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80
분신으로 절대무신 80화
제자가 그렇게 사왕을 상대하였을 때, 장일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퍼석! 서걱!
-키이익!
그의 검은 사왕이 훗날을 위해 남긴 강시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강시들은 모두 23구로 이들은 살아생전 초절정 무인이었다.
그중 셋은 일월합벽에 이르렀던 자라, 사왕도 이들을 쉬이 다루지 않았다.
활강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많은 재물이 필요로 하는 흑강시로 일으킨 것이다.
그렇다 보니 사왕은 큰 공을 들여 이들 또한 보물과 함께 이곳에 묻어 두었다.
“본 역사와 달라졌군.”
본래라면 이들 흑강시들이 깨어났을 리 없었다.
그 스스로도 다루지 못하는 사왕이 이들을 깨울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장일에 의해 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그저 본래의 그로서 부활하였으니, 흑강시들이 자연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여의주를 취하기 전의 장일이었다면 사왕을 제하더라도, 이들만으로도 어려움을 겪었을지 모른다.
일월합벽에 이른 흑강시가 셋이나 포함된 23구의 흑강시들은 능히 반박귀진에 이른 절대 고수 셋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혈교의 사악 중 하나와 상대한 셈이다.
여기에 이들을 조정하는 활강시 사왕이 함께한다면 장일은 물러나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러나 여의주를 취해 원영신에 가까운 육신을 얻은 장일은 흑강시들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흑강시는 두꺼운 철갑옷을 입은 것과 같았지만, 그의 손에서 이른 무검은 닿을 때면 이들은 종잇장처럼 찢어져 흩날렸기 때문이다.
-퍼어엉!
물론 흑강시가 그처럼 베어졌다고 해도 쉬이 숨이 끊길 리 없었으나, 어찌 된 것인지 장일의 검에 닿아 쓰러진 흑강시는 다시 일어날 줄 몰랐다.
그것은 마치 끈이 떨어진 인형과도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역시나 사왕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사왕은 비명과도 같은 일갈을 터뜨렸다.
강시와 심령이 끊겨 받은 충격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렇게 쉬이 강시와의 제령술을 끊어버린 장일의 재주가 믿기지 않아서다.
사왕 그에 준하는 대술사가 나선다고 한들 이처럼 깔끔하게 그 제령술을 끊기 어려웠다.
이는 강시술로 이은 영혼의 끈을 끊는 것이라, 단순히 끊는 과정에서도 잇는 것 못지않은 공을 들여야 했다.
상당한 재물이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제령술을 가장 쉽게 끊는 방법은 그 제령술의 주체인 사왕을 죽이는 것이었다.
물론 사왕을 자신의 몸 이상으로 보호하는 강시들을 뚫고 그를 죽이기란 가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데, 그런 개념이 장일의 검에 의해 무너진 것이다.
그의 검에 닿기 무섭게 제령술이 툭 하니 끊어지니, 어느 순간부터 사왕은 강시들로 장일을 상대하려 하기보다는 서둘러 몸을 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또한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흑강시들의 몸놀림이 제법 날래다고 하지만, 금강부동신법을 12성 대성하여 이제 자신만의 신법으로 탈바꿈한 장일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여의주를 취하기 전에도 세 개의 이형환위를 남기던 그가 아니던가?
그랬던 그가 원영신을 이루었고, 그에 맞추어 그의 신법 또한 그 한계를 모르고 진화되었다.
“연대구품(蓮臺九品)!”
장일의 나지막한 일갈과 함께 처음으로 그의 신법이 천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펼쳐진 연대구품은 실로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하나의 이형환위를 남긴 것만으로도 전설로 불리건만, 장일은 놀랍게도 이 이형환위를 아홉이나 남긴 것이다.
그것도 한날한시에 구방을 점하니 그야말로 다시 보기 힘든 신비라 하겠다.
당연히도 그렇게 펼쳐진 그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리 없었다.
-서걱! 퍼석……!
순식간에 이제 열하나에 달하던 흑강시들이 저마다 처참한 몰골로 몸이 쪼개지고 갈라졌다.
고약한 시독이 피처럼 쏟아져 나왔으나, 이 또한 장일의 검 끝에 이른 와류에 휩쓸려 한곳으로 뭉쳐 고이었다.
-커어억!
스물셋에 달하는 흑강시들의 제령이 깨어진 충격 때문일까?
안 그래도 창백한 사왕의 안색은 흑빛이 되어버렸다.
-카가가강!
이러한 사왕의 흔들리는 모습을 조한은 놓치지 않았다.
그의 검은 갈수록 더욱 사나워졌고,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호오?”
그런 그의 검에 장일은 탄성을 고스란히 흘렸다.
조한의 검은 어느 순간부터 마귀(魔鬼)를 형상화하고 있음을 보아서다.
이것만 두고 본다면 조한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조한은 천살성의 소유자가 아니던가?
그러나 조한을 바라보는 장일의 시선은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비록 제대로 된 실전은 이번이 처음이고, 그가 상대하게 된 사왕이 그의 천살성을 자극하는 자라고 함에도 그러했다.
그러기에는 그의 제자가 천살성의 마성을 품은 채 지나온 시간이 너무도 무거웠다.
끝내 그 천살성의 마성마저 고스란히 담아내기에 이르게 된 지금, 고작 이 정도의 시련이 제자를 뒤흔들 리 없었다.
하기에 장일이 그처럼 감탄 한 것이다.
마귀를 닮은 조한의 검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도가의 가르침을 전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지금의 이 검은 장일이 최근에 들어 조한에게 가르친 도가의 뜻을 그가 고스란히 받아들여 이루어낸 결과다.
자연스러운 것과 거리가 먼 마귀를 멸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그는 찾은 것이다.
바로 마귀를 멸하는 마귀가 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나, 그 대상이 조한이라면 이는 당연한 흐름이다.
천살성을 마귀로 치환한다면 그만한 대마귀도 없을 테니 말이다.
“불가로 친다면 아수라인가?”
아수라는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육도의 하나 아수라도에 존재하는 자들로, 이들의 세상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 이들 아수라족은 불법을 수호하는 범천(梵天) 제석천(帝釋天)과 싸워 정법을 망치려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가에 귀의하는 아수라들이 있었고, 이들은 오랜 불공을 통해 끝내 불법의 수호신이 되었다.
장일은 말한 아수라는 바로 이 불법의 수호신이 된 아수라를 말함이다.
태생이 혼돈에서 일어난 아수라다 보니 그 불법을 깨우친 아수라는 여느 아수라들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인지 범천과 제석천에게도 싸우는 아수라의 왕이지만, 이들만큼은 싸우는 것보다 피하는 것을 선택할 정도다.
그러니 당연히 마귀의 현상을 띄어가는 조한의 검이 그 마귀를 상대하는 데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피이익! 치익!
비록 장일에 의해 흔들렸다지만, 마귀의 검은 끝내 사왕의 피륙을 갈라 그 시독을 흘리기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는 사왕과 더욱 사납게 날뛰는 마귀의 검에 장일은 복마(伏魔 : 마를 굴복시키다)를 떠올렸다.
“복마검법(伏魔劍法)이라.”
아직 갈 길이 먼 제자의 검이었지만 그럼에도 장일은 그와 같은 이름을 지었다.
마(魔)로써 마(魔)를 굴복시키는 이 검법의 모습이 그의 눈에는 선히 보였기 때문이다.
장일이 그 보았던 검을 재현하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는 낼 수 있겠지만, 그 진의는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스스로 마귀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검이기 때문이라서다.
“녀석 또한 활검을 얻지 않을까 했건만. 정말이지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 녀석이로다.”
그리 말하던 장일은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번 사왕의 장보도행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어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크게는 이 장보도로 인해 무림맹이 뒤흔들렸던 역사의 변곡점을 뒤트는 데 성공했으며, 사사롭게는 제자의 검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이외에도 사왕이 남긴 보물들을 손에 넣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일석삼조(一石三鳥 : 돌 한 개를 던져 새 세 마리를 잡는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르릉.
이미 얻을 것을 다 얻었다 생각이 든 장일은 더는 망설임 없이 넣어 두었던 검을 다시 뽑아 들었다.
비록 장일의 간접적인 도움과 천살성에 의한 복마검법의 가능성을 보게 되면서 우위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둘의 싸움의 끝은 사실 뻔했다.
역천의 힘에 의한 활강시의 근원은 끝없는 힘을 일으키니, 실상 사왕이 최소 두 걸음 이상을 앞선 것이다.
거기에 실전에서의 경험마저도 크게 차이나니, 조한의 패배는 그 시작부터 정해진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할지라도 사왕이 멀쩡할 리 없었다.
최소 사지 중 한둘은 잃을 것이며, 재수가 없다면 양패구상에 가까운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조한의 끔찍한 죽음일 것이니, 그의 스승인 장일이 그 꼴을 가만두고 볼 일은 없었다.
-스르르륵.
뽑아 든 장일의 검 끝에서 거짓말 같은 환영이 일어났다.
매화였다.
은은한 흰 빛을 띤 매화는 한 송이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사왕을 제압하는 데 충분했다.
-후우웅! 후두둑!
시공간을 격하고 넘어선 매화는 사왕에 닿기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이내 사왕을 그대로 지워버렸다.
마치 본래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지워버린 것으로, 사왕 그 또한 그 자신의 죽음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
그런 그의 소멸을 지근거리에서 본 조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본 스승의 검은 활검과 그 활검에서 일어난 살검, 그리고 도가의 가르침에서 일으킨 무검(無劍)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검으로 이무기를 베어냈다고 하였다는 말에 장이와 다숙은 믿지 않았으나, 조한은 그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는 만큼 보는 법인 만큼, 그가 본 스승의 무검은 능히 그러고도 남을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경외의 대상이 되었건만, 그런 무검마저도 넘어선 장일의 유검은 그의 검에 깃든 마귀마저도 한순간 놀라 떨어져 나갈 만큼 터무니가 없었다.
‘스승님께서는 이미 신인의 경지에 이르셨구나!’
조한은 자신이 본 게 틀리지 않다면 본 스승이 펼친 그 검은 민화에서 검을 타고 용을 잡았다는 검선 따위와도 비교가 안 되는 것이었다.
존재 자체를 지우는 검은 인과마저 뒤틀어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감히 인간이 다룰 수도 없는 검이니, 조한이 스승을 신인이라 확신을 가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탁!
놀라는 제자와 달리 이제 사왕 같은 존재를 지우는 데에도 그 부담이 대단치 않음을 확인한 장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자를 일깨웠다.
“첫 실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아직도 유검의 여파가 쉬이 가시지 않은지라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떠는 조한이었지만, 장일은 이에 대해 대단찮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장일의 그런 태도에 조한 또한 이내 마음을 잡았다.
곧, 그는 스승을 따라 사왕이 남긴 보물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정사를 가리지 않고 욕심을 부리게 되었을 만큼 사왕이 남긴 보물들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싼 귀한 보물들만 추렸음에도, 그 양이 한 가마니에 달했을 정도다.
“아무래도 말을 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래야 할 것 같구나.”
장일이나 조한이나 대단한 신력을 소유한 자들이니 각기 한 가마니씩을 챙긴다고 해도 무리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들고 여정을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 장일은 조한의 말대로 이를 짊어질 마차를 구할 생각을 했다.
‘겸사겸사 조한이 탈 만한 말도 구하면 좋겠지.’
생각보다 이곳에 명마들이 많다고 하니, 잘하면 그만한 말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만큼 엄청난 값을 부르겠지만, 이제 돈이라면 썩을 만큼 많은 그에게 있어 그 정도는 이제 사치라고 할 수도 없었다.
-쿠르르릉!
천산산맥 한 편에서 거대한 산사태가 일어났다.
그것은 장일이 인위적으로 일으킨 산사태였다.
사왕을 죽이는 것과 별개로 그가 장보도 전체에 펼친 사왕진법을 제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자, 이내 산사태로 장보도를 지워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수많은 시비 끝에 이곳까지 온 자들에게 일장춘몽(一場春夢)을 마주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혈교가 꾸민 장보도의 계략은 채 피어나지도 못한 채 허무한 끝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