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묵은 숙소, 그러니까 호텔 로비.
“각 팀 다 모였나요?”
나는 익숙한 팀원들을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여기 오기 전, 한국에서 저희를 위해 기부한 아이템이 꽤 있어요. 한지언 헌터와 한지운 헌터에게 나누어 드릴 테니 자유롭게 배부해 주세요.”
꽤, 정도가 아녔다. 지화연 씨의 뒤로 보이는 수없이 많은 상자를 보니 저걸 언제 다 나눠 주나 싶었다.
“그리고 이건 유아한 씨가 제작한 회복 포션이에요. 두 개씩 가져가시면 됩니다.”
사람들이 포션을 가져갈 동안, 나는 팀원들 각자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을 나누었다.
“마지막 남은 건… 한지언 씨?”
“네? 아. 넵.”
날 부르는 목소리에 나는 곧장 일어나 포션을 챙겼다.
“팀원들을 잘 파악하고 챙기시네요.”
“그…런가요?”
“네.”
나는 칭찬을 받아 쑥스럽다는 듯 방긋 웃었다. 그러자 지화연 씨가 제안했다.
“돌아가면 팀을 한번 꾸려 보실래요?”
“네? 그래도 되나요?”
“한지운 헌터는 대부분 혼자 던전을 돌거나 극소수 헌터만 데리고 들어가고 저는 S급이나 A급 던전을 이따금 A급 팀원들과만 돌아서 남는 사람들이 꽤 되거든요.”
“그러면 저야 좋죠.”
지화연 씨가 생긋 웃었다.
“그럼 슬슬 가죠. 아이템 분배도 끝난 것 같으니.”
나는 응답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이동은 간단했다. 미리 임차한 차가 바깥에서 대기 중이었으니까. 게다가 탑까지의 거리가 꽤 가까워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탑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바깥 풍경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저 망할 탑을 부수자, 라는 현수막을 펄럭이기도, 누구인지 모를 헌터의 사진을 들고 있기도, 차에 꽃을 던지기도 했다.
중간중간 멸망을 받아들여라, 라는 이상한 문구의 현수막도 있었지만, 늘 그렇듯 달걀 사이에 낀 메추리알 정도의 존재감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의 행렬은 탑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들었다. 아마 탑을 부수려 하면 몬스터를 뿌리겠다는 말 때문에 다가가지 못하게 출입을 막은 듯했다.
끼익. 탑승하고 있던 차량이 멈춰 섰다. 이내 운전사가 다 왔다는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차에서 내리자 멀리서부터 보였던 거대한 탑이 시야를 장악했다.
“실제로 보니 정말 높네요. 이상한 무늬도 있고.”
나는 말없이 탑을 바라봤다. 뭐라고 해야 할까. 본 적 없는 귀한 걸 보는 느낌이었다. 그냥 한마디로.
‘이제야 좀 숨이 트이는 것 같네.’
지화연 씨가 안내원으로 보이는 사람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 다시 우리를 인도했다. 그렇게 이동해 한국 깃발이 세워진 곳에 잠깐 있자 다른 국가 사람들이 서서히 도착했다. 그리고 열두 시 정각.
“안녕하십니까, 각 국가의 대표 여러분.”
세계 헌터 연합회의 협회장이 통역 마이크를 앞에 두고 무어라 연설했다. 물론 나는 쥐뿔도 안 들었다. 입꼬리를 올려 웃는 듯 보이는 지화연 씨도 협회장의 연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으며, 형은 협회장 너머 탑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럼 각 국가의 대표 여러분, 부디 큰 피해 없이 이 일이 마무리되길 바라며, 이상 연설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기계적인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이후, 국기가 세워진 순서대로 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탑의 입구가 한 번에 두세 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기에, 모인 사람들이 전부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이윽고 내 차례가 가까워졌을 때, 툭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뒤를 돌아보자 형이 보였다. 나는 잡힌 어깨를 잠시 보다가 물었다.
“왜?”
“아니,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또 왜 이런담. 공항에서도 이러더니, 그럼 그렇지.
형의 여전한 모습에 웃음이 다 나왔다. 나는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바로 앞에 와 있는데 안 늦기는, 무슨. 애초에 각오했어.”
“…….”
“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많이 걱정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형을.”
“…….”
내가 안 가면 부모님은 형을 걱정한다. 그 모습이 마냥 달갑지는 않기에 나 혼자 밖에 남을 생각은 없었다. 부모님이 걱정하는 모습 따위, 차라리 눈에 안 보이는 게 더 나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형이 잘못되면 시간이 되돌아가는데, 밖에 남아 봤자 뭔 소용일까. 차라리 옆에서 언제 죽는지라도 봐야지.
이윽고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형을 뒤로하고 사뿐히 탑 입구로 들어갔다. 게이트에 들어갈 때처럼 익숙한 빛이 내 몸을 잠시 감싸다가 이내 사그라졌다.
‘드디어.’
트인 시야로 이리저리 둘러보니 알록달록한 하늘 아래에는 휑한 하얀 바닥밖에 보이지 않았다.
“퍼즐 형식일까요?”
“글쎄요.”
지화연 씨의 말에 나는 모른다는 듯 흘려 답했다.
‘게임 시작 전 대기 방 같네.’
그 왜, 있지 않은가. 사람이 모이기 전에 가볍게 움직이는 공간.
나는 뒤를 돌아봤다. 거대하고 새하얀 빛을 통해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그렇게 몇십 분쯤 흘렀을까. 픽. 빛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이 캄캄한 어둠으로 덮였다. 변화한 환경에 모두가 전투태세를 취하던 와중.
펑!
“으악!”
누군가의 고함이 무색하게, 터진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불꽃놀이?”
피슈욱. 익숙한 불꽃이 검은 하늘을 메워 반짝였다. 그리고 불꽃놀이가 터지는 하늘 중앙, 청록색 머리가 흩날렸다.
―안녕, 여러분!
공간에 스피커가 가득한 듯, 목소리가 불꽃놀이 소리에 먹히지 않고 울려 퍼졌다.
―파티장에 온 걸 환영해!
그러며 청록색 머리는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그르 돌았다.
청록색 머리가 무슨 짓을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돌았네.’
―생각보다 많네. 으음. 뭐, 많으면 어때! 파티에 사람이 많으면 좋지! 그리고……. 흠.
그와 동시에 청록색 머리가 우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확히, 우리 쪽을 보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느껴진 위협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신기한 것도 있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선은 금세 다른 곳으로 향했다.
‘기분 탓인가?’
뚝. 불꽃놀이가 멈췄다.
―우선, 나는 이 탑의 주인이야. 뭐, 다 알겠지만. 어쨌거나 이 탑을 없애기 위해 온 너희는… 그래, 용사라고 하자. 그리고 나는 마왕!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몬스터!”
누군가가 외쳤다. 그와 동시에 탑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한국말로 들렸지, 방금.’
내 머릿속을 읽은 듯, 우리 쪽 사람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전체 통역……?”
공간 자체가 알아서 사람들의 언어를 통역했다. 그것만 해도 힘이 엄청나게 들 터.
‘힘 과시인가.’
―음, 몬스터라니. 나 괴물은 아닌데. 봐 봐. 너희랑 같은 외형이잖아.
청록색 머리는 그러며 제 몸을 확인하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자신을 봤다. 외형이 같다고 괴물이 아닌 건 아닌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아. 쓸데없는 말! 쓸데없는 말 하게 하지 마! 일분일초라도 더 놀아야 한다고!
우린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너를 없애야 한다만.
―음, 그래. 우선 너흰 날 죽이러 왔지? 용사니까! 너희가 날 죽이기 위해선 저번에 말했듯이 이 탑을 오르면 돼. 너희가 우― 아니, 던전을 깨는 것처럼! 탑을 오르는 법은 간단해! 그게 뭐냐고?
간단하다. 저 입에서 저 말이 나오니 우습기 짝이 없었다. 그야 저것이 늘 해 왔고, 늘 바란 건 단 하나였으니. 그건.
―게임!
‘게임.’
피슉. 종이 폭죽이 터지며 흩날렸다. 나는 살랑살랑 내려오는 종이 쪼가리를 손으로 휘휘 저었다.
―층마다 게임이 있어. 그 게임을 클리어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
게임. 얼핏 들으면 단순한 오락처럼 느껴지겠지만, 저것이 말하는 게임이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휙.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그쪽으로 향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형이었다.
“게임이라고 하는 건 쉽게 보이려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형의 말을 듣자마자 단숨에 깨달을 수 있었다.
‘알아챘구나.’
그래. 다행히 소설 속에 저것도 나온 모양이지. 그래, 안 나올 리가 없지. 저거랑 얼마나 싸웠는데.
‘내가 이긴 적은 없지만.’
쯧. 나는 작게 혀를 찼다.
형의 말대로 저것은 게임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쉽게 속여 먹었다. 단순 서커스에 불과할 정도의 게임을 강제로 시키고, 살육을 즐기는 게 저것이었다. 근데 인제 와서 탑 공략을 쉽게 하게 할 리 없었다.
‘형 말대로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
다행히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저것의 말을 듣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우리 쪽은 형이 말해서인지 아무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게임은 특별히! 너희가 알 법한 게임으로 준비했어. 너희 세상에 정말 많은 게임이 있더라고. 그걸 쪼오끔 변형했어. 그럼 첫 번째 게임으로 이동을…….
이동이라는 말에 나는 미어캣처럼 청록색 머리를 바라보았다.
―하기 전에!
“…….”
―짝을 이루자! 2인 1조로 게임을 하자! 짝을 이루는 방법은 간단해. 이렇게 손을 맞잡으면 손목에 끈이 생길 거야. 참고로 끊으면 죽으니 주의하고~ 물론 쉽게 끊어지지는 않지만. 아, 그리고, 짝을 못 이룬 사람은 꽥이다?
짝을 이루라는 말에 옆에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지화연 씨의 한숨이었다. 그야 팀을 다 꾸려 놨는데 다시 짝을 맞춰야 하니.
주변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지화연 씨가 고개를 돌리곤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저희는 인원수가 홀수예요. 이거는 제가 해나와 짝을 이루면 되는 부분이지만, 문제는 짝을 어떻게 이루느냐예요.”
그 말에 나도 입을 열어 의견을 냈다.
“대열을 적당히 맞춰서 그 대열대로 짝을 이루는 건 어떤가요?”
“그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자칫 너무 불리한 조합으로 짝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게임이 뭔지 알면 정하기 쉬울 텐데.”
“그러면 차라리 움직이기 편한 사람들끼리 묶는 건 어떻습니까.”
형의 말에 지화연 씨가 침음을 내뱉었다.
“그게 솔직히 가장 낫긴 한데……. 아니다. 그렇게 하죠. 끈이 끊기면 사망한다니까. 함께 훈련한 건 잠깐이었지만 여러분은 모두 숙련된 분들이니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을 이미 파악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짝이 될 사람을 못 찾으시겠으면 도와드릴 테니 말하세요.”
지화연 씨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 친하거나 능력이 상호 보완적인 사람들끼리 붙기 시작했다. 손은 아직 잡지 않았다. 혹시 모를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손은 모든 짝이 정해지면 그때 잡기로 했다.
‘나는 그러면 역시…….’
나는 휙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엔 형이 서 있었다. 형 역시 같은 생각을 한 듯 나를 부르며 다가왔다.
‘역시 차라리 강한 쪽이 낫겠지. 나랑 맞는 능력도 딱히 없으니.’
내 능력은 폭파하거나, 녹이거나, 쏘는 등 원거리 폭격기에 가까웠다. 그러니 차라리 비슷한 형과 잘 맞을 터.
“얼추 된 것 같네요. 저도 해나와 이야기하고 왔어요. 승낙도 받았고요.”
지화연 씨가 짝을 이룬 사람들을 훑어봤다. 그러곤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괜찮은 조합들인 것 같네요. 그러면 저것의 말대로 일단 짝을 이루죠.”
사람들이 끄덕이며 악수하듯 손을 잡았다. 그러자 정말 손목에 밧줄과 비슷한 끈이 생겨나며 팔만 한 길이로 악수한 사람과 이어졌다.
“형.”
나 역시 형과 짝을 맺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형 역시 군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이내 덥석, 손이 잡혔다.
“…….”
문제는 내 손을 잡은 게…….
나는 고개를 삐걱, 돌렸다.
연회분홍 머리에 눈을 가린 검은 안대, 그리고 눌러쓴 야상 후드.
“안녕!”
형이 아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