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85
85화 강철 정령의 둥지 (4)
블리자드 마법이 일으킨 대기의 변화로 여전히 맥을 못 추는 코브라 편대.
투투, 투투!
위잉, 윙…….
어차피 그 헬기도 언데드 조종하는 것. 그래서 공격은커녕 컨트롤도 불가능한 지경이다.
‘미사일로 한 대는 파괴했고.’
한 대 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몸으로 때워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미사일 발사기는 아공간에 도로 집어넣었다.
‘짬타도 했는데…….’
기사들의 근접 공격은 빠르고 파괴적이다. 가로막으면 베고 박살 내며 피하면 끝까지 추적하여 시퍼렇게 날 선 무기를 상대방에 몸속에 박아 넣는다. 진짜 오러로 단련된 기사라면 말이다.
그런 기사들에게도 난감한 순간이 있다면 바로 하늘을 나는 종자들을 상대할 때다. 적이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상당히 난감해진다.
선택은 두 가지. 강제로 끌어내리거나 아니면 놈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거나.
몸이 가벼운 짬타는 가능했다. 건물 외벽을 딛고 헬기의 꼬리 부분만 부수고 날렵한 고양이 동작으로 땅에 무사 착지.
뚱뚱한 놈이지만 허공에서 몸을 비트는 것 따윈 자유자재. 충격 흡수도 본능적으로 타고났고.
사실 운호도 올라가는 건 문제없다. 다만 무사히 내려오는 것이 어렵지.
그러나 지금은 방법이 생겼다.
타다다다닥!
건물 외벽을 신속하게 질주해 꼭대기로 올라간 다음.
탁!
공중으로 도약.
스팟!
오러 블레이드로 헬기를 박살 낸다.
콰앙!
그리고.
“플라이!”
허공에 떠서 천천히 내려오는 운호.
‘이게 마법의 묘미지.’
물론 헬파이어나 프로즌 스톰, 메테오 같은 강력한 궁극기도 존재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이런 마법들이 매력 있다.
“리버스 그래비티!”
중력 역전도 시키고.
스트트투투투!
쿠쿵!
땅에 떨어져 프로펠러가 꺾인 헬기는 손쉬운 먹잇감이다.
“체인 라이트닝!”
찌지지지직!
콰앙!
마검사, 마법과 오러 둘 다 익힌 하이브리드 클래스.
비록 마법은 3단계, 오러로는 익스퍼트급까지밖에 나아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하물며 하이브리드이면서 마법과 오러 둘 다 극한까지 익힐 수 있다면?
그렇게 되면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다.
블리자드의 효과가 끝나갈 때쯤 마지막 하나 남은 코브라 헬기까지 격추시킨 운호.
“자, 다음은 뭐냐?”
생각나는 것이 있긴 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냥?”
“얼씨구?”
두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운호를 향해 날아오는 헬리콥터 네 기
.
‘예상이 어떻게 딱 들어맞아?’
드디어 진짜가 출현했다. 지구 최강의 공격 헬기 네 기의 아파치 편대.
“이글아이!”
마법을 통해 자세히 관찰해 보니. 그중 한 대는 프로펠러 위에 둥그런 롱보우 레이더를 장착했다.
‘저놈이 보스겠지?’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파치 롱보우를 조종하고 있는 언데드, 아니 언데드가 아닌가?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이름표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외모는…….
‘엘프?’
* * *
아파치 롱보우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하이 엘프 메루갈은 살짝 당혹스럽다.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신탁자 제거 가능성 도출이 물음표로 변했기 때문이다.
“음…….”
원인은 알고 있다.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마법이었어.’
그럼 저 신탁자는 이미 7클래스에 도달했다는 의미.
쿡쿡쿡, 쿡쿡.
메루갈은 태블릿에 밝혀진 변수를 입력했다.
그리고.
‘저 고양이도 보통이 아니야. 대체 정체가 뭐지?’
최소 마스터급.
쿡쿡.
변수 한 가지 더 입력.
그러자.
“…멍청이들!”
그럴 줄 알았다. 커다란 요구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대로 된 정보만 가지고 오라 했을 뿐.
“그런데 죄다 틀렸어.”
51%. 놈을 죽일 가능성이 반은 넘는다는 의미, 그러나 메루갈은 절대 만족하지 않았다. 놈이 살아서 나갈 확률이 무려 49%나 된다.
그래서 변수를 무력화시킬 결정적 요소를 입력했다. 희생이 불가피하지만 메루갈은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광휘께서 내리신 임무를 완수하는 것.
툭툭툭, 툭툭.
이윽고.
1%가 모자라 불만스럽지만…….
‘100%는 존재하지 않아.’
광휘께서 늘 해 오시던 말이다.
그렇다는 건.
“놈이 이 던전을 절대 나갈 수 없다는 뜻이지.”
두두두두두두두!
메루갈은 조종간을 움직여 아파치의 고도를 높였다.
그리고 편대 전체에 지시를 내렸다.
“광휘의 플레어 발사!”
* * *
운호는 스펠 세이브에 저장된 고위급 마법을 점검했다.
‘리버스 그래비티가 두 개, 블리자드도 두 개, 헬파이어 한 개, 플라이가 세 개.’
나머지는 실드와 블링크로 채웠다.
“냐앙.”
짬타도 옆에 있고.
‘먼저 블리자드로 눈보라를 일으킨 다음… 응?’
퍼펑! 퍼퍼퍼퍼퍼펑! 펑펑!
네 대의 아파치 헬기가 각각 수십 개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갑자기?”
그러자 던전 전체가 불꽃의 영향권에 들었다.
“이 빛은……?”
“냥?”
불길한 빛이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이 두근거린다. 뭐지?
설마 마나 억제장인가? 확인해 보자.
“실드!”
지이잉.
아니다. 마법은 무리 없이 시전된다.
‘그럼 대체…….’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가슴속이라, 가슴속에 뭐가 있더라? …설마?’
운호는 지구로 가는 차원 게이트를 열었다.
하나 주신이 부여해 준 가슴속 권능의 씨앗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
지구가 아닌 다른 던전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도 마찬가지. 꿈쩍도 안 한다.
“이런!”
여전히 별처럼 허공에 머무르면서 찬란한 빛을 부리는 물체. 대체 몇 개지? 100개는 넘는 것 같다.
최소한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저 빛 때문이다. 저 빛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게이트 오픈을 막고 있었다.
‘혹시 빛을 피하면…….’
운호는 빌딩 사이에 숨어 또다시 게이트 오픈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갇혔구나.’
그럼 이 던전을 나가야 한다. 나가서 저 빛의 영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 바로 순간!
파슈우우우우웃!
폭발적인 빠르기로 운호를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 찰나의 순간 목격했다. 미사일 탄두에 사람의 눈 같은 것들이 달려 있는 모습을.
“냥?”
“헬파이어……? 짬타야, 꽉 잡아!”
마법 이름이 아니다. 미사일 이름이다. 공격자에겐 최강, 피격자에겐 최악의 미사일.
“블링크!”
팟!
쾅! 콰당탕! 쾅!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7클래스 마나의 블링크답게 이동 거리는 꽤 긴 편, 하지만 실드는 한 번에 벗겨졌고, 그것도 모자라 후끈한 열기가 운호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냐아앙.”
“으윽… 블링크!”
운호는 일단 빌딩 숲으로 숨어들었다.
두두두두두.
그리고 어느새 동서남북 방향으로 한 대씩 선회하며 운호를 포위하는 아파치 헬기.
“블리자드!”
스사사사사사!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그러자 아파치 헬기들이 고도를 높이며 눈보라의 반경에서 벗어났다. 물론 포위망은 그대로.
“씨발.”
“씨냐아앙!”
모르긴 몰라도 저 이름표 안 달린 엘프 년의 아파치 조종과 지휘 능력은 보통이 아니다.
파슈슈슈슈슛!
헬파이어 미사일이 한 기 더 날아왔다.
“제기랄!”
* * *
리들쓰론 전역에 불순분자 색출령이 내렸다.
그러나 애초에 황제와 그림워커가 의도했던 결과와는 정반대였다.
저벅저벅.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해 흉흉한 기세를 뿌리며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기사들.
와장창!
“어디로 숨겼나? 빨리 말해!”
“자,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뭐라고?”
“여, 여긴 웰루안 상단 소속 상점입니다. 폐코 상단이나 홀리스 상단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쩌라고?”
“…네?”
콰직! 와장창!
기사들의 발길질에 진열된 본도자기들이 산산조각 나며 깨졌다. 갓 생산된 종이뭉치들도 가차 없이 발에 밟혀 찢겼다.
웰루안 상단 소속 상인은 영문을 몰랐다.
‘…이상해.’
이미 리들쓰론에 소문이 쫙 퍼졌다. 불순분자들인 용병들이 페코상단과 홀리스 상단의 상인으로 위장하고 수도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런 이유로 황제가 직접 내린 색출령도 페코 상단과 홀리스 상단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쪽 상단은 설렁설렁 조사하고…….’
반대로 웰루안 상단소속의 상점들은 매우 혹독하게 대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거의 다 귀족 출신이다. 그것도 황가에 절대적으로 충성을 맹세한 이들, 하지만 그들이 정작 실제로 하고 있는 건 황명에 대한 거역 행위.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고초를 겪고 있는 곳은 지상뿐만이 아니다.
“땅거지 새끼들아! 우리가 왔다.”
“크하하하하하!”
“비루한 새끼들, 지하에서 조용히 숨어 살 것이지 감히 지상으로 기어 나와?”
수도에 숨어든 용병들이 딮월드를 급습했다.
채챙!
콰앙!
드워프들은 키가 작은 종족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약한 이들도 아니다.
젊은 드워프들 중심으로 방어군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용병대 구성원들이 어디 근접 전사들밖에 없나?
“헬파이어!”
화르르르륵!
이건 마법이다. 뜨거운 지옥불이 딮월드에 소환되었다.
용병대 소속 마법사들이 주저 없이 마법을 뿌렸다.
“끄아아악!”
“결사적으로 막아라!”
“장로님들과 아이들부터…….”
늙은 장로들은 드워프들의 유산이며 자라나는 아이들은 종족의 미래.
“나도 싸우겠다.”
“아! 노인네가 망치질할 힘도 없으면서… 어서 들어가요!”
“이놈!”
딮월드에도 최후의 한 수는 있다.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종족 보전을 위한 안전구역.
“아아악!”
“버, 버텨!”
장로들와 노인, 그리고 아이들이 안전구역으로 무사히 들어갈 데까지 필사적으로 용병들을 막고 있는 청년 드워프들.
하지만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었다.
광휘의 용병대 대장 카일 로브스터는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서걱! 서걱!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 드워프들이 들고 있는 신병이기들이 두부 썰리듯 잘려졌다.
“놈들은 인간이 아니야! 바퀴벌레다. 주저 말고 죽여라!”
빨리 처리하고 적당한 순간에 빠져야 한다.
고작 땅거지 새끼들이나 치려고 7백이 넘는 정예 용병대원들을 끌고 왔을까? 딮월드 습격은 식전 요깃거리일 뿐이다.
그럼 황제? 아니다. 황제는 살려 두는 것이 더 이롭다. 진정한 목적은 ‘여우 사냥’, 고리가 9개 달린 여우 말이다.
야마다는 드워프들의 도움으로 용케 방적기와 방직기를 확보했다. 재봉틀도 무사히 숨겼다.
“으아, 저, 저도 싸우겠…….”
“웃기지 마! 허약한 새끼가, 너도 빨리 안전구역으로 들어가.”
“허억!”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하며 안전구역으로 들어가는 야마다.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짧은 시간이지만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드워프들이다. 함께 술도 마시며 대장장이 일도 배웠다. 편견 따윈 없는 호탕한 종족들.
야마다는 그들이 좋았다. 평생을 이지메만 받으며 살아왔던 그에게 드워프들은 진실한 친구였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죽어 가고 있었다.
“껄껄껄, 종족은 다르지만 즐거웠네. 만약 살아남으면 자네가 누누이 이야기했던 애니메이션인가 뭔가 꼭 보여 주게나.”
“…아, 안 돼!”
야마다를 끝으로 거대한 안전구역의 반(反) 마나 아다만타이트 철문이 닫혔다.
쿵!
* * *
“헉헉!”
“냥냥!”
콰쾅! 쾅!
운호는 빌딩 사이를 신속하게 누비고 다녔다. 멈추면 안 된다. 그러면 미사일이 떨어진다.
롱보우 레이더를 통해 자신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개 같은 엘프.
행동을 취하려고 하면 바로 공격이 들어왔다.
미사일 발사기를 꺼낼 여유를 주지 않고 있었다. 꺼낸다 하더라도 조준이 필요하니 그걸 기다려 줄 리도 없고.
‘생각하자. 생각해 내야 해! 여기서 먹히는 마법은?’
블리자드는 스펠 세이브에 저장되어 있다 해도 약간의 시전 시간이 필요하다. 헬파이어도 그렇고.
중력 역전 마법은 이미 다 썼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마법이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선 마법이 아니라 오러 스킬.
운호는 창을 꺼냈다.
오러 블레이드를 덧씌운 창.
제대로 들어가기만 하면 저 아파치 롱보우를 단방에 부숴 버릴 수 있을 터.
‘돼지가 시야만 끌어 주면…….’
무심결에 짬타를 바라보는 운호.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 돼지 죽일 일 있나?
‘절대 안 되지.’
짬타의 생각은 달랐다.
“냥! 냐앙, 냥냥!”
뭐라고 하는지 알겠다. 주인, 날 믿어 봐!
“안 돼. 단독 행동 금지…….”
순간!
휘리릿!
“…야 이, 돼지 새끼야!!”
“냐아아앙!”
도도도도도도!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아파치 헬기를 홀리는 짬타.
그러자 모든 공격이 짬타에게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