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5
5화. 군사마 마등의 장원.
시작합니다.
성문을 지나쳐 무위에서 나왔다.
내가 탄 마차는 포장되지 않은 소로小路에 덜컹거리는 충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길지 않은 여정이라 참을 만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성곽을 지나 먼지 펄펄 날리는 조그만 길을 벗어나자 향긋한 풀 냄새가 퍼져있는 방목장에 다다랐다.
그곳도 농서의 마방처럼 수많은 말이 뛰어다니고 그곳에서 조금 벗어나자 우리가 목적에 두었던 숙부의 장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숙부님, 어마어마한 크기의 장원입니다. 농서 마가장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규모입니다. 하지만 군사마의 녹봉으로 유지가 가능…”
어린 꼬마 같지 않을 질문일까. 한차례 헛기침을 한 숙부의 입에서 미소가 새어 나왔다. 거기다 질문에 답하려 마차와 말머리를 나란히 한 숙부의 배려가 있었다.
“서량은 말이다. 마적과 오랑캐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곳이란다. 그 말은, 다른 지역의 군사마와 별개의 위상을 숙부는 가지고 있구나.”
“그게 무슨…”
“군벌이라고 들어 보았더냐. 내 관직 앞에 나란히 붙은 별칭. 물론 군벌이라면 반란을 도모하는 무리. 또는, 도적과 같은 이름으로 오인할 수도 있지만, 여기 서량은 그렇지가 않구나.”
숙부의 설명으로 군벌의 의미를 다시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한 번 꺼낸 말이 쭉 이어지며 서량과 군벌, 그리고 숙부의 삶이 길게도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숙부의 그런 말보다 눈앞의 수많은 강족 병사에 눈길을 빼앗겨 버렸다.
하나같이 백전노장과 강렬하게 쏘아보는 눈빛.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들이 저럴까. 강건한 저들의 육체와 얼굴에 자잘하게 나아있는 창상(創傷)이. 얼마나 저들이 정예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지나치며 숙부가 이끄는 대로 따랐다.
강족 친위대는 대문 양옆으로 늘어서 우리가 지나치는 길목에 따라 함성을 질렀다. 그들의 구호는 충忠! 충忠! 이라고 외쳤고 가슴을 두드리며 둔탁한 소음을 만들었다.
난 그들을 지나치며 함성에 놀라 움찔했다. 그런 나와 달리 숙부는 그들과 같이 행동했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따라 했다. 소극적인 모습이었지만, 어느 순간 내 모습은 대담해졌다.
그러다 별안간!
퍽, 하는 소음에 별이 보이고. 눈 앞을 가리는 검은 장막에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런 나를 향해 하하하, 웃음 짓는 목소리가 들렸다.
“허어- 마대. 뭐 하는 것이냐. 그것도 피하지 못하고 그동안 무예 연습은 안 했구나.”
머리 위로 들리는 목소리.
나는 눈앞으로 돌고 있는 별의 영향으로 미처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 대신 성의가 소리쳤다.
“웬 놈이냐! 누군데 주군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냐.”
매섭게 쏘아본 성의는 건방진 이자에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놈은 입꼬리를 들썩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하. 이것도 재주다. 마대야. 어디서 삐쩍 마른 비렁뱅이를 구했구나. 하지만 호위라니. 아니야 영 아니야.”
“그래도 이놈이.”
상대의 도발에 성의는 눈이 뒤집혔다. 그리고 험악한 기세로 달려드는 성의에 비릿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하이얏!!”
기합과 함께 지른 성의의 주먹질. 하지만 흉험한 기세만 만들어낼 뿐. 웃고 있는 그자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기세만 흉흉할 뿐. 무예는 하찮아.”
그 말과 함께 쓰러진 나를 향해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무예를 가르치는 스승처럼 성의가 보여준 박투를 재연하며 그 단점을 꼬집었다.
“무예란 말이다. 검을 들었건, 창을 쥐었건, 아니면 주먹을 말아지건, 무기는 신체의 연장일 뿐. 자 보아라. 이것이 마가의 무예니라.”
그 말과 함께 진각을 쿵,하고 지려 밟고 충격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깨의 움직임이 잠시 보인다고 싶더니. 퍽! 하는 소리가 함께 성의가 억,하고 쭉 밀렸다. 마치 등 굽은 새우가 꺾이듯 앞으로 푹하고 날아갔다.
나는 커다란 충격음에 놀라 쓰러진 성의를 불렀다. 그러나 바닥에 머리를 박고 줄줄 흘리는 맑은 침이 그 상태가 어떤지 알았다.
그것에 눈썹을 치켜떠 노려보았다.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숙부가 웃었다.
“마초야, 그만해라. 오랜만에 본 사촌에게 환영이 격렬하구나. 허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사내라면 응당 치고받아야지.”
숙부의 말에 그가 마초인 걸 알아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
마초는.
현실의 삶에서 모르는 사람.
모르는 자다.
혹시나 몇 차례나 그를 뜯어보았다. 하지만 역시나 모르는 인물이 확실했다. 지금껏 아버지, 할머니, 누이들, 숙부까지 모조리 아는 사람이었지만, 마초만은 모르는 사람.
그런 마초가 손을 뻗어 날 일으키고 어색한 미소를 품으며 그를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마초 한다는 말이
“여하튼, 환영한다. 어렸을 때 보고 처음이지. 이 형님이 수련을 도와줄 테니 어려운 거 있음. 언제든지 물어보거라.”
처음 본 인상은 과격했다. 하지만 그 후의 말들은 따뜻했다. 또한, 그가 내민 손길에 친족으로 정이 느껴졌다.
“형님, 한동안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껄껄 웃는다. 하지만 손끝으로 지목한 성의에 대해선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근데, 저자는 뭐냐. 키만 컸지 쓸모가 없어. 또한, 빌어먹은 개처럼 삐쩍 말라 쓸모가 있겠더냐. 하인으로 들이며 모르겠다만, 웬만하면 버려라.”
“…..서, 성의는.”
당황에 말을 더듬었다. 그리고 뒷말을 잇지 못했다. 단지 한쪽 구석에 찌그러진 성의가 불쌍할 뿐이었다.
숙부의 발걸음은 장원으로 사라지고 그를 따르는 수하들이 우르르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남겨진 나와 성의.
후우- 이걸 어쩌나.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성의를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한 발짝씩 옮겼다.
질질 끌리는 긴 다리는 밭고랑을 만들고.
나는 후, 하는 한숨을 만들고.
턱밑을 흐르는 땀방울이 줄줄이 이어지자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았다.
“에잇. 이것을 어째.”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그 순간.
고개를 돌리게 만든 웃음소리가 있었다.
“도련님, 어째서 그런 것을 챙기고 그러십니까. 그냥 버리고 가시죠.”
털썩 주저앉은 상태로 고개를 드니 각진 얼굴의 그가 보였다.
“방덕 님까지 그러실 겁니까. 그러지 말고 도와주세요. 제가 주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끝까지 챙겨야죠.”
“그렇습니까. 보고 있자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도련님은 멋진 주인이 되실 겁니다.”
방덕의 도움으로 성의를 옮길 수 있었다.
방덕을 따라 장원 곳곳을 소개받았다. 또한, 가는 내내 친숙한 그를 붙잡고 여러 사정과 도움을 바랐다.
숙부가 말했던 방덕과 대련.
숙부께서 농담이 섞인 입담으로 시험한다고 했지만, 내가 아는 숙부의 성격이라면 성의를 내치고도 남았다. 해서 처연한 눈빛으로 방덕을 바라보니.
방덕은 주군은 응당 그럴 것으로 동의만 했지, 내가 바란 돕겠다는 대답은 한마디도 없었다. 해서 애원하듯 다시 붙잡고 대답을 원하자 고집스러운 눈썹을 꿈틀거릴 뿐. 마땅한 대답은 없었다.
무심한 사람들.
숙부나, 방덕이나, 힘만 믿고 설치는 바보들.
그중 제일 바보는 마초가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이 현실에 미간의 주름이 진하게 잡혔다. 그러나 가는 내내 똥 씹은 표정을 짓자 마지막에 한 마디는 해줬다.
“투지鬪志를 보겠습니다. 그것으로 성의를 판단하겠습니다.”
그 말에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혼절한 성의를 방안에 옮기고 방덕은 나갔다.
모두가 나간 뒤
힘겨운 여행에 처음으로 몸을 누일 수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안정을 취하니 스르르 육체의 고단함이 몰려왔다.
노곤하게 올라오는 근육들의 통증.
힘겹게 두 눈을 내리까는 눈꺼풀의 무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
그리고 얼마 뒤.
나를 깨우는 손길에 몸을 일으켰다.
“누구?”
덜 깬 시야가 흐릿했지만, 아는 얼굴이 있어 이름이 나왔다.
“동철이.”
어릴 적 보아온 사촌 동생이 앳된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머리를 다쳤다더니 내 이름도 잃어버린 겁니까. 저는 동철이가 아니라 마철입니다.”
그 말에 어리둥절. 하지만 몇 번에 걸친 일이라 어물쩍 답할 순 있었다.
“맞다. 마철이지. 아는 얼굴과 혼동했어. 무슨 일이지?”
그러자 마철이 앙증맞은 손으로 잡아끌었다.
“어머니께서 식사가 되었다고…”
마철을 따라나서기 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있어야 할 성의가 없었다.
마철을 따라 한참 걸어가니, 식당이라 불린 거대한 천막이 나오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이 왁자지껄하게 식사하고 있었다.
도떼기시장도 이런 시장이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어지러운 식사장면.
그 중심에 숙부가 있었다.
“어서 오너라.”
숙부의 부름을 받고, 사촌 형제들 사이에 앉았다. 그리고 숙모가 떠주는 찬을 받고 조용히 젓가락을 깨작거렸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숙부가 말했다.
“조금 의아할 것 같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과 밥을 먹긴 처음이지.”
그 말에 끄덕이니. 밥상머리 훈계라 생각되는 교육이 시작되었다.
[여기 서량은 항상 전쟁터와 같지. 칼부림이 흔한 전쟁터에 죽고 사는 것은 그 순서가 없어.장군이라 하여 떨어지는 칼날이 목에 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쏟아지는 화살 속에 살아날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야.
그렇게 한차례의 전쟁을 치르다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전우가 되지. 우리 마원 장군의 후손들은 병사와 함께 비루한 밥과 찬을 먹기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우리 마가를. 무가(武家)로 올린 핵심요소고. 또한, 지금 나와 같이 식사를 하는 1천여 강족은 그렇게 나의 손발이자 심장이 되었다.
듣자니, 낮에 모병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것 또한, 군벌의 수장으로 느끼는 책무이자 더러움 중 하나이다. 기마병을 먹이고, 이만큼 커다란 장원을 유지하고, 그것에 더해, 병장기와 무구까지 갖추는 일은 군사마의 녹봉으로 어림도 없지.
그래서 그랬을 것이다.
손을 벌려 백성의 돈을 뜯어내고, 상인 집단과 호족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그 더러움을 내 손에 묻혀야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그들의 몸을 지켜줄 갑주라도 입혀줄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숙부의 말씀을 듣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하여 고개를 좌우로 흔들곤 다른 질문을 하였다. 하지만 숙부께서 내 이야기가 실정과 다르다고 하여 다음 설명을 이어 가셨다.
[나라에서 내준 급료와 무구라…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응당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한 나라는 없어. 단지 중간에서 착복하는 쥐새끼들이 있을 뿐이지. 어쩜 작은 쥐는 내 상관인 서량 자사 경비일 것이고. 조금 더 큰 쥐는 나라를 흔드는 내시와 관료들일 테지.]숙부의 말에 서량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혼란과 혼돈.
믿을만한 아군은 없고.
도적 떼는 넘쳐나고.
그나마 정의라 표현되는 것은 우리가 가진 무력뿐.
숙부께서 무위의 유지와 상인을 보호하고 일정 금액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군벌로 ‘추달’이라는 자가 있어, 숙부와 더불어 무위를 지탱하는 군벌이라 하였다.
병력으로 보자면 추달은 5천 보졸.
숙부는 1천 기병.
거기다가 관직으로 보자면 숙부는 군사마, 추달은 숙부보다 높은 도위였다.
그 설명과 함께 식사를 마친 숙부는 1천여 강족을 바라보며 외쳤다.
“형제들. 잔을 들어라. 오늘도 그대들의 노고로 무위는 안전하였다.”
숙부의 선창에 병사들은 다 같이 환호하였다.
나는 도떼기시장 같은 이곳에서 숙부의 오른편에 앉은 숙모와 둘째 사촌 마휴를 흘깃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내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마휴와 숙모.
현생에서 한 번도 뵌 적 없는 얼굴이라 호기심은 사라지고.
나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드는 방덕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또한, 방덕 옆으로 게걸스럽게 음식을 흡입하는 한 마리 거지에, 탄식이 흘렀다.
성의. 많이 굶긴 했구나.
삶의 고단함은 삼국지 세계도 마찬가지…
그런 상념을 깨우고 방덕이 다가왔다.
“도련님은 내일부터 바빠질 겁니다.
간략하게 일정을 설명하자면, 새벽은 마씨 가문의 비전 수련이 있을 겁니다. 그 수련은 주공과 도련님들만이 연무장을 사용하실 겁니다. 그 후 주공과 제가 진행하는 훈련이 있으니 참관을 하시거나, 어린 나이를 고려하여 휴식을 취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성의와 이야기를 해보니 나름 괜찮은 구석도 있더군요. 하여 도련님께서 허락하시면 가르칠까…”
그 말에 화들짝 놀라 방덕의 손을 덥석 잡았다.
“정말 그리해 주실 수 있어요. 성의가 죽지 않도록 도와주면…”
“네? 뭔가 오해가… 제가 대련을 빌미로 사람을 죽일 것으로.”
이해치 못하는 방덕의 표정이 잠시 스쳤다. 하지만 감사하단 표현이라고 에둘러 말하고. 성의의 수련을 도와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조그만 물길만 달라져도.
세상은 나로 인해 변한다.
그 각오와 무위에서 첫날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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