보는 듯했는데, 당연히 츠보미급이 아니고서는 이를 상대하기도 벅찼다.
이외에도 요화선인은 마법보다 더 마법 같고 초능력보다 더 기괴하기 그지없는 힘을 발휘해 보였다.
하지만 그런 요화선인도 지금의 츠보미와 같은 꼴을 만들지 못했다.
이는 츠보미를 소멸시켰다 새로이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코 과한 해석이 아닌 것이, 츠보미에게 벌어진 일은 존재의 근원을 바꾸는 꼴이라고 보아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팔다리 같은 구조가 달라졌다는 말이 아닌, DNA 구조보다 더 아래에서부터 바뀐 것이라 시영이 보기에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츠보미는 그가 알고 있던 츠보미가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권능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이, 여전히 이 아이는 나의 권속 아래에 놓여 있으니.”
수많은 상식을 초월하며 지금의 위치에 올라왔던 그였다.
그런 그조차도 지금 벌어진 일은 이해하기 불가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시영의 눈에는 빛이 일어나고 있었다.
처음 침공에서 마주쳤던 무타라는 초월종을 봤을 때 느꼈던 흥미를 오랜만에 느끼고 있던 것이다.
-툭
시영은 그때까지도 내려놓지 않고 있던 게임 패드를 그제야 놓아두고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황제.”
-후우우웅!
과거 츠보미가 나타났을 때처럼 새로운 인물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으윽.”
그의 등장에 츠보미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태도를 보였다. 비록 그 회로의 구조가 변형되어 힘을 쓰지 못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초인으로서의 격을 지닌 자였다.
그런 그녀가 이처럼 움츠렸을 만큼 등장한 황제라는 인물이 풍기는 격은 압도적이었다.
압도적인 것은 그 격만이 아니었다.
그 외형에서도 츠보미와는 아예 격을 달리했다.
2M를 넘는 무서울 정도로 잘 단련된 육체 위에 호화롭다는 말로도 부족한 전설 급 무구들이 장착된 그의 모습은 과히 황제라는 칭호가 더없이 어울렸다.
“무슨 일이지?”
그만큼 격이 높은 존재라서일까?
황제는 츠보미처럼 그를 주인으로 모시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시영을 혐오하는 모습마저 드러냈는데, 그런 그의 모습에도 시영은 따분하다는 낯빛으로 손을 저었다.
이에 움츠러들던 츠보미가 모습을 감추었고, 동시에 황제의 눈에 다채로운 빛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이는 그간 츠보미가 보고 겪었던 경험을 공유받으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를 죽이면 되는가?”
“가능하다면 그래 주면 좋겠군.”
“흥!”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뜻을 풍기는 시영에 황제는 코웃음을 쳤다.
비록 지금은 시영이 다루는 피조물 중 하나가 되었다지만, 한때 그는 이 세상을 삼키기 직전까지 다가간 절대자였다.
그랬던 그가 원하던, 원치 않던 시영으로부터 버프까지 받고 있었으니, 실상 신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힘을 지녔다 할 수 있겠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하면 좋겠는데.”
“흥!”
흥미도 좋지만 그보다 게으름을 피는 것이 더 좋은 시영은 그와 같은 명을 내렸으나, 황제는 그저 다시금 코웃음을 칠 뿐 달리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후웅!
그렇게 황제가 모습을 감추자 시영은 잠시 볼을 긁적이다 이내 내려놓았던 게임 패드를 집어 들었다.
멈추었던 게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는 과거에도 그랬듯 무료한 얼굴로 게임에 빠져들었다.
* * *
[20일이 지났습니다.] [상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갱신됩니다.]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 현시대의 전자기학의 학문 수준을 통달하다 못해 백 년이 지난 뒤의 수준까지 이르렀던 장일이었다.
단순히 학문의 수준만 그런 것이고, 그가 직접 구음을 다룬다면 천 년이 지나도 결코 닿지 못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장일은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을 비롯해 이 시대의 과학에 찬사하며 흠뻑 빠져들었다.
아마 시스템의 알림이 아니었다면 그는 오늘도 한없이 그 지식을 탐구하는 데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열흘 전부터 5일 간격으로 새롭게 상대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갱신되고 있는 시스템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기에 그는 아쉬움 속에서 책을 내려놓아야 했다.
“흐음!”
시스템 알림을 통해 살펴본 상대 후보자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살핀 장일은 짧게 탄성을 흘려야 했다.
“이거 엄청난 자로군. 무려 12번이나 침공을 막았단 말인가?”
그 말은 적어도 그가 다루는 권능이 12개 이상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생각보다 거물을 상대하게 된 것이었으나, 장일은 그럼에도 이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뒤에 이어진 상대 후보자의 정보에서 그의 성향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타고난 게으름만으로도 모자라 나태(懶怠)가 권능의 발현 조건이 되었다라…….”
말하자면 권능을 발휘하면 발휘할수록 그의 게으름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후보자로서 인정받게 된 만큼 그 권능의 발현 조건도 완화되거나 혹은 없어졌겠지만, 그 정도의 게으름은 쉬이 떨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습관 혹은 버릇은 각인과도 같았고, 그를 극복한다는 것은 상당한 공을 들여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공을 들여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데, 장일이 지금의 정보를 바탕으로 보기에 그는 그런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한 세계의 절대자였고, 더불어 12번의 침공을 막아낸 후보자가 아니던가?
“확실하지 않지만 그의 전능과도 같은 힘이 역설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군.”
거기까지 이르자 장일은 더는 그에 대해 흥미를 잃었다.
-사락사락
이내 그는 다시 잠시 내려놓았던 학술지로 시선을 옮겼고, 그렇게 책장 넘기는 소리만이 이따금씩 고요함을 흐트러뜨렸다.
* * *
“……젠장!”
무시하고 싶었으나 끝내 무시할 수 없었던 시영의 명령에 의해 황제는 보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돌고 돌다 프랭 대학에 도착했다.
그나마도 그가 황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격을 지녔기에 이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지, 츠보미 같은 피조물이었다면 몇 달은 소비했을 게 분명했다.
그는 자신을 얽매이는 이 기괴한 권능에 이를 갈다, 그 울분을 풀기라도 하겠다는 듯 프랭 대학의 한 가운데에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쿠우우웅!
-퍼버버벙!
그로 인해 생긴 파장은 엄청났다.
마치 유성이라도 떨어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실제로 반경 수백 미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생겼다.
-쿠르르릉!
당연히 도시 하나를 연상케 했던 거대한 프랭 대학 전체가 그 피해를 보았는데, 다만 부서진 나무나 바위 등을 제외한 건물들의 경우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능력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보니 새로운 물질에 대한 발견 등이 많을 수밖에 없는 데다, 무엇보다 빌런이라는 골칫덩이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서라도 튼튼하게 지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 힘의 파장이 엄청나다 보니 가까이 있던 몇몇 건물들은 완전히 박살이 나기도 했다.
-으아아악!
-비, 빌런이다. 그것도 슈퍼 빌런이야!
-빨리 구급차 좀 불러!
당연히 수백 명의 사상자들이 생겨났고, 이에 의해 생긴 혼란은 어마어마했다.
-삐우우우웅!
프랭 대학은 경고 신호음과 함께 빌런의 등장에 대한 방호 시스템을 발동했다.
최고의 대학답게 만들어진 방호 시스템은 슈퍼 빌런이라는 S급의 빌런이라고 해도 뚫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에게 있어 이런 시스템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SSS급을 앞두었던 자였고, 시영의 피조물이 되면서 완전히 SSS급으로 올라섰다.
-콰가가강!
그런 그에게 있어 방호 시스템은 그저 조금 단단한 장난감 따위에 불과했고, 실제로 그의 가벼운 손짓을 이기지 못해 무서운 속도로 해체되고 있었다.
-치이이익!
어느새 그의 발길은 프랭 도서관 앞까지 다가섰고, 거기까지 다다른 그의 오른손에 빛이 일그러지듯 일어났다.
그 빛 안에는 탄도미사일 급의 위력이 담겨 있었고, 당연히 이 정도의 도서관은 해체 수준으로 박살을 내는 게 가능했다.
-후우웅!
그렇게 끌어모은 빛이 최고조에 이르기 무섭게 그는 펼쳤고, 동시에 빛이 퍼져 나오듯 거대한 열기가 순식간에 도서관 일대를 집어삼켰다.
-…….
그렇게 당장이라도 일대가 통째로 날아갈 듯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가 펼친 힘이 어느 순간의 시점에서 사라져 버리면서 생긴 일이었다.
“……!!!”
그것은 모든 물리법칙을 뒤엎어버리는 일이었기에 철혈의 심장을 가진 황제조차도 놀라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일었다.
“분명 경고를 했건만, 말귀를 못 알아들은 것인가?”
목소리의 주인은 야광 띠를 착용한 청소부였다. 청소를 하다가 급히 온 것인지 그의 손에는 빗자루가 들려 있었는데,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황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황제의 혼란을 알지 못하는 듯 청소부의 모습을 한 장일은 나지막히 혀를 찼다.
“쯧. 그래도 이번에는 혈마급을 보낸 것을 보니 나름 신경이 쓰인 건가?”
그러며 혼잣말을 해대는 장일의 모습에 황제의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감히 본좌를 무시하는 건가!”
-그르르릉!
그의 일갈과 함께 어느새 그의 등에 매여 있던 거대한 용 장식을 한 대도가 장일을 향해 뻗어졌다.
마치 공간을 찢어버리기라도 하듯, 그 힘의 위압감은 좀 전 빛 구체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단번에 장일은 물론 도서관과 그 주변 일대까지 지워 버릴 듯했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덜덜덜
거짓말처럼 장일을 베기 직전 그 모든 힘이 한순간 지워져 버리더니 어느새 그의 칼끝은 장일의 손가락에 의해 막혀 나아가지 못하는 꼴이 되었다.
“자네도 인간이 아니었군…….”
-쿠웅!
장일의 그 말과 함께 황제는 패대기쳐진 개구리인 양 무너져 버렸다.
“끄으윽!”
얼굴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채 간간이 신음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가 이 같은 꼴이 된 것은 다름 아닌 과거 츠보미가 그랬던 것처럼 황제 또한 그 흐름이 끊긴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황제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전설 급 무구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고, 하여 그는 그 무구들에 짓눌려 버린 꼴이 된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전하시게. 조만간 찾아가겠다고.”
“끄르륵.”
장일은 그 말을 끝으로 온몸을 떨어대며 뭉개진 황제를 뒤로 한 채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