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a dimensional bag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선은 누가 넘었지?
이미 일은 벌어졌다.
짬타는 옥상을 이용해 빌딩과 빌딩을 누비고 있었다. 개틀링, 로켓, 미사일이 그 작은 놈에게 한꺼번에 쏟아졌다.
파바바박!
슈우우웅!
콰콰쾅!
“돼지야!!”
어찌나 격렬한지 연기와 화염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익!”
짬타가 벌어 준 시간. 놓칠 수 없다. 자신을 위해 저 지옥에 기꺼이 몸을 던진 놈이다.
‘후우, 냉정해지자.’
운호는 일단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극도로 집중되는 정신.
스스스스스.
동시에 드워프제 미스릴 장창에 최대한의 오러를 밀어 넣었다.
우웅.
‘더더, 더더더!’
역시 드워프제, 임시로 준 장창인데 운호의 오러를 끝도 없이 받아들인다. 그에 따라 점점 거대해지는 오러 블레이드.
우우우우우우우웅.
전방에 보스 몹 헬기가 운호의 눈에 들어왔다.
‘한 방에 끝내야 해.’
창대를 움켜잡고.
[디바인 소울 스피어 플라잉 스네이크를 발동합니다.]강하게 뿌렸다.
츠리리리릿!
방울뱀처럼 매섭게 날아가는 오러 블레이드 장창!
* * *
엘프 메루갈은 롱보우 레이더를 통해 언데드 조종사들에게 변수 중 하나였던 고양이놈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꽤 버티네?”
고양이는 변수다. 변수부터 제거하면 신탁자를 죽일 가능성은 아마 100%가 될 터, 너무 작아서 조준하기 쉽진 않지만 블링크도 사용하지 못하는 놈이니 융단 폭격에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메루갈은 뭔가 섬뜩한 기운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응?”
동시에 사정없이 울리는 경보음.
삐익! 삐익! 삐익!
거대한 오러의 집합체가 자신이 탄 헬기를 통해 섬전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창?”
쐐애애애액!
하지만 메루갈은 당황하지 않았다.
위이이잉, 서둘러 회피 기동을 실시하는 메루갈. 동시에 염력 마법을 날아오는 창에다 펼쳤다.
* * *
운호는 확신했다.
‘명중이야!’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진 창이다. 거기에 스킬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창은 의도한 대로 날아가 엘프가 타고 있는 저 헬기를 가루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하지만…….
“어…….”
분명하게 느꼈다. 창의 진행 방향이 비틀린 것을.
퍄슛!
기존 방향에서 1센티 정도의 작은 비틀림. 하지만 그것만으로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마법? …씨발, 젠장!”
엘프도 마법사였다.
그것도 마스터에 다다른 자신의 오러에 간섭할 수 있는 고위급 마법사, 최소한 7클래스 이상이라는 의미.
장창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다. 돌이킬 수 없다.
찰나의 순간!
수십 가지의 경우의 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은 살 수 있다. 여기서 연속 블링크를 시전해 거리를 벌리면 게이트 입구까지 닿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침착하게 한 대씩 꼬리를 잡아 헬기의 수를 줄여 나가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국 문제는 시간.
이대로라면 짬타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화염과 연기, 폭발 속에서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겠고.
꽈아아아아앙!
절체절명, 완전하게 몰렸다.
상황을 역전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장창이 내 의지대로 움직여 준다면…….’
그래서 손에서 떠나 버린 무기가 방향을 원래대로 바로잡을 수 있다면… 운호는 염원하고 또 염원했다.
‘제발, 제발, 움직여라! 내 오러잖아!’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깨달음의 순간은 절망의 끝자락에서, 간절한 순간에 도둑처럼 찾아온다.
“…아!”
쑥!
운호의 몸에서 오러 한 줄기가 창을 향해 빠져나갔다. 동시에 창과 운호의 의지가 연결되었다.
* * *
스치지짓!
비웃음 가득한 메루갈의 얼굴. 생각대로다. 장창이 헬기 옆을 비껴 나갔다.
‘하룻강아지 같은 놈.’
비루한 인간 주제에 감히 하이 엘프에게 덤벼들어?
게다가 거지 같은 드워프와 함께 어울리기까지 하는 놈이다. 그 사안만으로 놈의 운명은 결정됐다.
회피 기동과 사이코키네시스 염력 마법으로 장창을 피한 메루갈은 상황을 종결짓기 위해 두 개의 동시 표적을 설정했다.
‘이제 끝내자.’
남아 있는 미사일을 모두 쏟아붓는다. 그럼 적어도 한 놈은 죽겠지. 운 좋으면 두 놈 다 잡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저 신탁자는 안심할 수 없다. 어떻게든 블링크와 실드를 이용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터.
그녀는 지구의 무기만 믿지 않았다. 놈의 최후는 직접 종결지을 것이다. 자신도 엘프 마법사니까.
그런데!
뒤통수가 서늘하다.
쐐애애애액!
‘설마?’
분명히 비껴 나갔다고 생각한 장창이 유도탄처럼 방향을 전환해 후미에서 헬기를 덮쳐 왔다.
“이런…….”
이건 피할 수 없다.
“실드! 실드! 쉴…….”
콰지지지지직!
장창은 아파치 롱보우의 본체를 뚫고 들어가 엘프 메루갈까지 관통해 버렸다. 실드? 그냥 종이였다.
“꺄아아악!”
순식간에 날개 잃은 잠자리처럼 밑으로 추락해 버린 아파치. 이기어창(以氣馭槍), 목표 하나를 작살 내고도 장창은 아직 기세를 잃지 않았다.
츠리리릿!
먹이를 발견한 뱀은 꼬리를 흔들며 여전히 화력을 퍼붓고 있는 다른 아파치를 관통했다.
콰지직! 쾅!
휘리릿, 방향을 전환하며 또 한 대!
쾅!
마지막 마무리까지!
콰쾅!
그리고 임무를 마친 장창이 다시 운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덥석!
창을 손에 넣자마자 운호는 짬타부터 찾았다.
“돼지야! 어디 있어? 돼지야아아!”
그러나 짬타의 응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헬기의 잔해를 걷어 내며 미친 듯이 짬타의 행방을 찾아 헤매는 운호.
순간!
“…냐아아아.”
“헉!”
저 안쪽에서 들리는 가냘픈 소리.
“우리 돼지! 살았구나. 살았어.”
다행이다. 하나 화상 때문에 속살까지 익어 버린 짬타, 여기저기 박힌 폭탄 파편으로 흐르는 선혈.
운호는 힐링 포션부터 꺼냈다. 그리고 짬타의 입에 흘려보내고 온몸에 뿌렸다.
“냐앙…….”
잠시 후 이제야 활력이 되돌아오는지 몸을 버둥거렸다. 운호는 그런 놈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가까스로 짬타는 살렸다. 이제부턴 정신 교육 단단히 시켜야겠다.
많이 지쳤는지 운호의 품에서 스르르 잠을 자는 짬타.
“휴우.”
여유가 생기니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엘프가 궁금하다.
운호는 던전의 보스 몹, 아파치 롱보우가 추락한 장소까지 빠르게 걸어갔다.
피시시식!
그 잔해 속에서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 채 죽어 있는 엘프를 발견한 운호.
‘역시 이름표가 없어. 그런데도 아파치를 조종했다?’
대체 정체가 뭘까?
‘혹시……?’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낯익은 물체. 엘프는 죽는 순간까지도 그 물건을 꽉 잡고 있었다.
‘어…….’
이걸 어떻게 모를까?
‘태블릿?’
분명하다. 태블릿이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에 있나? 자신은 비슷한 것도 가져온 적 없다. 야마다가 야동을 넣어 오려 다 자신에게 걸리긴 했지만.
운호는 엘프의 손에서 태블릿을 빼냈다.
틱!
잠금 버튼을 누르니 화면도 켜진다.
“참나!”
생각도 못한 물건.
태블릿.
시대에 맞지 않은 오파츠.
하지만 면역이 되었다.
처음 앙트 시 마탑에서 접한 애니악식 구식 컴퓨터, 에고 가이드, 용산 던전의 등등.
태블릿이 나타났다고 해서 기절초풍할 일은 아니지만.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겨 먹은 동네지?’
일단은 나가서 조사해 보자. 아직도 이 안에선 게이트 오픈이 안 된다. 여전히 허공에 떠오른 저 빛 때문에 모조리 다 부술 수는 없고, 그냥 나가면 되지.
자신을 막는 자는 이제 없으니 운호는 던전 게이트를 걸어서 빠져나왔다.
나와 보니 이곳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 어디로 간 걸까.
바로 그때!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벨소리와 함께 진동하는 태블릿.
‘전화까지 오네?’
던전을 나오자마자 울렸다.
-광휘님이 영상 통화를 요청하셨습니다.
광휘라……. 광휘의 마탑의 그 광휘? 사람 이름이 광휘는 아니겠지.
받아 볼까?
잠금장치는 되어 있지 않았다. 전화기 모양의 아이콘을 옆으로 슬쩍 밀어 보니 실행되는 영상 통화.
-메루갈! 왜 이리 늦었어? 계획을 잠시 늦추… 어?
운호의 얼굴을 봤는지 멈칫 놀라는 표정을 짓는 수수께끼의 남자. 금발에 붉은색 피부, 푸른색 눈동자. 이놈이 광휘?
-…그렇구나. 메루갈은 죽었겠지?
운호는 말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하아, 그랬구나. 애초에 기초 데이터 자체가 틀린 거였어. 변수는 처음부터 상관이 없었던 거야. 대단해요. 정운호 씨.
이름을… 알고 있었나?
“넌 누구지?”
-태블릿에 광휘라고 저장되어 있을 건데. 못 봤나?
“뭐, 광휘라고 치자. 그런데 왜 날 죽이려고 했지?”
-이유야 간단하지. 당신은 선을 넘었어.
“선?”
-그래, 도자기든, 만년필이든, 그 웃기지도 않은 표절 소설책이든, 심지어 종이까지도 괜찮았고, 아! 라디오 방송은 정말 기발했지. 그 정도는 모두 용인해 줄 수 있었어. 하지만 기차? 철도라고? 이 사람아! 그건 안 되지.
했던 일까지도 모두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더러운 환경 파괴 종족인 드워프 땅거지 새끼들을 끌어들인 건 정말 선 넘은 거지. 대륙 전체를 공사판으로 만들 건가?
“그게 어때서? 활기차고, 뭐 좋지 않아?”
-변화가 정답이라는 편견은 버려!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은 이 에론 대륙을 망치는 짓이야.
“편견? 그럼 당신은 올바르게 사고하고 있다 생각하나? 편견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데!”
-그거야 당연히 내가 정하지. 내가 지배자니까. 좋아. 이왕 말하는 김에 가이드라인도 정해 주지.
“지배자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니가 무슨 권리로!”
-새겨들으세요. 정운호 씨, 나중에 후회 말고, 자 지금까지 가지고 온 거 다 좋아. 하지만 이제부터 상품만 가져와! 기계 같은 거 가지고 오지 말라고. 또한 철도나 도로는 절대 안 돼! 무조건 막을 테니까 꿈도 꾸지 마. 그중에서도 특히 지구 무기들, 그거 에론 대륙에 퍼뜨리면 당신은 진짜 죽는다. 지금 풀린 것만 해도 골치가 아파. 그냥 시장에 가서 옷이나 떼와 팔라고.
피식.
운호는 그저 비웃었다.
예의도 없는 놈, 지가 신이라도 되는 것마냥 이건 안 되고, 저건 되고를 정해?
광휘, 광휘 하더니만 중 2병, 자아도취, 허세쟁이였나?
“싫어. 난 적어도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야.”
-크크크, 약속이라, 신 때문에 그래? 괜찮아! 따를 필요 없어. 그 양반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우린 이곳 사람이 아니잖아.
“우리?”
-그래, 우리.
이걸로 확실해졌다. 놈도 이계인이다. 그것도 자신의 정체를 다 알고 있는. 그럼 신탁자일지도 모르지.
“못하겠다면?”
-…웬만하면 선배 말 듣는 게 좋을 거다.
“선배는 무슨!”
-내가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 생긴 건 젊어 보이지? 말하는 것도 그렇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살아왔어. 그런 사람을 에론 대륙에선 현자라 부르지. 모든 법칙을 통달한 사람. 심지어 던전의 이치까지도.
“그러셨어요? 하지만 어쩌나! 난 내 마음대로 할 건데.”
-…하아, 이거 안 통하네. 메루갈도 죽었고, 사람이 없네. 사람이 없어. 쩝, 그래서 하는 얘긴데…….
무슨 얘기를 하려고.
-철도 계획 조금 늦추면 안 되겠냐?
“어림도 없는 소릴!”
-그럴 줄 알았다. 어쩌겠어? 내 책임이지. 명백한 계산 실패야. 하지만 기다려. 곧 다시 정리하고 찾아갈게. 시간은 꽤 걸리겠다.
“야!”
-왜?
“너도 선 넘지 마라.”
-클클클, 난 넘는 자가 아니야. 긋는 사람이지. 그럼 이만.
순간! 푸쉬쉬쉬.
뜨거운 열기와 함께 연기를 뿜어내는 태블릿.
운호는 재빨리 태블릿을 멀리 던져 버렸다.
퍽!
만담 같은 대화가 끝났다.
“…개새끼가!”
광휘라는 이름만 들어도 알겠다.
‘이 새끼가 흑막이었네.’
얼굴은 외워 뒀고.
놈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놈과 신은 대척점에 서 있다. 변화를 원하는 신과 변화를 원하지 않는 광휘 새끼.
‘결국 철도 때문에 날 죽이려 했어?’
미친놈,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다. 시간이 문제지 철도는 무조건 세워질 것이다. 설령 운호가 죽어도 진행될 터.
제국이 결정했고 드워프들이 벌써 착수한 일이니까.
그런데 뭔가 찜찜하다.
‘…가만!’
드워프!
맞다. 이미 딮월드에서 철도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기관차의 뼈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철도 때문에 날 죽이려 했잖아. 그럼 혹시.’
드워프들의 사정까지 알고 있다 가정하면?
‘드워프들이 위험해!’
운호는 서둘러 움직였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