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결투장】
악수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몸이 토할 것 같다며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마침내 손이 떨어지며 손바닥을 쓸어내리는 장갑의 질감에 닭살이 돋았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부디 즐겁게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헌터께서는… 경매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주최자가 인자하게 눈을 휘어 웃었다. 끝까지… 기분 나쁜 인간이다.
‘그리고 마지막 저 말.’
이곳에 모인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내가 경매 진행 때 없었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알고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 나에게 말한다는 건, 날 지켜보고 있다고 암시하는 것 같지 않나.
“뒤가 수상한 사람이네요.”
나는 유아한 씨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숨겨진 장소를 찾아낸 걸 이미 알고 있는 건가? 그래서 저렇게 티 내는 거고? 아니면 모르는데 저러는 건가?
‘어찌 됐건 사이비랑 연관 있다는 걸 숨길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
주최자라면 연회장을 보낸 것도 저 사람일 테고. 이런 파티를 열 정도라면 사이비의 정보도 알고 있을 터다. 그런데 사이비의 문양을 사용하였고. 하물며 본인의 저택에 그런 실험 같은 걸 하고 있고. …지금 사이비들이 노리는 나를 마치 관찰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저 사람 뒤를 좀 캐고 싶은데.’
그러나 내 바람과 달리, 나머지 경매를 진행하는 내내 주최자와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었다. 그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마치 내가 전부 오해한 거라는 듯이.
파티의 주목적이 끝나고, 우리는 별다른 일 없이 평화롭게 타고 왔던 배로 돌아갔다. 배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우리 쪽에서 신호를 주기 전까지 바다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섬으로 돌아온 배를 타고, 모두가 배 한가운데에 모였다. 지화연 씨가 수색한 사람들을 보며 물었다.
“뭐 얻은 거 있으신가요?”
“나는 특별히 발견한 건 없어.”
류천화 씨 다음으로 유주한이 말했다.
“저는… 이상한 게 느껴지긴 했어요. 한지운 헌터에게도 그걸 말했고요. 다만… 저도 그것 말고는 특별하게 발견한 건 없었어요.”
“그래서 유주한 헌터의 말을 듣고 수색을 하니, 이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형이 말 직후 휴대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에는 지도가 찍혀 있었다. 난 저걸 본 적이 없으니, 아마 연구실로 추정되는 그곳에 있던 문 안쪽, 형과 만난 그곳에서 발견한 거겠지.
“표식을 보아 대강 짐작하건대, 아마 저희가 발견한 곳과 같은 게 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희?”
류천화 씨의 말에 내가 답했다.
“저도 그 장소를 찾았었어요. …데이비드 헌터의 도움이 컸죠.”
“데이비드가 있었어요?”
유아한 씨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물어 답했다.
“네. 휴게방 쪽을 수색하는데 제가 헌터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하는 사람들이 쫓아와서, 그때 우연히 만나 도움을 주셨어요. 유아한 씨가 이것저것 알려 주셨다고 하셨고 말을 안 해도 이미 알고 계신 게 많길래 그냥 같이 다녔어요.”
“제가 정보를 알려 준 게 맞기는 한데… 그 사람이랑 가깝게 지내진 마요.”
“왜요?”
지나치게 활발하긴 해도 눈치 있고 능력도 있으니 기피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이 지나치게 속물적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게 있어요.”
“사람은 원래 다 속물이잖아요?”
그리고 데이비드를 보면 그렇게 속물처럼 보이진 않는데.
류천화 씨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건에 대해선 나중에 둘이 따로 이야기 나누도록 하고. 그래서, 발견한 곳이 어떤 곳이었지?”
“연구실이요.”
이번에는 내 휴대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차근차근 보여 주었다. 온갖 기계들과 배양되는 무언가. 이어 서류 사진이 나왔을 때 나는 손가락을 멈추었다.
“여기에 적힌 언어, 던전의 언어예요. 배양되는 몬스터들의 몸에 사이비들의 문양이 있는 걸 보아 사이비가 던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건 거의 확실시해도 될 것 같고요.”
“그렇다면 역시 이 파티는 사이비와 연관이 있었던 거겠네요.”
지화연 씨의 말에 류천화 씨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우리를 유인하기 위해 초대장에 사이비와 관련되어 보이는 문양을 사용했고. 그렇다면… 이걸 찾은 것도 의도된 걸 수도 있지 않나?”
“…그게 사실이라면 저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 건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간단해, 승현 헌터. 우리 전부를 궁지로 몰아넣는 거겠지.”
“이거 가지곤 불가능합니다.”
“글쎄. 모르는 일이지. 지금 한지언 헌터도 잔뜩 몰리지 않았나? 이제 우리 차례야.”
“아직 제 차례에서 안 넘어간 걸 수도 있어요. 무슨 의도로 이러는진 몰라도 겨우 명예 실추 정도로 만족하진 않을 것 같은데.”
“한 명 한 명 차례로 명예를 실추시킨 뒤에, 콱 죽여 버리려 드는 걸 수도 있지.”
“어차피 전부 추측인 거 살벌한 소리 하지 말고, 이제 어쩔 건지나 말해요.”
유아한 씨의 말에 지화연 씨가 답했다.
“우선 지도에 표시된 위치는 제가 알아볼게요. 류천화 헌터는 던전 수색에 힘써 주시고요. 승현 헌터는 늘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되고, 두 분은…….”
지화연 씨가 나와 형을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까지 쉬시면 될 것 같네요.”
“저는 어차피 집에만 있어야 해요.”
“그건 그래요.”
퉁. 배가 멈추고, 육지로 되돌아왔다.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폰이 울려 확인하니 엄마에게서 온 문자였다.
[형 반찬 가져가라고 해]웬 반찬인가 싶었지만 그럴 수 있겠다 싶어 형에게 다가갔다.
“형. 오늘 집 들렀다 가야겠는데.”
“왜?”
“반찬 가져가래.”
“아.”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다른 사람들과 헤어지고 형과 집으로 향하던 중, 형이 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뭔데.”
“…내가 바뀐 이후로, 더 특별히 변한 게 있어?”
“많지?”
“예를 들어서?”
“탑.”
“탑…….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기억 속에 없었어.”
“나도 알아. 그래서 엄청 기뻤지.”
“기쁘다니?”
“그런 이변은 난생처음이었으니까.”
“…정말 단 한 번도 이변이 없었어?”
“그렇게 거대한 건 없었어. 내가 A라는 사람을 적대했다가 아군으로 대하면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게 달라지는 것도 이변이라면 이변이겠지만, 난 그런 당연한 건 이변 취급 안 해. 던전에 관한 이변은 이번이 처음이었어.”
“…내가, 이 기억을 가지게 됨과 동시에 이변이 일어난 거네, 그럼.”
“난 그래서 형이 주인공인 줄 알았어.”
“…….”
그 말에 형이 조금 당황한 듯 눈을 굴리다 이내 마른세수를 했다.
“…나도 그랬어.”
“당연히 그랬겠지. 내가 회귀한 줄 몰랐고, 형은 형이 빙의한 줄 알았으니까. 만화 같은 거 보면 으레 빙의한 사람이 주인공이고.”
“…그럼 내가 빙의한 게 아니니까 네가 주인공인가?”
“아니, 난 아닐걸.”
“왜 그렇게 단정하는데?”
“…형은 사람이 죽으면 어때?”
“갑자기? …당연히 그러면 안 되겠지.”
사람이 죽으면 어떠냐고 감정을 물었으나, 형은 그 예시조차 일어나면 안 된다고 단정을 짓는다.
“그러면 형은 형의 희생으로 세상을 구할 기회가 희박한 확률로 주어진다면 시도할 거야?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해야지?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게 아니라면.”
“…그러면 후회되는 일을 되돌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아니.”
“왜?”
“누구나 후회되는 일을 돌이킬 수 있는 순간이나 자신이 추억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들 하지만… 난 지금이 좋아. 물론 가끔 과거의 기억들이나 창피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그때 왜 그랬을까 싶기는 해도 이미 지나간 일이잖아. 내가 한 일이고. 그렇기에 난 그 선택에 후회 안 해.”
“…….”
“그리고, 그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난 돌아가지 않을 거야.
형의 끝말이 물에 잠기는 것처럼 들렸다. 참으로 멋진 생각들이다. 용감한 생각들.
“만약 형의 기억대로 이곳이 소설이었다면 형은 역시 주인공이었을 거야.”
“…왜?”
“나는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희박한 확률에 몸을 던지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거야… 당연히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안 할 거야. 그리고, 난 사람이 죽건 말건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야.”
“…….”
“또, 내가 지금 회귀하고 있다지만, 나는 후회되는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처음으로 초기화하는 게 아니라, 돌아갈 수 있다면, 원하는 때로 돌아가서 선택을 바꾸고 싶어. 엄청 많이.”
“…이런 얘기는 왜 하는 거야?”
“난 용감하지 않아. 선하지도 않고. 그러니까 주인공 같은 걸 리가 없잖아.”
“주인공이 무조건 선한 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나 같은 어중간한 인간이 회귀라는 특성 하나 때문에 주인공이면, 재미없잖아.”
“…그렇구나.”
생각보다 쉽게 수긍하는 모습에 나는 형을 바라봤다. 형은 바람이 흐르는 걸 눈으로 따라가는 듯 허공을 응시했다. 조금 멍한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별다른 말을 안 하네.”
“…내가 말을 얹어도 될지 의문이라서.”
“의견은 자유지.”
“그 의견을 못 내겠어.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땠는지 짐작만 하는데도 힘드니까.”
“그거 다행이네.”
“뭔 뜻이야?”
“그만큼 나에 대해 알았다는 거잖아.”
그리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니까.
나는 깊이 생각할 수 없다. 아니. 깊이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번 깊이 빠지면, 헤엄쳐 나올 방법을 몰라 그대로 침수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생각에 깊이 빠지는 것을 금지했다. 오롯이 끝을 위한 생각만 했다. 다른 생각은 떠오르려 하면 저 멀리 던졌다.
“그래도, 너는 감정 표현이 나보다 많았잖아.”
“감정 표현이 없으면 인간미가 없잖아.”
“…인간미가 없다니.”
“인간미가 없어진다는 거, 꽤 무서운 일이거든.”
사람이 미쳤다는 것을 자각조차 못 하니까.
턱. 어느새 아파트 입구까지 다다랐다. 계단을 타고 오르고 올라 집으로 향하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탁. 탁. 탁.
형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계단을 오르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렇게 모든 계단을 오르고 집 앞문.
‘…왜 아무도 없지? 문자를 보낸 건 별로 안 됐는데. 그 사이에 잤을 리는 없고.’
이 야심한 시각에 부모님이 집을 나갈 리가 없는데. 게다가 반찬을 가지고 가라는 문자까지 줘 놓고 사라질 리가 없었다. 나가더라도 어디에 반찬을 두었으니 가져가라는 말을 했을 테고.
‘…잠깐, 우리가 늦으니까 잠깐 나간 거겠지.’
띠리릭. 문을 열었다. 현관 센서 등이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켜지지 않았다. 문 바깥 센서 등에만 불이 켜졌다가 우리의 움직임이 없자 자연스레 꺼졌다.
툭. 한 발짝 움직이자 바깥 센서 등의 불이 다시 들어왔다. 그 빛에 다시 집 안의 모습이 보였다.
신발장부터 문이 떨어져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앞의 액자가 깨져 유리 조각이 바닥을 굴렀다. 더 안쪽으로는 베란다 문이 깨져 있고, 화분이 넘어지고, 소파의 솜이 터져 있었다.
집 안은 전쟁이 난 것처럼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