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71
71화. 탈출
울부짖던 염유가 손을 붙잡았다.
꽉 움켜쥔 손길. 그 손길에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염유의 핏발선 눈초리는 상점 안 깊은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 그가 있다.
죽여 달라 말하고 있었다.
난, 그 염유의 눈초리에 명령으로 하달했다.
“죽여라! 모조리 죽여! 오환족은 물론 흉노의 잡것들도 싸그리 지워버려!”
그 말에 수하들이 나섰다. 그들은 한걸음에 달려 상점 안으로 뛰었다.
그리고 들리는 비명과 고성. 칼부림이 모든 걸 지운다.
마대의 충실한 심복인 그들은 오환족은 물론 흉노의 잡것들을 베는 것에 한 점 망설임이 없었다.
“크아아악! 뭐, 뭐야?!”
“누구야! 너흰 대체 뭐야?!”
“칼을 들어 기습이다. 놈들이…”
“크아아악!”
대낮에 활극이 벌어졌다. 상점 밖 손님은 아우성치며 도망치기 바빴다.
염유는 그 모습에 두 눈이 커지고 놀랐다. 하지만 원수들이 지르는 비명에 희열도 느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도 함께였다.
‘나에게 힘이 있다면, 저들보다 먼저 나섰을 것을.’
물론 그랬다. 내가 아니어도 그렇게 흘렀을 역사. 염유는 노예의 신분에서 오환 도위가 되었을 사람. 하지만 지금은 마대가 만들어낸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마대가 주도한 활극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중이다.
그러다가 바닥을 구르는, 그것을 바라보고 눈을 크게 떴다.
툭, 데그르륵.
베어져서 굴러온 그것.
그걸 무심코 집었다. 조금 전 염유를 비웃던 그것을 집어 들었다. 머리만 남은 그것을 잡고 침을 뱉었다.
“퉤! 더러운 새끼!!”
형거(邢舉).
형거의 잘린 수급을 염유가 쳐다보고 있었다. 염유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그것에 웃었다. 그리곤 다시금 가래침을 뱉었다.
“퉤!!”
걸쭉한 가래침이 형거의 눈동자에 들러붙고 그 모습에 미묘한 표정을 짓던 염유는 말했다.
“네놈도 별거 없어. 그 표정?! 죽는 순간이 두려웠던 거야?”
염유는 형거의 수급을 붙잡고 조롱했다. 또한 손가락을 들어 형거의 눈동자로 향했다.
“내 눈동자에 오줌을 뿌렸겠다. 나는 네놈의 눈깔을 뽑는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생으로 뽑았다. 그리곤 바닥으로 뿌렸다.
형거의 눈동자에 횅한 구멍만 남았다. 그렇게 한동안 염유의 저주는 형거의 수급에게 이뤄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의는 상점에서 발견한 걸 꺼내 들고 내게 바쳤다.
“주군 맥궁입니다.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성의는 도망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기를 치안이 좋은 관청에서 경비대가 출발했을 경우가 컸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염유를 알아보고 욱하는 마음에 일을 저질렀지만, 이건 너무도 큰 일이었다.
“흔적을 지우고 떠나자. 흉노와 오환족이 우리를 찾지 못하게 흔적을 지운다.”
떠났다. 여관으로 달렸다. 그러나 뛰는 도중 염유의 발걸음은 몇 번이나 꼬이며 넘어지기 일쑤.
오랜 노예생활 때문일까? 기초체력이 부족한 건 물론이요. 발목을 붙잡던 오래 습관이 보폭을 벌려 뛰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걸 바라보고 소리쳤다.
“뛰어! 지체해선 안 돼!”
그 말에 염유도 안간힘을 썼다. 발걸음을 벌리고 팔을 힘차게 휘저으며 뛰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어기적어기적. 탄식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열심히 뛰었다.
나는 염유와 함께 뛰다가 정은, 장횡에게 명령했다.
“너희가 먼저가! 말을 끌고 와.”
그 말과 함께 조금 전 주저앉은 염유를 일으켜 세웠다. 또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매서운 눈으로 생각했다.
성문이 닫히기 전 빠져나가야 해. 아무리 나라가 혼란해도 죄를 지었으니 참형에 처해진다. 그것도 유주 자사가 통치하는 주도에서 말이다.
잠시 뒤.
정은, 장횡과 합류하고 말 위에 올랐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일행의 발목을 붙잡았다.
염유.
이자는 말을 타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납치돼 미처 배울 틈이 없었다.
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염유를 등 뒤로 태웠다. 그나마 일행 중 가장 가벼운 내가 염유와 함께 탔다. 그리고 애마인 흑랑의 목덜미를 툭툭 내리치며 소리쳤다.
“흑랑, 부탁한다. 네가 힘 좀 써야겠어.”
마가장이 키운 서량마 중 거대한 체격을 가진 흑랑은, 두 사람을 태우고 거뜬하게 달렸다.
일행은 처음 들어왔던 동쪽 성문을 향해 달렸다.
멀찍이 보이는 거대한 관문.
그 관문 앞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직 소문은 퍼지지 않았고 이들은 몰랐다.
우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가갔다.
이제 빠져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 생각으로 빠르게 성문 앞을 지나치려고 했다. 하지만 감시를 보던 경비병이 부르고 있었다.
-말에서 내리시오!
-관문을 지나치는 자는 말을 타고 지나칠수 없습니다.
다행이다. 그냥 말에서 내리란 소리였다. 부하들은 나를 바라보며 명령을 기다렸다.
나는 순간 고민했다. 고삐를 내리쳐 도망칠지? 그것도 아니면 조용히 빠져나갈지.
순간의 고민으로 손에 땀이 배겼다. 하지만 등 뒤를 툭툭 두들기는 손길에 나의 고민은 사라졌다.
“함정이 있습니다. 급하게 빠져나가는 자를 노리는 함정입니다. 그러니 말에서 내려야 합니다.”
염유의 말. 분명 관문을 지나칠 때 보지 못한 함정이었다.
설마?
순간 머뭇거렸지만, 염유를 믿기로 했다.
나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명령했다.
“천천히 가자. 은밀하게만 지나치면 된다.”
내 명령으로 말에서 내렸고, 염유는 길을 안내했다. 지금 염유의 모습은 마치 성공영 같았다. 차분히 설명하며 안내하는 얼굴.
성문 앞을 조용히 지나쳤다. 그러다가 염유를 알아본 한 병사가 말을 걸었다.
“자네는 염유가 아닌가? 다리의 족쇄를 풀었네? 드디어 오환족에게 벗어났구먼. 축하하네. 축하해.”
염유의 등을 두드린 병사는 웃었다. 그러자 염유도 비슷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고맙네. 당연하지. 언제까지 내가 노예로 살줄 알았나? 몸값도 갚았고. 이제부터 자유지.”
“그럴 줄 알았어. 몸값을 갚으려고 악착같이 일하는 모습을 알지. 자네가 마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바가지를 씌웠나?”
“바가지라니 그런 일 없네. 정당한 가격과 흥정이었지.”
“하하하. 말이라도 못하면 아무튼 알았네 축하하네. 그런데 저들은 누군가?”
병사는 우리를 바라보았다. 염유는 그것에 웃으며 대답했다.
“상단이지. 이제 이들과 함께할 생각이야.”
“그런가? 자네 같은 훌륭한 점원은 상단과 함께해야지. 그리고 자네 그걸 아나? 자네 능력이 좋다고 관청에서 임관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있어?”
“관리? 그게 말이 되나? 나 같은 노예를 무엇에 쓴다고 자사께서 불러들여.”
“그렇지?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런데 자네 몸에서 피 냄새가 나는구먼.”
“피 냄새?”
“아니 피 냄새와 오줌 지린내가 함께 나.”
병사는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눈매를 좁혔다. 하지만 염유의 얼굴에 진한 미소로 웃었다.
“하하하. 좋은 일이 있지.”
“좋은 일?”
“일반 백성이 됐으니 동료들을 위해 돼지 정도는 잡아야지. 내 손으로 돼지머리를 붙잡고, 눈깔도 파버렸지.”
느물거리는 염유의 말투. 그 말과 웃음에 병사는 깜빡 속았다. 그리고 손을 흔드는 인사까지 해주며
우리는 관문에서 멀어졌다.
멀리 경비병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우리는 바람처럼 달렸다. 그리고 광활한 초지에 다다랐을 때 등 뒤를 따갑게 만드는 살기가 따라왔다.
그것도 먼지구름이 뭉게뭉게 올라오는 게 상당한 숫자가 분명했다.
누구지?
누가 쫓아오는 것인가??
오환족인가?
아니면 흉노의 족속인가??
하지만 최악은.
“주군, 유주의 병사입니다.”
눈이 좋은 장횡이 소리치고 우리는 고삐를 내리쳤다.
그리고 유주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고삐를 내리쳤다.
바로 공손찬의 본진인 북평으로.
근 하루를 달려 녀석들의 추격에서 멀어졌다. 유주 병사들은 공손찬의 관할에 다다르자 언제 살기를 뿌렸냐는 듯 돌아가 버렸다.
“다행입니다.”
“주군 정말 다행입니다.”
“맞습니다. 서량마의 우수함으로 어렵게 벗어났습니다.”
부하들의 말에 안도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위험을 겪었기에 이동 수단은 최상급 서량마를 이용하고 있었다.
서량마는 북방의 호마에 비해 덩치도 크고 순간 속도가 빨라 짧은 거리에서 최대의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지구력으로 따진다면.
“주군 쉬어야 합니다. 말들도 지쳐 혀를 빼물기 직전입니다.”
성의의 말에 흑랑의 상태를 살폈다. 아무리 대단한 서량마지만, 두 명을 태우고 달렸으니 고통스러운 건 당연했다.
하지만 흑랑은 ‘푸르릉’거리는 투레질도 없이 잘도 버텼다.
“고생이 많아, 네가 탈진해 죽는다면 엄청난 고통일 거야.”
경계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마른 건량을 우물거리며 풀밭에 누웠다. 잠시의 휴식은 나른한 몸을 짓누르고 잠을 불러왔다.
아주 잠시의 휴식.
그러나 그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치고 누군가의 손길에 일어났다.
“적입니다. 저들은 유주의 군병이 아닙니다.”
“유주의 병사가 아니라고?”
“아마도… 오환입니다. 오환족입니다.”
오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들은 빨랐다. 유주 병사와 차원이 다르게 빠랐다. 일행은 속도를 올려 고삐를 내리쳤다. 하지만 그들은 포위는 어느새 다가왔고, 일행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나아가는 길을 방해했다.
그들의 숫자는 고작 서른 명.
그해 반해 우리는 11명.
나를 비롯해 성의, 정은, 장횡, 염류와 원조 풍류대 6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고르고 고른 정예병.
급조된 선발대인 오환의 족속들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감히, 그 정도 숫자로 막아보려고.”
그 소리와 함께 뚫어냈다. 단 한 번의 돌파로 몇몇 자들을 짓뭉개고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자는 베어냈다.
그러나
그들 중 남은 자는 호각을 불어 신호했고 그 소리는 또다른 서른 명을 불러왔다.
우리는 병장기를 들고 달렸다.
“주군 지체하면 안 됩니다. 저들은 소수의 무리로 퍼져있습니다. 거기다가 호각을 불었으니 본대가 몰려올 겁니다.”
그 후는 지속해서 싸웠다.
다행히, 지금 저들은 소수.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적병은 많아졌고, 종국에는 나아가는 길이 더디게 되었다. 특히나 저들이 휘두르는 칼이 우리에서, 염유에게 옮겨가고, 그를 태우는 나만 손발이 어지러울 정도로 칼을 휘둘러야 했다.
“이놈들! 어떻게 얻은 수하인데! 네놈에게 내줄 것 같으냐!”
노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말에 화답하는 오환족도 있었다.
“형거를 죽이고 네놈들이 살 줄 알았더냐?!”
그 후는 더욱 치열해졌다.
나아가려는 자와 막아서려는 자.
우리는 싸우면서 달렸고
달리면서도 포위되었다.
그래도 한 점의 빈틈을 뚫어 나아갔다. 그러다가 불시에 날아드는 검과 화살은, 등 뒤에 딱 붙어있던 염유에게 비명을 지르게 했다.
나는 쓰러지는 그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달리는 말 위에서 그를 붙잡긴 어려운 노릇. 그의 등판에 핏물이 뿜어지고 내팽개쳐졌다.
그 후는 수많은 오환족에게 포위되어 죽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