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디펜스】
드넓게 펼쳐진 초원,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분홍빛 하늘. 보물찾기를 했던 곳과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주위를 살피며 뒤로 돌자, 뒤에는 거대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모두 흩어진 것 같은데? 아무도 없어! 텅텅!”
“그러게.”
그러며 겔탄이 나를 쳐다봤다. 또 무슨 헛소리를 할까 싶어 시선을 마주치자, 겔탄은 놀란 듯 몸을 움찔거렸다. 나는 무슨 일이냐는 듯 눈을 살짝 휘며 물었다.
“왜.”
“음, 아냐! 그냥 사람도 고장이 나나 싶어서.”
저건 또 뭔 허무맹랑한 소리지.
“헛소리하지 말고 상황에 집중해.”
“아, 돌아왔다.”
나는 당최 이해하지 못할 겔탄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확인을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문득 느껴지는 기이함에 손을 뻗자.
퉁.
“막혔네.”
겔탄의 말처럼 마을과 꽤 떨어진 곳으로 가니 투명한 벽으로 앞이 막혀 있었다. 아마 도망 방지용 벽이거나 아직 시작을 안 해서 그렇거나 하겠지.
‘어쨌거나 막혀 있으니 더 볼 필요는 없어.’
초원 쪽으로는 더 갈 수도 없고 볼 것도 없었기에 뒤에 있는 마을 쪽으로 가려던 찰나.
띵.
뒤에서 어떤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투명한 벽에 거대하게 글씨가 쓰여 있었다.
[LV. 1]“레벨?”
그러나 곧 오류가 난 듯 글자가 지지직거리며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거 왜 수정 안 됐―
뚝. 목소리가 끊기고, 지지직거리던 글자가 형태가 잡히며 아까와는 다른 숫자가 새로 적혔다.
[LV. 50]“…….”
단숨에 숫자가 50까지 뛰어올랐다. 그리고 이 숫자의 의미는 난이도일 테고. 난이도가 갑자기 상승한 건 내기의 영향인 듯싶었다.
그러다 피융, 알록달록한 효과가 생겨나며 글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Ready?] [Go!]마지막 글자가 써지자마자 사라지며 쿵! 거대한 굉음이 거센 바람과 함께 들려왔다.
“…….”
“…….”
거대한 그림자가 나와 겔탄을 집어삼켰다. 그 거대한 그림자에 걸맞은 거대한 몸집을 천천히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다보자 그 모습이 겨우 시야에 담겼다.
모래를 들이부은 듯한 색의 털. 돌이 무너진 듯한 모양새의 머리와 얼굴을 뒤덮은 수백 개의 새파란 눈. 네발로 걷는 거대한 몬스터가 입에서 냉기를 뿜으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밸런스는 개나 줘 버린 난이도네.’
쿵. 몬스터가 한 발을 내디뎌 움직이자 땅이 울렸다. 하물며 이 몬스터가 우리의 앞에만 생겨난 게 아니었기에 그 진동이 더했다.
‘다 똑같은 몬스터가 생긴 모양인데.’
주변을 흘긋 바라보자 거대한 인영이 저 멀리 보였다. 아마 저기에 다른 헌터가 있겠지.
‘일단 마을을 지키는 게 이 게임의 핵심이니까.’
참으로 간단하며 무식한 게임이었다. 그도 그럴 게 닥치고 몬스터만 죽이면 되는 거니까.
‘50레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은 안 되지만, 아마 꽤 강하겠지. 탑주가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으니. 몸체가 거대하니 표피가 두꺼우려나.’
하지만 거대한 몬스터는 대부분…….
툭. 겔탄을 건드리자 겔탄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몬스터의 머리 위로 뛰어.”
“갑자기?”
“그럼 정통으로 공격 맞고 객사할래?”
“난 여기서 죽어도 객사가 아닌데.”
“…….”
시답잖은 말을 더 이을 필요는 없기에 다시 몬스터에게 집중했다.
쿵. 몬스터가 한 발을 더 내디디더니 이내 입을 벌렸다. 그리고 내가 뭐라 판단을 하기도 전.
콰앙! 땅에서 얼음 조각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덮치려 들었다. 나는 바로 공중으로 뛰었다.
“머리 위로!”
내가 외치자 겔탄이 몸을 기울이더니 그대로 쾅! 몬스터의 몸체 위에 저 자신과 나를 꽂았다.
―끼익!
몬스터가 몸에 벌레가 붙은 것처럼 방방 날뛰었다. 몬스터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리를 떨어뜨리려 했다. 그렇게 쉽게 떨어져 줄 리가 없지.
나는 한 걸음 내디뎌 몬스터의 얼굴 쪽으로 다가갔다. 절벽처럼 가파른 몬스터의 얼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두꺼운 표피와 달리 부드러워 보이는 눈이 보였다. 텅텅. 낫으로 머리를 두드려 보니 역시나 단단했다.
표피의 강도를 확인한 뒤, 나는 낫을 고쳐 잡고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곤 사악,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낫을 휘두르자 동시에 몬스터의 수없이 많은 눈이 터져 나갔다. 터져 나가는 눈들에서 연하늘색의 반짝이는 액체가 튀어 올랐다.
―끼이익! 끼이이익!
몬스터가 고통스러운 듯 방방 몸을 떨었다.
‘역시 이 정도론 안 죽겠지.’
표피가 두꺼운 거대 몬스터는, 대부분 눈이나 몸 안쪽이 약하다. 그야 신체의 강화가 표피에 쏠렸으니.
‘크기가……. 다 들어가려나.’
휘릭. 나는 낫을 다시 고쳐 잡아 날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고정했다. 그러곤 눈을 향해 강하게 내려찍으려 하자.
콰장창! 몬스터의 몸 위로 얼음이 돋아났다. 얼음들을 피해 몸을 붕 띄우자 시야에 몬스터의 몸체가 전부 보였다. 몬스터의 능력으로 보이는 얼음이 몸체에 뒤덮여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쯧.”
땅으로 잠깐 내려가 다시 공격하려 했으나, 땅에 닿기도 전 몬스터의 입이 다시 벌려지며 우릴 향해 거대한 고드름이 쏟아져 내렸다.
콰장창! 고드름을 막아 내자 이번에는 땅 아래에서 용의 모습과 흡사한 얼음 공격이 우리에게 덮쳐들었다. 우리는 얼음으로 된 용에게 먹혔다가 콰드득, 펑! 용의 내벽을 깨고 바깥으로 나왔다.
“너도 뭐 좀 해.”
“그렇지만, 나는 근거리라서. 고드름은 막았잖아?”
“동족이라고 살해하기 꺼리는 거야?”
“동족이라니. 엄연히 다른 생물이야. 코딩된 것과 코딩 없이 자유로운 건 다르다고.”
나는 그러냐, 하며 대충 말을 넘기고 다음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 냈다. 잠만. 근거리라고?
“근거리라고 했지?”
“응? 응.”
“그러면 몸도 단단하겠고.”
“…그렇, 지?”
덥석. 나는 겔탄의 야상 모자를 붙잡고 그대로 뛰었다. 버둥거리는 겔탄을 무시하고 몬스터의 입 가까이 뛰자, 몬스터가 곧장 입을 벌리며 얼음을 쏘았다.
나는 붙잡은 겔탄을 앞에 세웠다. 겔탄이 무어라 소리치며 얼음을 꼬리로 막아 냈다. 그사이 나는 몬스터의 벌어진 입을 향해 별 하나를 던졌다.
훅. 작은 별이 뽈뽈뽈 몬스터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눈치챈 몬스터가 합, 입을 다물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퍼버버벙! 몬스터의 입 안에서 거대한 굉음이 퍼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의 입에서 반짝이는 연하늘색 액체가 새어 나왔고, 쿵, 몬스터가 쓰러졌다.
몬스터의 머리 위로 글자가 반짝였다.
[YOU WIN!]완벽히 처치한 걸 확인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꼴이 볼만한 겔탄이 물었다.
“입에 넣을 거였으면 굳이 날 방패로 안 세워도 됐던 거 아니야……?”
“멀리서 하니까 눈치채고 입을 닫더라고.”
“…그래.”
혼자였으면 고드름을 별로 막아 내며 쏘았겠지만, 뭐, 굳이 내 힘을 더 소모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짝’인데.
띠링.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띄워졌다.
[도움을 주러 가시겠습니까?]그 밑으로 지도와 비슷한 게 그려져 있었다. 둥글게 그려진 원의 가장자리 부분에, 공략률을 뜻하는 듯한 숫자가 제각기 달리 적혀 있었다.
‘A급 헌터들부터 돕는 게…….’
그러나 내가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다. 가만히 숫자들을 보고 있자, 갑자기 빠른 속도로 숫자가 줄어들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돕는 모양이네.’
그럼 굳이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힘을 많이 쓸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성장했다 한들, 조금이라도 아끼는 게 나으니까. 층이 몇 개인지도 모르고.
띠링. 몇 분쯤 지나자 또다시 효과음과 함께 벽 위로 글자가 떠올랐다.
[ALL CLEAR] [LV. 51] [Ready?] [Go!]올 클리어가 뜸과 동시에 곧장 다음 레벨이 시작됐다.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생겨났다. 그러나 아까와 같이 단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었다. 대충 예상하건대 아마 10단계마다 중간 보스 정도의 존재가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는 없지.’
50단계에서 만난 보스는 대충 A급 보스 정도였다. 그 이후의 단계에서 나온 몬스터는 A급 던전에서 나오는 자잘한 몬스터 정도.
다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한 번에 쓸어버리면 될 일이었지만 이따금 몬스터는 눈속임인 경우도 있었다. 작은 몬스터가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본체가 있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렇게 애써 쓸어 봤자 소용없는 경우가 있었기에 힘을 낭비하지 않고 본체를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었다.
수가 많다고 포기하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으니, 일단은 처리했다.
51, 52, 53… 이윽고 60.
삐잉! 사이렌과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뜨는 글자.
[WARNING]주변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아까 봤던 지도가 눈앞에 크게 생겨났다. 아까와는 달리, 어느 한 곳에서 붉은 점이 반짝였다.
‘보스전인가?’
꾹. 붉은 점을 누르자 단숨에 몸이 이동됐다.
‘단 한 곳에서 막아 내는 보스전이라면…….’
나는 시야를 틀어 몬스터가 있을 법할 곳을 바라봤다. 내 예상이 적중한 듯, 하늘 위에 두둥실 토끼 모양의 유리 공예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슉. 다른 사람들 역시 단숨에 모여들었다. 물론 수는 완전하진 않았다. 끽해야 스물다섯 명……. 잠만. 스물다섯 명?
“우선 원거리는 뒤로, 근거리는 앞으로 맞춰서―”
어느 헌터가 대열을 맞추려 입을 연 순간, 쿵! 그걸 방해하듯 거대한 돌덩이가 사람들이 몰려 있던 곳에 떨어졌다.
당연하게도 피해는 없었다. 다만 대열을 맞추기엔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사람들이 곧장 유리 토끼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입을 열며 소리치는 유리 토끼로 인해 그들은 유리 토끼에 채 닿기도 전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스물다섯 명이면 대충 어림잡아 절반인데.’
스물다섯 명도 적지 않은 수였다. 다만 문제는 오히려 그런 적잖은 수이기에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열 명이면 모를까.
‘게다가 내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
형도 없었으며, 지화연 씨도 없었다. 박우윤이나 윤시아도.
‘…성격상 그 사람들은 도와주러 갔을 터. 도움을 많이 준 사람은 이곳으로 못 오게 막은 건가?’
콰광! 수없이 많은 공격이 오고 갔다. 워낙 많은 사람이 공격해서일까. 타이밍이 영 애매했다.
‘게다가 본체는 저게 아닌데.’
전부 유리 토끼만 공격하고 있었다. 여기서 내가 저게 본체가 아니라고 말해 봤자 믿을 리도 없고.
‘혼자 해야 하겠지.’
지금 무어라 외쳐 봤자 듣는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누가 무어라 외쳤지만, 벽과 대화하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유리 토끼에 시선이 쏠렸다.
유리 토끼에 쏟는 공격 자체는 꽤 좋았다. 그야 S급과 A급이 다수이니 당연한 일이겠다만.
‘이 정도 공격이라면… 본체만 튀어나오면 해결될 것 같으니…….’
나는 옆에 있는 겔탄을 흘긋 쳐다보며 말했다.
“그냥 움직이는 대로 따라와.”
겔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힘을 좀 써야 한다는 것에 아쉬움이 느껴졌지만, 이 정도 시선은 끌어 줘야 하니.
사람들이 계속해서 유리 공예품을 공격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또렷하게 주변을 바라봤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이 느껴지며 작은 별들이 하늘 위로 솟았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 검은 원이 생겨났다. 검은 원을 중심으로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어둠이 퍼져 나가다 이내 뚝.
“뭐야!”
주변이 어두워졌다. 적의 공격인 줄 알고 당황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나는 손을 살짝 휘저었다. 컴컴한 하늘이 점차 반짝이는 별들로 물들어 갔다. 그러다 이윽고 뚝. 마지막 별까지 생겨난 게 느껴지자 나는 주먹을 쥐었다.
‘알아서들 피하시고.’
휙! 팔을 거세게 아래로 내리자, 콰과광! 수없이 많은 별이 흡사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