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3
분신으로 절대무신 93화
그 순간 그는 검과 하나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검을 수족처럼 다루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그와 검의 구분이 사라졌음을 이야기한다.
그가 곧 검이었고, 검이 곧 그가 된 것이다.
다만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장삼풍 그는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그저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는 일이었을 뿐이었다.
-내놓거라! 이놈!
-으하하하! 의천검이라! 의천검이…….
정파의 인사들이라 자부하는 자들이 흉악한 얼굴을 보이며 그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추악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민낯에 장삼풍은 담담한 태도로 검을 들어 올렸다.
가장 먼저 장삼풍과 검을 마주한 자는 형운파의 장로라고 하는 자였다.
이곳에 모여든 자들 중 한 손 안에 드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형운파는 도가의 한 자락을 이은 곳이라 그 장로라는 자 또한 도관(道冠)과 도의(道衣)를 갖추어 있었다.
아마 평소였다면 그 복장이 참으로 잘 어울렸을지 모르나, 지금 그의 모습은 악귀가 그와 같은 복장을 갖춘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츠즈즈즉!
그 살기 등등한 모습 이상으로 그가 펼친 검력은 대단했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현란한 변초는 능히 그 일대를 뒤덮기에 충분했다.
변초라기보다는 환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
그런 검을 내공도 없는 장삼풍이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피익!
그러나 마치 바람이 찢기는 소리가 날카롭게 일던 것을 끝으로 그가 보이던 환영은 한순간 지워져 버렸다.
-???
난데없는 상황에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이 의문을 드러낸 것도 잠시, 형운파의 장로가 칼을 떨구고 자신의 목줄기를 잡고 쓰러졌다.
“꺼거걱!”
-피이이잇!
신음을 흘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잡고 있던 목줄기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
이제 고수들만이 살아남은 그곳에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장삼풍 그가 그 환영과도 같은 변초의 틈을 꿰뚫어버렸던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알아본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비록 거리가 있었고, 그 시야의 각도가 한정적이었다고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믿기지 않는 쾌검이다.
“도대체 저자는 누구지?”
“정말 저자가 백련도라고? 팔대시위(八大侍衛) 중 하나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리지 않은가?”
팔대시위는 백련도를 수호하는 절대강자들을 뜻한다.
이들은 한 제국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공적을 쌓았던 자들로, 이 때문에 중원의 절대강자들도 그들을 상대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
그런 과거를 지녔던 만큼 팔대시위의 나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팔순을 넘어야 했다.
그러니 장일을 팔대시위라 볼 수 없는 노릇.
하지만 의천검으로 보이는 검을 지니고, 그 중원과는 궤를 달리하는 실질적인 칼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의심을 마냥 거둘 수 없었다.
“어쩌면 백련도에서 새로이 키우는 팔대시위일지도 모르지.”
누군가의 말에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일었다.
백련도의 팔대시위가 지니는 위압감은 그만큼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들의 눈에 살기가 번득거렸다.
훗날 문젯거리가 될 존재를 이 자리에서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은 더는 체면을 가리지 않고 합공의 의사를 보였다.
“흥!”
장삼풍은 돌아가는 상황이 그에게 더욱 불리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코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탁!
그리고 되려 그들이 움직이기 전 그가 먼저 그들에게 나아갔다.
“으음!”
-카아아앙! 펑!
그렇게 나아간 장삼풍은 가장 가까운 자부터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최초로 그의 칼이 노린 이는 대부(大斧)를 다루는 자였고, 하여 그의 검을 막아선 대부는 마치 방패와 같은 견고함을 보였다.
하지만 장삼풍의 칼과 마주친 순간 대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반쯤 부서져 버리더니 그 파장은 끝내 그 주인의 머리마저 뭉개져 버렸다.
그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시신에 장일은 눈길 한번 흘리지 않았다.
그는 거침없이 나아갈 뿐이었다.
홀로는 감히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강호인들은 저마다 이를 갈며 합격술로 그를 상대해 나갔다.
그 합격술에 동원된 이들은 처음에는 두 사람이었다. 이후 셋, 넷……에 이르다 끝내 여덟이 되었다.
팔방을 완전히 점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주춤했을 뿐, 장삼풍의 칼은 거침이 없었다.
둘의 합공은 다섯 초식으로 물리치더니 이후 열, 스물, 오십 초식까지 늘어나다, 끝내 8인의 합격에서는 백 초식까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그가 죽인 이들의 숫자는 스물이 넘었으니, 그야말로 시중 내내 홀로 이들을 압도한 것이다.
-휘리릭! 푸욱!
또다시 장삼풍의 칼끝이 돌풍처럼 틈을 파고들다 이제 막 합격술에 들어선 자의 머리에 구멍을 내주었다.
놀라운 것은 그러면서도 다른 팔방에서 쏟아지는 공격들을 그가 실로 믿기 힘든 재주로 피한다는 점이다.
“보고 또 보아도 믿을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이화접목(移花接木)이도다!”
이화접목은 본래 원활한 수단으로 일을 처리함을 말하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였으나, 남을 속여 교묘하게 眞僞(진위)를 뒤집어버리는 일을 말하게 되었다.
그 뜻처럼 강호에서도 고수들이 이를 본 따 상대의 공격을 농락했다.
보통은 상대의 칼에 자신의 칼을 접붙여 상대가 알 수 없게 그의 힘을 다루어 또 다른 적을 치는 것이다.
일석이조인 셈인데, 다만 이 같은 수는 상대에 비해 그 실력이 한참 높아야만 가능한 재주였다.
최소 상대에 비해 두 세수는 앞서야 하는 것이다.
한데 장삼풍은 이런 이화접목을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 명 이상에게 펼치고 있었다.
덕분에 이들의 합격술은 어느 순간부터 합격술이라기보다는 그와 어울리는 모양새가 되었고, 이마저도 잠깐의 방심 속에서 팔다리가 날아가거나 지금처럼 숨통이 끊어지곤 했다.
이러니 그를 알아본 무인들은 저마다 경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화접목을 이 정도까지 펼칠 수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무언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그들에게 의문을 일게 한 것은 바로 장삼풍이 내공을 사용하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외공이 극에 이른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순수히 육신만으로 그 공세를 이겨내는 것도 모자라 여전히 지친 기색 없이 몰아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자연 그런 일이 가능한 것에 대한 이유를 다른 쪽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백련의 전설이 담긴 검답도다!”
“의천검의 비밀을 깨우치는 자 천하를 손에 넣는다고 하더니!”
“천하제일검이라는 말 그대로다.”
당연히 장삼풍이 다루는 칼은 의천검이 아니었고,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장삼풍 본인도 이해하기 힘든 그의 육신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들로서는 의천검에 대한 부푼 소문들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상식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더는 자신의 목숨조차도 도외시하지 않은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불나방처럼 그들은 자신이 타 죽을 것을 알면서도 그 욕망이라는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다.
-푸욱! 서걱! 차아앗!
그렇게 미쳐 날뛰는 모습이 혐오스러웠던 것일까? 이들을 향해 펼치는 장삼풍의 칼 또한 더욱 거칠어지고 사나워졌다.
그 광기는 그들 중 절반이 죽어 나간 뒤에도 이어졌으며 끝내 열이 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그들은 점차 미혹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으음! 사, 살려…… 크윽!”
-퍼어엉! 카가가강!
그러나 그때는 이미 너무도 늦은 뒤였다.
달리 장삼풍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그간 기운을 회복한 한림왕의 호위들이 남겨진 그들을 모두 처리했기 때문이다.
그간 이들로 인해 당했던 바가 컸던지 그 울분이 담긴 그들의 손속에 모두가 형체도 알 수 없게 곤죽이 되어버렸다.
“후우우.”
장삼풍은 그제야 긴 숨을 내뱉으며 칼을 거두었다.
베어 넘긴 강호인들의 숫자가 팔십이 훌쩍 넘었으니 아무래도 피로함이 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것도 집요하리만큼 합공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 그에게 이제 열대여섯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다가왔다.
비단옷이 아닌 허름한 차림의 소년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 옷차림을 두고 그를 함부로 할 수 없을 만큼 귀태가 흐르는 이였다.
그럴 법도 했다. 그는 이 모든 분쟁의 시작을 일게 한 한림왕이었기 때문이다.
“한림왕이라고 합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장삼풍입니다. 대단찮은 일이었으니 그리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으음!”
그 말에 한림왕은 감탄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설사 강호인 특유의 허세라고 할지라도 그 같은 대격전을 벌이고 저 같은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잠시 신음을 흘리던 그 모습에서 그 나이 또래 소년의 모습이 보였던 터라 장삼풍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그보다 괜찮다면 허기를 달랠 만 한 것이 있습니까? 끼니를 채우지도 못하고 싸웠더니 제법 허기가 지는군요.”
설마 그와 같은 혈전을 끝이 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배가 고프다고 할 줄 몰랐던 그의 대담한 태도에 한림왕은 크게 대소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저희도 끼니를 거른 지 제법 오래되었군요.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차려진 식사는 제법 훌륭한 것이었다.
한림왕을 모시는 이들답게 그중 하나는 여느 숙수 못지않은 솜씨를 지니고 있어서다.
확실히 식사를 같이하고 나서인지, 장삼풍을 경계하던 호위들의 모습도 상당히 누그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경계를 누그러트린 것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는 듯한 장삼풍의 모습 때문이다.
의외로 이런 강호인들은 생각보다 흔했다.
무공을 대성하기 위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폐쇄적인 공간에서 수련을 하다 보니, 뛰어난 무공에 비해 식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말은 정말로 장삼풍이 자신들에게 보인 것은 정말로 순수한 호의임을 말하기에 그들은 감명받을 수밖에 없었다.
말로만 협객이라 떠드는 자들과는 격이 다른 진정한 협객임을 알아본 것이다.
장삼풍의 사정을 알게 된 한림왕 일행은 현 강호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째서 백련도가 이 같은 처지가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간략히 말하자면 백련도는 한 제국을 세운 홍 씨에게서 배반을 당해 버렸다.
한 제국 초기에서는 그야말로 한 제국의 국교로 삼았을 만큼 이들은 가까웠다.
그러나 이는 같이 싸웠던 동지이기에 보이는 호의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한 제국 초기 불안정한 시국을 바로 잡기 위해 백련도의 힘이 필요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더불어 백련존자라는 절대자가 있었던 백련도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백련존자가 죽고 한 제국이 안정을 찾자 황제는 거짓말처럼 백련도에게 칼끝을 들이밀었다.
악의적인 소문을 내어 그들에게 누명을 씌었으며, 강호무림에 여러 이권들을 약속하며 그들을 공적으로 삼게 만들었다.
그 결과 백련도는 여러 갈래로 찢겼으며, 그중 일부는 장삼풍이 경험했던 것처럼 군에 의해 제압을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백련존자의 아들이자 한림왕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이했다.
다행히 한림왕은 아버지의 희생 끝에 살아남았으나, 그의 운명도 바람 앞의 촛불처럼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장삼풍이 이들과 만난 것은 그 운명의 불안함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이번 일이 알려진다면 장 대협께서도 곤욕을 치를 게 분명합니다. 정말 장 대협께 죄송할 뿐입니다.”
그 사정을 들은 장삼풍은 크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 말하지 마십시오. 어찌 피해자가 죄스러워한단 말입니까? 그보다 갈 곳은 있습니까?”
오히려 위로하는 장삼풍에 한림왕은 감격한 눈길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림사로 갈 생각입니다. 저희 교와 오랫동안 연을 맺은 곳이니 쉬이 내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길에 저 또한 함께하지요.”
“으음! 정말 그래주시겠습니까?”
“하하하. 어차피 달리 갈 데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훗날 어떻게든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한림왕은 크게 대례를 보이며 그리 말했고, 이는 그와 함께 한 백련도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낯간지러웠던 것일까?
장삼풍은 괜히 볼을 긁적이다, 이내 이번에는 자신이 장작을 구해 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