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뚜벅뚜벅. 하얀 천을 뒤집어써 핼러윈 유령같이 생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지탱을 받고 연설대에 다다랐다.
툭. 툭. 마이크를 건드리는 손을 보자마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새하얗고 길쭉한 손. 정말 유령이라도 되는 건지.
“…몬스터겠지.”
유령이라면 정말 뜬금없는 연관성이었다.
‘어떤 간 큰 몬스터가 저러는 건지는 몰라도.’
쟨, 오늘 안에 죽는다. 내가 죽일 거니.
‘지금 나가서 증거를 찾기에는… 너무 눈에 띌 것 같고.’
나는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 다시 앞을 바라봤다.
마이크를 건드리던 몬스터가 무어라 말했다. 그러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소리는 전부, 짐승의 울음소리뿐이었으니.
나에겐 그저 그런 말이었으나 다른 이들에게는 도대체 무엇이 와닿았는지,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거나 환희에 차올라 있었다. 되레 가만히 있는 내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몬스터가 고개를 돌리며 손을 까딱이자, 대기하고 있던 신도들이 황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그러곤 웬 줄을 이끌며 다시 돌아왔다.
“…아.”
평범한 사람들이 줄에 묶여 줄줄이 끌려 나왔다. 반항하는 이는 없었다. 묶인 여섯 명 전부가 숨을 죽이고 몸만 바들바들 떨었다. 나이, 성별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끌려온 듯 보였다. 그중에는 내가 들었던 외침의 주인도 있었다.
무어라 외치던 몬스터가 두 팔을 올리자, 몬스터의 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뭇가지 같은 팔과 손. 슬쩍 드러난 얼굴 역시 새하얬다. 턱밖에 못 봤지만.
‘이걸 어쩐담.’
끌려온 사람들을 저대로 내버려 두면 죽을 것 같고, 그렇다고 지금 나서기에는 증거가 부족하고. 하지만 나서지 않으면 나중에 왜 구하지 않았냐는 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
툭.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야!”
고개를 돌리니, 나를 여기로 데려온 남성이 몸을 한껏 웅크리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손 좀 도와라.”
…신입이니까 그냥 보고 있으라며?
그러나 마땅히 거절할 건덕지도 없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거 없어. 그냥 물건 몇 개만 옮기면 돼.”
눈앞에 물이 든 거대 성배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쇠 파이프, 돌이 가득한 주머니.
“그것들만 구원자님 앞에 내려놓으면 돼.”
보아하니 본인이 할 수 있음에도 나한테 떠넘기는 듯했다.
‘사이비가 지나치게 신실하다 싶었는데, 그냥 인생 한 방 노리는 녀석이었나.’
성배에 든 물은 평범한 물이었고, 쇠 파이프도 군데군데 찌그러진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쇠 파이프였다. 돌은 길바닥에서 주워 온 건지 흙이 같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얌전히 시키는 대로 몬스터의 앞쪽에 물건을 놓았다. 그리고 물건을 내려놓느라 잠깐 숙인 고개를 위로 들어 올린 순간, 몬스터와 눈이 마주쳤다.
“…….”
천 안쪽으로 보이는 금색의 눈과 장식들. 나를 잠시 내려다보던 몬스터는 이내 눈을 휘어 웃더니 입이 찢어져라 입꼬리를 올리고는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내 어깨를 쥐고, 빛날 정도로 새하얀 얼굴이 천에 가려진 채 내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한…지언.
갓난아기가 웅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렸지만 확실했다. 내 이름이었다.
‘…그래.’
이 녀석이 그리스핀 도아 어쩌고네.
하얀색과 금색. 딱 그놈이 떠오르는 색상에, 겔탄이 여기 오기 전 능력의 수법이 같다고 한 점, 겔탄도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지금 내 앞의 사이비 구원자가 예전 그 괴인이라는 결론에 꽤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렇다면 나보다는 류천화 씨에게 더욱 악감정을 품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나한테 총공격을 가하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지금 당장은 나라고 티를 내기가 힘들었다. 인질들도 있는 마당에.
저 여섯 명을 다 데리고 탈출?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곳의 총전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함부로 움직였다간 나도 위험해질 수 있었다.
이윽고 어깨에서 떨어지는 손아귀에도 나는 가만히 자리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손이 떨어진 자리가 그대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뜨거웠다.
‘알아챘다는 것을 왜 알려 준 거지.’
나는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일을 시킨 남성이 뭔 짓을 했기에 그런 은혜를 받냐며 말을 속사포로 내뱉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헤이라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헤이라는 아까와 같이 연설을 하는 듯싶었다.
‘왜?’
나에 대해 모르는 척하는 것이 더욱 이득일 터였다. 주시하고 있다가 방심한 틈을 타 뒤통수를 때리면 되니까. 하지만 헤이라는 그러지 않았다. 나랑 신경전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헤이라가 옆에 있던 쇠 파이프를 집었다. 그러곤 물에 담갔다 뺀 다음 파이프를 든 채 성큼성큼 인질들에게 다가갔다.
“…….”
왜 나를 알은척하였는가.
헤이라가 파이프를 높게 들어, 맨 앞에 서 있던 일반인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비명이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울 정도로 울려 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도들은 기도하는 데 바빴다.
‘…이미 알고 있었던 거네.’
내가 이길 확률이, 적다는 걸.
헤이라가 파이프를 다시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시 내리기 직전, 나는 성큼 앞으로 나가 헤이라가 휘두르는 파이프를 잡았다.
“야, 미친. 너 뭐 해!”
선배라며 쫑알거리던 놈이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헤이라를 쳐다봤다. 헤이라는 명백히 웃고 있었다. 내가 나설 것도 예상한 건가.
나는 조용히 말했다.
“너희가 노리는 건 나잖아.”
흰 가면을 벗어 던지자 가면이 바닥을 굴렀다. 얼굴이 드러나자마자 공간이 싸늘해지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 사람들은 보내 줘.”
―…….
“어차피 너희의 목표는 나잖아?”
―…….
헤이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쿵쿵. 신도들이 무기를 들고 나에게 다가와, 목과 심장, 머리와 배 등 안 노리는 곳이 없을 정도의 수로 나를 겨냥했다.
헤이라가 쇠 파이프를 집어 던졌다. 그러곤 손뼉을 세 번 치자, 바닥에 새하얀 문양들이 새겨졌다. 문양이 잠깐 빛나는 듯 보이더니 곧이어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이 단숨에 사라졌다.
“어디로 이동시킨 거지?”
―…….
언약이라도 하고 제안할 걸 그랬나.
보아하니 헤이라는 우리 쪽 말을 들을 순 있지만 구사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이래선 답을 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매번 인질을 데려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시 데려오는 건 번거로우니 죽이진 않았을 거다. 어디 적당한 곳으로 이동시켰겠지. 지금만큼 위험하지만 않으면 됐다.
‘어차피 지금 신경 써 봤자 내가 알 방법은 없으니.’
나는 무기에 대항하지 않겠다는 듯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서 뭐. 너희가 원하는 게 뭔데? 내 죽음?”
내 물음에 헤이라가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손을 움직였다. 곧이어 나를 향한 무기들이 걷어졌다.
‘지금 튈까.’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콱! 헤이라가 내 목을 움켜쥐었다. 나는 반항하지 않았다. 도망칠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구멍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숨이 겨우 쉬어질 정도의 악력에 눈을 찌푸리자, 곧이어 목이 화상을 입는 것같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갑자기 몸의 힘이 쭉 빠져나갔다.
“…무슨…….”
헤이라가 손을 떨어뜨렸으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여전했다.
‘능력이 안 써지잖아.’
능력뿐만이 아니었다. 꼭 문양이 없던 시절의 상태와 같았다.
‘이런 게 가능했다고?’
그럼 진즉 안 쓰고 왜 이제 와서 쓰는 거지?
‘아니면…….’
이 자식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서 힘을 받은 건가?
‘그럼 이 자식이 교주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헛발은 아니었다. 추측만 했었던 것이 이젠 확실해졌으니까. 몬스터와 사이비는 손을 잡았다. 이 주장이 말이다.
헤이라가 손짓하자 신도 몇 명이 내 몸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그러곤 어디론가 끌고 갔다.
“역시 우리의 구원자이신 교주님이야. 한지언을 바로 눈치채시고 붙잡으셨잖아.”
귀먹었나. 아까 나랑 거래했잖아.
“망할 S급 새끼들. 지들만 꿀 존나 빨아서 기분 더러웠는데 잘됐다.”
쿵! 시야가 갑자기 바뀌었다. 바닥을 구른 거였다.
“…….”
얼얼한 뺨을 만져 보았지만 다행히 피는 나지 않았다. 나는 뺨을 쓸어내린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신도들을 바라봤다.
“꼴에 S급이라고 눈을 부라리네. 야, 너 지금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우리가 모를 줄 아냐? 너는 지금 못 보겠지만 네 목에 교주님의 증표가 있다고. 네 힘으로는 절대 못 지워.”
들어 보니 내 목에 무언가가 새겨져 있는 듯했다. 이게 문양을 못 쓰게 막는 건가.
목을 매만졌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걸 알려 줄 거면 거울도 좀 같이 주지.
“아, 갑자기 짜증나네. 야. 눈 안 까냐?”
깔겠냐. 애초에 그냥 보는 건데.
내가 약해지자 건방을 떠는 놈들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경질적인 남성의 얼굴에 주름이 잔뜩 생겨났다.
“S급 새끼들은 이래서 마음에 안 들어. 운 좀 좋아 가지고 그런 힘을 얻은 주제에 건방은 존나 떨잖아.”
그는 퉷 바닥에 침을 뱉었다. 그러고 얼마 있지 않아 쿵! 내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남성에게 얼굴을 가격당해 그대로 주저앉은 것이었다.
‘얼얼하네.’
이렇게 약해진 적은 없었는데. 진짜 별일이 다 생기네.
입가가 찢어졌는지 비린 맛이 났다. 그래도 턱관절이 돌아가거나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아, 걍 반 죽여 놓자. 교주님도 얘네 존나 싫어하니까 좋아하시지 않을까?”
“그래도 일단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아?”
“쫄기는. 야, 봐 봐.”
남성이 내 머리채를 잡고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얘 아무것도 못 해. 그냥 병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