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승현 헌터가 내 말에 무언가를 더 묻진 않았다.
“설명해주신 말을 종합하건대. 한지언 헌터가 이 상황에 중요한 인물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 저는 능력도 못 사용해요. 속도도 느리고요.”
“괜찮습니다. 몸만 조심히 해주십시오.”
“네?”
그 말을 끝낸 승현 헌터가 유아한 씨로 향해 다가가 말했다.
“다 들으셨을 거로 생각합니다. 유아한 헌터.”
“당연하죠. 그러니까 저희는 최대한 틈을 만들어, 한지언 씨가 기억을 되찾게 하면 되는 거죠?”
―하! 말처럼 그게 쉬울 거 같아? 여긴 내 영역이야! 내 세상이라고!
“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너.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최종 보스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말단 병사 같아.”
―뭐?
“설마. 그 큰 힘을 같고 그냥 죽어버릴까 봐 두려운 거야? 이전에는 본래 꿈의 군주가 있었으니 위험하더라도 커버해줬겠지만, 지금은 너 자신을 네가 책임져야 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막상 큰 힘을 가져 기쁜데. 이렇게 우리에게 밀리고. 기껏 멋지게 기획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계속 버그 나는 것처럼 이곳저곳 애들이 이상해지니까. 조급해진 거지? 그래도 아직은 강하다고 생각해서 큰소리 떵떵 치는 거고.”
―할 말 다 했어?
쾅! 순식간에 무언가 일어났으나 지금의 눈으로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겨우 들리는 말소리에 의존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너 같은 애들은 흔해.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고. 나에겐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모든 것에는 그만큼의 책임과 위험이 따라. 하지만 너 같이 정신이며 몸이며, 권력이며. 모든 것을 풍족히 받아오고 배울 생각 없는 것들은 그걸 몰라서 몰락하지.”
―내가 멍청하게 힘 과시나 했을 줄 알아?
“완전 그래 보여.”
―너 같은 건… 저 녀석만 삼키면 가장 깊은 악몽에 박제시켜 버릴 거야.
“그거 재밌겠네. 악몽 같은 건 꿔본 적이 없던 사람이라.”
아. 더 못 듣겠다. 귀가 아려온다. 이러다 피 나는 거 아닌지 몰라.
‘틈이라고 해도.’
뭐가 보여야 틈을 보고 들어가지. 소음이랑 물 철퍽이는 소리 말고 안 들리는데.
―드디어 내가 힘을 발휘할 타이밍이구나!
고민에 빠져있던 사이. 어깨가 묵직해지더니 분홍색 털이 살랑이는 게 보였다. 하물며 게임에 마스코트 캐릭터가 낼 법한 앙증맞은 목소리가 귀를 찔러 들려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진짜 맹하게 생겼네. 기억 좀 잃었다고 얼굴도 바뀌어 너희는?
웬 분홍색 여우가 말을 한다. 이건 또 뭐야. 몬스터인가? 죽여야 하나? 몇 등급이지? 죽이면 아이템 나오려나.
꾹! 여우의 발이 내 코를 눌렀다.
―지금 넌 모르겠지만 나랑 넌 협력사이야. 친구라고 하고 싶지만, 기억 돌아오면 때릴 거 같으니까.
“협력이고 친구이고… 어디서 나온 건데.”
―난 계속 네 그림자에 있었어. 나가봤자 도움도 안 될 것 같으니 가만히 있었지만. 지금은 내 도움이 절실해 보여서 말이지!
“…묻고 싶은 게 많지만. 기억 돌아오면 다 알게 되는 거겠지. 상황이 상황이니까.”
―기억 돌아와도 묻고 싶은 건 많을 거야. 하지만 그건 기억이 돌아와서 배경지식이 있는 상태로 말하는 게 편할 거고. 그러니까 내 말에 따라 움직이기만 해.
“말에 따라 움직여도…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
―그러니까!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말고! 그냥 움직여!
“…….”
이거 믿어도 되는 건가, 하고 머릿속으로 몇 번을 질문했으나. 뭐 어차피 움직이긴 해야 하고. 기억을 되찾아야 하니까.
“알았어…….”
―좋아! 평소도 이렇게 순하면 얼마나 좋아!
“뭐?”
―자 그럼 준비하고!
“잠깐만. 벌써?”
―긴장하지 마. 음 그래. 그렇게 생각해. 넌 지금부터 꿈의 군주야.
“뭐?”
―그냥! 그렇게 생각해!
“…….”
그 말에 따라 작게 심호흡하며 긴장을 풀었다. 꿈의 군주라는 말은 굳이 되뇌지 않았다. 유치하잖아. 무슨 내가 꿈의 군주야. 애도 아니고…….
‘잠깐만.’
굳이 저 말을 한 이유는. 내가 정말 꿈의 군주가 아니라. 이곳이 꿈이니까 현혹되지 말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정말 내가 꿈의 군주와 연관이…….
「지금 너랑 쟤는 연결되어 있다니까?」
있잖아.
‘아니. 그렇다 해도 오히려 연결되어 있으니까 조종하기 쉬운 거 아냐?’
…그렇다면 반대로.
‘나도 조종 가능할 수도 있잖아. 저 꿈의 군주는 아니더라도. 이 공간을… 하다못해 나를. 아니 어쩌면 애초에.’
생각 정리가 끝난 직후. 귓가를 파고드는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이야! 뛰어!
텅! 평소와 같이 문양의 힘으로 달려 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꿈의 군주가 내 능력을 억제하긴 했지만, 애초에 여긴 꿈속이라 금방 풀 수 있는 거였나.
생각해 보면 유아한 씨나 승현 헌터는 내 기억 속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그것만 보면 꿈속에서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별 정보를 다 얻어 머리에 혼란이 가득 온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 해도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건 아닌 듯하지만.’
하지만 나는. 잘 모르지만 지금 저 녀석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이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
―아 역시! 기억을 잃던 넌 너라니까!
“뭔 뜻이야 그거.”
―생각이 많다고~
“…많긴 하지.”
싸움 현장 바로 코앞까지 다다른 무렵. 꿈의 군주와 눈이 마주쳤다.
―너……!
가장 순수한 얼굴로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뻗었으나,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에게 제지당하였다. 나는 그 틈을 파고들어, 입에서 무언가를 쏘는 꿈의 군주의 머리를 받침 삼아 뛰어 넘어. 이윽고.
‘닿는다!’
빛 무리를 향해, 내 기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곧이어 손가락 마디로 넘치는 기억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하며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고. 흘러들어오고. 흘러들어와, 이윽고. 본래의 나를 만들어냈다.
‘…그래.’
50회차인가. 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까마득한 예전인 것은 잘 알겠다. 정말 아무것도 안 되던 시절이라 불행으로 빚어낸 사람처럼 지냈었지.
물론 지금도 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미안하네.’
그리고 고마웠다. 과거의 나에게. 버텨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결국, 과거도 나이기에.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나 다름없지만.
승현 헌터의 말은 반은 틀렸다. 나는 나에게 엄하면서 너그럽다. 앞이 안 보이면 무작정 포기부터 하려고 했으니까.
‘…감회가 새롭지만, 추억에 젖는 건 나중에.’
형이 전달해 줬던 선생님의 말씀.
그냥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이전 꿈의 군주의 손에 농락당했던 때를 떠올렸다. 류천화 씨 문양의 덕분에 헤쳐 나갈 수 있었던 때를 말이다. 그때도 분명. 그냥 공격했음에도 유주한의 몸에 있던 것을 처리했지. 그 이후에 문양이 사라져 몸 안에 있는 걸 어떻게 꺼내는 것인지 고민만 하다가 시도도 안 했고.
‘그냥. 하라는 거구나.’
내가 너무 생각이 많아서 이렇게까지 늦춰진 건가. 아니. 오히려 잘 된 걸지도 모른다. 유아한 씨와 승현 헌터가 여기 없었더라면. 난 꼼짝없이 잡아먹혔을 테니까.
―너…….
“그래. 덕분에 잘 돌아왔어.”
―…아아. 허탈해. 다시 원점이잖아. 아니. 원점은 아닌가?
꿈의 군주가 웃으며 모습을 바꾸었다. 본인의 껍질로 말이다.
―아 역시 화려한 게 가장 좋아. 꿈 님은 꿈 님답긴 했지만 수수했단 말이지.
“그러면 처음부터 그러지 그랬어.”
―널 방심시키기 가장 좋은 모습이잖아?
“꿈의 군주라는 건 변함없지.”
―그래 뭐. 좋아. 이번엔 내가졌어. …그런데 말이야.
꿈의 군주가 입이 광대까지 닿을 듯 웃더니. 곧이어 사방이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너희가 뭘 할 수 있긴 해?
그 말에 유아한 씨가 콧방귀를 뀌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비등비등하게 싸우던 주제에 말은 많아서.”
―뭐. 비등비등한 게 재밌잖아? 설마 기억이 없는 상태로 이곳의 원리를 깨달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뭐. 상관없어. 너희들 까먹은 거 아니지?
사방이 검었다. 그리고 그 어둠은 점차 가까워져, 우리를 꼭 삼키려는 것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곳의 주인은. 나라는 거.
그 말에 유아한 씨와 승현 헌터가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까와 달리 밀리지도 않는 꿈의 군주의 모습에 곧장 뒤로 물러났다. 나는 가만히 서 있다가 무심코 소리 내어 비웃었다.
―웃어?
“아니. 미안. 너야말로 한 가지 잊은 것 같은데.”
―뭐?
“내가 이곳의 원리를 깨달았다고. 네 입으로 말했잖아.”
손을 움직여 안개를 걷어내듯 검은 것들을 저 멀리 내던졌다.
“그리고 기억이 돌아와서 더 잘 알겠어. 주인인 너보다, 너를 이곳에 데려오는 입구 역할인 내가 너의 갑이라는 걸 말이야. 너무 늦게 알았네.”
―그건 그냥 네 판단―
그냥 할 수 있다.
그래. 별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나를 믿고.
―컥…….
꿈의 군주에게 단숨에 다가가, 그 몸을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숨어든 꿈의 군주를 붙잡기 위해.
어찌 됐건 이 몸은 결국, 본래 주인이 있으니까. 겉으로 잘난 척했지만. 이 녀석도 결국 자기가 만든 것과 똑같았던 거다.
쩌어억! 팔을 빼내며 같이 나오는 검은 천들을 끊어내면서 손에 쥐어진 것을 바라봤다. 검은 구체에 유리가 박힌 형태. 이게, 지금의 꿈의 군주다.
나는 손에 힘을 주어 그것을 산산이 부서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