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incible Alter ego RAW novel - Chapter 92
분신으로 절대무신 92화
그들에게는 다행히도 그의 칼은 그들의 뒤를 쫓지 않았다.
-까앙!
대신 그는 피로 얼룩진 칼을 아무렇게나 내 던졌다. 칼을 내팽개친 그의 눈에는 어느새 공허함이 사라져 있었다.
백수십을 죽임으로써 깨달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살인에 익숙하다.’
그것이 그가 처음으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없었다.
-와아아아!
-쫓아라. 반란군들을 모두 죽여라!
그로 인해 반란군의 진형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전장의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해 몰아치는 군대를 보며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흘렸다.
“하아. 일단 몸을 피해야겠군.”
저들의 손에 붙잡혔다가는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이라는 직감에 그는 몸을 피했다.
-탁…… 탁. 탁!
그렇게 대지를 박차며 달리기 시작한 그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마치 야생마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빨랐던 것인데, 놀라운 것은 그 움직임이 경공에 의한 재주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 되었든 이 덕분에 그는 제국군에 의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가 있던 곳은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거대한 평야였고, 하여 한참을 도망쳐서야 그는 제국군에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그제야 여유를 찾은 그는 자신의 몸에 걸친 것들을 살필 수 있었다.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검 한 자루와 금과 은이 들어가 있는 주머니. 이외 도경(道經)이라 쓰인 책 한 권과 옥패 등이었다.
-스르릉.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역시나 검이었다.
-우웅!
놀랍게도 검은 뽑히기 무섭게 검명을 스스로 울렸는데, 그 모습에서 그는 이 검이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한 사이였음을 인지했다.
그 검 끝에는 오래된 수실이 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안에는 장(張)이라는 글자 하나가 쓰여 있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잊은 것과 달리 글을 읽는 등의 상식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기에 그는 이 글자의 의미를 유추해 나갔다.
“베풀 장자라. 뭘 베푼다는 걸까? 어쩌면 나의 성일지도.”
정체성을 가지는 데 이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 그는 그렇게 자신의 성으로 보이는 것을 찾았다.
다만 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옥패를 보았다. 대충 보아도 대단히 귀한 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그는 그 옥패에 쓰인 삼풍을 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건 나의 이름일지도 모르겠구나. 아니면 호(號)일지도.”
어찌 되었든 그 자신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 여겼고, 하여 그는 스스로를 장삼풍이라고 일컬었다.
스스로의 이름을 찾은 그는 이후 작은 조각상과 부러진 칼 따위가 있는 목함을 챙겨 보다, 그 뒤에야 도경에 시선을 돌렸다.
“서책이 작지 않음에도 이처럼 품에 지니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대단히 아끼었던 책인 것 같은데.”
그리 중얼거리던 장삼풍은 도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도경의 내용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한나절이 지나고, 다시 반나절이 지난 뒤에야 그는 탄성과 함께 겨우 시선을 떼어냈다.
“참으로 현묘하기 그지없구나.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새로이 느껴지니, 실로 도경(道經)이라 할 만하다.”
아마 허기를 느끼지 못했다면 몇 날 며칠을 그 도경에 빠져 살았을 것이다.
-꼬르륵!
오랫동안 몸을 움직였던 탓인지 요란한 소리가 배에서 울리자 그는 볼을 긁적거렸다.
“일단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막상 그리 말했지만 아쉽게도 주변에는 그가 먹을 만한 것들이 없었다. 산이나 숲, 아니, 강이라도 있다면 뭐라도 잡아서 먹겠건만, 아쉽게도 그가 있는 곳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끝 모를 평야의 중심에 있었다.
방향을 잡기도 힘들 사방이 지평선이 보이는 곳에서 장삼풍은 방향 하나를 점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도 없어 보이는 평야는 대단히 고요했다.
가끔 부는 모래바람이 아니라면 정말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까가강! 으아악!
그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저 너머 금속 비음과 함께 이루어진 비명 소리였다.
장삼풍은 그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움직였다.
분쟁에 끼어드는 것은 그리 내키지 않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넓은 평야를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멀리서 들었던 것보다 더 큰 전장이 펼쳐져 있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자들이 서로를 노리고 있던 것으로, 특이한 점은 여러 세력이 서로를 맞물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중심에는 마차 서너 대를 보호하고 있는 한 무리가 있었다.
“한림왕을 내놓아라!”
“버릇없는 놈! 어딜 전하의 존함을 함부로 입을 놀리더냐!”
“전하는 무슨! 네 놈에게 귀하지. 우리에게는 금덩어리일 뿐이다.”
“우리는 의천검이 필요할 뿐이네. 그것만 내놓는다면 순수히 물러나지.”
“미친놈들! 누가 가져가게 해준다더냐!”
장삼풍은 그들의 모습에서 대략의 상황을 이해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들은 저 마차를 몰고 있던 자들의 것을 빼앗고자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을 누군가는 그들이 가진 보물을 노린 것인데, 문제는 이들 모두가 무공이 뛰어난 강호인이라는 점에 있었다.
-쿠가가강!
-퍼어엉!
그중 일부는 한걸음에 십 장을 뛰어넘는 경공을 펼쳤으며 가벼운 검짓에도 웅장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바위도 갈라 버리듯 했는데, 그런 이들이 가장 많이 포진된 곳은 한림왕을 보호하는 무리였다.
하지만 자신들을 노리는 숫자가 열 배를 훌쩍 넘어서다 보니 그들의 뛰어난 무공도 어느새 한계에 온 듯했다.
그나마도 저들이 힘을 합하지 않고 반목을 일삼았으니, 이 정도였던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그들은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실로 오금이 저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전투였으나, 장삼풍은 그 전장을 마주함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는데, 이는 그들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스스로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서다.
그들이 펼치는 기운에 흥미를 느낀 그는 자신에게도 그와 같은 기운이 있는지를 관조한 게 무색하게도 그에게는 내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분명 친숙한 기운이었는데.”
어쩌면 이것이 자신이 기억을 잃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던 장삼풍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도 저들이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그저 나의 착각인가?”
-스르릉!
그는 참으로 알 수 없다 생각하면서도 등에 매여 있던 칼을 뽑아내었다.
그리고 그 끝을 달려가고 있는 전장에 뛰어들었다.
-우우웅!
그의 칼에서 이른 검명의 울림에도 전장의 그 누구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림왕 측의 기세가 크게 꺾인 지금 모두가 보물을 차지하는 데 혈안(血眼)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전과 달리 한림왕 측과 싸우기보다는 보물을 차지하려는 서로의 세력에 칼끝을 돌리고 있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져 갔다.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상대도 가질 수 없어야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덕분에 전장에 뛰어들었던 무인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어 수백 명에 달했던 이들이 백 명에도 채 되지 않게 되었다.
장삼풍이 뛰어든 시점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웬 놈이냐!”
그를 처음으로 발견한 무인은 가타부타할 것 없이 살수를 펼쳤다. 부상을 입은 탓에 평소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듯했지만 찌르는 칼끝에 자리한 힘이 묵직한 것이 능히 절정 무인이라 할 만했다.
감히 내공이 없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격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의 일격에 장삼풍의 머리가 달아날 듯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틱! 서걱!
상대의 매서운 칼을 향해 장난을 치듯 아무렇게나 펼친 그의 칼이 그의 힘을 비틀더니, 이내 그로 생긴 힘의 파장을 이용해 상대의 머리를 갈라 버린 것이다.
이는 미리 합을 맞춘다고 가능한 재주가 아니었기에, 그의 죽음을 본 이들은 다툼을 멈추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이해되지 않는 재주도 그렇지만, 사람 하나를 죽였음에도 평온한 태도를 보이는 그 모습에 섬뜩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삼풍을 경계하던 자들 중 중년인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대는 누군가?”
“장삼풍이라 하오. 상황을 보니 저들을 피박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끼어들게 되었소.”
“하! 저들이 누구인지 알고 이러는 것인가?”
당연히 알지 못하는 장삼풍은 어깨를 으쓱거렸고,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던 그가 말을 이었다.
“저들은 백련도의 교인들이네. 저 마차 안에는 그 백련도의 소교주가 있지.”
그 말에도 장삼풍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비록 알 수 없는 오해로 인해 백련도와 악연을 맺기는 했지만, 일반적으로 학살을 당했던 그들에게 그가 나쁜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설마 백련도 놈이더냐!”
“그건 아닐 거요.”
백련도의 교인을 묻는 그 말에 장삼풍은 애매한 부정을 보였다. 확실하지 않다 보니 강하게 부정하지 못한 것인데, 노련한 강호인인 그가 그것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바로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그를 질책했다.
“이 벌레 같은 백련도 놈이 또 나타났구나!”
“백련도?”
“죽여라! 일단 저놈부터 죽여.”
자연 일대의 강호인들의 칼끝이 장삼풍에게 향해졌다.
아무래도 힘이 빠졌다고 하지만, 백련도의 최고수들로 구성된 마차를 노리기보다는 홀로 떨어진 애송이 하나를 노려 공적을 쌓는 게 편하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열이 넘는 강호인들이 그를 노리게 되었지만, 장삼풍은 그 압박에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칼을 바로 세웠을 뿐인데, 그의 칼을 본 몇몇의 얼굴에 탐욕이 일었다.
수수한 문양으로 인해 쉬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이제 보니 대단한 신검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곧 이들은 앞다투어가며 장삼풍에게 칼을 날렸다.
하나같이 강맹한 기운이 실린 일격들이다 보니 능히 집채만 한 바위도 부서져 버릴 전력이 몰아쳤다.
그런 위기에도 장삼풍은 담담하게 칼을 들었다.
-카가강! 카강! 서걱…… 푸욱!
그리고 펼쳐진 그의 칼은 실로 눈을 뜨고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신비를 내보였다.
앞서와 같이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칼을 내밀어 상대의 칼끝에 깃든 힘을 뒤틀었던 것으로, 그로 인해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세 명의 칼끝을 뒤흔들어 혼란을 일게 한 그는 그 틈을 각기 머리를 날리고 심장을 꿰뚫어버렸다.
순식간에 여섯 명의 고수의 공격을 막아서고 그중 두 명을 죽여버리자, 그제야 그들은 그가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쿠우웅!
덕분에 잠시 주춤하게 되었고 장삼풍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바로 크게 진각을 밟아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낸 중년인과의 거리를 좁히기 무섭게 칼을 날렸다.
과감하고 재빠른 그 일격에 중년인은 서둘러 도를 내밀어 이를 막아서려 했지만, 그의 저항은 보잘것없이 끝이 나버렸다.
-차아아앗!
놀랍게도 장삼풍의 검은 종잇장을 찢듯 도와 함께 중년인을 베어내서다.
“!!!!”
그 모습에 모두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 검에 엄청난 기운이 내재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신비에 정적이 일기도 전에 누군가 답을 찾았다는 듯 소리쳤다.
“의천검! 의천검이구나!”
그 소리에 저 멀리서 다투던 이들의 시선 또한 그에게로 향했다.
“하아.”
장삼풍은 묘하게 일이 꼬여간다는 생각 때문에 긴 한숨을 흘렸으나, 그렇다고 해서 몸을 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저들이 모두 덤빈다고 해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조금 전 중년인을 베면서 검과 일체가 된 느낌을 받은 것과도 크게 관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