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72
분신으로 절대무신 72화
천살성이 빛을 발할 때면 천하가 피에 젖어 든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천살성이 폭주한 백준은 과거 천하를 오시하던 혈교의 사악 못지않았다.
그런 백준이었지만, 장일이 그를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무검을 완성하였을 때였기 때문이다.
아마 무검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그를 죽일 수 있을지언정 제압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장일은 백준의 무공을 폐했고, 그 뒤에야 백준은 천살성의 마성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스승님.”
마성에 빠졌던 당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백준이었지만, 자신의 살의를 생각한다면 천하에 큰 패악(悖惡)을 부렸을 것을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장일은 그런 제자를 달래며 한편으로 천살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10년의 봉문과 무검을 완성한 뒤, 여유가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일이 천살성을 연구하려 한 것은 단순히 제자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천살성의 가능성을 높이 보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마성에 빠지면 이처럼 천하에 재앙을 가져다준다지만, 그간 백준이 보여주었던 성장은 대단했다.
석년의 검존 시절 때의 그와 비교해도 오히려 우위에 있을 정도다.
비록 장일의 가르침과 그의 성향이 맞아떨어졌다고 하지만, 30년 만에 매화이십사수검법을 12성 대성하였다는 것은 경이적인 일이었다.
이는 일차 혈마대전 때 혈마와 싸웠던 검존과 같은 반열에 이른 것이다.
그야말로 천하의 숱한 인재 중에서도 독보적인 재능.
하기야 그런 재능이었으니 천하에 재앙을 안겨주었던 것이겠지만.
그러나 천살성의 이 마성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하여 바른길로 끌고 갈 수 있다면 천하는 대영웅을 얻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 대영웅을 화산이 품게 된다면야 화산의 미래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
그렇게 10년의 연구가 이루어졌고, 끝내 장일은 그 해결책을 찾았다.
“처음부터 천살성의 마성을 폭주시킨다.”
초기의 천살성의 마성은 백준이 보였던 천살성의 마성과는 당연히 큰 차이가 있었다.
나름의 이성이 존재한 것이다.
장일은 그 미약한 이성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리되면 천살성의 마성은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된다.”
매화이십사수검법을 익히는 데 큰 어려움이 일던 이유가 무엇이던가?
실전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살의 때문이다.
그 살의를 얻는 과정이 대단히 어려운 데다, 자칫 잘못하면 그 살의에 빠져 마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천살성은 그런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었다.
애초 타고난 살의가 그 끝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매화이십사수검법의 성취가 비할 수 없이 빠르게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이 사실을 그때도 알았다면 백준은 5년도 안 되어 대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영단 등의 지원이 있었을 때의 이야기이며 실제로는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단한 결과인 것은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성이 깨어난 채 무공을 익힌 것이라, 이미 그때에는 천살성에 휘둘려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성이 생길 대로 생긴 탓으로, 오히려 천살성이 폭주하려 하면 할수록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제 다시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장일은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안도하며 제자를 찾았다.
이미 한 번 정점을 찍어 올랐던 제자라면 정말 놀라운 속도로 신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무공을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보다는 그간의 고요함을 기꺼워하던 백준이었다.
그런데도 그가 스승의 말을 따른 것은 그 자신의 죄를 회피하지 않으려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다짐대로 그는 20년 뒤 일어난 정사대전에서 대협객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며 천하에 진 빚을 갚았다.
장일은 그제야 백준에게 화산파의 장문인의 직을 물려주었고, 이후 유검을 얻는 데 전력을 다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유의 무학을 정립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장일은 그 자신이 정립한 유의 무학을 펼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 유의 무학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무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유의 무학을 다룰 수 있던 것은, 구음진경 때문만은 아니다.
“애초 인과를 거스른다는 것은 인간이 가능한 일이 아니지. 그를 초월한 격을 지녀야 가능한 일이다. 한데도 내가 이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카르마 포인트로 끌어올렸던 존재감 때문이겠지.”
바로 이것이 그가 스스로 정립했음에도 이를 다루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니 설정창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분신인 그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신은 그를 알았고, 하여 이에 대해 미련을 거두었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의 무학을 더 끌어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한계를 알게 된 뒤부터 장일은 도가의 가르침에 심취했다.
처음에는 무검을 더 끌어올릴 방도가 있을지에 대해 궁리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순수히 도가의 가르침을 즐겼다.
자연히 화산파 또한 도가의 색을 띠게 되었으며, 사람들은 화산에 사는 신선이라 하여 화선(花仙)이라 불렀다.
[권능 분신(分身) 개체가 소멸되었습니다.] [분신이 쌓은 카르마가 본체에게 돌아갑니다.] [91카르마를 축적합니다.]* * *
-본신.
장일은 깨어나기 무섭게 놀란 눈빛을 보였다.
“……예상보다 더 엄청난 수치구나.”
무려 91카르마를 축적한 것이다.
검존 때 모았던 카르마 수치가 32카르마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거의 3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잠시 이를 바라보던 장일은 이내 설정창을 열었다.
-사용자 : 장일
존재감 : 1.2
권능 : 분신(分身)★★★☆☆☆☆☆☆☆
현실 조작 : 0
카르마 : 108
그의 존재감은 1.2로 상승한 상태였는데, 이는 분신의 영향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여의주를 통해 반박귀진을 뛰어넘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여 얻은 결과였다.
이마저도 기존의 존재감이 높았으니 여기에 그친 것이지,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월등한 수치로 상승했을 것이다.
현재 그의 카르마 포인트는 108에 달했는데, 장일은 이를 망설임 없이 존재감을 올리는 데 사용했다.
유의 무학이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무학이고, 그를 다루려 한다면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이미 이렇게 사용할 것을 내심 생각해 두었기 때문이다.
“음. 0.1을 올리는 데 4카르마 포인트인가?”
1.0 이 전에 0.1을 올리는 데 3카르마 포인트가 소모되었으니, 1카르마 포인트가 더 필요해진 것이다.
물론, 점점 존재감을 끌어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던 장일로서는 그리 아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의주를 취했음에도 겨우 0.2를 올렸던 존재감을 4카르마 포인트로 올릴 수 있게 된 것에 놀라 할 따름이었다.
1.9까지 올리는 데 28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한 장일은 바로 이어 존재감을 2.0을 만들기 위해 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했을 때쯤.
마침내 존재감이 2.0으로 바뀌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변화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분신(分身)의 권능 또한 4성으로 올라선 것이다.
본래라면 56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해서야 그 격을 올렸을 일이었다.
미래가 아닌 과거로 분신이 떨어졌다면 서너 번은 시도했어야 가능한 일이라 장일은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존재감을 더 끌어 올린다.”
남은 카르마 포인트는 60이었으니 분신의 권능만 두고 보았다면 장일은 이 같은 결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카르마 포인트를 끌어 올린 이유가 유검을 다루기 위해서라, 이는 당연한 결정이다.
앞서의 경우와 다르지 않게 이번에는 0.1을 올리는 데 5카르마 포인트가 필요로 했고 그렇게 장일은 2.9존재감을 만들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5카르마 포인트로, 그는 이를 만약을 위해 남겨두었다.
이번에야 과거로 분신이 떨어졌으니 이리 얻은 것이지만, 다음에는 어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존재감이 1.9나 상승했지만, 이번에도 장일은 막상 그 달라진 변화를 느끼지는 못했다.
-끼이익.
“어디 그럼…….”
장일은 창문을 열기 무섭게 몸을 날렸다. 겨우 몸을 비집고 들어갈 정도의 작은 창문을 통해 나아갔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날렵한 움직임이었다.
마치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날렵했는데, 이는 여의주를 얻기 전 장일이 전력을 다해야 겨우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한데 지금의 그는 이에 대해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이만 보아도 그가 이룬 변화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탁!
아직 새벽녘조차도 보이지 않는 이른 시간이라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장일은 그 거대한 성을 단 일 보로 뛰어넘었다.
이후 지친 기색 없이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산에 들어섰고, 그제야 장일은 신법을 거두었다.
수십 리를 질주한 것이었지만, 흔들림 하나 없던 장일은 이내 청강검을 뽑았다.
-우우웅!
청강검은 뽑히기 무섭게 용명을 흘려댔다.
이전 청강검의 울음도 용의 울음을 연상케 했지만, 여의주를 취한 뒤 정말로 용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바뀌었다.
장일은 알지 못했지만, 실제 요괴와 같은 삿된 존재가 그 울음을 들었다면 아마 자신의 귀를 막고 도망치거나 혹은 괴로워했을 것이다.
검명이 잦아든 것은 장일이 본격적으로 검수식을 잡은 뒤였고, 검명이 완전히 잦아들었을 때는 그의 검에서 환상(幻想)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화아아악!
그의 검에서 매화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 송이, 두 송이…….
무려 다섯 송이의 매화가 피어났다.
겨우 한 송이의 매화를 피우는 데 전심을 다해야 했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믿기 힘든 결과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매화들이 유지되는 데 장일이 힘겨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그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흐읍!
과연 그러했던지 장일은 짧게 숨을 들이마시다 끊고는 모든 전력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끝내 8송이의 매화가 피어나 이내 그 모습을 감추었다.
“후우우.”
긴 숨을 내뱉던 장일의 얼굴에 처음으로 피로의 기색이 보였다.
그러나 그 기색과는 달리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는데, 이는 자신의 이론이 맞아떨어졌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마지막 아홉 송이를 피우고, 그것을 다시 한 송이로 만들 일만 남았군.”
거기까지가 장일의 분신이 정립한 유의 무학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이론으로 보았을 때는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실재가 되자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이 그의 눈에 들어섰다.
유검을 구현화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보니 실전에서는 여러 위험이 있을 것임을 안 것이다.
이 거슬린 부분들을 정리하면 그 내기의 소모도 줄이며 배는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일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