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태사자와 진도
날카로운 창날이 위연에게 향하고
갑작스럽게 쏟아진 검은 비가 태사자 주변으로 떨어졌다.
후두두!
태사자가 한 발짝 물러서자 빗방울은 더 쎄게 날아왔다. 그리고 그걸 막아내려 창을 회전시켰다. 마치 바람개비처럼 창대를 돌렸다.
탁탁탁!
떨어진다. 검은 비의 정체인 화살은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화살을 쏘아낸 자들을 쳐다보고 소리쳤다.
“이놈들!”
그들은 2백여 무리였고 위연에게 포섭된 자들. 또한 개중에는 본 적 없는 자들도 있어 저들이 이곳의 사람이 아닌 걸 알았다.
태사자는 시위에 당기는 궁수대를 보고 그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쏠 틈도 주지 않고 칼춤을 추었다.
“이리얏!”
서걱! “컥!”
서걱! “으악!”
서걱! “막아! 적은 혼자다!”
참새 떼 속의 독수리처럼
발톱을 휘두를 때마다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솟구친다. 이에 녀석들은 무리에서 벗어나려고 아우성치며 흩어졌다. 그러나 그런 태사자를 향해 수십 발의 화살은 수시로 날아왔다.
“이놈들! 한 놈도 살려주지 않겠다!”
태사자는 노호성을 지르며 놈들에게 공포를 심었다. 그러나 죽어가는 병사의 숫자보다 채워지는 병사의 숫자가 많았다. 또한, 처음 본 복장의 녀석들은 위연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대장, 괜찮소?!”
“저희가 조금 늦었습니다.”
그 말에 위연이 끄덕인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포위에 빠진 태사자를 지켜보았다.
“위연 대장의 지시대로 내성에 숨겨진 금자 3만 냥을 확보했습니다. 어서 말에 오르시지요.
외성 밖, 경계병이 집결하는 걸 보았습니다. 어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위연은 이들이 내준 말에 오르며 태사자를 보았다. 그리고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태사자에게 말했다.
“오늘, 네놈이 죽지 않으면 다음에는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말에, 태사자의 고갯짓이 위연에게 향했다. 하지만 움직이는 창대는 멈추지 않았다. 태사자를 포위한 병졸을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 모습에 위연이 비웃었다.
“후후후. 그 눈빛 좋아! 나를 죽이고 싶겠지.”
태사자는 그 소리에 외쳤다.
“네놈은 누구냐? 네놈 이름은 무엇이야??”
그 말에 위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매우 언짢은 표정.
“태사자! 내 이름을 모르는가? 나를 무명의 병사로 기억할 텐가?! 하긴 너 같은 자가 있다는 사실도 오늘 알았건만, 모르는 게 당연하지. 내 이름은 위연魏延이다. 기억하라. 그러나 그건, 네놈이 산 다음의 일이지.”
그리고 위연의 고갯짓이 부하에게 향했다.
위연이 끄덕이자 살아남은 궁수가 화살을 걸었다.
“태사자의 목숨 줄은 숨이 끊어지지 않은 문관이다. 저자가 태사자를 붙잡는 발목이 될 터. 기회가 닿으면 둘 다 죽여!”
위연은 그 말을 남기고 고삐를 내리쳤다.
뚜벅뚜벅. 천천히 물러선다. 태사자는 그 모습을 보았다. 두 눈이 붉어지고 입술을 꽉 깨물어 부르르 떨었지만, 위연은 멀어졌다.
“돌아와! 네놈을 죽일 테다! 이노오오옴!!!”
태사자는 멀어져가는 위연을 불렀다. 그를 죽이고 싶어 불렀다. 하지만 위연은 사라지며 손 한번 들었을 뿐이다.
“큭!”
태사자는 호흡을 토해냈다. 가슴을 타고 올라온 분노. 하지만 쫓아갈 순 없었다. 분명, 눈길은 녀석을 쫓아가 토막을 냈지만, 어느새 몸뚱이는 붙잡힌 새와 같았다.
위연의 부하들.
사방을 꽉 막은 포위에 분노가 쌓인다. 그것도 살아남은 몇몇 궁수가 진진을 겨누고 있었다.
태사자는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태사자는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겨 진진에게 향했다. 언제든지 창을 휘둘러 진진을 보호하고 묵묵히 지킬 뿐.
“와라! 이놈들! 나는 동래의 태사자. 한 번도 불의에 굴한 적 없어.”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란 궁수가 시위를 놓아버렸다. 그것을 피해낸 태사자가 불쑥 병사 사이로 들어가 한바탕 칼춤을 추었다.
가슴에 쌓인 분노를 토했다.
그의 분노는 붉다. 붉은 빨강색이었다. 사방으로 뿌려진 핏물. 그리고 비명을 동반했다.
“크아악!”
“뭣들하느냐! 막아!”
“병신 같은 궁수 새끼들! 똑바로 조준하지 못해!”
-으악! 막기가 힘겨워.
-괴, 괴물 같은 자가 아닌가!
병사들은 주춤거렸다. 위연이 사라지자 저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화살만큼이나 긴 창대를 내밀어, 진진에게 발목 잡힌 태사자를 위협했다.
“오지 마! 네가 가까이 오면 이자는 죽는다.”
그것과 함께 살아남은 몇몇 궁수가 다시금 시위를 당긴다. 목표는 맞추기 힘든 태사자가 아닌 바닥에 숨을 헐떡이는 진진.
태사자는 그걸 보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족쇄처럼 발목이 굳고 얼굴 또한 시커멓게 굳었다.
도적들은 조직적으로 연계했다.
태사자의 온몸을 노렸다.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팔, 다리, 가슴, 배, 등, 사방에서 노리는 조준. 그것과 함께 긴 창대도 언제든 뻗어낼 수 있게 준비했다.
절대 절명의 순간.
죽음이 가까이 다가서고 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태사자는 저들의 위협보다 바닥에 누운 진진에게 시선을 두었다. 아니 초탈한 표정으로 삶에 미련이 없었다.
“이보게~ 효기. 내가 살아야겠나? 아니면 이대로 조용히 끝을 볼 텐가?”
그 말에 진진은 힘겹게 숨을 몰아쉰다. 입술을 달싹거려 말하고 있지만 그것조차 힘겨워했다.
태사자는 그걸 유심히 바라보며 되물었다.
“뭐라? 안 들리네. 나보고 어쩌라고? 하아- 살으란 말이지.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 말에 진진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처음보다 달싹거린 횟수가 줄고 그 눈빛 또한 흐려졌다.
“….자, 자의. 부, 부탁해. 나, 나는 말이지…”
“안 들리네. 또한, 그대의 의도를 모르겠어. 나보고 어쩌란 말이지? 그리고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
나한테 그런 짐을 주는가? 싫네. 싫단 말이야.”
“….자..”
태사자는 진진의 달싹거리는 입술의 의미를 알았지만, 고개를 흔들어 모른척했다. 그것에 진진의 눈빛은 더 희미해졌다.
“되었네. 싫으이. 부탁하지 말게.”
고개를 흔드는 태사자의 표정이 슬프다. 그러나 느리게 달싹이는 진진의 음성은 토해냈다. 처음보다 뚜렷하게. 그것에 태사자의 두 눈은 붉어졌다. 터진 실핏줄이 아니라 슬퍼서 맺어진 눈물이었다.
“…자, 자의는 내 친우야…. 그..”
“아니야. 그런 말은 싫으네.”
“…자, 자의…”
“아니야. 싫으이. 부탁하지마. 그딴 자를 위해 살 순 없어.”
“…내, 소원이야… 그러니…”
“그러지 말게. 그런 자를 주군으로 두라니?!”
“..자의, 내 주군을 부탁해. 그리고….”
“제발, 그러지 말게. 효기! 이 친구야. 나에게 그런 짐을 주는가. 나는 말이지. 자네의 부탁을 따를 수… 흑.”
태사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괴로워했다.
외면하는 표정으로 진진을 보았다. 입을 벌린 진진은 뻐끔거린다. 물론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태사자는 알았다. 그만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내용.
태사자는 이 빌어먹을 상황이 싫었다.
그렇게 진진의 표정에 생기가 빠져나갔다.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두 눈은 감지도 못했다. 아직 태사자가 답하지 않았기에 감지 못한 두 눈. 그걸 잘 아는 태사자는 입술을 질끈 씹었다. 턱밑으로 피가 흐르도록 잘근 씹었다.
“빌어먹을! 눈조차 감지 못하고! 무엇을 걱정한단 말인가?!”
“효기 자네는 바보야. 나보고 옹골진 멍청이라고 말했다만, 내가 보기에 자네가 더 바보야.”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빌어먹을 세상!”
태사자는 하늘을 보고 웃었다. 아니, 하늘을 보고 울었다.
태사자의 메마른 눈에는 물기가 맺혔다. 사내로서 처음 흘려본 눈물.
“이따위 인생! 이따위 삶! 무엇을 부여잡고 있느냐?!”
그 말과 함께 태사자는 손에 잡은 창을 하늘로 던졌다. 아주 멀리 하늘을 향해 멀찍이 뿌렸다.
휘릭!
“가라! 하늘을 향해 날아라!!!”
순간, 두 발의 화살이 태사자에게 쏘아졌다.
그것은 실수. 태사자의 돌발행동에 움찔한 궁수들의 실수. 하지만 실수치고는 조준이 비슷해 태사자를 향해 날았다.
쇄애애액- 서걱!
쇄애애액- 서걱!
한 대의 화살이 가슴을 스쳤다. 또 다른 하나는 턱밑을 지나쳤다. 그 스친 살점이 떨어지고 여지없이 붉은 핏물이 떨어진다.
뚝. 뚝. 주르륵.
핏물이다. 붉은 물이 떨어진다. 특히나 눈 밑을 타고 흐르는 선혈은 태사자의 눈물 같았다.
“효기. 내 육신을 흔들고 있는가? 왜 방해를 놓는가?! 죽게 내버려 두지.”
태사자는 화살을 의식하고 가슴과 얼굴을 내밀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무언가 밀어내는 움직임에 화살은 생채기만 남기고 사라졌다.
위연의 부하들은 태사자를 지켜보다가 상대가 삶을 포기한 걸 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위연의 부하들보다 더 많은 자가 내뱉는 고함이었다.
-와아아아! 잡아라!
-여남을 더럽힌 도적이다! 모조리 잡아!
함성이 터지고 발소리가 울렸다. 2백여 병사가 두려워할 천여 명의 병사였다.
그리고 그들을 부리는 자는 태사자도 몇 번이나 보았던 인물.
‘진도.’
태사자는 진도를 물끄러미 보았다. 죽고 싶지만, 진도가 고함쳐 달려오자 도적 떼가 흩어진다. 놀라서 뒷걸음치고 궁수들은 아무렇게나 화살을 쏘고,
그걸 막아낸 진도가 물밀듯 밀어 올린다.
진도가 부리는 병력.
저들은 태사자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병력이었다. 서주에서 몰려온 유민도 아니고 황건적의 누런 띠도 없었다.
거기다가 진도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니 분명 여남에서 징집한 병력이거나 호족 가문의 사병.
아마도 호족 가문의 사병이 맞을 것이다.
“들이쳐라! 모조리 도륙해!”
진도의 명령에 병사들은 복명했다. 사방을 포위하고 순식간에 도륙을 낸다. 몇몇 위연의 직속 수하가 반항했지만, 그것을 정리한 건 순식간이다. 그리고 진도가 부하들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어서 불을 꺼라!
-살아남은 도적은 추포하고.
-다시는 도적 떼가 넘볼 수 없음을 너희 백이병白耳兵이 보여줘야 한다.
백이병이 여남을 지켜냈다.
진도가 부리는 호족 가문의 사병들이 한 대 뭉쳐 진도의 명령을 따랐다.
태사자는 그 모습을 보았다. 한바탕 촌극 같았다. 삶을 포기했더니 또 다른 생을 주는 그런.
그리고 고개를 돌려 진진을 보았다.
“효기. 자네가 주는 삶인가? 내키지 않아.
죽음을 고려한 내게 살아보라고 진도를 보내다니….”
“뭐? 뭐라고? 알아, 안다고. 자네가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알아.”
“이미 죽은 내가. 여분의 삶으로 산 내가, 자네 뜻에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태사자는 혼잣말했다. 그 혼잣말이 크진 않았지만 진도가 듣고는 다가왔다. 그리고 태사자에게 목례하고 바닥에 주저앉은 진진을 부여잡았다.
“효기님. 이 일이 어떻게 된 겁니까?!”
진도는 시체를 부여잡고 울었다. 분노가 들끓어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리고 다짐하듯 외쳤다.
“잡을 겁니다. 놈들을 잡아낼 겁니다. 도적놈들. 내성을 약탈하고, 관료를 학살한 살인자들! 절대 놓치지 않을 겁니다.”
진도는 맹세했다. 오늘 밤 죽어버린 관료는 진도와 한솥밥 먹던 동료라, 절대 참지 않았다.
그리고 진진 옆의 태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효기 님의 친우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도적 떼를 쫓을 겁니다. 혹여 태수님을 뵙거든 이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그 말에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네. 나도 금방 따라갈 테니 수고해주게.”
“기다리겠습니다. 빠르게 쫓아오십시오.”
진도는 태사자와 눈을 마주치고 일어섰다. 그리고 도열해선 백이병을 바라보고 소리쳤다.
“들어라! 5백 병력은 나를 따라 도적 떼를 쫓고, 나머지 절반은 태사자님을 도와 여남을 지킨다.”
진도는 태사자에게 절반의 백이병을 내줬다. 그리고 사라진 도적 떼의 흔적을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