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자, 그럼…….”
누구한테 먼저 갈까.
‘류천화 씨냐, 유아한 씨냐인데.’
아마 둘 다 악몽 제거라는 본래의 의무를 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곳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을 테니 안전은 보장돼 있을 터.
‘내 임무는 꿈의 조각 대리인을 상대하는 거니까…….’
짤랑. 방울을 흔들었다.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이 줄지어,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류천화 씨는 숲에 있는 건가.’
류천화 씨의 근처로 이동했으니, 방울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근처에 류천화 씨가―
“또 만났네?”
연둣빛 머리칼. 에메랄드빛 눈. 그건, 요릴리아였다.
쾅! 나는 주저 없이 낫을 휘둘렀다. 내 공격을 쉽게 피해 낸 요릴리아가 거꾸로 된 몸을 원래대로 돌려 바닥에 사뿐히 안착했다.
“…네가 왜 여기―”
아니, 탑의 존재가 탑에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
“여기? 내가 자주 있는 곳이야. 평화롭잖아. 주변에 위협도 없고, 제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멋대로 쳐들어오지도 않고. 그런데 재밌는 게 지나가기에 방해 좀 했더니 짠, 너였지 뭐야?”
공간 이동을… 방해했다는 건가. 대리인의 힘을.
‘조각이라 했으니 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만.’
나는 요릴리아를 흘끗 쳐다봤다. 싸울 의사는 없어 보이는데.
“…사람을 찾고 있어.”
“응? 누구?”
“이런 쉼표 머리에, 붉은 망토를 한쪽 어깨에 걸친 사람.”
“음……. 그런 건 못 봤는데.”
그래. 류천화 씨에게 가던 중에 방해받아 여기로 온 거니 못 본 게 당연하겠지.
침묵이 일었다. 요릴리아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그런 요릴리아를 표정을 찌푸린 채 바라봤다.
“용건이 없으면 가고 싶은데.”
“응? 아, 그렇지.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
“뭔데.”
“너,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그러며 요릴리아는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방울을 가리켰다. 뒷짐을 지고 숨기고 있었건만, 그새 본 건가.
“우리 아이들이 정보를 가져오는 건 꽤 빠르거든. 분명 그 방울은 무슨 대리인 건데,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주웠는데.”
“그 말이 통할 거 같아? 음, 그래, 뭐. 통한 척해 줄게. 그 대신 그거, 나 줘.”
미쳤나.
“흠, 싫어? 하여간 욕심 많은 종족이라니까…….”
요릴리아는 잠시 투덜거리는 듯싶다가, 휙! 단숨에 다가와 공격을 날렸다.
“…하나 까먹은 게 있는 모양인데.”
나는 요릴리아의 팔을 붙잡고 당겨, 다가오는 얼굴에 능력을 퍼부었다.
“너 나한테 한 번 졌어.”
팔을 놓자 요릴리아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 일그러진 얼굴을 되돌렸다.
“그러니까 귀찮은 짓 그만하고 보내 주지?”
꽃밭도 없다. 전과 달리 상대하기 쉬울 터.
“음, 아, 그래. 그래서 나 왕님한테 보수받았어! 난 나름 총애받는 인재니까!”
촤악! 요릴리아의 등 뒤에서 거대한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이윽고 투명한 양쪽 날개가 전부 세 갈래로 나뉘며,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 독에 대한 내성 없지?”
휙! 세 갈래로 나뉜 날개가 각기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공격을 가해 왔다. 재빨리 피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공격에 스쳐 몸에 상처가 났다. 상처가 난 곳이 곧장 부식되기 시작했다.
“나 엄청나게 강해졌네. 그치?”
요릴리아가 기분 나쁜 웃음을 웃으며 공격을 이어 나갔다. 나는 부식되는 피부를 신경 쓸 새도 없이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요릴리아의 날개를 향해 능력을 사용해 보기도 했지만 폭발에는 타격이 없는지 공격이 그대로 튕겨 나갔다. 그러다.
“방심하면 안 되지!”
날개에 시선이 쏠린 나를 향해 요릴리아가 팔을 뻗으며 날아왔다.
‘차라리 조금 내어 주고 잡는 게 더 빠르겠지.’
나는 일부러 요릴리아의 공격에 맞으려 요릴리아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죽어!”
“그건 안 되죠.”
서걱.
요릴리아의 팔이 내 몸에 닿기 직전 잘려 나갔다.
“…무슨…….”
익숙한 목소리에 일차적으로 당황하고, 턱,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사람의 모습에 또 한 번 당황했다. 머리카락이 가볍게 찰랑거리고, 흰 망토 자락이 살랑이며, 레이피어의 끝이 빛났다.
“…지화연 씨?”
“한지언 씨, 다행이네요.”
“아니, 왜 여기에…….”
“상황 설명은 이따 하죠. 적이 있잖아요?”
요릴리아가 표정을 찌푸렸다.
“넌 또 뭐야. 내가 용건이 있는 건 쟨데.”
“전 당신에게 용건이 있어서요.”
“난 너 처음 보는데. 날 알아?”
“뭐, 서류를 통해 안 것도 인정해 준다면 꽤 잘 안다고 할 수 있죠. 요릴리아 맞죠?”
지화연 씨는 내가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눈앞에 있는 존재가 요릴리아라는 걸 파악한 듯했다.
“할 게 이것저것 많으니까, 빨리 끝내죠.”
지화연 씨가 폴짝 뛰어올라 단숨에 요릴리아에게 다가섰다. 레이피어의 끝이 요릴리아를 꿰뚫기도 잠시, 휘리릭!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날개가 지화연 씨의 몸에 상처를 냈다.
“…독이 있나 보네.”
“너도 독 내성 없어? 뭐야. 그럼 왜 덤빈 거야?”
“독 내성이 없긴 하죠. 다만.”
촤아악! 지화연 씨가 양팔을 손톱으로 긋자 유혈이 낭자하게 퍼져 나갔다. 이윽고 퍼져 나가던 유혈이 한곳으로 모이며, 요릴리아의 것과 비슷한 날개를 만들어 냈다.
“…잔재주를 부리고 있어.”
“실력이 좋은 거라고 해 주실래요. 나름 실력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는데.”
후웅! 지화연 씨가 피로 이루어진 날개를 요릴리아와 똑같이 움직였다. 공격을 받은 요릴리아가 뒤로 물러났다.
“…재미없어.”
사락. 주변 풍경이 환상이 사라지듯 사라졌다. 요릴리아 역시 마찬가지로, 마치 거짓이었다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망쳤네요.”
“…….”
지화연 씨가 자신의 몸에 포션을 뿌리다 내 상태를 보더니 그대로 내게 포션을 뿌렸다. 아마 해독제인 듯했다. 나는 뿌려진 해독제를 잠시 매만지다, 이내 지화연 씨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
“탑 안쪽 사람들은 모르는 모양이네요.”
“네? 뭐를…….”
“한 층 한 층, 문이 열리고 있어요.”
“문이라고 하면…….”
“탑에 들어올 수 있는 입구 말이에요.”
“…사기 아니에요?”
“글쎄요. 그건 모르는 거죠. 함정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런데 들어오셨네요.”
“네, 들어왔네요.”
“…….”
“한지언 씨는 어쩌다 요릴리아를 만나신 거죠?”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
간단히 설명했다. 대리인의 부탁, 방울, 그리고 요릴리아.
“그런 멀쩡한 이성을 지닌 것도 있었군요. 그런데 하나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무엇이냐는 듯 내가 고개를 움직이자,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악몽 제거가 더 편한 길일 텐데, 왜 대리인의 부탁을 들어주시는 거죠?”
“이번 탑의 주인이 꿈인데, 악몽을 없애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본래 반란 쪽이 더 재밌는 법이잖아요.”
“…한지운 씨나 한지언 씨나.”
잠시 내 얘기를 듣던 지화연 씨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매만지는 듯싶다가 입을 열었다.
“한지언 씨 찾았습니다. 합류해 이동하겠습니다. 그런데 한지언 씨가 해야 하는 일은 저희가 이곳으로 와 들은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한지언 씨가 해야 하는 일은 이번 층의 파괴입니다. 악몽 제거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잠시 멈추어 주세요.”
이윽고 지화연 씨의 반지에 박혀 있던 보석의 빛이 바랬다.
‘…저거, 협회에서 고이 모셔 두던 전송 반지 아닌가.’
반지를 착용한 사람에 한해서 거리 상관없이 한 번 말을 전할 수 있는 귀한 아이템. 그게 왜 지화연 씨 손에 있는 거지.
내 눈초리에 지화연 씨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협회에 인재가 들어와서요. 전송 반지의 수량이 조금 늘었거든요.”
“그렇다고 그걸 협회가 순순히 내줬어요?”
“뭐, 뭘 하나 걸긴 했는데… 그건 모르셔도 돼요. 그나저나 한지언 씨, 그거 사실이에요?”
“네? 뭐가요?”
“한지운 헌터가 자발적으로 탑에서 나왔다는 거요. 한지언 씨가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왔다는 게,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서요. 한지운 씨가 그럴 리가 없거든요.”
“…….”
형이 거짓말을 한 건가? 나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좋긴 하다만.
…잠만.
“전송 반지를 통해 ‘분들’이라고 말한 거면, 혹시 들어온 사람이 더 있는 건가요?”
“네, 그렇죠. 우선 저, 그리고 예상하셨을 것 같지만 한지운 씨, 그리고 윤시아 씨와 강희민 씨, 마허윤 씨도 들어왔어요.”
…마허윤은 왜?
“한국 쪽은 이렇게 총 다섯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어째서…….”
“왜 들어왔냐고요? 간단해요. 바깥 상황이 많이 난장판이거든요.”
“그러면 바깥에 인원을 더 많이 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글쎄요. 추가 인원을 넣으니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해서, 차라리 추가 인원을 더 넣어서 빨리 클리어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이겼거든요. 우선 이동할까요?”
형에 관한 얘기는 뒷전으로 미룬 듯 보였다. 어쩌면 형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확인을 위해 물은 거일 수도 있겠지만. 나야 변명거리 생각 안 해도 되니 좋았다.
“이번엔 방해꾼이 없으니 쉽게 이동이 가능할 거예요.”
그러며 방울을 들어 올렸다.
“아까 받았다는 아이템이 이건가요?”
“네. 타인을 동반해서 이동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 보죠, 뭐.”
지화연 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류천화 씨를 떠올리며, 짤랑.
“…지화연 헌터?”
눈앞에 류천화 씨가 서 있고 지화연 씨를 붙잡고 있던 팔이 그대로인 걸 보아…….
“성공했네요.”
지화연 씨가 생긋 웃었다.
“지화연 헌터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똑같은 이야기를 또 설명해야 함에도 지화연 씨는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류천화 씨에게 설명했다. 내가 얘기했던 것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확실히, 한지언 헌터의 말대로 그쪽이 더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왜 관점이 거기로 쏠린 거죠?”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해야 하니 이쪽으로 관점이 쏠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나저나 여기도 대리인이 있던 모양이군.”
“류천화 씨, 혹시 이곳에서 대리인을 보신 적이 없으신 건가요?”
“내 쪽엔 없었어. 악몽을 제거하라는 비석만 있었지.”
그러며 류천화 씨는 바닥에 나뒹구는 비석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그럼 현재 목표는 대리인을 찾는 걸로 변경인가?”
“그 전에 사람들부터 모아야죠. 좋은 아이템이 있으니까.”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나는 방울을 들며 말했다.
“지금 상황을 모를 유아한 씨에게 먼저 가는 게 좋겠죠?”
“눈치채서 다행이군.”
“저도 그 정도 머리는 있어요. 그럼 이동합니다?”
나는 방울을 흔들었다.
덜그덕.
“응?”
나는 다시 한번 방울을 흔들었다. 그러나 방금 전과 같이 덜걱하고, 이전의 청아한 소리는 어디 가고 돌덩이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지언 씨!”
“예?”
쾅!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류천화 씨가 몸을 잡아당겨 손에 쥐고 있던 방울을 놓쳤다.
덜그덕. 방울이 아무런 반응 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무슨…….”
“한지언 헌터, 혹시 오감에 문제라도 있나?”
“예? 지극히 정상인데요.”
“그럼 저걸 왜 못 느꼈을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숨이 덜컥, 멈췄다가 다시 쉬어졌다.
“둔한 편이었군.”
“…그건 아닌데.”
왜 못 느꼈지.
‘방울 때문인가?’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를 집어삼켰다.
덜그덕. 덜그덕. 돌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주변을 장악했다. 주변의 돌들이 전부 한곳으로 모이며, 점차 그 모습을 변형시켰다.
“저건…….”
지화연 씨가 입을 열었으나 말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돌들이 한곳으로 뭉쳐 형태를 만들고, 이윽고 다듬어져.
“저게, 대리인인가?”
상체의 밑 부분이 바닥과 이어져, 사람의 형태를 취한 몬스터가 만들어졌다.
감겨 있던 눈이 서서히 떠지며 우리를 바라보고, 이윽고 입이 갈라지며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귀를 찔러 왔다.
―누군가, 조각을 탐냈다.
그러며 그것은 나를 쳐다보았다.
―너인가.
“…탐낸 적은 없는데.”
죽이려곤 했지만.
“한지언 씨!”
홀로 떨어진 지화연 씨가 방울을 주워 우리에게 다가오려 하자.
―너인가.
“지화연 씨!”
후웅! 거대한 팔이 움직여 지화연 씨를 공격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지화연 씨가 단숨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방울에 뭔가가 걸린 것 같아요.”
“보나 마나 돌이겠군.”
지화연 씨가 잠시 방울을 살펴보다 내게 건네며 말했다.
“한지언 씨, 방울을 들고 멀리 가서 걸린 돌을 빼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른 대리인을 처리하러 가세요. 이곳은 저희가 맡을게요.”
“아뇨. 지화연 씨가 그래 주세요.”
“…네?”
“돌은 폭파해야 더 타격이 크잖아요. 지화연 씨가 상대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건 맞긴 하지만…….”
“나도 한지언 헌터의 말에 동감이야.”
“…알았어요. 제가 다른 대리인 쪽으로 갈게요. 하지만 이 방울은…….”
“어느 정도 처리하셨다 싶으면 다시 저희 쪽으로 오시면 될 거 같은데요.”
“…네. 그러죠. 살아서 봬요.”
훙! 속도 하나는 남다른 지화연 씨는 그녀를 방해하려 하는 대리인의 공격을 쉽게 피해 내고는 금세 저 멀리 사라졌다.
‘자, 이제…….’
이걸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