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
17화
납치당한 사람치고는 멀쩡한 차림새…라기에는 피가 잔뜩 튀어 있었지만 일단 세상 평온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 모습이긴 했다.
‘연극이니까.’
정확히는 범죄자 소탕을 위한 인질극이었다. 물론 인질이 연기하는 반대된 인질극이긴 했다만.
몸이 찌뿌둥했는지 목을 이리저리 돌리던 유아한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승현 헌터랑 온 건가요?”
“네. 지금 바깥에서 시선을 끌고 계세요.”
“굳이― …그럼 합류하죠.”
“어, 넵.”
문밖으로 나서는 유아한 씨를 따라 나가니 복도는 절경 그 자체였다.
벽에는 피가 사정없이 튀어 있었으며, 복도 온 사방에 시체가 나뒹굴었다. 누가 보면 나쁜 쪽이 우리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구역질 나는 풍경이었다.
“한지언 씨가 오실 줄 알았으면 이렇게 안 했을 텐데.”
구역질 나는 풍경의 원인은 유아한 씨였다.
힐 특화 S급 헌터라고는 하지만, 보통 힐러는 헌터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아한 씨는 ‘헌터’로 분류됐다.
“여기가 입구인가?”
벽에 도달해 벽을 매만지던 유아한 씨가 흠 하며 소리를 내뱉더니 이내 주먹을 꽉 쥐고는.
쾅!
가벼운 주먹질로 단숨에 벽을 무너뜨렸다. 단단해 보였던 벽이 종잇장처럼 가볍게 무너져 내리며 바깥 풍경이 드러났다.
“저기 있네요.”
휘리릭. 가로 면적이 좁은 연하늘색의 천이 생겨나며 유아한 씨의 주위에서 둥실거렸다.
“그럼 합류할까요?”
지워지다 만 핏자국을 묻힌 얼굴로 유아한 씨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둥글한 외형에 그렇지 않은 모습이라 조금 섬찟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폴짝. 구멍 난 벽을 통해 밖으로 나간 유아한 씨가 승현 헌터와 대치 중인 S급 불법 헌터의 머리를 짓누르며 착지했다. 가볍게 지르밟아 누르고 있었지만, 실상은 바닥에 처박혀도 이상하지 않은 힘일 테지.
‘나도 내려가야지.’
딱히 내려가지 않아도 둘이서 해결 가능했지만, 아니, 애초에 유아한 헌터 혼자서도 해결이 가능했겠지만 그렇다고 빠지기에는 힐러도 싸우는데 나도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현재의 내 생각.
쾅! 유아한 씨가 다시 한번 가볍게 발을 구르자 이번에는 바닥이 갈라지며 파편들이 우수수 튀어 올랐다.
‘맞으면 뼈도 못 추리겠네.’
힐러니까 뼈가 부러져도 다시 맞춰 주겠지.
유아한. 그녀가 힐러가 아닌 힐러 헌터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한국 종합 능력치 힘 부문 3위. 그게 유아한 씨가 가진 타이틀 중 하나였다. 게다가 개방된 무기도 사정거리는 짧지만, 자유자재였기에 하나의 능력으로 치부될 정도였다.
폴짝. 구멍 난 벽을 통해 빠져나가자마자 나는 슬금슬금 도망치려는 A급 헌터의 뒷덜미를 잡아채 그대로 바닥에 꽂았다. 꽂기 직전 A급 헌터가 힘을 발휘해 공격했지만, 뺨에 가느다란 상처가 절묘하게 그어진 것을 제외하면 타격이 없었다.
상처 난 내 모습을 보고 승산을 느낀 A급 헌터가 나에게 달려오던 순간, 휘릭― 한순간에 A급 헌터의 목에 보랏빛이 도는 실이 감기고 쿵,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게 뭔…….”
A급이었던지라 구속 효과가 통하지 않아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였지만, 힘은 많이 사라진 상태라 다시 일어나 달려오는 속도가 느리고 공격 능력의 정확도도 낮았다.
“윽!”
그런 탓에 내가 초크를 걸자 그는 간단히 기절했다.
나는 그가 확실히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 그의 목에 엮여 있는 실을 푼 다음 또 다른 A급 헌터를 공격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지막 A급.
쿵. 단숨에 제압한 A급 헌터들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순간 거세게 부는 바람에 고개를 돌렸다.
‘저쪽도 끝나 가네.’
S급 헌터. 그리 쉽게 무너지진 않았으나 그 역시 결국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기에 지치기 마련이었다. 특히 같은 S급과의 싸움이면 더욱. 아니, 애초에 같은 S급이 아니었다.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이 쉬익거리며 불법 S급 헌터를 먹어 치우려 달려들었고, 뱀 같은 천이 그의 몸을 구속했다. 땅은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곳곳이 깊게 파이고, 무너지고, 금이 가 있었고, 무성했던 나무는 처참히 땅에 처박혀 있었으며, 건물은 충격을 받아 이미 무너져 내려 있었다.
“큭…….”
팔이 뜯겨 나간 불법 S급 헌터가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았다. 입에서는 오장육부에서 치민 피가 흘러내리고 다리 한쪽은 절뚝거리기 바빴지만.
반면 승현 헌터는 유아한 씨가 합류한 덕에 깔끔하다 못해 단정해져 있었다. 아니, 애초에 상처도 없었을 것이었다.
겨우 버텨 싸우던 불법 S급 헌터를 향해 유아한 씨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 항복하고 수갑 차시면 팔도 붙여 드리고 깔끔하게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흠칫, 희망 가득한 눈으로 불법 S급 헌터가 유아한 씨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불법이라 한들 유아한 씨를 모르는 헌터는 없을 것이었다. 탈골을 제외한 그 밖의 상처들은 전부 고치는,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병원이었으니. 그렇기에 심한 부상을 당한 지금, 승현 헌터의 제안은 그에게 더없이 희망적인 말일 터.
“…항복하지.”
S급 헌터였기에, 제압한 뒤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죽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불법 헌터는 몸에 더 하자가 나기 전에 쉽게 항복을 선언했다.
“이거 차세요.”
휙. 유아한 씨가 아까부터 쥐고 있던 것을 불법 헌터의 앞에 던졌다. 물체의 정체를 알고 있는 불법 헌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으나 그는 이내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한 손으로 그것을 주워 들어 제 손목에 걸쳤다. 그러자 철컥, 그것이 불법 헌터의 손목에 착용됐다.
“효과 좋죠?”
유아한 씨가 납치당하며 착용하고 있던 무력화 수갑이었다. 유아한 씨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겠지만.
불법 헌터가 잘린 제 팔뚝을 쥐며 유아한 씨를 쳐다보았지만, 유아한 씨는 동그란 눈으로,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 불법 헌터를 빤히 쳐다볼 뿐이었다.
“장난치지 말고 어서……!”
“장부.”
아무 말 하지 않는 유아한 씨를 대신해 승현 헌터가 입을 열었다. 불법 헌터는 이를 바득 물며 제 팔뚝만 더 죄었다.
“침묵을 유지해도 상관은 없습니다만.”
저벅. 승현 헌터가 한 걸음 다가가자 퐁, 퐁, 물로 이루어진 물고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승현 헌터는 불법 헌터와 한 걸음 어진 곳에 멈춰 서서 이어 말했다.
“S급이 질기다는 것 잘 알지 않습니까.”
“…….”
그 말을 듣고도 불법 헌터는 입만 잘근거릴 뿐, 아무런 소리도, 미동도 없었다. 저래 봤자 소용없을 텐데 말이지.
숨을 크게 내쉰 승현 헌터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물로 이루어진 물고기들 몇 마리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몇 마리는.
“이게 뭔……!”
불법 헌터의 금색 귀걸이에 달려들었다.
“익……! 떨어져!”
불법 헌터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보아도 물고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귀걸이에 달려들었다가 탁, 승현 헌터의 손짓 한 번에 단숨에 사라졌다.
“…윽!”
불법 헌터는 뒤로 주춤 몸을 기울이더니 이내 뒤로 돌아 무너진 나무를 폴짝 뛰어넘어 도망쳤다. 수갑을 차 힘이 다 봉인된 지경임에도 완벽히 힘이 사라지지는 않은 모양인지 자신의 팔뚝을 쥔 채로도 헐레벌떡 빠르게 도망쳤다.
“길드장님이 잡으세요. 낯선 곳에 오래 있어서인지 피곤하네요.”
“…….”
승현 헌터는 아무 말 없이 물로 된 뱀을 크게 키우곤 손만 까딱였다. 단숨에 거대해진 뱀이 빠르게 도망가는 불법 헌터를 뒤따라갔다.
“S급이 왜 이리 약한가 했는데, 싸움 쪽이 아니었네요. 그냥 기술직 쪽이었나 봐요.”
“네?”
“헌터 쪽이었으면 진즉 수갑을 부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는 말 그대로 ‘헌터’가 아닌, 던전에 들어가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한 S급 ‘기술자’였다.
나는 잠시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다 모른 척 입을 열었다.
“…제가 이상한 건가 싶어서 묻는데요.”
“네?”
“이거 납치 아니죠?”
헌터 쪽이었다면 진즉 수갑을 부쉈다. 즉 다시 말해 헌터 쪽인 유아한 씨는 진즉 수갑을 부술 수 있었다는 말이었다.
내 말에 유아한 씨가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대답은 그 옆에 있던 승현 헌터가 대신했다.
“속여서 죄송합니다.”
“네?”
이어서 유아한 씨가 다시 말했다.
“S급이 S급과 1대1로 싸우면 납치까지는 안 당해요. 제가 아무리 힐러라지만 공격 능력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공격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고요?”
“있어요.”
유아한 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 의문을 더욱 자극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유아한 씨를 쳐다봤다. 그러곤 이내 목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뭐… 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그래요?”
“그거야 일단은 힐러 헌터시잖아요. 잡혀 있다는 게 좀 이상하긴… 했죠.”
실제로도 이 이후 유아한 헌터는 납치는 일절 당하지 않았다. 납치범을 털어 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만.
“한지언 씨는 앞으로 헌터 일 잘하시겠네요.”
“네…….”
“칭찬이에요.”
촤아악! 나와 유아한 씨가 대화하는 동안 어느덧 불법 헌터를 데려온 뱀이 입에서 불법 헌터를 꺼냈다. 물과 함께 불법 헌터가 뱀의 입에서 굴러 나왔다.
“컥……. 쿨럭.”
겨우 숨이 쉬어지는지 불법 헌터가 바닥에 누워 제 팔뚝을 쥔 채 숨을 헐떡였다.
그런 불법 헌터에게 천천히 다가간 승현 헌터가 그의 귀에서 손쉽게 귀걸이를 빼냈다. 그가 귀걸이를 쥔 손에 힘을 가해 꽉 쥐었다가 힘을 빼자 그의 손바닥 위로 부서진 귀걸이의 조각들이 굴러다녔다.
“안 돼!”
팟. 조각들이 공중으로 뜨며 이내 장부의 형태를 갖추었다. 귀걸이가 인벤토리가 아닌, 형태를 변형한 아이템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승현 헌터가 장부를 낚아채 훑어보다 다시 장부를 닫았다. 그러고는 유아한 씨에게 흘긋 시선을 주었다.
“네.”
유아한 씨가 쫄딱 젖은 불법 헌터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자 이윽고 푸른 빛이 감돌며 팔이 절단된 불법 헌터의 어깨가 빠르게 아물어 갔다.
“잠, 잠깐! 팔, 팔은?!”
“이미 뭉개지고 불어 터져서 붙여도 수복 불가능해요.”
“웃기지 마! 내 팔, 내 팔 돌려줘!”
“이미 뼈도 다 으스러지고 조각났어요. 포기하세요.”
“내… 내 팔! 야, 이 망할 새끼들아! 뒤질 새끼들!”
불법 헌터가 바들거리며 한 손으로 겨우 몸을 지탱해 일어났다. 그러곤 곧장 유아한 씨의 멱살을 낚아채 흔들었다.
“사기꾼 새끼들아! 내 팔, 팔 돌려내!”
“…당신 팔을 뜯은 건 제가 아니라 길드장님인데.”
“……!”
툭. 불법 헌터는 유아한 씨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고는 이번엔 승현 헌터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쥐어 잡았다.
“돌려내! 돌려내라고!”
형보다 무표정인 상태로 승현 헌터는 흔들림 없이 불법 헌터에게 멱살을 잡혀 줬다.
유아한 씨가 승현 헌터의 옆으로 다가가 장부를 넘겨받고는 천천히 읽어 보더니 금세 미간을 찌푸렸다.
“인신매매는 기본이었네요.”
유아한 씨는 이번에는 나한테 장부를 넘겨주고는 말을 이었다.
“벌 받았다고 생각하세요.”
“닥치고 내 팔 돌려내, 이 악마 같은―”
쩌저적― 불법 헌터의 발아래부터 머리끝까지가 단숨에 얼어붙으며 시끄러웠던 불법 헌터의 입이 강제로 다물어졌다.
탁. 승현 헌터가 아직 제 멱살을 쥐고 있는 불법 헌터의 손을 살짝 쳐 풀어내고는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그럼 건물 잔해에 남아 있는 아이템을 수거하고 가도록 하죠.”
승현 헌터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아한 씨는 아무 말 없이 지긋이 승현 헌터를 쳐다보았다.
“…무슨 할 말 있으십니까.”
“내기. 졌잖아요.”
“…….”
갑자기 무슨 내기.
유아한 씨가 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달라는 듯한 손짓을 취했다. 승현 헌터는 잠시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유아한 씨를 바라봤다.
그는 이내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들어 열고는 시침을 여덟 시로 맞추었다. 그러자 회중시계만 한 호랑가시나무의 열매와도 같이 생긴 보석이 반짝이며 승현 헌터의 손에 들어왔다.
“잘 쓸게요.”
그리고 그것을 유아한 씨가 가져갔다.
“저기, 이게 무슨…….”
“내기했어요.”
“내기요?”
“네. 제가 합류하기 전까지 불법 S급 헌터를 못 잡으면 전에 구했던 S급 마석을 주기로 했거든요. 반대로 잡으면 제가 주기로.”
“…….”
옆에서 승현 헌터가 작게 중얼거렸다.
“일부러 시간을 끈 거 알고 계셨잖습니까.”
“그래도 내기는 내기죠.”
이건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런 건 나도 좀 끼워 줬으면.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