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유표의 추격
채염의 긴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장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동태사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
“황제를 따라 장안으로 이주한 후 동태사의 부름으로
아버님께서 관직 생활을 이어가셨습니다. 하지만 왕윤 일파가 정권을 잡은 후 모든 게 달라졌지요.
아버님께서 편협한 왕윤과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칩거에 들어가셨습니다. 그저 후학을 가르치고 다시는 정계에 발을 딛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칩거를 깨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저잣거리에 버려진 동태사의 육신.
지나치는 사람들은 침을 뱉고, 굶주린 개는 물어뜯기 일쑤였지요.
아버님께서 모른척하지 않았답니다.
용기를 내어 시체를 수습하고, 한줄기 눈물로 동태사를 추모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용서할 수 없었던 왕윤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아버님은 옥에 갇히고
모진 고신拷訊으로 고통당하셨지요. 물론 아버님을 위해 나서준 백개학파 사형제와 상서복야 사손서, 태위 마일제 같은 분도 있었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왕윤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아버님은 옥사에서 생을 마감하시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편협하고 고집스러운 왕윤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저희 채씨 일족의 압박과 공격으로 연일 괴롭혔습니다.
그건 자기를 반대한 자들을 위한 본보기.
그 본을 보이려고 지속해서 괴롭혔습니다.
저희 일족은 탄압을 피해 홍농에 피신했습니다. 그리고 왕윤이 무너졌단 말에 다시금 장안으로 이주하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나요…
장안으로 올라서던 길에 도적들의(이민족) 공격을 받았습니다.
도적 떼가 어떻게 알았는지?
가문의 마차를 노리고.
노복과 가문의 사내들은 칼을 뽑아 버텼습니다. 하지만 날래게 달려드는 적병의 공격.
그것에 저항했지만, 일족들은 하나둘 피를 뿌리며 죽어야 했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건 마차 안의 여자들.
하지만 그들도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늙은 할머니와 어머니는,
가치가 없다고 죽이고 강보에 쌓인 아이도 사내란 이유로 베어졌습니다.
남은 건 저와 몇몇 여동생뿐인데…
저들은 각자 취향에 맞게 물건 고르듯 잡아갔습니다.
저들의 족장과, 이름난 호족에게 바친다고.
저 또한, 유표劉豹란 자에게 끌려갈 운명이었습니다.”
채염은 그 말을 하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슬픔을 참는 모습.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지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참았다.
그 모습에 나는 긴 숨을 삼키며 말했다.
“잘못은, 위정자가 하고 피해를 보는 건 힘없는 백성이지요.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지만, 울지 않으면 병이 난답니다. 슬플 때는 울어야지요.”
그녀를 다독였다.
슬픔을 삼키려고 그녀를 툭, 툭, 두들겨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눈물을 삼킨다.
주르륵.
조용한 눈물이 그녀의 턱밑을 따라 떨어진다.
소리 없던 울음이 커졌다.
“형제가 납치당했다고 했지요. 내가 찾지요. 상행을 통해 그 행적을 찾아보겠소.”
그 말에 그녀가 끄덕였다.
아직도 슬픔을 짓누르는 행위.
입술을 꽉 깨물고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도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깨우고,
마지막 곱게 절을 올렸다. 그 모습이 참 미묘했다. 하얀 나신인 그녀.
그녀를 감싼 건 망토가 전부.
절을 올리는 고풍스러운 몸짓까지.
그녀는 절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감사해요. 더럽혀질 몸을 구해주신 것과 제게 해주신 말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은혜를 받았습니다. 저는 당신께 아무것도 줄 게 없는데…
혹여 원하신다면 상공으로 모시겠습니다.
아니, 상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저를 하녀를 부려도 따르고 싶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노랫가락이 나왔다.
그녀가 하고픈 말을 즉흥적인 노래로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시적이고, 멋스러웠다. 노랫 가사는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천지가 아름답지 않아 어지러움을 내리더니…
이런 아픔을 겪게 되는구나.
-창칼을 휘저으니…
지나치는 백성은 슬픔에 잠겼고.
-죽음과 사사로움은 내가 뜻한 바가 아니거늘
추하게 능욕당한 아픔을 누구에게 호소하리오.
-오랑캐 풀피리를 불고 거문고를 쳐도
괴롭고 원한 맺힌 마음을 어찌 잊으리오.
-애간장 무너져도 내 마음 아는 건 그대뿐이니.
내 평생 기러기 되어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노래를 끝냈다.
난 한동안 채염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부를까? 뚫어지게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눈빛을 알아본 채염이 끄덕이고 답했다.
“호가십팔반胡笳十八拍이란 노래입니다. 원래 가사가 이게 아니지만, 은인을 만나 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혹여 허락하신다면 따르고 싶습니다.”
당찬 채염의 목소리. 하지만 지금 상황과 견 가장에 있을 그녀를 떠올리며 여러 생각이 지나쳤다.
그녀를 거둬야 하나?
상공이면 평생 따르겠단 소리겠지?
잠시 생각했다. 쉽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해서 좋은 말로 변명했다.
“문희. 내 상황이… 그럴 경우가 아닙니다.”
내 말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런 기색을 숨기고 다시금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은인께서 괘념치 마세요. 미천하고 더러운 저는 은인의 종입니다. 전 단지 당신을 따를 뿐. 가시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더럽다니? 그 말이 아니라…”
고개를 흔들었다. 더럽다고 말한 게 아닌데. 그녀는 내가 거절한 이유가 흉노족의 일 때문으로 착각했다.
그게 아닌데.
오해라고 말하려고 할 때,
성의가 다가와 긴히 할 말을 전했다.
“주군. 흉노족 마지막 병사가 한 말이 걸립니다.”
“무슨?”
고개를 돌렸다. 채염과 대화로 정신 없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마지막 병졸이 무슨 말을 했지?”
“그가 말하기를… 숲 너머에 족장이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족장?”
“유표劉豹라고 했습니다. 만만친 않은 병졸이 준비된 것 같은데 어서 서두르셔야겠습니다.”
성의의 말에 상황을 파악했다. 서둘러 빠져 나가는 게 답이었다.
흉노족의 물건 중 괜찮은 걸 챙기고 채염을 바라보았다.
채염은 군마를 타본 적 없어 전리품으로 얻은 군마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채염과 함께 군마에 올라 길을 나섰다.
빼곡한 숲을 빠져나와 은밀히 걸었다. 운 좋게 도적 떼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움직여 성의에게 말했다.
“견 가장까지 얼마나 걸리지?”
“빠르면 4일. 지금처럼 은밀히 걷는다면 2주는 걸리지 않겠습니까?”
나는 일정을 생각하다가
등 뒤로 체온이 전해지는 채염에게 고개를 돌렸다.
“힘들지 않소?”
“아니에요.”
“처음 마필에 올라타면, 허리며, 엉덩이, 종아리까지 당길 텐데?”
“…그, 그건 그렇지만. 참을 수 있어요. 혹여 저 때문에 속도를 올리지 못한다면 그러지 마세요. 제 몸이 부서져도 상공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겠습니다.”
“그런가? 각오했지.”
“그럼요.”
채염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놀리고 싶은 마음.
각오한다고 될까?란 마음과 어릴 적 말타기에 소질이 없다는 말이 떠올라 놀리고 싶었다.
만만한 게 아니라고.
나도 고생해서 지금의 경지에 올랐는데?
“그럼 달려볼까?! 문희! 꽉 잡아!”
갑자기 고삐를 내리쳤다. 그러자 반응이 바로 나왔다.
신음. 꾹 다문 입술에서 삐져나오는 아픔.
“아, 어머! 아, 어머! 아, 상공!”
절로 높은음이 나왔다. 그녀가 콧소리를 내며 소리치니 얼마 전이 생각났다.
하얀 나신의 그녀.
어여쁘고, 아름다웠던 그녀가 생각났다.
그것에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채염의 신음은 계속이었다.
“상공! 너무 아파요! 그만! 제발요!!”
울어버릴 것 같은 그녀의 비명. 하지만 조금 적응했는지? 그녀의 신음도 작아졌다. 그럼에도 속도를 더 올리자 소리는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
눈가가 촉촉해지자 놀림을 멈췄다.
“문희, 버틸만해?”
그 말에, 곱게도 흘긴다. 촉촉한 눈가를 가진 그녀가 입술을 앙다물고 답했다.
“물론이지요. 버틸만해요. 상공의 등을 붙잡고 떨어지진 않았답니다.”
“잘했어. 거친 서량은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다고.”
“알아요. 거친 그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는 걸. 각오하고 있어요.”
“각오만으로 안 되지. 잘해야 해.”
“그럴게요. 짐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소질은 있어 보이니 금방 말을 탈 거야.”
칭찬에 채염의 얼굴이 빨개졌다.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감사한 표정과 잘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 채염을 등 뒤에 매달고 달렸다.
숲을 빠져나와 더 넓은 곳으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견 가장으로.
***
그렇게 이동하기를 이틀.
척후로 나섰던 성의가 급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내뱉는 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주군! 쫓는 무리가 있습니다.”
“쫓는 무리?”
“추격대는 아니고, 흉노입니다.”
“흉노.”
“아마도 마지막 병사가 말한 유표의 무리가 아닐까 합니다.”
“몇 명이나 보였지?”
“제가 파악한 건 5기였습니다. 숫자가 많지 않으니 강행 돌파가 어떻겠습니까?”
“강행하자고.”
성의의 말에 등에 붙은 채염을 돌아보았다.
역시 무리.
속도를 올릴 순 있으나 전력 질주는 무리.
성의도 그걸 확인하고 말했다.
“제가 저들의 시선을 끌겠습니다. 주군께서 견 가장으로 곧장 달리세요.”
“자네가 유인한다고?”
“충분합니다. 달리면서 떨쳐낼 수 있으니 일도 아닙니다.”
호언장담하는 성의의 굳건함.
성의는 가슴을 탕탕 두들기며 자신했고 난 그 모습에 끄덕였다.
할 수 있다.
성의는 잘할 것이다.
거기다가 척후를 속여주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어.
“좋아. 잠시만 시선을 끌어줘.”
“물론이지요. 견 가장에서 뵙겠습니다.”
성의는 고삐를 내리쳤다. 크게 우회해 멀찍이 쫓고 있을 흉노족을 향해 내달렸다.
그 시간이 꽤 걸려.
성의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보였다.
그리고 성의의 호통이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거리가 멀어 들리지 않겠지만, 성의는 분명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다.
“오라! 내가 바로 마가장의 성의다!”
“나를 상대할 자! 덤비라고.”
큰 호령. 한 마리 늑대처럼 날뛰다가 빠져나가겠지.
그리고 성의의 도움으로
우리는 빠져나가는 것이고.
***
유표의 얼굴이 붉어졌다.
숲속에서 척후대의(마대에게 죽은) 흔적을 찾고 인상을 썼다.
“감히 내 부하를 죽이고 여자를 훔쳐!”
그 말에 유표의 부하들이 흔적을 찾아 소리쳤다.
-주군! 녀석들이 마필을 버려두고 갔습니다.
“마필을 안 챙겼어?”
-일행 중 걸림돌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귀족 계집이 말을 타지 못하겠지.”
그 말과 함께 또 다른 흔적이 발견되었다.
-주군, 여깁니다! 놈들이 이쪽에서 마읍 방향으로 틀었습니다.
“마읍?! 내 여자를 훔쳐서 마읍으로 도망쳤다고.”
-마읍에서 더 나아가면 관문입니다.
“안문 요새 말이지.”
-그렇습니다. 추격하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물론이지. 쫓아라! 놈들을 발견한 자에게 금자 10냥을 내린다.”
그 말에 흉노족이 환호했다.
-찾기만 해도 금자 10냥입니까?
-주군! 잡는 자에게 얼마를 더 주실 건지요?
“수급의 베면 금자 100냥이다. 잡아라!”
-수급을! 주군 약속하신 겁니다.
-먼저 잡는 자에게 금자 100냥이다.
-하하하. 내가 먼저라고.
포상을 걸자 흉노족의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그 모습에, 유표는 비릿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