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3
분신으로 절대무신 73화
이 과정들은 아주 조금씩 수정을 해내 가야 하는 일이었기에, 장일은 조급함을 드러내거나 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4성에 이른 분신이라.”
머릿속에 그렸던 유검이 실재가 되어 펼쳐진 것을 확인한 뒤에야 장일은 분신에 시선을 돌렸다.
3성에 올랐을 때와 마찬가지로 달라진 설명은 하나였다.
권능 분신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다는 설명이 그것이다.
‘제재의 완화로 그의 분신은 과거만이 아닌 미래로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4성에 이른 분신은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가?’
이를 확인하고자 하는 방법은 권능을 발휘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그러나 장일은 쉬이 이 권능을 발휘하는 데 주저함을 보였다.
그런 장일의 모습은 여러모로 이해가 되기 어렵다.
분신을 다루어 얻는 대가를 생각한다면 그가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대환단이나 청강검과 같은 신물의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도를 해볼 일인 것이다.
더구나 진짜는 분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번에 그가 얻은 장천진인에게서 얻은 도경, 천둔검법, 천둔술은 장일 그라고 해도 평생을 두고 참고해야 할 만한 것들이다.
이를 분신에게 맡겨 깨우치면 그 최악이라던 2차 혈마대전의 혈마를 상대로도 해볼 법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여전히 홀로는 어렵겠지만, 그를 상대할 비중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시도할 만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장일은 끝내 권능을 발휘하는 것을 유보(留保)했다.
“위험하다는 이 느낌을 무시할 수 없구나.”
바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감 때문이다.
장일은 그러한 직감의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죽음은 사용자의 영혼을 성장시키기도 하나, 자칫 오염시킬 수 있다.]바로 권능 분신에 대한 설명이다.
영혼의 오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그를 상당히 곤란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영혼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장일은 그를 불안케 하는 직감의 이유가 그런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다면 굳이 일을 벌일 이유는 없었다.
이미 미래를 아는 그가 나서야 할 시기는 아직 길었기 때문이다.
그는 4년 뒤 강호에 전면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본래 장일이 나선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년이 채 되지 않아서였다. 그런 그가 1년 이상을 유보한 것은 일찍이 모습을 나선 것이 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견제를 받았으며 외부적으로도 혈교의 표적이 되었다.
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던 혈교의 전력에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것이 이제 막 손을 잡은 타 세력들을 경계하게 하였으며, 이는 역설적으로 정의맹의 발언을 약화시키는 일이 되어버렸다.
이 일은 장일에게 새로운 가르침을 내어주었다.
이해관계가 비록 일치할지라도 그 가고자 하는 신념이 다른 집단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강호 집단이다 보니 이 희생이라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그 흘린 피는 아교(阿膠 : 동물성 접착제)가 될 것이니, 흘린 피가 많을수록 하나로서의 모습을 보이겠지.”
장일은 그 같이 단언했다,
정파니 사파니 해도 결국 강호인들은 강자지존 이 네 글자를 심중에 두고 있다.
그 말은 서열이 나누어져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무림맹의 질서를 잡는다는 말과도 같았다.
본래의 자신은 이 과정을 무시했다.
한 손이라도 부족한 시국에 그 같은 희생이 무엇이 필요한가 생각했을 게 분명했다.
그랬으니 자연스럽게 밉보이게 되었을 것이며 견제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장일은 4년 뒤를 각오했다.
그때쯤이면 무림맹도 충분히 피를 흘렸을 것이고, 혈교의 무서움 또한 인지하고 있을 터였다.
십왕의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악이 등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등장과 함께 무림맹을 크게 뒤흔들었다.
사악 중 망어를 관하는 망왕이 남궁세가를 불태워 버렸기 때문이다.
십대세가 중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던 남궁세가가 하룻밤 만에 멸문을 당한 일은 느슨한 무림맹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특히나 장일에게 불행한 일이 되었다.
정의맹의 한 측을 담당하던 남궁세가의 멸문은 안 그래도 입지가 좁았던 정의맹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남궁세가의 멸문을 막는다.”
아니, 그것이 아니어도 거짓을 주관하는 망왕은 되도록 일찍 제거하는 것이 좋았다.
망왕은 사악의 하나답게 그 자체로도 엄청난 무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무서움은 거짓과 진실을 바꾸는 힘을 다룬다는 점이다.
쉬이 말하자면 최면(催眠)을 거는 것이다.
이리 말하면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나, 망왕의 최면은 여느 술사들과는 달랐다.
보통 술사들이 거는 최면은 상대가 마음을 열거나 정신을 혼잡하게 하여 그 심리의 빈틈을 노린다.
거기에 심리적으로도 자신을 보호하는 경계가 있어 한계성이 있었다.
그러나 망왕의 최면은 그런 과정도 한계도 없었다.
그것은 술이 아닌 율의 권능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의 최면에 걸린 자들은 자신이 최면에 걸렸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했다.
딸이 어미를 연적(戀敵)으로 대하고, 수하가 주군을 원수로 바라보며 아비가 자식들을 마귀처럼 대했다.
심약한 자들의 경우 자결하라는 명령에 한 점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숨을 끊어버리기도 했다.
망왕 하나만으로도 그처럼 전율스러운데, 그가 이끄는 망령들 또한 하나같이 끔찍한 술사들이니 아무리 남궁세가라고 한들 버티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망왕의 최면에 저항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신물의 힘을 빌리거나 혹은 오랜 마음 수련을 통해 애초 최면에 걸리지 않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바로 최면의 주체인 망왕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서는 망왕의 최면에 걸린 자들을 깨우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이미 이들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일이 4년을 기약한 것은 그 망왕을 초기에 잡을 기회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장일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 시간이면 충분히 영혼이 회복되었을 것이라 보았으니 그때 권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될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던 장일은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음을 알고는 산에서 내려갔다.
장일이 이나라가 지나 찾은 곳은 강나라가 아니었다.
바로 그 옆에 있던 중견 국가인 고나라였다.
고나라를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성녀로부터 받은 열쇠를 사용하기 위해서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1, 2년은 수련에만 집중할 생각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일을 다 해놓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하여 고나라를 방문했던 장일이었지만 이내 그는 이 결정을 후회하고 말았다.
“시기가 좋지 않군.”
바로 고나라가 한참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다.
내전이었다.
이는 지난 강나라와 이나라와의 전쟁과도 관련이 있었다.
고나라는 이나라를 사대하던 나라였으나, 지난 강나라와의 전쟁에서 이나라가 패배하자 그간 숨 죽여 지냈던 세력들이 일어선 것이다.
마침 후계자를 정해야 하던 시기였기에 이들 두 세력은 더욱 활개를 쳤다.
끝내 수천 명의 군세가 서로를 노리기 시작했다.
왕이 중재를 했다면 거기까지 이르지 않았겠지만, 문제는 왕이 노환을 이기지 못해 쓰러졌다는 것에 있었다.
이러니 고나라 전체가 혼란에 젖어 들 수밖에 없었다.
“비싸 보이는 놈이로군! 모든 걸 내려놓아라. 그러면 목숨은 살려주지!”
“…….”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산적들에 장일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당연히도 그들이 두려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들의 모습이 상스러우면서도 안타까워서다.
군에서 도망친 이들조차도 아니었다.
길어지는 내전으로 인한 수탈을 피해 살기 위한 방책으로 산적질을 하는 자들이었다.
몇몇은 이런 일에 동원된 것이 처음인지 들고 있던 죽창을 부들부들 떨어대기도 했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모두 제대로 먹지 못해 대부분이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모, 모든 걸 내려놓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나마 이들을 이끄는 이는 그 상태가 나아 보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타고난 근골이 좋아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뒤늦게 높인 목소리에서 보아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이었다.
“나, 나를 무시하는가!”
장일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바라보자 소년은 얼굴을 붉히며 성을 내었고, 이에 그 옆에 촌부들이 화들짝 놀라 했다.
다름 아닌 소년에게서 흘러나온 살의를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장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 살의는 그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천살성.”
새로운 천살성의 등장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확신할 수 없었던 터라, 장일은 자신의 짐에서 검 한 자루를 꺼내어 던졌다.
-휘이익! 푹!
“으아악!”
갑자기 하늘에서 검이 매섭게 땅으로 내려 꼽히자 그들 중 놀라지 않은 이가 없었다.
수십 장의 거리를 격하고 검을 날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신기라 할 수 있는 재주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겨우 죽창 따위로 되겠느냐? 그 칼로 어디 한번 덤벼보거라.”
“……뭐?”
장일이 그리 말할 줄 몰랐기에 소년은 당황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어진 장일의 말에 소년은 끝내 칼을 붙잡아야 했다.
“털끝만큼이라 피해를 준다면 금 10냥을 주겠다.”
“후회할 것이다!”
금 10냥.
은으로는 100냥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거금이다.
아낀다면 그의 마을 사람들은 최소 3년은 식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니, 운이 따른다면 밭을 사 새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돈을 실낱같은 피해를 주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면야 소년은 얼마든지 칼을 들 수 있었다.
나이가 두 자리가 되기 전부터 숱한 짐승들을 잡아 죽일 정도로 몸 쓰는 것은 자신이 있었던 소년이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절망이 된 것은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툭! 툭!
“으아악!”
자신의 진검을 상대로 주변의 나뭇가지로 상대하는 장일이 그를 내리칠 때마다 온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고통이 커질수록 소년의 살의는 더욱 커졌다.
보통 이처럼 살의에 몸을 맡기면 움직임이 커지는 등 오히려 흉한 모습을 보일 뿐이나, 소년은 달랐다.
-사아악! 사악!
살의가 커질수록 그의 몸놀림은 정교해져 갔다.
마치 사람을 죽이는 법을 태어났을 때부터 배우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지치지도 않는지 칼을 다루면 다룰수록 힘을 내는데, 어느 순간 삼류의 수준을 넘어섰다.
무공도 배우지 않은 미숙한 소년이 겨우 반 시진도 안 되어 그 같은 모습을 보이니, 그를 상대하는 장일도 헛웃음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