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1
91화
【환상과 유토피아】
공중에 떠다니는 구슬. 밤하늘에 펼쳐진 바다와 별. 들리는 노랫소리.
“뭔가… 기분 나쁘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나는 의아함을 표했다. 그러나 나와 달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유아한 씨의 말에 공감했다. 그 모습들에 물었다.
“뭐가요?”
“한지언 씨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요?”
“뭐가 느껴진다기엔, 그냥 풍경 그 자체밖에 안 보이는데요?”
“경험이 적어서 그런가 본데.”
내가 다시 한번 의아함을 표하자 유아한 씨가 말했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편안한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동시에, 안전하다는 인식이 박혔지.”
“나는 행복?”
세 명의 말을 들어도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좀 신비한 공간 같은데.
‘아예 인식을 바꿔 버리는 공간인 건가.’
그런 공간이면, 빠르게 탈출하는 게 좋을 터.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감정이 극대화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꿈처럼 인격이 뒤덮일 수도 있다.
“우선 이동을 하는 게―”
짤랑.
방울 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그와 동시에 풍경이 변하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또 찢어졌네.”
물이 흐를 것 같은 자리엔 구름이 흐르고, 나는 그 위에 놓인 돌다리에 서 있었다.
“여기선 뭘 어찌해야 하는 걸까.”
우선 앞으로 걸었다. 일단 움직이면 뭐라도 나오겠지.
몇 걸음을 걸었다. 앞쪽으론 다리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솨아아. 순간 바람에 구름이 흩날려 왔다. 구름은 내 몸을 감싸듯 밀려왔다 금세 저 멀리 사라졌다. 구름이 사라진 자리에는.
‘…이런 식으로 공간을 이동시키는 건가.’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분홍빛과 보랏빛 그 사이의 색의 별과 달, 구름으로 꾸며진 주황빛 하늘. 하늘에 담갔다 뺀 듯한 꽃밭.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사람들.
‘…정확히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는 몬스터겠지.
가만히 서 있자, 누군가가 내 옆을 지나갔다. (어린아이였다. 내 곁을 스치는 어린아이에 가만히 있던 와중, 화악! 또다시 시야가 변했다.
“이건…….”
시야가 변했다가 다시 아까와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 나는 곧장 나를 지나쳤던 아이를 붙잡았다.
―엥? 뭐예요?
펼쳐진 강. 주변에 세워진 작은 건물들. 아이를 붙잡자 주변이 어느 마을로 변해 있었다.
“…꼬마야, 여기가 어딘지 아니?”
―여기요? 저희 마을인데요. 아저씬 외부인이에요? 외부인은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뭐, 괜찮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은 다 착하니까요!
“…그래.”
나는 아이의 손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꽃밭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번에는 근처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살짝 다가가 접촉했다. 이번에는 주변이 얕은 바다 위에 뜬 나룻배 위의 풍경으로 변했다.
“…….”
닿았던 손을 놓았다. 풍경은 예상대로 다시 꽃밭으로 변했다.
‘건드리는 몬스터마다 풍경이 변하는 공간인가.’
그런데 뭘 어쩌라는 건지.
‘각각의 장소에 힌트가 있으려나.’
나는 발목을 간지럽히는 꽃들을 제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중간 스치는 것들과 접촉해 변하는 풍경을 살폈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점은…….
‘다 비슷하네.’
풍경 자체는 달랐다. 바다거나, 강이거나, 하늘이거나, 지하거나. 돌로 된 집이거나, 나무로 된 집이거나. 분명한 차이는 존재했다. 다만.
‘전부 사람이 사는 마을 같은 풍경이었지.’
전부 사람이 살고 있을 법한 모습으로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꿈이라는 전제하에 사람이 사는 풍경이라…….”
이곳의 주인은 꿈이 곧 행복이라 하였으니.
‘행복한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꿈인가.’
문제는 왜 전부 다른 풍경을 보여 주는 것이냐인데, 그 이유는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알 수 있었다.
‘제각기 원하는 것이 다를 테니까.’
솔직히 풍경 자체는 알 바 아니었다. 풍경 속에 힌트가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였지. 결론은 없었다는 것이고.
‘그 어떤 풍경에도 힌트가 될 만한 건… 없었지.’
하늘에 휘황하게 뜬 달을 보며 얼마간 걷다 보니 꽃밭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두 아이가 보였다.
‘일단 전부 확인하는 게 나으려나.’
그렇게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것에 접촉하려 하자.
―건드리지 마.
후웅. 거센 바람에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넌…….”
남자아이의 모습을 한 것과 앉아 있던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의 모습이 변해 있었다.
초록색의 긴 머리와 양 뿔, 붉은 눈에, 목을 빙 두른 뿔과 그 뿔에 걸려 짤랑거리는 방울 장식, 끝이 털로 장식된 망토.
“넌 누구지?”
대충 보아 이곳의 관리자인 것 같다만, 일단은 물어보는 게 낫겠지.
―난…….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말을 잇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나는, 이곳 관리자 중 하나… 꿈의 조각 대리인…….
말을 잇긴 하나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지금껏 보았던 대리인들과 퍽 달라 보였다.
“그래서, 여긴 어딘데.”
―여긴… 여긴, 행복으로 이루어진 유토피아…….
유토피아?
‘풍경이 다른 이유가 그래서였네.’
유토피아는 완벽한 공간. 제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완벽한 공간이 되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안이 다른 풍경을 보게 하는 것인 듯했다.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쉽게 수용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뭘 하면 되는 거지?”
―당신이… 할… 일은…….
대리인의 말끝이 흐려짐과 동시에 고개가 푹 숙여졌다. 왜 저러는가 싶어 가만히 있자, 주변에 구름이 자욱해지기 시작했다.
‘공격하려는 건가?’
퐁. 작은 별 하나가 손 위에 튀어 올랐다. 다가올 공격에 대비하고 있으려니 휙! 대리인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정반대의 답을 내놓았다.
―이곳을, 파괴해 줘.
“…뭐?”
―말 그대로야. 이곳을 파괴해. 그게 네가 이번 층에서 할 일이야.
“…….”
말이 안 됐다.
물론 저것이 정말 내가 이번 층에서 해야 할 일일 수도 있었다. 다만, 이해가 안 됐다.
이 탑의 주인은 행복을 지나칠 정도로 추구했다. 동시에 꿈은 곧 행복이라 칭하였다. 그런 만큼 이곳, 유토피아는 그것의 마음을 충족시키는 곳일 터. 그런 곳을 부숴 달라고?
“정말 그게 이곳에서의 내가 할 일이야?”
―…정확히는 내 부탁이야.
“부탁?”
―그래. 내 독단이지.
“내가 그걸 굳이 들어줄 필요는 없다는 거네.”
―…그래.
“왜 그러려는 거지? 너는 분명 탑 주인의 수하가 아닌가?”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그러며 대리인은 제 옆에 있는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아이는 제 머리가 헝클어지는지도 모르고 꿈에 취한 채 홀로 떠들고 있었다.
“그럼 더욱 나를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 이곳을 파괴하라는 건 곧, 그 아이를 죽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거 같은데.”
이 층을 파괴하면, 동시에 층이 클리어될 테고, 층이 클리어되면 나는 탑을 올라 탑을 클리어한다. 그렇게 되면 저것도 죽고, 저 남자아이도 죽는다.
―그걸 원하는 거야.
“…왜?”
―행복만이 가득한 곳에서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건, 평생 망각하는 것뿐이니까.
“그게 상처와 불행 없이 행복할 방법인데도 그걸 끝내 버리겠다는 거야?”
―…이 아이는 그런 행복을 원치 않을 거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그건 모르는 법이지.”
―…그래서, 내 부탁을 안 들어주겠다는 거야?
“…글쎄. 하나만 묻자. 원래 내가 해야 했던 건 뭐야?”
―악몽 수거.
쓰레기 줍기 봉사 같은 건가.
“악몽 수거라는 건?”
―행복을 의심하는 새싹을 처리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야. 예를 들면, 나 같은 거.
“그렇다면, 여기서 네 부탁을 거절하게 되면 난 너와 싸우는 건가?”
―그래.
“하나 더. 꿈의 대리인인 네가 왜 처리해야 하는 존재가 됐지?”
―꿈의 조각. 조각이라는 말은 본래의 모습에서 흩어졌다는 뜻. 나는 그런, 완벽하지 않은 존재야. 그런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기에 의심했지. 이곳이 정녕, 행복한 곳이 맞는지.
그 말에 나는 의아했다.
“당연하게 할 수 있는 의심인데?”
―…그래. 너에겐 당연해 보일 수 있어도 우리에겐 아니야. 우린 꿈으로부터 만들어져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꿈을 의심하는 건 나의 탄생을 의심하는 것이고, 나의 부모를 의심하는 것이지.
심오하네.
―그렇기에 내 손으로는 이곳을 망가뜨릴 수 없어. 아니, 망가뜨릴 리가 없어. 몸 안에 심어진 ‘믿음’ 때문에 나는 대리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해야 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는데 말이야. 꿈으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건, 너희는 꿈 그 자체와 다름없다고 보면 되는 거지?”
―그래.
“내가 듣기로 꿈은 모든 이들을 수용하고 받아 준다고 하던데, 그럼 넌 받아들여졌다가 꿈으로 다시 태어난 거야?”
―이곳은 받아들여진 이만 있는 게 아니야. 꿈인 존재들을 받아들이기도, 꿈이 아닌 외부인들을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뜻이야. 다만, 받아들이는 건 꿈을 의심하지 않고, 꿈에 믿음을 가진 이들이었어. 그러니 꿈은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러나 그렇게 돼도 결국 의심은 피어나서, 악몽 수거를 하게 된 거고.
“그런데 넌?”
―…난, 꿈에서 태어나 꿈을 믿고 자란 것이지.
나는 그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 모순되는 부분이 있는 듯해 입을 열었다.
“넌 조각이라며. 그럼 본래의 모습이 있다는 거 아냐? 꿈에서 태어나 꿈을 믿고 자랐다는 거랑은 말이 안 맞는 것 같은데.”
―…본래는 조각이 아니었어. 나였지. 그러나 다른 것들과 합쳐져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고, 이내 흩어져 조각이 되었어.
간단히 말해, 여러 가지 재료들을 합쳐 음식을 만들었고, 지금은 그 음식에서 건져진 존재라는 건가. 본래 별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요리된 이후에는 그 음식으로 치부되는 것처럼.
―그래서, 거절할 건가?
“아니. 애초에 클리어가 목적이었던지라. 나도 여기 마음에 안 들어.”
처음에는 의심부터 들었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실히 해 주는 것과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에 들어줘도 나쁠 건 없어 보였다. 이 모든 게 연기라면… 글쎄 어차피 이곳을 부숴 버리는 것뿐이니 딱히 상관없지 않을까.
―…그래. 고마워. 이건 선물이야.
뚝. 대리인이 제 목에 장식되어 있던 방울 하나를 떼어 내게 건넸다.
―방울을 흔들며 원하는 장소를 생각하면 그 장소로 갈 수 있어.
…순간 이동 아이템.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아이템에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부탁을 받아 줬으니 가지라고 하고 싶지만… 내 몸의 일부라 내가 죽으면 사라질 거야.
에이씨. 그럼 그렇지. 내 운에 뭘 바란 것인지.
“…그러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도 그 사람한테 가나?”
―탑 안에 있다면. 단, 층을 이동하는 건 불가능해.
“그거까진 안 바랐고. 그런데, 이게 있다고 내가 이 층을 부술 수는 있는 거야? 애초에 이 층을 부술 수 있는 조건이 뭔데. 그 정도는 알려 줘야 나도 움직일 수 있을 거 같은데.”
그 말에 동의하는 듯 대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올려 뒤쪽을 가리켰다.
―…셀레브리런, 아론, 베게니트.
대리인이 알 수 없는 용어들을 중얼거리는 듯싶다가, 바람이 옅게 불었다. 이윽고 옅었던 하늘의 색이 까마득한 검은색으로 물들여지며 수놓듯 별들이 생겨났다. 동시에 끝도 없이 펼쳐졌던 꽃밭이 끊어지고, 저 멀리 하얗게 빛나는 무언가가 여러 개 솟아나 하늘로 뻗어나 있었다.
―저곳. 저기가 유토피아의 중심지야. 유토피아의 근원이자 꿈이 피어나는 곳. 저곳에서 저 근원을 전부…….
“부숴 버리라는 거구나.”
―…그래. 간단하진 않을 거야. 아까 말했다시피 난 조각. 즉 다시 말해, 나와 같은 조각들이 유토피아 곳곳에 있다는 뜻이야.
“그냥 방울을 흔들어서 이동한 다음에 근원을 부수면 되는 거 아냐?”
―조각은 근원에 닿을 수 없어. 너희는 닿을 순 있지만… 아마 조각이 밀어내서 닿지 못할 거야.
즉 조각의 힘인 방울로는 저곳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뜻이군. 조각이 밀어낸다는 건, 결계같은 건가.
―합쳐진 내가 아닌 이상 근원에 다가가는 건 어려워. 아니, 불가능하지.
“그럼 합쳐지면 되잖아.”
―합쳐진 건… ‘나’라고 할 수 없어. 그리고 합쳐져도 방울은 오롯이 조각인 나의 힘이니, 다가가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고.
“너와 같은 조각들이라 했으니, 다 각기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네가 아니라는 건가?”
―맞아. 그러니, 조각들을 전부 죽여. 합쳐지지 못하도록.
“…그 말 되게 웃긴 거 알아?”
―나도 조각이니 날 죽이라는 말과 같은 건 잘 알아. 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어. 만약 조각들이 모두 합쳐진다면 넌 저것에 닿을 기회조차 없을 테니. 위험한 싹은 미리 잘라 내는 게 맞아. 그리고… 나도 조각에 포함되어 있어서 하는 말인데, 날 죽일 거면 마지막에 죽여줘.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널 죽이면 방울이 사라지는데, 없애겠냐.
―…그래. 그럼, 잘 부탁해.
대리인이 눈을 감았다. 대리인은 이윽고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웃으며 남자아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