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감녕의 선택2
“큰형님, 포기하시지요. 뭘 그리 살고 싶어서 힘을 씁니까?”
“그 입을 닥치지 못할까?!”
감녕은 거친 숨을 뱉으면서 말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또한, 그의 몸 이곳저곳에 상처가 즐비해 붉은 선혈이 흐른다.
감녕은 왈짜패와 싸움으로 근 80명에 이르는 놈들을 베었다. 말 그대로 난투극. 하지만 거칠 것 없던 인생에 무언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장애물이 생기고, 감녕의 수극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지켜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도 걸림돌 중 하나인 어린 여인이 등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다.
감녕은 허리춤의 상처에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지금 상처도,
여자 하나를 빼앗기며 만들어진 상처. 그 뺏긴 여성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아악! 그만해! 제발 그만!!”
그녀는 희롱당하면서 눈물을 쏟는다. 그것도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상태니 가슴과 음부를 가릴 게 없어 희롱을 당했다. 어쩜 이건 감녕을 도발하기 위한 행위.
“하하하. 큰형님. 혹시 이년들을 차지하고 싶어서 그러셨소?! 그럼, 말을 하지. 저희가 그걸 하나 못 들어주겠습니까?! 하지만 형님이 베어버린 동생들은 어떻게 합니까?
아랫것들이 형님의 잘난 수급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인데, 이제 내놓으시지요. 구차한 목숨일랑 포기하시지요.”
“크흐으…”
감녕은 긴 숨을 뱉었다. 놈이 도발했지만, 덤벼들지 못했다. 그만큼 다친 상처가 컸다. 지킬 여자가 많았다. 이 모든 게 이적과 약속에서 비롯된 족쇄.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감녕조차 모르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사내가 약속했다면 지켜야 하는 일. 바로 그것이 눈앞에 왈짜패와 감녕의 차이.
감녕이 달라졌다. 정말 강자들을 만나보고, 이적이라는 사람과 진심도 나눠보고, 안쓰러운 여자들을 살려주겠다고 다짐한 그때부터 감녕은 다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걸 용인할 수 없는 왈짜들은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감녕은 포위에서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걸 바라본 왈짜들은 끝장을 본 사람처럼 흥분했다.
“막아라! 도망치지 못하게 막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
서성의 부하들은 수전水戰에 알맞은 짧은 칼을 들고 갑판 밑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가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멀찍이 한 사람이 보인다. 그는 수십의 도적에게 포위되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틴다. 무언가 지킬 게 많은 사람처럼 한쪽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큰형님, 계집이 그리 좋았소. 내가 내준다니깐….”
“이놈들! 용서치 않을 테다!”
“하하하. 무슨 힘으로 우리를 막아?!”
왈짜들은 한때나마 두목으로 모셨던 감녕을 노렸다. 활대를 움켜쥐고 감녕의 심장을 노린다. 그때마다 감녕이 이리저리 움직여 피해내고 여자들을 보호했다.
그러자 왈짜들은 그 여자들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다른 말로 물러서지 말라고,
가만히 서서 화살을 받으라고,
그 순간.
함성이 터졌다. 등 뒤에서 커다란 고함이 터졌다.
-와아아아! 이놈들!
-멈춰라!!!
그 말과 함께 달려든다. 왈짜들을 노리고 붉은 복장의 병사들이 몰아친다. 그 숫자도 몇배나 되는 300명. 그에 반해 감녕을 공격하던 50명의 왈짜들은 사색이 되었다.
놀라고,
두렵고,
사기는 꺾이고,
언제 이런 자들이 함선으로 넘어왔던가?
싸움은 순식간이었다. 서성의 병졸들은 정예했고, 이들은 비겁한 왈짜들. 감녕이 빠진 금범적은 그저 도적에 불과했다.
창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잠시 울리고 저들은 목 없는 시체가 되었다.
그 싸움이 끝나고 일행이 감녕에게 향했을 땐, 그의 상태도 정상은 아니었다.
온몸에 붉은 핏물로 가득했고, 짧은 수극을 들어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일행을 노려보았다.
재정신이 아닌.
이미 그의 눈에 총기가 없다.
비틀거리면서 끝까지 등 뒤를 지킨다.
“나, 나는… 약속했다. 강하로 돌려보낸다고 이미 약속했어.”
흘려지는 눈빛으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감녕을 돕기 위해 다가서면 날카로운 수극이 움직이고 병사들은 흉포함에 놀라 감히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필사의 각오.
죽을 때까지 지킨다는 집념.
그것과 더불어 감녕의 뒤로 벌거벗은 세 명의 여인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들은 감녕의 고생을 잊지 않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한, 눈앞의 병사들도 적으로 인식했는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쏟았다.
“흑흑흑. 장군님. 이제는 됐습니다. 저희를 위해 목숨을 버리지 마세요. 저희는 이제 만족합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러니 목숨을 귀하게 여기시고….”
여인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목덜미로 가져가 되었다.
그 순간.
일행이 나섰다. 그녀를 진정시키고 강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설득했다.
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감녕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죽기를 각오했다.
“오너라! 끝장을 보자!”
손짓하는 감녕의 말에 멈칫했다.
그리고 그걸 들은 마초가 앞으로 나왔다. 손에 창을 붙잡고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나섰다.
“익주에서 술에 취했을 때와 비슷한데.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겠어. 다들 비켜봐.”
마초는 창을 늘어뜨리고 감녕과 거리를 좁혔다. 감녕은 그런 마초를 맹렬하게 쏘아보며 부여잡은 수극에 힘을 줬다.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본능적으로 마초를 인식하고 이빨을 드러냈다. 으르렁. 상처입은 짐승이 있다면 그건 감녕일 것이다.
하지만 마초는 웃는다.
“상처받은 늑대라. 늑대는 무리를 지어야 강할 진데. 네놈 형제들은 모두 사라졌어. 지금 상태로 고양이에게도 죽겠다. 예전 내게 붙잡혔던 기억을 떠올려주지.”
마초는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감녕의 주요 부위를 노렸다.
감녕은 궤적에 따라 수극을 돌리다가 인상을 구긴다. 왼쪽 어깨에 꽂힌 화살의 영향으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걸 본 마초가 싱겁게 웃었다.
“이게 뭔가. 팔조차 돌리지 못하고.”
마초는 창의 가볍게 휘둘러 감녕의 가슴팍을 찔렀다.
탕!
불꽃이 튀었다. 감녕이 반 박자 늦게 막았다. 마초는 그걸 파악하고 말했다.
“거기가 약점인가?! 그곳이면 되겠어.”
마초는 상태를 확인하고 왼쪽 가슴만 두들겼다. 그것도 가벼운 두들김으로 계속해서 말이다.
탕! 탕! 탕! 탕! 탕!
감녕은 죽을힘을 다해 막았다. 손이 덜덜 떨리고 힘에 겨워 허옇게 얼굴이 떴지만, 방어를 위해 멈추지 않았다. 마초는 그런 감녕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고, 지금의 대련이 즐거운지 웃었다.
“많이 늘었어. 지금 실력이 예전 만취했을 때보다 낫아.”
마초는 대련하면 할수록 흥이 올랐다. 그 결과로 처음 나섰던 이유는 잊어버리고, 거칠게 감녕을 몰아붙였다.
감녕이 어찌어찌 막아내자 쓰지 말아야 할 비기까지 꺼내며 상대를 압박했다.
“흥! 이것도 막아봐.”
마초는 허리를 비틀어 창을 뿌릴 준비를 하였다. 기력을 한껏 품고 감녕을 노렸다. 감녕은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눈의 초점은 사라진 지 오래고 힘이 빠졌는지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그런 감녕을 상대하고자 기력을 끌어당길 때 별안간 감녕이 비명을 지르며 털썩 무릎이 풀렸다. 그것도 퍽, 하는 소리가 감녕의 머리통에서 들리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미 창날은 감녕에게 향했고
감녕이 빠지자 뒤에선 여인이 목표가 되었다.
마초는 이사이로 신음을 뱉었다. 이게 아닌데, 상대는 감녕이어야 했는데, 지금 공격하는 건 벌거벗은 여인네가 아닌가.
마초는 사력을 다했다. 창질을 다른 곳으로 내뻗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다행히 창날은 여인을 지나 함선의 벽면을 후려쳤다.
퍽!
큰 소리가 났다. 커다란 구멍이 뚫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
뚫린 구멍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몰아친다. 후덥지근한 하갑판으로 찬 바람이 불어왔다.
그 한기에 정신을 차린 마초가 매섭게 주변을 훑었다.
“누구냐?! 누가 내 먹잇감을 훔쳤어?!”
마초는 몰입하다가 깨어났다. 그리고 방해받은 마음에 소리쳤다.
“다시 한번 묻겠다. 누구냐?!”
마초의 눈빛에 흉광이 어렸다. 그리고 그 흉광을 두려워하지 않은 화웅이 입을 열었다.
“노여움을 거두시지요. 작은 주인의 명령이었습니다.”
그러자 마초의 눈빛이 내게 향했다.
나는 마초의 눈빛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말했다.
“형님.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언제까지 필부의 용력으로 사시려고 합니까? 대결에 나선 이유를 잊었습니까?”
내 말에, 마초가 고개를 흔들었다. 차가운 바람에 정신이 드는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긴숨을 후- 뱉어내고 대답했다.
“내가 추태를 보였어.”
“깨달으셨으면 되었습니다.”
“미안하다. 그래도 감녕을 잡은 건 나야.”
“어련하시겠습니까? 형님의 활약상은 모두 보았습니다. 그러니 그만하시지요.”
“좋다. 돌아가자꾸나.”
그 말을 하던 마초는 멀찍이 선 태사자를 바라보고 다음 말을 이었다.
“자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 대련의 섭섭함이 식지 않았단 말이지.”
마초는 그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갑판 위로 올랐다.
강하로 돌아가는 뱃길은 순조로웠다.
자욱하게 낀 안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변했고 시원한 강바람은 열망에 취했던 모두에게 상쾌함을 선사했다.
그 풍경에 두 사람은 대련을 시작했다.
처음 두 사람으로 시작해 이제는 다섯 사람이 대련한다.
이기고자 한 열망, 누가 윗전인지 보이고 싶어 실력을 겨뤘다.
하지만
대결의 승자는 열망에 가득 취했던 마초도 아니고. 강한 힘의 화웅도 아니었다.
그는 흔들리는 뱃전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은 태사자.
그말인즉 상황에 따라 승자가 달라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
처음 출발할 땐 조촐한 인원이었지만, 이제는 서성의 수하까지 합해 3백 명이 넘어가는 큰 일행이 되었다.
그들을 이끌고 강하에 도착해 우리가 가진 물건을 하나둘 처분했다. 먼저 금범적의 함선을 팔았으며 서성이 가졌던 탐망선도 처분했다. 또한, 금범적의 배에서 수많은 값진 게 쏟아져 나와 일행을 놀랍게 했다.
하지만 그 재산 따위에 눈도 돌리지 않은 감녕은, 마차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런 감녕을 간호한다고 이적, 마초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초.
“흥패(감녕의 자) 갈 때가 있는가? 내 몸 하나 누울 곳이 있느냐 말이다.”
마초의 질문에 감녕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이적이 마초를 돕는다고 다음 말을 이었다.
“흥패 공, 그대가 보인 협의는 대단했습니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적의 칭찬에 감녕이 코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에 마차 안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그러자 마초가 다시금 말했다.
“흥패, 나는 서량 자사의 아들이다. 혹여, 익주에서 자네를 데려온 이유를 알겠나?
나는 너를 범죄자로 잡아드린 게 아니야. 내가 원한 건 임관이었지…”
“…..”
“물론, 불러드리는 과정이 미숙하고 투박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자네를 인정하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게 무슨 의미요?”
“자네가 좋단 말이야.”
“허어, 어이가 없소이다.”
감녕은 웃어버렸다. 마초의 엉성한 말투에 코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알다시피 나는 설득할 줄 모른다. 남들처럼 화려한 언변도 없고. 다른 말로 거짓으로 꾸미지 않아.”
“그래서?”
“나와 함께하자. 내 식구로 품고 싶다. 나에게 와라. 우리는 한 식구가 되는 것이야.”
“그 말이 전부인가? 다른 건 없어?”
감녕은 누운 상태로 미소 지었다. 그 웃음 때문일까? 허리춤의 상처에서 핏물이 배어 나온다. 하지만 웃는 걸 멈추지 않았다.
“맹기, 자네는 좀 더 그럴듯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어. 여기 이적처럼 말이지.”
그 말에 마초도 웃었다. 두 사내가 통하는 게 있는지 마주 보고 웃었다.
“자네도 별반 다르지 않아. 사내가 말함에 있어 계집처럼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나? 그냥 진심이면 족하지.”
“그 말도 맞아. 알았네, 알았어. 하지만 난 자네 말로는 신뢰하지 못해. 서량 자사를 만나보고 내 거취를 결정하지.”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맙네.”
마초는 절반의 승낙을 받아내고 기뻐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