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지화연 씨가 마지막 서류 한 장을 책상 위로 툭 던졌다.
“이번에는 꼭꼭 숨었네요.”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은 건… 없었다. 사이비들의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나에 대한 여론만 더 나빠진다는 소식 말고는 따로 얻은 게 없었다.
본래는 부모님을 납치했었다는 것으로 무마하려 하였으나, 불가능했다. 우리가 정확한 날짜를 말하면 저쪽은 다른 날짜를 말하며 우리 아니다, 라고 발뺌할 가능성이 컸으니까. 명확한 증거가 없어 알리바이 입증이 불가능하다시피 했다.
뭐… 상관은 없었다. 저쪽이 나를 계속 잡아 내리려면 결국 모습을 드러내야 하니까. 그때 목을 치면 된다. 명예나 권력은 내게 필요 없으니. 그것보다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나는 시선을 돌려 소파 구석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유아한 씨를 바라보았다.
“유아한 씨. 하실 말씀 있지 않으세요?”
“언제 물어보시나 했어요.”
“…안 물어봤으면 얘기 안 하시려 했나요?”
“아뇨? 어차피 알아야 할 문제니까 얘기는 해야죠.”
유아한 씨가 모두 모였을 때 해 주겠다고 한 얘기. 마침 모두 모였으니 들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내 처지가 처지라 나 빼고 모여서 말 안 할까 봐 걱정했는데. 모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 해야 하나.
우리 말에 유주한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얘기요?”
“저희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신 겁니까?”
승현 헌터의 물음에 유아한 씨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룬 이야기치곤 어물쩍거림 없이 입을 열었다.
“제가 레지던트로 다니던 병원에서 문양이 발현된 건 다들 잘 알고 계실 거예요. 다만, 잘 안 알려진 얘기가 하나 있는데…….”
그 말에 승현 헌터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나 역시 이미 알고 있는 거였다. 아마 유주한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일 거다.
“승현 헌터는 알고 계실 거예요. 제가 막아 달라고 직접 부탁한 거니까. 뭐… 다른 분들도 알려면 알 수 있었을 테고.”
“게이트 말하는 건가.”
류천화 씨의 말에 유아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적으로는 게이트가 생기고, 제가 게이트에 휩쓸리며 문양이 발현되었다, 이렇게 아시죠.”
나 역시 그리 알고 있었다. 이전 회차에서 별 이유 없이 유아한 씨에게 병원에서 문양이 발현됐냐고 물었을 때 유아한 씨가 게이트에 휩쓸려 그렇게 됐노라 설명해 주었었으니까.
다만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건… 이게 그동안 거짓말이었던 건가.
“물론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에요. 세부적인 내용이 빠졌을 뿐이죠. 사실 승현 헌터도 거기까지밖에 몰라요. 게이트에 휘말려 문양이 발현됐다. 그 말조차 사람들이 문양을 얻으려 위험한 짓을 할까 봐 알려지는 걸 막았고요.”
“세부적인 내용이라뇨?”
승현 헌터가 정말 처음 듣는 듯 유아한 씨에게 물었다.
“세부적인 내용은… 제 개인적인 거였어요. 그러니까 일단 제가 게이트에 휘말린 이유부터 알려 드릴게요. 제가 일반인이었음에도 게이트에 휘말린 이유는, 던전 브레이크도, 뭣도 아니었어요. 동기들의 질투심으로 인해 휘말린 거죠.”
“뭐?”
유주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아한 씨가 유주한을 흘긋 보곤 말을 이었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저한테 투정을 부리려고 몰아세워서 밀쳤는데 하필 그 뒤에 게이트가 생겨난 거였으니까. 이후에 사과도 받았어요.”
“그래도 봐주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법적인 책임 정도는 물어야 하지 않아요? 동기라면 같은 의사들일 텐데, 그런 사람들이 사람을 죽이려 했다는 거잖아요.”
지화연 씨의 말에 유아한 씨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가뜩이나 재능이 없어서 저를 질투한 건데, 법적으로 처벌받으면 그나마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되잖아요. 그 정도 문제는 아니었어요. 저도 용서했으니까. 뭐, 결국 전 살았잖아요?”
“그래서? 그게 문양이 발현된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류천화 씨의 말에 유아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에 들어간 직후, 던전은 동굴이 배경이었어요. 곧장 나가려고 했더니 몬스터가 앞을 막았고요. 곧이어 몬스터가 저를 공격하려 해서 미친 듯이 뛰었더니, 웬 거대한 문이 있었어요. 뒤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죽기는 싫어 이판사판으로 문 안으로 들어갔죠.”
동굴, 그리고 거대한 문. 그 말에 나는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말하는 던전이 나와 유주한, 그리고 유아한 씨가 갔던 던전이라는 걸.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늑대가 저를 맞이했어요. 수십 개의 눈이 저를 보는 순간, 이놈이 보스구나 싶었죠.”
“보통 죽겠다 생각하지 않아요?”
“…그때, 왠지는 모르겠지만 죽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지화연 씨의 물음에 유아한 씨가 답한 내용이 꽤 의아하게 다가왔다. 보통 일반인이라면 작은 몬스터에도 겁먹기 마련인데. 나 역시 문양 발현 전에는 몬스터가 두려웠고.
“가만히 서서 늑대를 쳐다보니, 늑대가 말을 걸어왔어요.”
“뭐라 말했는데요?”
“…….”
내가 묻자 말을 이으려던 유아한 씨가 입을 다물었다. 막힘없이 얘기하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부분은 개인적인 내용이라 들려드릴 수 없겠네요. 아무튼,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늑대는 우호적이었어요. 매체에서 설명하던 몬스터의 포악함, 잔인함, 이런 건 찾아볼 수 없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일반인이라 기운 같은 것을 못 읽었던 걸 수도 있지만요. 어찌 됐건 늑대는 무척 상냥했어요.”
“상냥한 게 어쨌다는 거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문양이 어떻게 발현됐냐는 거잖아요. 그 늑대가 저에게 문양을 만들어 줬어요. 본인의 존재를 소멸시키고.”
“…예?”
우리의 몸에 생겨난 문양의 근원은 몬스터다. 나는 이것을 이번 회차에 들어서야 알게 됐고.
그런데… 이미 문양의 본질적인 근원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을 줄은. 그것도 가까운 사람이. 내가 그동안 헤매고 다닌 게 물거품이 된 것 같았지만, 내 손으로 직접 알아냈으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서 얼추 알 수 있었어요. 몬스터가 저희에게 생기는 문양이라는 걸. 그래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어요, 한지언 씨.”
“저요?”
“제 말대로, 몬스터가 저희 문양의 근원이 맞나요?”
“…….”
내가 말 안 했나 싶어 기억을 되돌려보았다.
그러네……. 말을 안 했구나.
“네, 맞아요. 왕이 말하기를, 던전 속 세상의 밤하늘 별이 죽은 몬스터들의 능력을 새겨 둔 거라는데, 그게 게이트가 열리고 저희 세상으로 넘어오면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붙은 거래요. 깜빡하고 말 못 해 드렸네요.”
“네. 한지언 씨가 말한 대로 대충 몬스터에게서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이걸 알리면 사람들이 좋은 쪽으로 행동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있었죠.”
유아한 씨의 말이 맞았다. 몬스터가 우리의 문양이다. 이 말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뿐더러, 이 말을 듣고 몬스터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는 비문양 발현자가 생겨날 수도 있었다. 자신이 만화 속 주인공처럼 될 것이라는 그 알량한 생각 때문에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쉽게 다가가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게 뻔했다.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아래쪽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그러다 옆 소파에 앉아 있는 유주한의 발목 쪽 문양이 시야에 들어왔는데… 뭐랄까, 익숙했다.
‘유아한 씨 문양이랑… 똑같은 것 같은데.’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다만 그때는 남매이니 그러겠거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남매라도 본인에게 잠재되어 있던 능력이 아닌 몬스터가 들어와 부여된 능력이니 같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다.
뭐 늑대가 쌍둥이였나 보다 생각하며 문양을 보고 있자, 유아한 씨가 날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제가 그 거대한 늑대의 힘을 받았음에도 늑대의 힘이 아닌 치료하는 힘을 얻게 된 건 제 그릇이 그쪽으로 형성되어 있어서였어요.”
“그릇?”
류천화 씨의 물음에 유아한 씨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사람마다 그릇이 있대요. 뭐, 타고난 능력 같은 거겠죠.”
“유아한 헌터.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 말을 하는 이유는… 늑대의 능력이 유아한 헌터에게 들어가지 못해서 유아한 헌터의 동생인 유주한 헌터에게 옮겨진 거라는 겁니까?”
“네, 맞아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냥,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아서요. 저번 던전도 그렇고.”
저번 던전이라면… 유아한 씨, 유주한 그리고 나, 이 셋이 갔던 던전 말하는 건가.
“제 앞에 문양의 주인 행세를 하며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그리고 보란 듯이 저와 주한이를 공격했죠. 한지언 씨만 쏙 빼놓고요. 이상하지 않아요?”
“어느 부분이 이상한 건지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승현 헌터의 말에 유아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같으면 지능이 없어 그냥 공격했을 몬스터인데, 하필 딱 저에게 힘을 주었던 늑대의 모습으로, 힘을 나눠 준 저와 주한이만 공격했어요. 꼭 본인의 힘이 어디 있는지 아는 듯이 말이죠. 가짜일 텐데.”
“유아한 헌터. 그런 식의 몬스터가 아예 없지 않아. 잘 알 텐데?”
“알죠. 그런데 문제는 늑대의 모습이었던 거에요. 세상에 이 모든 것이 겹쳐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던전이 사람들의 문양에 깃든 몬스터의 힘을 빼앗고 본래 몬스터를 다시 소생하려는 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그 몬스터와 마주했을 때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잖아요.”
“오히려 한 사람에게 시선이 몰려 공격하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류천화 씨, 정말 만약에, 몬스터에게 힘을 빼앗기게 되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겠지.”
“그거야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봐요. 제가 늑대에게서 문양을 받았을 때 늑대는 소멸했어요. 그리고 문양을 받은 저희에게는 조화 기간이라는 게 있잖아요? 문양이 완벽히 저희와 하나가 되는 기간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저희와 융합된 문양이 과연 저희 몸에서 쉽게 분리될까요?”
“유아한 헌터가 하고 싶은 말은 즉 이거군. 몬스터에게 힘을 빼앗기면, 우리도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류천화 씨의 말에 유아한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천화 씨가 등을 소파에 뉘며 말했다.
“유아한 헌터. 그런 이유로 이런 말을 꺼낸 건가? 몬스터에게 힘을 빼앗긴다는 건 즉 죽는다는 이야기일 텐데, 헌터가 던전에서 죽으면 시체 회수는 어차피 힘들어. 그게 소멸과 다를 게 뭐지?”
“…소멸이 단순히 육체의 소멸이 아닐 것 같아서 하는 말이에요.”
“뭐, 내 존재 자체가 소멸된다, 이런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무슨 근거로?”
“…동상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어요. 그 늑대를 숭배하는 마을에 세워져 있던 동상이 말이에요. 무너지거나 했다면 조금의 형태라도 남아 있어야 했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유아한 헌터답지 않게 온갖 추측과 허황된 소리만 난무하는군그래. 시간만 허비하는 것 같은데.”
“…뭐, 그냥 주의하시라고요. 저쪽이 무슨 패를 남겨 뒀을지 모르니까.”
유아한 씨답지 않았다. 본인만 아는 이야기를 근거로 추측을 내세운다는 것 자체가. 정확히는 증거 없이 말하는 것이 어딘가 어색했다.
‘몬스터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가, 우리의 몸에 들어와 문양이 되었다.’
하늘의 별은 우리에겐 그저 하나의 천체에 불과하다. 반면 던전에게는 죽은 몬스터를 기록하는 도화지 같은 거고.
‘…그 기록이 몬스터들에게 죽은 몬스터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장치……. 아니야. 너무 갔다.’
괜히 더 깊이 생각해 봤자였다. 어차피 우리는 사람이고, 몬스터가 아니다. 던전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기에 밤하늘에 별이 어떻건,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멸되건. 추측은 결국 불안감만 키우는 존재였다.
그러나 유아한 씨의 말대로 본래 문양의 주인이었던 몬스터들이 새로 생겨났다면, 그리고 정말 사람들로부터 힘을 빼앗으려는 거라면 위험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좀 궁금하긴 하네.’
내 문양의 주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