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58
분신으로 절대무신 58화
하지만 진족의 저항은 그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 않을 그들의 습성을 알았다면 혈교는 강압적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유화책을 내밀었을 것이다.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모든 게 부족한 부족들에게 그들이 내미는 재물은 이들의 호감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를 몰랐던 것이 화근이었고, 이로써 닷새가 지났다.
그 시간이면 대호 연합 쪽에서 움직일 확률은 없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쪽부터 정리를 해야겠다. 화왕께 나는 이 일을 정리하겠다고 말씀드리거라.”
“알겠습니다.”
그 말에 백기의 무인은 움찔한 모습을 보이다 서둘러 몸을 물렸다.
화왕의 성정이 눈앞의 무기의 무인보다 더하다는 것을 아는 그로서는 서둘러 이를 전해야 했다.
그것이 그나마 자신에게 오는 질책을 줄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서다.
-피이이잉!
곧 그가 떠난 지형에서 효시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생각보다 늦었군.”
멀리서 효시의 울음소리를 들은 장일은 눈을 빛냈다.
이 점을 보아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다.
현재 이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성정이 급하다는 점과 아직 성녀가 그들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장일을 기껍게 하였다.
특히나 우두머리의 성정이 급하다는 것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이들의 움직임이 목적으로만 치우쳤다는 말이니 이는 그들의 경계가 허술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직 기습의 묘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장일은 효시의 소리를 통해 대략적인 거리를 측정하고는, 이후 그를 바탕으로 몰려들 적들의 움직임을 지도에 그려보았다.
적들이 모여들 장소 아홉 곳을 찍었고, 이 중 불확실한 것을 쳐냈다.
그러자 네 곳이 남았는데, 장일은 그중에서도 가장 피해를 높이 줄 곳 하나를 찍었을 뿐이다.
“적장이 무기급이라면야. 이 이상은 욕심이다.”
그리 판단한 장일은 가까운 진족 전사에게 손짓했고, 이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진족 전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벌써 다섯 차례나 전투를 이어갔으니 피로할 법도 했지만, 그 길이 달콤한 복수의 길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로서는 쉬는 시간마저도 아까울 따름이다.
-우적우적.
다시 전장을 나갈 준비를 하는 전사들 대부분이 뭉친 풀 따위를 꺼내 씹어 먹었다.
앵속과의 풀로 이를 취한 이는 통각을 못 느끼며, 두려움을 잊는다. 더불어 한계를 느끼지도 못하기에 평소 낼 수 없는 괴력을 펼쳐 보이기도 하는데, 다만 그 후유증이 어마어마했다.
재수가 없으면 약성을 이기지 못해 급성으로 죽는 이도 있었으며, 그것이 아니라도 대부분이 한 달가량을 정양해야 했다.
그야말로 결사 항쟁을 다짐하는 이들이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약왕의 의술을 지닌 장일이 이를 모를 리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짐작하기에 장일은 모르는 척 이들을 이끌었다.
마약의 기운이 돌기 때문일까?
처음 피로와 고통에 둔한 움직임을 보였던 진족 전사들의 움직임이 야생 동물처럼 포횰 하게 바뀌어갔다.
덕분에 이들은 장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도착해 기습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사사사삭!
그리고 그 준비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른이 넘는 혈교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백기.”
장일은 그들 중에서 백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보고는 이를 드러냈다.
백기 정도면 이곳에 온 혈교의 무인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실력자라, 그 하나를 줄이는 차이는 큰 것이었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장일은 손짓을 하였고, 이후 화살비가 그들에게 쏟아졌다.
-쏴아아악!
기습으로 몰아친 화살비였으나, 아쉽게도 그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들 중에는 백기 이외 흑기 또한 둘이나 있어, 이들이 그 화살비를 막는 데 상당한 공허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는 따로 있었다.
-서걱!
화살비에 신경이 쏠려 있던 찰나를 놓치지 않은 장일이 백기를 베어낸 것이다.
실로 믿기 힘든 기사(奇事)다.
아무리 장일이 검존의 실력을 복원했다고 해도 상대는 초절정의 무인이었다.
그것도 물이 오를 대로 오른 고수를 상대로 단 일검에 베어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극성으로 펼쳐진 금강부동신법에 의해 일어난 이형환위와 전검을 통해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한 장일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와아아!
수장의 죽음이 현실감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혼란스러운 가운데, 양옆에서 진족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들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미 몇 번이고 맞추었듯이 거대한 방패를 앞세우고, 대롱 독침을 쏘며 화살로 적들을 노리는 이들의 진격은 단순하면서도 상당히 큰 효과를 보였다.
-카가가강! 서걱…….
-끄아악!
흑기가 둘이 있었지만, 그중 하나는 이미 장일이 몰아치는 검격 속에 크게 허리를 베이는 것으로 전투 불능이 되었다.
순식간에 둘을 제거한 장일은 이후 남은 흑기 하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후우웅!
뒤늦게 적기들이 자신의 진형의 중심에 뛰어든 장일을 베었으나, 아쉽게도 그들이 베어낸 것은 장일이 남겨둔 허상이었다.
-카가강! 카앙!
장일을 상대로 이제 하나 남은 흑기의 저항은 제법이었지만, 길고 짧음의 차이일 뿐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차아아앗!
끝내 그의 전신이 반으로 갈라졌고, 이에 내장 따위가 핏물과 함께 쏟아지며 주변을 더럽혔다.
“후우우.”
그 참혹한 주변 몰골 따위는 관심이 없다는 듯 장일은 천천히 숨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적지를 뛰어들었으니 쌓인 피로도 피로지만, 그보다는 고양된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라 보아서다.
이런 그의 이질적인 모습에 혈교의 무인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들 또한 어둠의 신 율의 손길을 받은 자들이라, 인성의 일부가 사라진 상태였으나 그렇다고 한들 생명체가 가지는 원초적인 본능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들의 진형이 와르륵 무너졌고 이후 그들을 향한 진족들의 칼날이 바람처럼 쏟아졌다.
-탁.
장일은 칼을 거두었다.
현 상황이 기괴하게도 양 떼가 늑대 무리를 물어뜯는 꼴이라지만, 이미 기세가 바뀔 수 없을 정도로 기울어진 지금 뒤바뀔 변수는 없었다.
물론 그가 나선다면 피해야 더 줄일 수 있겠지만, 이는 진족의 복수를 방해하는 일이니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그의 생각과 달리 장일은 다시 칼을 들어야 했다.
“멍청한 놈만 있는 게 아니었군!”
바로 효시를 날렸을 것이라 여겨지는 적장이 다가오고 있음을 안 것이다.
-스릉!
장일은 칼을 뽑기 무섭게 수풀 너머로 몸을 날렸고,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으드득.
강상은 설마 했건만, 끝까지 노골적으로 적들이 자신들을 치자 분기를 참지 못했다.
“모두 죽여주마!”
그리 외치는 그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일그러지더니, 이후 거무스름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혈교의 무인들 중 일월합벽에 올라선 이임을 증명하는 모습으로, 이는 곧 그가 무기에 속한 자라는 것을 뜻했다.
물론 그 편차가 크다 보니 그중에서도 하품(下品)이지만, 혈독의 정수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같은 급의 무인에 비해 그 무서움은 최소 한 수 위였다.
-쿠우웅!
그렇게 거대한 진각을 밟음과 동시에 그는 쏟아져 나갔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진형이다 보니 그의 움직임은 갈수록 빨라졌고, 그 지나가는 자리는 멀쩡한 것을 찾기 힘들었다.
특히나 부러진 나무의 몰골은 참담했다.
뿜어져 나온 어둠의 기운에 빠른 속도로 생기를 잃고 죽어가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쏜 살처럼 나아가던 그가 창칼이 어지러운 전장에 다가가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검격에 그는 그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콰아아앙!
칼 따위가 부딪혀서 낸 소리라고 믿겨 지지 않는 일합이었으며, 그 파장 또한 대단했다.
그들은 각자 뒤로 서너 걸음을 물러나야 했다.
동수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강상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힘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힘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을지는 뻔한 것이다.
특히나 강상 그는 가속이 붙을 대로 붙었던 상태였다.
그렇게 그 힘을 그대로 이용해 펼친 일격이었건만, 동수를 이룬 것이다.
그 말은 애초 그를 노렸던 검격에 담긴 힘이 그의 힘을 가볍게 뛰어넘었음을 뜻했으니, 그가 그처럼 표정을 굳힌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흥!”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려운가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다.
그의 스승 화왕의 도움으로 피워낸 혈독의 정수가 조금 전 상대에게 묻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 크게 보자면 이번 일합은 강상 그가 크게 이득을 취한 것이다.
그런 그의 생각과 달리 그 무시무시한 검격을 쏟아냈던 상대는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 태도만 본다면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은 모습처럼 보였으나, 당연히도 강상은 이를 믿지 않았다.
“쓸데없는 허세를 부리는군!”
혈독이 그리 쉬이 떨칠 수 있는 것이라면, 과거 혈마대전에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을 리 없었다.
그런 강상의 말에도 사내는 다름없는 태도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화왕 그 새끼는 지금 어디 있지?”
“건방진! 감히 스승님을…….”
노기를 토해내려던 강상은 이내 말을 끊고 서둘러 칼을 휘둘러야 했다.
-후우웅! 콰아아앙!
분명 십 장 밖에 있었던 사내가 어느새 그의 지근거리에 나타나 그를 노렸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십여 합이 둘 사이에서 일어났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서걱! 툭…….
강상의 팔 하나가 하잘것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피해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사내의 칼에서 일어난 기운이 그 단단하기 그지없던 어둠의 기운을 송곳처럼 파고들어 그의 내기를 뒤흔든 것이다.
“크아아악!”
그 기운이 얼마나 지독한지 강상은 학질처럼 온몸을 떨어내다 이내 오공에서 피를 쏟아냈다.
-콜록콜록…… 웨에엑!
끝내 입가에서 반말 가까이 피를 토해내기까지 했으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불그스름한 그의 얼굴이 한순간 창백해진 가운데, 그를 그 꼴로 만들어냈던 사내. 장일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무너진 그를 칼끝으로 들어 올렸다.
“다시 묻지. 화왕 그 새끼 어디 있어?”
“……누, 누구냐. 넌.”
보통 이러한 상황이라면 두려워서라도 그 물음에 답할 것이련만, 강상은 그 마지막 순간에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의문만을 보일 뿐이었다.
영혼의 반 이상을 율에게 바친 자에게서나 보이는 모습임을 알기에 장일은 밀려오는 짜증을 털어내듯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렇게 강상의 머리가 떨어졌고, 그제야 장일은 노기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