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꿈의 군주였던 것이 조각나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이어서 빼앗겼던 나머지 기억마저 돌아와 나조차 잊고 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동시에 생각도 정리되며, 개운함이 아닌 불안감이 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괜찮으신 건가?’
이전에도 나를 도왔다가 피해를 보셨다. 그때는 단순히 힘을 기르도록 해준 거라면,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 아예 개입하여 도와주었으니까.
“…겔탄.”
―응?
“선생님은. 괜찮으셔?”
―……무슨 대답을 원해?
“진실.”
―진짜?
“그래. 애도 아니고 거짓말로 행복하진 않아.”
―그래……. 시계의 현 상태는 나도 잘 몰라. 연결이 아예 끊겨버렸거든. 찾아갈 수도 없어.
“그렇구나.”
볼 기회를 다른 사람들을 이곳에 넘어오게 하며 다 사용한 것일까. 아니면 선생님의 목숨에 위험이 생긴 걸까.
‘알아낼 방법이… 없네.’
입을 몇 번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돌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들 괜찮으세요?”
“덕분에요.”
“덕분은… 제가 오히려 감사한데요.”
훈훈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분위기는 아주 잠깐이었다.
승현 헌터가 주변을 살피다 말했다.
“이 공간은 군주가 사라져도, 사라지지 않는군요.”
“공간이요?”
그러며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꿈의 군주의 공간이었다.
이전에 꿈의 군주가 죽을 때. 어떻게 됐었지? 그때는 탑이어서 다른 건가. 아니면 본래 존재했던 장소를 멋대로 본인 거라고 칭해서 그런가?
아니. 이곳이 꿈의 공간인 건 확실하다. 던전과의 게이트를 열지 못해 나를 통해 넘어왔는데, 던전 속 장소로 우리를 불러들이긴 어려울 테니까.
무엇보다, 이곳이 단순 다른 장소라면 날뛰던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는 존재하면 안 됐다. 그렇다는 건.
“…아직 안 죽었나 보네요.”
“그럼 높은 확률로 바깥에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당장 나갈 방법이―”
“한지언 씨. 저희가 방금 일부러 남아있었다고 말했잖아요.”
“예?”
“자각몽이라고 알아요?”
자각몽. 꿈에서 의식이 있는 거지. 예전에 유행했던 적이 있어서 기억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유아한 씨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설명이 쉽겠네요. 자각몽에서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게 실제로 만들어져요. 예를 들어, 지금 손으로 저곳을 가리고, 손을 떼면 저곳에 이곳을 나가는 문이 생긴다. 라고 생각하면 문이 생기는 거죠.”
“그러니까. 여기가 그런 곳이라는 거죠?”
“네. 정확해요.”
“어쩌다가 이 방법을 알게 되신 거예요? 보통은 생각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꿈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거든요. 누구는 기억을 토대로 꿈을 꾸지만, 누구는 상상력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죠.”
“그게 연구가 돼요?”
“글쎄요. 우연히 본 거라 저는 관심 없어요.”
우연히 본 거를 기억하고 있다는 게 더 대단한데. 내가 가만히 쳐다보자 유아한 씨가 고개를 까닥이며 말했다.
“사담이 길어질 것 같으니 우선 나갈까요?”
“그러죠.”
“그럼 먼저 나갈게요.”
“네?”
“문은 각자 따로 만들어야 해요. 본인 눈에만 보이거든요.”
그 말에 손으로 눈 앞을 가리고 나가는 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손을 내리자, 정말로 문이 생겨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문 말이다. 문으로 향하려던 차. 승현 헌터가 말을 걸어왔다.
“한지언 헌터. 바깥 상황은 어떻습니까.”
“바깥이요? 뭐… 난장판이죠. 도시까지 안 번진 게 다행일 정도로요.”
“그렇습니까. 혹시 모르니 최대한 몸을 숨겨주십시오. 아직 끝난 게 아닌 듯하고, 무엇보다 저들의 목표는 한지언 헌터이니까요.”
“걱정 마요.”
나와 꿈의 군주는 연결되어 있다. 물론 이곳이 꿈속이기에 죽일 수 있던 걸지도 모르지만, 글쎄. 이전에 몸속에 있던 것을 빼냈을 땐 꿈의 군주가 말하길, 현실을 속여 만든 공간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거지.
“가죠.”
이미 먼저 넘어가 없는 유아한 씨를 따라, 나 역시 내 상상으로 만든 문을 통해 현실로 넘어갔다.
잠에서 깨는 감각이 느껴지며 눈을 떴을 땐……. 모든 게 끝나 있었다. 다친 내 다리를 치료 중인 사람들이 보이고, 치료를 받는 사람이 보이고, 체포당해 끌려가는 사람이 보였다.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무슨 일인가 싶어 몸을 일으키자 저 멀리에 서 있던 형과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눈앞이 핑 돌며 순간의 어지럼증에 몸을 비틀거렸다. 다시 앞을 봤을 땐 형이 다가오고 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내 다친 다리를 치료하던 사람이 다리를 꽉 붙잡으며 나를 노려봤다.
외형은 사람인데. 어째서, 사람이 아닌 것으로 느껴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 두 눈을 번쩍 뜨고 우리를 지켜보았다.
‘다리가…….’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는 이에게 붙잡힌 다리를 억지로 떼어내려 했으나, 어째서인지 내 다리를 떼어갈 것처럼 놓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힘을 줬는데도 안 빠지는 거 보면 사람은 아니지.’
그렇다면 여긴 아직. 꿈속이다.
쾅! 아까보다 더 확실하게 힘을 실은 후에 다리를 휘둘렀다. 하늘을 가로질렀다가 땅에 박으니 내 다리를 부여잡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진 다리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며 뒤로 물러났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누가 고친 거지?’
직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심코 팔을 휘둘렀다.
“지언아!”
“…형.”
“뭔 짓이야! 혹시 몰라서 네 다리를 확인해 주고 계신 분한테!”
“다리를… 확인한다고? 아니 애초에 저건 사람이 아니잖아.”
“뭔 소리야! 사태가 소강상태에 이르니까 확인 및 회복을 위해 오신 분들이라고!”
“형 정신 차려. 꿈의 군주는 안 죽었고, 여기로 올 외부인은 없어. 그렇게 난리를 피웠는데도 안 온 걸 보면 결계를 쳐놨기에 이상 낌새도 못 느낀 거겠지. 그런데 꿈의 군주가 안 죽은 마당에 결계가 풀렸을 리도 만무해.”
“무슨 소리야. 네가 기절한 이후 꿈의 군주는 죽었어.”
“뭐?”
“저걸 봐!”
그 말에 고개를 돌리자, 축 늘어진 데이비드의 조카가 보였다. 아까 꿈의 군주가 침입한 것과는 달리 아주 평온하고, 얌전한 채로.
그래. 분명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왜 아무도.’
어디까지나 겉으로만.
‘저걸 못 보는 거지.’
형에게 통역기를 돌려주며 저 존재와 눈을 마주치지 않게 흘끔흘끔 쳐다봤다. 늘어진 데이비드 조카 몸 아래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 그 그림자는 도우러 온 사람들로 보이는 것들에 이어져, 꼭 하나의 나무처럼 보였다.
‘저 녀석이랑 아직 연결되어 있어서, 그래서 나만 보이는 건가?’
전통적으로 그림자 능력은 물리적인 공격이 안 먹힌다. 단, 그림자가 물리적인 행동을 행하였을 경우 통하고. 즉 이 상태로는 내가 무어라 해봤자 공격도 안 먹히고 나만 드러내는 꼴일 거다.
‘숨어있는 건가.’
숨어있는 이유는 때를 노리기 위해? 아니. 힘이 있다면 그런 때를 노릴 필요가 없다. 저 녀석은 지금 모종의 이유로 힘이 소실된 거다.
그리고 그 모종의 이유는 아까 꿈에서 내가 빼낸 것과 연관이 있을 거고.
“형이랑 닿은 사람 있어?”
“닿은 사람…? 없진 않지.”
“닿는 순간 이상한 낌새는 못 느꼈고?”
“……지언아. 지금 상황 자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야?”
“오히려 아무도 몰라서 내가 이상한 건가 싶네.”
“알았어. 그럼 널 믿을게.”
그 말에 절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러다 내가 이상한 거였으면 어쩌려고.”
“그럼… 대신 벌 받지 뭐.”
“대신 벌 받는 건 뭐야.”
여기 있기나 해.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데이비드와 그의 조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상한 건 조카뿐만이 아니었다.
데이비드가 조카를 품에 애물단지 모셔놓듯 안고 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데이비드의 손이 이상하리만치 떨렸기 때문이다.
허공을 응시하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하는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기 직전 멈춰 서자, 데이비드가 그제야 기척을 눈치챈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입을 뻐끔거리며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내…가 할게?’
그 말은 꼭 지금 조카의 몸에 아직도 꿈의 군주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떻게? 데이비드가 뭘 더 할 수 있지?
‘그러고 보니.’
형이 선생님에게 다녀왔을 때. 어째서인지 데이비드도 함께 돌아왔지.
‘그럼 뭔가 새로운 기술을 얻어온 건가?’
아니면 형이 그 기술 배우는 것을 양보했다든가.
‘그게 조카에게 영향이 가니까.’
아마 선생님이랑 형이라면. 그러지 않을까.
그 생각을 하며 가만히 서서 데이비드를 지켜봤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시도하려 했다가 손을 내리고. 하려 했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