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became the Three Kingdoms Sackcloth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마초의 인재영입
*
장기가 무위로 옮겨간 지 몇 개월.
혼란했던 난민 처리가 말끔히 정리되었다. 그리고 북평으로 보낸 진진과 성의가 돌아왔다.
하지만 함께 있어야 할 전예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이냐?”
내 말에 진진은 손사례를 치며 답했다.
“아닙니다. 그가 안 오거나 공손찬이 안 놓아준 게 아닙니다. 약속대로 대금을 받고 전예를 직위 해제했습니다.”
“놓아줬어.”
“네. 전예와 그 노모를 서량으로 옮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늙은 노모의 병환이 심상치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저희만 오게 된 겁니다.”
“노모가 병들었다고…”
잠시 말을 아꼈다. 오랫동안 전예를 기다렸다. 하지만 있어야 할 전예가 없자 걱정도 함께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주군 하명하시지요. 다시 다녀올까요?”
“그래, 이번에는 마가장의 명의 이당지와 함께 가게. 호위로 정은, 장횡이 함께할 테야.”
“무슨 말씀인 줄 알겠습니다. 전예 같은 능력자는 반드시 데려와야지요.”
진진은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 어쩜 천생 유자인 진진과 전예의 성품이 비슷해서 서로를 아꼈는지도 몰랐다.
진진은 서량 사람과 성품이 다르다. 앞으로 인재 등용은 그에게 맡겨도 되겠어.
진진을 보내고 성의와 이야기를 나눴다.
“훈련을 도와줄 텐가? 내가 얼마큼 발전했는지 비교할 사람이 필요해.”
“주군. 대련이라면 저만한 사람이 없을 겁니다. 저는 안 싸워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렇지. 자네라면 여포, 방덕, 마초, 화웅, 조휴, 병주의 무장들까지 꽤 많은 대결을 했지.”
“주군, 무기는 가벼운 창을 사용하십니까? 이제 바꿀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손에 잡은 창을 내려다가 보았다. 수련용 창날에 가벼운 창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성의가 말하는 바를 이해했다.
“묵창 말이지.”
“오래전 사둔 창을 꺼낼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무거워도 적응하면 힘이 키워질 겁니다.”
“그럴까?”
성의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묵창을 찾았다.
도대체 몇 년 만에 꺼내든 무구인지.
세월이 한참 흘러 묵창을 덮었던 하얀 천은 어느새 누런색.
“시간 참 빠르다. 10년이란 세월이 빠르게 지나쳤어.”
묵창으로 두른 누런 천을 천천히 벗겨내며 혼잣말했다.
잠시 뒤 천은 벗겨지고, 그 아래 창신이 드러났다.
파도가 물결치듯 일렁이는 검은 창신. 나는 아름다운 물결에 손을 가져가 댔다.
“앗.”
손가락 사이에 핏물이 흘렀다. 아주 살짝 베어진 상처지만 핏물은 묵창의 창면을 따라 흘렀다. 그 모습이 마치 스며들 듯 보였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분명 그렇게 보였다.
“어릴 때도 그러더니 마치 빨아들이는 것 같아.”
묵창의 창면을 퉁, 튕기자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무튼, 케케묵은 먼지를 닦고 묵창을 정성스럽게 살폈다.
다음날.
새벽은 나 홀로 고유 무예를 닦는 시간. 그건 어릴 적부터 이어온 습관으로 숙부께서 누누이 말한 동공動功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의념 수련을 동반한 채 창을 휘둘렀다.
붕붕- 휙,
붕붕- 휘릭.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어릴 때는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더니 이제는 제법 휘저을 수 있었다. 그만큼 나는 성장한 것이다.
그 마음에 신이나 창을 휘둘렀다. 강한 의념에 따라 춤을 추었다.
마씨 가문의 비기인 강섬을 내지르고,
어떤 때는 방어를 위한 빛살 찌르기를 내보였다.
그렇게 창과 함께 춤을 추다가 보니 더는 창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무겁다. 더는 안 되겠어.”
무리. 녹초가 된 듯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팔은 욱신욱신 근육통에 시달렸고, 무거운 묵창은 바닥에 땅!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묵창은 힘이 좋은 장정이 아니면 휘두르지 못한다. 내가 이만큼 수련한 것도 마씨 가문의 고유의 창법이 있기에 가능한 일. 어찌보면 장군 가문인 마씨 무예는 참으로 대단했다. 이처럼 훌륭하니 삼국지 세계에서 마초가 강자의 반열에 올랐지.
그에 반해 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내 무예, 내 전생이 지금이었다면,
나는 조홍과 호각을 다퉈야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무예는 아직 부족했다.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지? 아직 조홍과 호각을 다툴 정도는 아니라고 여겼다.
어쩌면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 문제였나?
글공부, 상단행, 수하들의 인재 등용. 그것 때문에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 함께 경험이 따르지 못했기에 그런 것인가?
내 생각은 꼬리를 물고 한동안 숨을 돌렸다.
그러다보니 새벽은 점점 밝아오고, 하늘이 파랗게 변하여 주변으로 수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주군, 날이 밝았습니다.”
성의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어? 어제 말한 대련을 부탁해.”
어제 약속처럼 대련을 시작했다.
무거운 묵창을 휘저으며 성의의 대도를 힘차게 두들겼다. 하지만 방어하면 성의. 묵묵히 막아내고 일절 반격하지 않는다.
“공격 안 하면 내 실력이 늘겠어?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봐.”
그 말에 성의의 입술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차마 답하지 못하고 방어로 시간을 보냈다.
“언제까지 방어만 할 테야?”
훈련이 끝난 뒤 성의에게 물었다. 그러자 성의는.
주변 병사가 없는 걸 확인하고 답했다.
“훈련 중 병졸들이 보고 있었습니다. 차마 실전처럼 대련하지 못할 걸 용서하십시오.”
“그게 무슨 말이야?”
“솔직히 주군의 실력은 형편없습니다.”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웃음에 긴장을 푼 성의는 편하게 말했다.
“실전이었다면 다섯 번도 더 벴을 겁니다. 하지만 병졸들이 보고 있어 차마 공격하지 못했습니다.”
“내 체면 때문에.”
“주군의 위신은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허허허”
웃어버렸다. 어이가 없어 웃음 밖에 안 나왔다. 그러자 성의가 다른 말을 덧붙였다.
“묵창이 무겁기에 둔하고, 섬세한 동작이 사라졌습니다. 어쩜 실전이었다면 가벼운 창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힘을 키워야 하니 묵창을 가지고 훈련하십시오. 그리고 대련 상대를 원하신다면, 장횡이나, 마휴 도련님이 어떨까 합니다.”
“마휴를 상대하라고. 내 실력이 그 정도야?”
“마휴 도련님이 저를 찾아와 몇 번이나 대련했습니다. 처음 저를 찾아와 하신 말씀이…”
“뭐라고 했는데?”
“성의, 너를 맹기 형님처럼 한방에 때려눕힐 테다. 어서 대련하자.”
“뭐라고?! 마휴가 건방을 떨었다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뭐, 볼 것 있겠습니까? 제가 때려눕혔습니다.”
“하하하. 혼쭐을 내줬구먼, 잘했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건방을 떨었다면, 맞아야지. 어릴 때는 혼쭐이 나야 해.”
웃었다. 내가 웃자 성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안도의 숨도 함께 내뱉었다.
마휴와 나는 동갑이다. 같은 나이의 사촌 형제. 태어난 달이 내가 빨라 형님이라고 불리지만, 은연중에 나와 마휴는 비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압도적으로 내 성과가 뛰어나서 비교 자체가 안 되지만, 무예 만큼은 어떨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원래 역사라면 내가 이겨야 정답이지만, 지금의 나와 마휴의 수준 차이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러나 성의의 대답은.
“뭐라고? 비슷해! 비슷하다고.”
“얼추 비슷합니다.”
“그래서 마휴와 어떻게 대련했는데?”
“다섯 번 정도 실신시켰습니다. 그래도 마휴 도련님은 씩씩합니다. 저를 이길 때까지 찾아온다고 대련을 신청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상대한 경험이 남달라서 감히 쫓아올 경우가 아니었지요.”
“그랬지. 마초, 방덕, 화웅, 여포, 위속, 송헌, 후성, 염행, 조휴까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싸웠으니 마휴가 상대할 그릇이 아니지.”
“그 모든 게 주군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성의의 이야기에 웃었다. 하지만 입맛이 썼다. 성의의 능력이 개화한 건 좋으나 나는 우물 안 개구리.
아무튼, 상대를 찾았으니 마휴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
그렇게 찾아간 무위.
그것도 연무장 한편으로 쩔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욕설과 폭언.
누군가를 비방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놓아라! 나를 잡아 가두니 좋더냐?! 네놈들은 내가 누군 줄 몰라?!”
“풀어줘라! 너! 네놈이 나를 후려쳤지!”
“도대체 여긴 어디야?!”
온몸이 결박당한 괴한이 함거에 실려 옮겨온다. 그리고 그 괴한을 잡은 마초를 향해 욕설을 쏘아붙였다.
마초는 그 모습에 껄껄껄 웃었다.
나는 괴상한 광경에 넋을 놓고 보다가 아무래도 마초가 범인인 것 같아 다가갔다.
“형님, 이게 뭡니까?! 함거에 실려 온 저자는 누구고요?”
“오호- 평안이 왔어. 금성의 숙부님을 잘 계시고?”
“형님 한가롭게 인사할 때가 아닌 거 같습니다. 어째서 괴한에게 욕설을 듣고 계신 겁니까?”
“하하하. 저자 말이지.”
“네.”
“보면 모르겠냐?! 인재 영입이지. 저번에 말했던 대로 잡아 왔어. 죽이지 않고 두들겨 패서 끌고 왔다고.”
“패요??”
“그래 팼다고. 이놈까지 두 놈째 인재 영입이다. 성도에 갔더니 이런 놈이 종종 보이더라.”
“그게 무슨?!”
“하하하. 이 형이 대단하지 않냐?”
마초는 호탕하게 웃었다. 통쾌한 듯 크게 웃었다. 나는 그런 마초를 어이없게 바라봤다. 정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
“허, 허허허. 허허허. 맹기 형님.”
이 형 뭐지?
정말 부족한가?(멍청한가?)
함거에 실린 괴한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눈앞의 마초는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호탕하게 웃어버리고, 그걸 바라본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황이 혼란했다.
그 혼란에 마초를 붙잡고 물었다.
“형님 조금 자세히 말해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들어보렴. 아버님 명령대로 익주로 내려갔다. 어찌나 험난한 길인지… 이런 촌구석에 재능을 가진 자가 있을 턱이 있겠나? 하고 의아함이 들더구나. 그런데 성도에 도착한 후 깜짝 놀랐다. ‘무위보다 큰 도시다.’ 그에 비해 우리 서량은 한숨만 나왔다.”
“형님, 그걸 이제 아신 겁니까?!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도시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저를 따라 상행을 갑시다. 아마도 보고 느끼는 게 많을 겁니다.”
“그래, 날 한 번 잡아보자.”
마초는 고개를 끄덕이고 겪은 이야기를 했다.
“성도의 첫날은 안 가본 곳이 없었지. 시장, 주점, 농촌, 병영, 다리품을 팔고 근 한 달간 고생만 했다. 가끔 걸리는 놈이란, 말만 그럴듯할 뿐이고. 괜히 시비를 거는 놈과 싸움이 붙어 불구로 만들거나, 그 자리에서 죽였다.”
“형님! 죽이려고 간 게 아니라 인재 영입 아니었습니까?”
“물론 그랬지.”
“형님 죽인 자의 이름이 어찌 됩니까? 혹여 쓸만한 인재를 죽여버린 건 아닙니까?”
“설마?”
마초가 머리를 긁적거렸다.
마초는 이름을 기억하려고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뭐, 뭐래더라… 자, 장익라고 한 것 같은데. 그런데 굳이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죽어버린 것인데. 그보다 저놈처럼 능력이 있으면 됐지.”
마초는 고개를 흔들고 함거에 실린 자를 가리켰다. 다른 말로 하찮은 것들은 모조리 죽이고 함거에 실릴 정도로 강자는 잡아왔단 말인데.
나는 어이가 없어 한숨을 푹 내쉬다가 말했다.
“형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저 함거에 실린 자는 뭡니까?”
우리의 시선은 함거로 옮겨갔다. 그곳에 광인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마초는 그를 보고 입꼬리를 들썩였다. 미소. 자연스러운 미소. 송곳니를 살짝 내보이며 웃는 미소.
“저자가 제일 강했지. 내가 성도에 내려간 후, 한 달을 넘기고, 두 달이 지나던 시점이었어. 그때 말이야.”
마초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제발 아니기를 아무나 막 잡은 게 아니라 적당히 잡아 올 놈을 잡아왔기를….
서촉이면, 잡아 올 사람 중 문제가 안 되는 자가
누가 있지?
아, 있다.
감녕이면 되겠어. 그래 그놈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익주목 유언과 문제가 생길지도 몰라.
마초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나는 조마조마하게 듣고,
이 형, 사설이 좀 길다. 어서 말하라고.
모두 듣고 싶어하잖아.
“내가 말이야 오랜 여행길에 지쳐 저잣거리에서 허기나 때우려고 국밥을 말아먹는데… 그때 저놈과 다른 놈들이 난동을 부리는 거야. 시장 왈짜 무린가? 하고 보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