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2
32화
【트인 숨】
저 멀리서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아마 우리를 반기는 환호일 터.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여서인지 가까이서 요란하게 울리는 카메라 소리에 먹혀들어 갔다.
‘카메라는 왜 어디에나 있는 건지. 안 지치나.’
앞장서 걸어가는 지화연 씨를 따라 이동하던 중 지화연 씨가 우뚝 멈춰 섰다. 앞쪽을 보니 몇 번 본 적 있는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곧이어 지화연 씨의 입이 열렸다.
“해나.”
“Hello! 오래간만이야, 화연.”
붉은 머리, 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색을 띠는 5 대 5 가르마의 중단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진 여자가 지화연 씨를 반갑게 대했다.
나는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여자를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았다. 너무 빤히 쳐다봤는지, 지화연 씨가 뒤를 돌아보자마자 눈이 마주쳤다. 지화연 씨가 물 흐르듯 제 앞에 있는 여자를 소개했다.
“이쪽은 미국 프리지어 길드 소속 S급 헌터, 해나 베시예요.”
“잘 부탁해!”
나는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를 받았다.
해나 베시. S급 헌터지만 본직업은 모델인 사람이었다. 만난 적은 없지만, 일단은 아는 얼굴이었다. 그야 헌터를 몰랐던 시절에도 기본적으로 알 수밖에 없는 유명인이었으니.
해나 씨가 입을 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 오려면 멀었으니까 우선 쉬고 있어! 어차피 탑에 들어가는 건 내일이나 내일모레쯤이니까.”
“우리가 너무 일찍 왔나?”
“아니, 평범하게 왔어. 그리고 일찍 오는 게 늦게 오는 것보단 낫지.”
그 후 해나 씨는 친절히 우리를 숙소까지 안내해 주었다. 물론 숙소라고 해도 몇 분 있지 못했지만.
“다 모이셨죠?”
우리는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다시 나와 모였다. 모인 곳은 어느 헌터 전용 훈련장이었다. 크기는 보통 학교의 강당 정도.
“아무래도 당분간 함께 싸우게 되었으니 서로 약간이나마 합을 맞춰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각자 숙련이 되어 있다지만 아군의 능력을 모르면 전투 효율이 떨어지잖아요. 그럼 우선 제가 임의로 짠 조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사실은 진작에 조를 짜서 합을 맞춰 봤으면 좋았겠지만, 나와 형, 지화연 씨가 시간이 안 되어 인제야 뭐라도 해 보려는 것이었다. 이제라도 하니 다행이지, 뭐.
그 이후, 적당히 짠 조대로 움직였다. S급을 중심으로 나눈 조였다.
내 조에 아는 사람은 박우윤과 윤시아가 있었다. 그 밖에도 잘 알려진 지원 위주 헌터와, 던전이 생긴 직후부터 헌터 일을 해 온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내 조에는 숙련된 사람이 다수였다.
‘박우윤을 나한테 붙여 준 건 능력치 때문인가.’
아니면 안면이 있으니 붙인 걸 수도 있겠지. 어쨌거나 나쁘지 않았다.
‘대놓고 윤시아를 확인해 볼 수 있으니까.’
물론 대놓고 이상한 짓은 안 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는 모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문양 개방을 한 사람도 있고 안 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안 한 사람에 포함되어 있었다.
“음……. 우선 문양 개방을―”
“아. 한지언 헌터와 한지운 헌터는 되도록 문양 개방을 자제해 주세요.”
그 말에 문양 개방을 하다 말아 몸에서 푸쉬쉭, 연기가 작게 피어올랐다. 형 쪽도 마찬가지였다.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의문을 표했다.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지화연 씨가 생글 웃으며 답했다.
“여기, A급 기술자가 제작한 훈련장이어서요.”
“아.”
S급 헌터들이 난리를 피우는 순간 와르르라는 뜻이었다.
‘하긴, 이만큼 넓이의 A급 훈련장을 얻은 걸로 만족해야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거다 보니 S급이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훈련장은 대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마 미국 헌터들이 싹 쓸었겠지.
어차피 크게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니, 지금 상황에 집중하자.
“그럼 일단 나머지 분들, 문양을 개방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하나둘 모습이 다양하게 변했다. 그중 본래 모습과 제일 다른 건…….
‘저 모습은 해적인가?’
윤시아의 머리색이 연한 갈색으로 변하고, 눈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의상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잘 어우러진, 척 보기에도 해적의 의상이었다.
약탈이라는 능력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얼핏 보면 코스프레 같은데 그걸 진짜 해적인 양 잘 소화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대단하기도 했다.
“우선, 많이 미흡하지만 최대한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당분간 잘 부탁드려요.”
모두가 문양 개방을 마치자 나는 일단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도 이의를 표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저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약한 S급을 리더로 두는 데 불만이 없는 듯 보였다. 형이나 지화연 씨가 옆에 있어 불만이 있을 법도 한데, 의외로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럼 한 분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능력을 보여 주는 걸 꺼리시는 분 계신가요?”
아무도 손을 들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하긴, 애초에 던전을 돌며 다 보여 줬을 텐데, 이제 와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 하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합심해야 하는데. 역시 숙련된 사람들다웠다.
“그럼 우선 윤시아 헌터.”
“네~”
“약탈이 능력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그러면 저한테 능력을 쏴 보실래요?”
그 말에 나는 지휘하듯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내 주변에 하얀 별들이 생겨나더니 이내 파밧. 윤시아를 향해 거침없이 쏘아졌다. 윤시아가 손을 뻗어 무언가를 하는 듯 보였으나.
“어?”
짧은 소리와 함께 윤시아의 손에 곧장 커틀러스가 쥐였다. 그 모습에 나는 서둘러 별들의 움직임을 멈췄다.
우뚝. 윤시아의 커틀러스에 닿기 전, 별들이 멈춰 섰다. 단 1초 만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가 끝났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와우.”
윤시아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는 우선 손을 휘적여 별들을 없앤 뒤 윤시아를 불렀다.
“윤시아 헌터?”
“아. 죄송해요! 한지언 헌터의 능력은 불가능한가 봐요. 가아아끔 이러긴 하는데 하필 한지언 헌터의 능력이 이럴 줄이야!”
“아, 그럼 다른 S급을 대상으로는 잘됐나요?”
“네에……. 한지운 헌터와 지화연 헌터, 하물며 류천화 길드장님을 대상으로도 에너지를 뺏어서 힘을 쓸 수 있는데 말이죠.”
“승현 헌터와 유아한 헌터는요?”
“아, 승현 헌터의 능력은 소환수의 일종이라 애초에 불가능해요. 유아한 헌터는, 음……. 시도는 안 해 봤지만 아마 될 거예요.”
“제 능력은 소환수의 일종도 아닌데 안 되나 보네요. 그러면 나중에 다른 분들을 대상으로도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을 해 보는 게 좋겠어요. 우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죠. 박우윤 씨?”
내 말에 화들짝 놀란 박우윤이 몸서리를 치더니 답했다.
“네. 네!”
“최근에 B급에서 A급으로 오르셨죠?”
“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박우윤을 쳐다봤다. 등급이 성장하는 일은 이례적이었으니까.
“혹시 제가 봤었던 능력에서 변한 게 있나요?”
“음……. 아. 네!”
박우윤이 손바닥을 펼쳤다. 손바닥 위로 몽글, 빛을 먹은 듯한 검은 액체가 모여 구를 만들어 냈고, 이내 구가 갈라지며 번쩍하고 눈을 떴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눈이 떠졌다.
“구 모양이 기본 형태예요. 이렇게 만들어서 주위 정찰이나 시야 확보 같은 게 가능하고, 작게 늪을 만들어서 상대의 발을 묶거나 가시를 돋쳐 공격도 가능…….”
박우윤은 흥분한 듯 점점 말이 빨라지는 듯하다가 스스로 진정하고 차분히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활용이 돼요.”
“구 모양이 기본 형태라고 했죠?”
“네? 네.”
나는 윤시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윤시아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무언가 알아차린 듯 박우윤에게 성큼 다가갔다.
“잠시 빌릴게요.”
“네? 네!”
그와 동시에 박우윤의 손에 있던 검은 구가 윤시아에게 넘어갔다. 윤시아는 검은 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더니 말했다.
“음, 네. 되네요.”
“그러면 거기서 박우윤 헌터가 말한 것처럼 가시를 돋치게 하거나 할 수 있나요?”
“그건―”
파바바박! 구의 사방으로 거대한 가시가 돋아났다.
“당연히 되죠.”
저게 되네.
‘저 정도 능력이면 숙련도가 어느 정도인 거지. A급이라 다른 건가?’
“네, 일단 박우윤 헌터의 능력은 대강 확인했으니 다음은…….”
나는 빠르게 빠르게 사람들의 능력을 확인하고 넘어갔다. 그러다 잠시 옆쪽을 보자 형은 부분 개방을 해 검 한 자루만 손에 쥔 채, 지화연 씨는 능력을 몬스터 움직이듯 사용해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확인하고 있었다.
‘얼추 능력도 다 파악됐으니…….’
나는 어느새 서로 친해진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보조 특화 헌터분들은 뒤에 있을 거고, 혹시 모르니 그 뒤를 윤시아 헌터가 보호하며 앞의 사람들의 능력을 서포트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이의 있으신가요?”
“아~니요.”
윤시아가 대답했고, 다른 보조 헌터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 다른 헌터들은 원거리, 근거리로 나누어 앞뒤로 대열을 맞추었다. 참고로 박우윤은 근거리 쪽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보다 힘이 강했으니.
‘대열도 다 맞췄고.’
나는 다시 옆쪽을 봤다. 형과 지화연 씨 쪽은 나처럼 대열을 맞추거나 벌써 몸을 움직여 대련을 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우리 쪽을 보았다. 하나같이 숙련된 헌터들이기에 참고 있을 뿐, 분명 움직이고 싶을 터.
“그러면 저희도 슬슬 대련할까요?”
내 말에 화색을 띠는 사람도, 웃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내일이나 내일모레면 실컷 움직일 텐데.
‘아마 헌터끼리 싸우는 경우는 몇 없어서겠지.’
나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번에는 저도 조금 버거우니 세 명 정도씩 짝을 맞춰 오시면 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보였다. 당연했다. 그야 나는 문양을 개방하지 않으면 A급과 다를 바 없는 데다, 하물며 A급의 정상 축에 드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작게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정 안 될 것 같으면 저기, 지화연 씨나 형 쪽으로 달리겠습니다.”
그 말에 몸이 근질거리는 듯한 헌터 몇 명이 짝을 이뤄 앞으로 나왔다. 내가 말한 대로는 아니었지만.
‘두 명. 근거리랑 원거리.’
적당한 팀이긴 하다만.
훅. 손아귀에 하얀 낫이 쥐어졌다. 나는 낫을 쥔 채 가장 먼저 나온 두 헌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는 온통 싸움뿐이었다. 두 헌터를 이기니 다른 헌터들이 신이 나서 덤벼들었다. 얼마나 신이 났냐면, 눈이 와서 신난 사모예드 정도. 물론 전부 내 승이었지만.
물을 마시며 주변을 바라보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A급이 만든 훈련장이었지만, 결국 A급 다수가 날뛰면 부서지는 건물에 불과했다.
‘사실 나도 좀 부쉈지만.’
이렇게까지 대련하는 이유는 단 하나.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현재 나에 대한 정보가 많은 편이 아닌지라 대부분이 나를 S급이 아닌 A급으로 볼 테고, 그렇게 얕보인 채 들어가면 급한 상황에 내 의견이 무시당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물을 나누어 주며 옆쪽을 봤다. 지화연 씨 쪽은 훈련이 끝난 듯 몇몇이 이미 돌아간 상태로 보였고, 형 쪽 역시 마무리에 접어든 듯 보였다. 내 쪽은 이제 막 끝나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중이라 숙소로 간 사람은 없었다.
윤시아가 물을 받자마자 내게 말을 걸었다.
“한지언 헌터는 뭔가 저보다 오래 헌터 일 한 것 같아요.”
“네?”
“날을 맞부딪치면 낫날을 없애 틈을 만들었다가 곧장 다시 날을 만든다거나, 날아오는 공격을 막 펑펑 터뜨려서 틈을 안 보였잖아요.”
“아. 제가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게임?”
뭐, 거짓말은 아니니까.
‘그러는 본인은.’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바로 공격하지 않았나.
‘이런 인재가 왜 이제야 나타난 걸까.’
조금 억울했다. 나는 죽어서도 노력했는데.
“한지언 씨.”
“네?”
그때 지화연 씨의 목소리가 들려 곧장 답했다.
“아무래도 슬슬 돌아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 말과 함께 지화연 씨가 손가락으로 벽 위쪽에 달린 창문을 가리켰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며 훈련장 안으로 붉은 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아마 내일 탑에 갈 것 같아서요. 훈련도 좋지만, 쉬어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그렇게 고대했던 탑으로 향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