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용돈벌이
지구로 돌아온 운호는 말 그대로 편하게 푹 쉬었다.
에론 대륙엔 막장 소설이라는 폭탄 하나를 던져뒀다. 돌아가면 터져 있겠지. 제발 뻥 터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활자에 중독되게.
지구도 마찬가지 정휘선 회장은 늘그막에 가진 막강한 권력으로 갑질의 재미에 푹 빠져 있었고, 대영 길드는 새로운 장비와 마력 극대화 비약으로 도시 던전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었다. 광맥 탐색 작업도 착수했고.
그냥 기다리면 된다.
그래서 하는 일이라곤 집에서 쉬거나 정지훈을 만나 노닥거리는 일.
“차기작은 100% 창작으로 갑니다.”
“…감당할 수 있겠어?”
“훗! 저 지금 잘나가는 거 모르시죠? 흐흐, ‘간절히 바라면 공짜’ 런칭 들어갔어요. 현재 1권 끝내고 2권도 마무리 중인데.”
“몇 위?”
“2위. 하지만 곧 1위 합니다.”
장인의 집중 아뮬렛의 효과인지 요즘 물 만났다. 하루에 기본 3만 자 이상 쏟아 내면서 로맨스 부문 투데이 베스트 2위까지 올라왔단다.
로맨스?
사실 정지훈은 자신의 숨겨진 재능과 마주했다.
막장소설을 각색하다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계 영주물 컨텐츠는 과감하게 버리고 현재 판타지 로맨스 작가로 활동 중.
물론 성별은 숨겼다.
“창작도 좋은데 하나만 더 베끼자.”
“…으음, 싫은데.”
“네 소설 하나로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쩝, 그럼 뭐.”
“반전 휴머니즘 소설, 전쟁을 비판하는 거, 각색 부탁한다. 물론 재미도 있어야겠지?”
“어, 거기 전쟁 중이에요?”
“아니, 하지만 일어날지도 몰라. 막아 봐야지.”
“아하! 그렇구나. 생각해 볼게요. 어차피 반전을 다룬 영화야 많으니까 그중에서 고르면 되죠.”
“화이팅!”
운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정지훈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며 서둘러 집으로 갔다.
그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다. 운호가 에론 대륙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절반 이상은 정지훈의 덕택이다. 충실한 조언자이기도 하고.
‘나중에 뭐라도 가져다줘야지.’
아무튼 차기작은 결정이 났고.
그런데 정말 할 일이 없네?
돈도 많이 벌었는데 펑펑 쓰고 다녀 볼까?
운호는 소파에 누운 채 모바일 은행 어플을 실행시켰다.
“어디 보자. 돈이 얼마나… 헉!”
이게 무슨 일인가?
“잔고가 시, 십만 원?”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는데… 다 어디로 갔나!
“참! 맞다. 돈은 재단으로 들어가지!”
대영에 넘긴 무기와 장비, 그리고 기간 한정 활력 반지의 판매 대금은 모두 운호 재단의 계좌로 들어가게 만들어 놨다.
또한 광맥 탐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다 재단으로 들어갈 터.
그러다 보니 정작 운호 자신이 쓸 돈이 없다.
“와! 나 거지네. 건물주인데 왜 이러지?”
당연하다. 던전이 달린 건물, 세입자가 없다. 그러니 임대료 수입도 없고.
“돈 벌러 가야 하나? 흠, 돈 나올 구석이… 있네!”
그걸 깜박 잊고 있었구나.
* * *
헌터들의 주 수입원은 뭐니 뭐니 해도 결정석이다.
결정석이라는 것이 양을 조절할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량에 따라 시세가 달라진다.
그래서 결정석의 가격은 시가.
보통 경매로 진행되는데 가격이 정해진 걸 다시 경매에 붙이는 이유가 있다.
서울 강남 결정석 경매장.
판매자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던 운호는 자기 차례가 오자 결정석 다섯 개를 가지고 무게부터 달았다.
“오! 이것들 크기가 상당한데요? 언데드 기사라도 잡으셨나? 아니면 오거?”
뭔가 이상한지 결정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경매장 직원.
“흐음, 이거 빛깔이… 이거 결정석 맞나요? 보석 같은데…….”
“측정해 보면 알겠죠.”
“처, 처음 보네요. 특이합니다, 하하하!”
주먹만 한 크기의 영롱한 결정석, 무게는 하나당 약 300그램 정도.
“다섯 개 합쳐 1,574그램입니다. 오늘 시세가… 1그램당 32,000원이네요. 그럼 시초가는 49,504,000원입니다.”
“괜찮네요.”
“요즘 결정석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대형 길드 하나가 폭삭 주저앉는 바람에.”
“저런!”
폭삭 주저앉은 길드라면 신화 길드를 말하는가 보다.
운호는 경매용 상자에 결정석 다섯 개를 집어넣고 식별 바코드를 받았다.
5천만 원 약간 못 미치는 돈. 그러나 이걸로 가격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5천만 원은 어디까지나 시초가!
결정석 경매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매릭스(marix)’ 수치다. 결정석 1그램에 포함된 마나의 농도를 수치화시켜 나타내는 단위, 매릭스!
1그램당 평균 50매릭스 정도가 일반적. 마나 농도가 50매릭스 보다 많으면 높게 입찰되고, 적으면 유찰되기도 한다. 그럼 시초가를 더 낮게 책정해서 다시 경매를 보는 거고.
매릭스 측정은 경매 바로 직전에 실시해서 입찰자들에게 알려 준다.
컨베이어 벨트로 경매 물품이 이동하면서 측정기를 통과, 대형 화면에 매릭스 수치가 공개되는 바로 그 순간! 경매 현장은 뜨거워진다. 아니면 그 반대거나.
운호는 판매자 대기실에서 화면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먼저 다른 사람의 물품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왔다.
“식별 번호 개인GTD-031 물품입니다. 1,208그램, 시초가 38,656,000원, 측정 시작합니다.”
은색 상자가 측정기를 통과한다.
그리고 잠시 후 화면에 표시되는 매릭스 수치!
경매 중계인의 음성이 경쾌하다.
“52매릭스입니다. 평균 수치 52!”
“4천!”
“4천 1백!”
“4천 1백 50!”
경매가가 빠르게 올라갔다. 저 정도면 수치가 괜찮은 편이니.
다음 물품.
“식별 번호 길드EA-032 물품입니다. 2,062그램, 시초가 65,984,000원, 측정 시작합니다. …평균 수치 45매릭스입니다.”
“…….”
“…….”
이건 유찰, 가격을 낮추어 입찰을 보겠지.
이윽고 드디어 운호가 출품한 물건이 상자째로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졌다.
궁금하다. 과연 수치가 얼마나 나올까?
지구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건 그도 안다. 빛깔 자체가 다르니.
“식별 번호 개인JUH-041 물품입니다. 1,574그램, 시초가는 49,504,000원, 측정 시작합니다.”
측정기로 들어가는 운호의 결정석.
“매릭스 평균 수치는… 어? 아! 이, 이게……?”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말도 안 되는 수치가 화면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매 중계인은 서둘러 단상에서 내려가 측정기를 통과한 운호의 물품 상자를 들어 다시 측정기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재측정에도 화면에 떠오른 수치는 변하지 않았다.
“어… 펴, 평균 수치는… 683매릭스! 683매릭스입니다.”
경매 중계인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입찰자들도 조용했다.
실화야?
보통 결정석 평균 수치 50매릭스, 세계 최고 기록은 기껏해야 64매릭스, 그런데 대체?
64매릭스짜리가 얼마에 팔렸더라?
그때 정적을 깨는 한마디!
“…1억!”
용감한 입찰자의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1억이라고?
미쳤나?
“5억!”
“10억!”
“15억!”
“25억.”
“…….”
그러다 다시 침묵, 입찰가 25억을 넘어가자 사람들은 주저했다.
683매릭스?
두 번이나 측정했다지만 기계 고장일 수도 있지 않나! 아직 확실치 않은데 선뜻 25억 이상을 쓰는 건…….
“25억! 낙찰되었습니다.”
운호는 빙그레 웃었다. 용돈 톡톡히 벌었네.
그럴 줄 알았다. 이게 어디 보통 물건인가? 물론 에론 대륙에서야 흔하지만 지구는 아니다. 오직 운호만이 이 진품 결정석을 지구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진품 결정석으로 지구 결정석 공학 발전에 공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차원 기여도 300pt를 획득하셨습니다.]“어!”
뭐지? 이걸로 차원 기여도 점수를 준다고? 다른 아이템 퍼다 줄 땐 잠잠하더만 갑자기?
오거에게서 나온 결정석 10개를 지구로 가져와 그중에 다섯 개를 팔아서 받은 포인트.
또 팔면?
운호는 서둘러 판매자 창구에 가서 물건 하나를 또 등록했다.
이번엔 한 개만, 무게로 316그램.
한편 HDK 그룹의 결정석 구매 담당 황영호 부장은 얼떨결에 낙찰받은 결정석 다섯 개를 즉시 수령 받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없이 입찰했다. 25억, 살짝 후회가 된다. 이거 잘못되는 거 아냐?
‘사기만 아니면…….’
천천히 상자를 개봉해 보는 황영일,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입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대체 683매릭스의 결정석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
“황부장, 빨리 열어 봐! 나도 구경 좀 해 보게.”
“어허! 밀지 마!”
“저리 가. 좀 떨어져 있어!”
딸각.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상자를 연 황영일 부장.
그러자.
화악!
뿜어져 나오는 휘황찬란한 빛!
영롱하고, 그래서 마치 보석 같은 신비로운 결정석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이, 이건…….”
“세상에!”
결정석에서 느껴지는 진한 마나의 향기!
황영호 부장도 헌터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이 결정석의 가치를.
희열로 가득한 그의 표정! 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으하하하! 진짜였어! 진짜라고!”
반면 다른 입찰자들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런 젠장! 이 정도면 25억도 싼 거 아니야?”
“죽겠네. 저 물건 놓쳤다고 한소리 듣겠어.”
“식별 번호 개인JUH가 누구지?”
“경매장에 아는 사람 없어?”
“개인이고 이름 이니셜이 JUH.”
그 순간 울리는 경매 시작 방송.
“식별 번호 개인JUH-058 물품입니다.”
“JUH?”
“어?”
“음!”
“빠, 빨리!”
황급하게 자리로 돌아가는 입찰자들.
“결정석 한 개입니다. 316그램, 시초가는 10,112,000원, 측정 시작합니다.”
한 개라, 평균 수치가 아니라 단일 수치라면 더 정확할 것이다.
측정이 시작되었다.
마침내!
“단일수치는… 685, 685매릭스입니다.”
“헉!”
“미, 미친!”
수치가 뜨자마자 입찰이 이어졌다.
“6억!”
“8억!”
“12억.”
…….
…….
경매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그리고.
최종 입찰가 18억, 고작 하나의 결정석에 매겨진 가격이었다.
[진품 결정석으로 지구 결정석 공학 발전에 공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차원 기여도 60pt를 획득하셨습니다.]확실하다. 중복 획득 가능하고, 개당 60pt.
결정석을 지구로 가져올 때 관세가 30pt니까, 30에 가져와 60에 판다.
‘두 배 장사네?’
* * *
성일 그룹 이팔상 회장은 떨리는 손으로 정휘선 회장이 건넨 활력의 반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끼어 본다. 조금 헐렁하지만 문제될 건 없다.
“축하하네. 1년 동안의 젊음을.”
“껄껄껄, 벌써부터 힘이 넘치는구만.”
“어디서 구라를 쳐? 조금 있어야 진정한 효과가 나타날 거야.”
“그런가? 허허허, 음? …허! 시작되었네.”
역시나 예상대로다.
반지를 끼운 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되는 따스한 온기,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허어.”
이팔상 회장은 젊은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20살, 공사 현장에서 개처럼 굴러다녔던 그 시절. 일은 힘들었지만 막걸리 한잔하고 한숨 푹 자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끈불끈 힘이 솟아오르곤 했다.
청춘이란 그런 거다. 주체할 수 없는 활력, 그때는 소중함을 몰랐다. 나이가 들고 기력이 쇠하니 ‘젊음’이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오늘!
이팔상은 다시 과거의 활력을 되찾았다.
“10억이라니 너무 싸! 하, 하나만 더 팔아 줄 수 있나? 내 두 배로 돈을 내지.”
“안 돼!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어. 그나마 살 수 있었던 걸 다행으로 생각하게.”
“흐음.”
갑자기!
띠리링, 띠리리링.
이팔상 회장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팔상은 정휘선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험, 그래, 뭔가? 결제받을 일이 있다고? 음… 뭐! 뭐라?”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통화하는 이팔상.
“…결정석 매릭스 수치가 680대? 지, 진품? 이런! 그런데 입찰에 실패했다고? 정신이 나갔나!”
앓는 소리로 스마트폰을 얼굴에 바짝 가져다 댔다.
“백억을 써도 좋네! 당장 입찰받아 와! 한 덩어리라도 있어야 연구라고 해 보지! 그리고 판매자가 누군지 알아봐!”
바로 옆에 있던 정휘선도 당연히 들었다.
‘매릭스 수치 680대 결정석? 그런 물건도 있었나? 정말이라면…….’
분위기를 보아하니 경매장 같은데.
정 회장도 황급하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무조건 입찰받아야 한다.
“여보세요? 지금 경매장에… 아! 자네도 안다고? 뭐? 실패했어? 이런 밥 버러지들! 판매자가 누구야? 모른다고? 이런! 당장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