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뜻밖의 만남.
흉노의 진영으로 깊숙이 들었다. 그것만이 장안에서 출발한 추격대를 물리칠 방법.
늦은 저녁에서 시작해
다음 날 오전이 다 가도록 달렸다. 근 이틀이나 고생하며 달린 것이다.
하지만 나를 태운 군마는(흑랑) 마가장의 군마 중 상등급이라 웬만해서 쉽게 지치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 한계를 넘어 달린다.
“이런.”
달리던 흑랑을 바라보다가 성의가 타고 있던 군마를 보았다. 흑랑은 버틴다고 해도 성의가 탄 말은 아니었다.
나는 손을 들어서 잠시 멈추기를 원했다. 성의도 동의한 사항으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 주변을 탐색했다.
추격대가 쫓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먼곳에 먼지구름을 올라오지 않고 보이는 건 울창한 수목과 허리까지 올라오는 수풀.
산악지역이 많은 이곳에 몸을 숨기기가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더는 찾지 못하겠지.
“이곳이다. 이곳에서 쉬어가자.”
그 말과 함께 말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다. 눈앞의 수풀을 헤치고 깊숙이 들어섰다.
“후우-”
저절로 긴 숨을 삼켰다.
되었다.
거리를 확보했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팔다리를 주물렀다.
“쑤신다. 쑤셔.”
노인네 같은 비명이 절로 나왔다. 말을 탄다는 건
군마가 지면을 받고 뛰어오른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는 일.
진동을 엉덩이와 허리로 받아내고 허벅지와 발목은 군마의 허리춤을 꽉 붙들어 맨다. 그 고통을 이틀이나 지속했으니.
당연히 앓는 소리가 나왔다.
“끄응.”
“사지에 마비가 오는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야. 이대로 누워서 쉬었으면 해.”
“고생입니다. 고생. 그래도 추격대는 물리쳤고 노옹의 계책이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럴 겁니다. 마차는 천수 방향으로 올라갔고 우리는 동쪽으로(흉노) 도망쳤으니, 노옹 일행은 무사히 빠져나갔을 겁니다.”
성의의 말을 듣다가 몇 번 헛기침했다. 목이 칼칼하다. 마실 물은 없고 모래 먼지를 입안으로 삼키며 달려왔으니 당연했다.
성의는 그 모습에 호리병을 건넸지만 통 안에 물은 없었다.
“…..”
“없습니까? 아무래도 마실 물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그 후,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 마실 물을 찾았다.
대략 한 시간을 숲을 헤치며 찾았다. 그러다가 운이 좋았는지 빽빽한 숲 사이에서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찾았다.
나와 성의가 찾은 게 아니라 타고 온 군마들이 냄새를 맡고 반응했다. 그리고 그들이 인도하는 대로 따라갔더니 물줄기가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청아한 물줄기.
깨끗하고 차가운 물줄기.
그 물줄기에 더러워진 머리를 처박고 시원함을 만끽했다. 그리고 들이켜 마시니 살 것 같았다.
황량한 모래 먼지 속에 살다가 이제야 찌뿌둥함에서 벗어난 느낌.
“카하! 시원해! 이게 얼마 만이냐?”
그 말과 함께 한동안 물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성의, 군마들까지 한동안 물을 들이켜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그 모습에 웃음을 지었다.
“오늘은 여기서 보낸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 흉노의 영지인 이곳까지 들어올 자들은 없을 테야.”
“같은 생각입니다. 이각의 추격대가 미치지 않고는 들어서지 못할 겁니다.”
성의의 말처럼 오랜만에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날.
물가에 짐을 풀고 하루를 보내고 간단한 식사를 위해 준비할 때였다.
그 순간,
유일한 소음인 새소리가 사라졌다.
분명, 조금 전까지 지저귀던 새들이 목소리를 삼켰다.
정적. 낯선 날카로움.
그리고 이어진 소리는 투레질.
히이이잉! 푸우- 푸우후-!
우리가 타고 온 군마가 아니었다. 이는 전혀 다른 말이 내는 투레질.
그 소리에 잠시 경직이 된 듯 동작을 멈췄다.
“성의!”
내 말에 성의도 끄덕이며 답했다.
“저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성의는 속삭였다.
긴장감이 타고 올랐다.
어떻게 이곳까지 쫓아왔지가 첫 번째 생각?
그럼에도 고개를 흔들어 아닐거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주변에 널브러진 짐들을 서둘러 정리했다.
“어서 흔적을 지워야 해.”
“맞습니다. 조용히 빠져나가면 모를 겁니다.”
우리는 흔적을 지웠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 개울가에서 빠져나왔다.
“어서 숨어야 해!”
“저기! 바위 뒤가 적당합니다. 우리를 찾지 못할 겁니다.”
서둘러 숨었다.
그리고 잠시 뒤.
낯선 자들이 찾아들었다. 그들은 수십 명이 아닌 작은 숫자의 사람들.
딱, 척후대의 인원인 장정 넷과 하나는…?
여자??
어째서?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우리를 쫓는 척후대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저들은 지나치던 흉노족.
그것도 개울가를 찾아왔으니 물 한 잔 마시고 사라질 게 분명했다.
나는 안도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보았고, 그건 성의도 마찬가지. 지금처럼 숨어서 기다리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광경이 예사롭지 않다.
흉노족 중 하나가
여성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었다. 그리고 내뱉는 소리란…
“어서 걸어! 네년 걸음걸이 때문에 한참을 뒤처졌다.”
그러자 머리채를 붙잡힌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카아악! 놔! 이걸 놓으라고. 내가 네놈들에게 굴복할 줄 알고.”
그 말에 흉노족이 웃는다. 누런 이빨을 들어내고 씨익 웃었다.
“가소로운 년! 내년이 그런다고 우리를 이길수나 있고?”
그 말과 동시에 거친 손바닥이 여성에게 향했다.
촤악-!
“악!”
한차례 후려친 뺨다귀에 여성이 널브러졌다.
그 모습에 사내가 흡족하게 웃었다.
“가소로운 년! 네년 아비가 한나라 고위 관료라고 내년도 그런 줄 알지?!”
“….”
“네년 애비는 죽었어. 왕윤의 손에 죽어 흙바닥에 묻혔다고. 그런데 반항을 해?! 순순히 따르라고. 그래야 너도 좋고, 우리도 좋잖아.”
“아버님을 모욕하지 마라!”
“아직도 성깔이 남았어. 매가 부족한가? 네가 그래봤자 얼마나 버티겠어? 네년은 오늘만 지나면 족장에게 사타구니를 벌려야 할 텐데. 그럼 네년도 신음을 뱉느라고 말도 못할 걸.”
흉노족 사내는 음흉하게 웃었다. 여자는 그 모습에 두 눈을 감았다가 뜨며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다른 사내가 음심을 품고 앞으로 나섰다.
“이보게, 오골타!
꼭, 족장에게 저년을 내줘야 하나? 나도 손과 발이 있고, 내가 가진 혓바닥으로 저년의 위세를 꺾을 줄 아는데.”
“혓바닥으로 위세를 꺾어?”
“알면서 그러나. 계집년이 앙칼지게 눈을 뜨잖아. 내가 누를 줄 안다고.”
“아, 그거.”
“하하하. 알아들었지.”
“하하하. 어떻게 모르겠나.”
사내들은 음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타구니 한쪽을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흐흐흐. 그것도 좋지. 이참에 귀족년 버릇을 고쳐줄까?”
“두 번 말하면 잔소리지. 저년은 혼이 나야 해.”
웃음소리가 겹친다. 한 놈, 두 놈, 다른 사내놈들도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자 여자는 사색이 되었고,
부르르 떨면서 주변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들었다.
“저리 가! 오지마!!”
하지만 한 번 마음 먹은 흉노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싫은데.”
“제발 오지 마!”
돌을 던지고
뒷걸음치고
종국에 넘어져 등으로 기면서 멀어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놈들은 비릿하게 웃으며 그 모습을 즐겼다.
“고년! 이제야 계집 같구먼.”
“앙칼진 목소리가 계집 맞다니깐.”
“고혹스러운 목소리를 더 들을까?”
“족장이 알면 어쩌려고?”
“알기야 하겠어? 그리고 매번 족장만 건들었잖아.
잡은 건 우리였는데.”
그 말과 동시에 손길이 그녀에게 닿았다.
거칠게 잡아 찢고,
시커먼 손길이 비단 저고리를 붙잡고,
투득!
그녀의 하얀 젖무덤이 드러나고,
“카아아악!”
“살결이 제법이야.”
“비켜봐!”
“내가 먼저라고.”
짐승 같았다.
네 마리 짐승이 가여운 양을 괴롭혔다.
여자는 안간힘을 썼다.
녀석들에게 벗어나려고,
덮쳐오는 손길을 밀어내려고,
다리를 오므려 순결을 지키려고,
짐승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와 성의는 그 모습을 보았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가만히 지켜볼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 고개를 흔들고 있을 것인가?
아니!
나는 아니다.
나란 사람은 그걸 지켜볼 졸장부가 아니다.
그렇게 성의를 바라보았고 성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마음이 통했다.
각자 무기를 뽑고 뛰었다.
탁! 탁! 탁!
진각을 밟고 보폭을 넓혀 바람처럼 달렸다. 그리고 맨 먼저 눈에 들어온 사내를 향해 묵창을 찔렀다.
놈은 여자의 위로 올라타려다가 움찔한 순간이었다.
“이노오오옴!”
묵창이 훅, 들어갔다.
대번에 뒷덜미가 뚫린다.
푹! 촤아아악-
붉은 핏물이 솟고 날카로운 묵창을 뽑아내, 여자의 발목을 붙잡은 놈도 날렸다.
서걱-
“크아아악!”
손목이 잘린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묵창은 기다리지 않았다.
손목에 이어 놈의 목덜미도 그었다.
이로써 두 명을 잡고 다른 녀석들이 무기를 뽑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막아선 자는 성의.
성의는 대도를 휘둘러 두 명을 동시에 상대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끄덕였고 여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어나시오.”
하지만 대답이 없다. 여자는 동공이 풀려 한순간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자기를 덮치려던 자의 머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핏물까지 뒤집어썼으니 놀랄 수밖에.
“괜찮습니까?!”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리고 등 뒤로 숨기며 말했다.
“뒤에 서시오. 지켜주겠소.”
나는 묵창을 움켜쥐고 방어 자세를 취했고, 성의는 내 앞에서 두 명의 흉노족과 싸웠다.
성의에게 여유가 있었다.
이 정도 흉노족은 일도 아닌 것. 다만 이놈들 말고 다른 자들이 쫓아올까? 걱정이 들었지만, 모른척할 순 없는 일이다.
나는 그걸 떠올리고 소리쳤다.
“용서는 없다. 모조리 죽여!”
그 말과 함께 성의가 움직였다. 좌충우돌. 왼쪽을 막고 오른쪽을 때리며 성의가 어째서 방어에 능력자인지 보여줬다.
그리고 종국에 한 놈의 머리가 날아간다.
두둥실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흉노족의 수급.
그걸 본 여성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내 허리를 붙잡고 부르르 떠는 그녀의 손길. 간혹 움찔하거나, 비명을 지르고, 또 어떨 때는 놀라서 주저앉기도 했다.
나는 놀란 그녀를 다독이려고 고개를 돌렸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러나 보이는 건
그녀의 하얀 나신.
겁을 먹은 듯한 커다란 눈동자.
콧날은 오뚝하고 입술은 붉었다.
그걸 보자 실수한 걸 알았다. 그리고 어깨를 감싸던 망토를 풀어 그녀에게 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도 붉게 변했다.
그녀도 깨달은 것이다.
하얀 나신.
아무것도 입지 못한 상태.
나도, 그녀도, 경황이 없어 몰랐지만, 이제는 알았다. 그녀의 얼굴은 붉은 사과처럼 변했다.
“민망하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입을 만한 옷가지를 드리지요. 제 부하가 금방 제압할 겁니다.”
그 말처럼 성의의 창날은 빛났고 마지막 남은 흉노의 수급도 두둥실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나는 그 모습에 끄덕인 후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금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 말에, 그녀가 긴 숨을 삼켰다.
이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내뱉은 말이란.
“끌려왔어요. 하동으로 내려가다가 도적 떼에게(흉노족) 붙잡혔어요.”
“혼자서 말입니까?”
“가족이 있었지요. 그들 모두는….”
서럽게 눈물이 쏟아졌다. 한동안 울었다. 참으려고 몇 번이나 목울대를 삼켰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참아낸 그녀가 다음 말을 이었다.
“못난 모습을 보였어요. 저는 채염蔡琰이에요. 은공께서 문희文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채문희.”
다시금 그녀를 보았다.
내 눈빛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얀 나신이 망토 사이로 보이고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망토 끝을 붙잡고,
채염이 이곳에?
좌현왕에게(유표) 잡혀가던 길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