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0
90화
뭐 이딴 문제가 다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류천화 씨를 슬쩍 쳐다봤다. 류천화 씨가 보기 전에 답을 적어 버리는 게 나을 터.
‘…가늠이 안 가는데.’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이 지금껏 먹은 쌀의 개수를 아는가. 이 문제는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아, 잠만. ‘수’를 물은 게 아니라 수가 ‘어느 정도’인지니까…….’
종이에 손가락이 닿았다. 이윽고 손끝이 지나가는 대로 잉크가 써졌다. 적당히 휘갈기며 문장을 끝내자, 휘리릭. 텅 빈 페이지가 넘어가다, 어느 페이지에서 멈추었다. 멈춘 페이지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열쇠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이게 열쇠 조각인 걸까요.”
“아마 그런 듯한데.”
그렇다면 종이를 뜯어야겠지.
부우욱. 그림 페이지를 뜯자 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슨 문제였길래 답을 그리 빨리 쓴 거지?”
“어제 먹은 야식은 무엇이었는지요. 참고로 답은 안 먹었다예요.”
“참으로 쉬운 문제가 나왔군그래.”
“어제 먹은 점심도 기억 못 하는 사람이 간혹 있잖아요. 그런 걸 노린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무작위로 문제가 나오는 듯한데, 출제 의도를 모르겠군.”
류천화 씨는 그러며 언제 찾았는지 모를 새 책을 내게 건넸다.
“한 명이 찾고 다른 한 명이 푸는 게 더 효율적일 거 같아서.”
“그러니까 저보고 풀라는 거죠?”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풀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책을 찾는 속도를 따지면 나보다 능력이 더 탁월한 류천화 씨가 더 빠를 테니까.
나는 류천화 씨가 고개를 돌린 틈을 타 재빨리 책을 펼치곤 아까와 같이 써지는 글을 읽었다.
[형의 이름은?]“…….”
다행히 가벼운 문제였다. 이걸 문제라고 내는 것인지 의아했다만, 처음 문제보단 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책에 형의 이름을 쓰자 아까와 같이 열쇠 조각이 그려진 종이가 손에 쥐어졌다.
열쇠 조각을 모으는 일은 척척 진행됐다. 류천화 씨는 언제 책을 찾았는지, 내가 문제를 풀 때마다 책을 들고 와 내게 건넸다. 다행스럽게도 문제는 처음 나왔던 것 외엔 모두 멀쩡한 것들이었다.
문제는 대략 이러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몬스터. 내가 적은 답은 귀여운 외관과 달리 꽤 대단한 입을 가졌던 핑크 봉봉. 그 밖에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나 당장 죽여 버리고 싶은 것 등 애매하지만 답하기 쉬운 문제들이 나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열쇠 조각에 이 정도면 된 거 아닐까 고민하고 있을 무렵, 사서가 다가왔다.
―열쇠 조각은 열 개가 모였을 경우 하나로 합칠 수 있습니다. 열쇠 조각의 결합은 도서관 중앙, 도서 검색 비석으로 가시면 하실 수 있습니다.
“아… 예.”
참 본인의 일을 충실히 하는 몬스터네.
마침 손에 있는 열쇠 조각 종이가 딱 열 장이었다. 나는 열쇠 조각의 수를 확인한 뒤 사서에게서 들은 말을 류천화 씨에게 그대로 전달해, 도서관 중앙에 있는 비석으로 걸음을 향했다.
비석으로 다가서자 진회색빛이었던 비석 가운데가 정확히 종이 열 장이 들어갈 것 같은 사각형의 크기로 빛났다. 그리고 예상대로, 열쇠 조각이 그려진 종이가 그곳에 정확히 딱 들어맞았다.
[조각이 합쳐지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그 아래에 표시된 퍼센트가 채워지는 속도를 보아 완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나저나 유아한 씨는 어쩌죠?”
“열쇠 조각을 다 구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거겠지.”
“위험한 일에 엮인 걸 수도 있잖아요.”
“글쎄. 그 성격에…….”
류천화 씨가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차라리 위험한 일을 주도하고 있다면 또 모를까.”
“서로에 대한 평가가 최악들이시네요.”
“그런가. 내 생각에는 한지언 헌터가 특이한 것 같은데.”
“전 지극히 평범한 편이죠.”
“그건 아닌 것 같고.”
“…왜 제가 특이하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이유나 들읍시다. 어차피 열쇠가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승현 헌터의 교육을 들었다고 들었는데.”
“…듣긴 들었죠. 그런데 그게 왜요? 전 지금 류천화 씨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갈피도 못 잡겠네요.”
“승헌 헌터의 교육에서 헌터들은 본능에 충실한 편이라는 이야기 못 들었나?”
“아, 들었어요.”
딴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사실 잘 모르지만, 교육 중에 그런 내용이 아마 있을 것이다.
“그래. 그래서 특이하다는 거야. 유주한 헌터야 아직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본능이 깨어나지 않은 거라 할 수 있지만, 한지언 헌터는 문양을 개방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처음과 같더군.”
“…제가 본능을 안 내보여서 특이하다고 하시는 겁니까?”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짐승이 더 위험한 법이지.”
“짐승이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건 충성심을 드러내는 거겠죠.”
“그건 모르는 법이지.”
“인생 참 피곤하게 사시네.”
“다만 이해는 하고 있어.”
이해? 무슨 이해.
내가 고개를 기울이며 의문을 표하자 류천화 씨가 말했다.
“한지운 헌터의 동생이니 피는 속일 수 없나 싶더군. 집안 내력인 듯해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지화연 씨도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네요.”
“가족이니 당연한 거겠지.”
“그렇죠.”
“그것 외에 조금 특이하다 느낀 건, 생전 처음 듣는 몬스터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
“…네?”
“핑크 봉봉이었나.”
…언제 훔쳐본 건지, 참.
“아, 그거. 어떤 몬스터 보고 유명 캐릭터랑 비슷해서 멋대로 이름 지은 거예요. 그 이름이 뇌리에 박혀 있어서 쓴 것뿐인데. 그 몬스터의 진짜 이름은 저도 몰라요.”
애매하지만 답하기 쉬운 문제. 확실히 쉬운 문제들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들이 전부 이번 회차에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애매했다. 이걸 적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래서 류천화 씨 시선을 피해서 적었건만.’
그새 그걸 봤네.
‘…어디까지 본 거지.’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아까와 같이 입꼬리를 올린 표정을 유지했다. 여기서 의심을 받으면 귀찮아지기만 할 뿐이었다.
의심이 사라진 건지, 의심을 숨긴 것인지는 몰라도 류천화 씨는 이내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뭘 의심하시는 건지는 몰라도 저는 그냥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이에요.”
“스스로 선량하다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운 법이던데.”
“그런 건 좀 지나갑시다.”
그래, 나는 지금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선량한 시민이다. 열심히 삶을 사는…….
“어차피 나중에 다 죽을 텐데 사람들은 왜 열심히 살까요.”
“방금 본인 입으로 열심히 삶을 사는 선량한 시민이라 하지 않았나?”
“그냥 기다리기 지루한데 이런 얘기라도 나눠야 덜 지루하죠.”
“글쎄, 결국 답이 없는 논제 아닌가.”
“사람의 생각은 끝이 없어서 답이 없는 논제에 대한 토론의 와중에 간혹 그럴싸한 답이 나오기도 하잖아요.”
“사람이 죽는 건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인데 왜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내 의견이 궁금한 건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난 그저 풍족히 먹고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온지라. 그 꿈을 이루어 내고 난 후에는 그 꿈을 유지하려 했지. 열심이라는 생각은 특별히 안 해 봤군.”
“그럼 사람들은 왜 그리 꿈을 갈망할까요.”
“…글쎄.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된 욕망이 아닐까.”
“그럼―”
“사람에겐 왜 욕망이 있을까요, 같은 질문은 이제 그만해 줬으면 하는데. 철학은 취향이 아니라.”
“…….”
거참 야박하네.
“다만 나는 그리 생각해. 전생에 꿈을 못 이룬 자가 몇 번이고 환생해, 그 욕망이 그대로 이어지는 거라고.”
“철학은 취향이 아니더라니, 공상이 취향이셨어요?”
“아니면 이 세상이 어린아이의 뇌 속이라거나. 아이의 꿈은 풍족하니까.”
“…갑자기요?”
“결론은, 어차피 자신이 내리는 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그런 걸 묻는 건 그만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예에.”
거절 한번 길게 하네, 거참.
대화가 끝났을 무렵, 타이밍 좋게도 열쇠의 결합이 끝나 가고 있었다.
유아한 씨는… 죽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탑의 끝에서 만날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면 탑을 클리어하고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어차피 행방을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슬슬 이동 준비를―”
“비켜요!”
류천화 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익숙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다. 뒤이어, 쾅! 천장에서 튀어나온 유아한 씨가 굉음과 함께 도서관 바닥에 착지했다. 새 깃 같은 머리카락을 살랑이며 데이비드도 함께 아래로 내려왔다.
“드디어 나왔네!”
“유아한 헌터?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던 거지?”
“미로요.”
“…미로라면…….”
여기서 싸우면 보낸다고 했던 그 미로를 말하는 건가. 한데 유아한 씨와 데이비드는 왜? 그 잠깐 사이에 싸웠을 리도 없는데?
“문을 넘어오니 붉은 글씨로 앞에 이렇게 쓰여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왕의 물건을 탐낸 자, 벌이 있을지어니, 였나.”
“반대로 나는 왕의 물건을 함부로 건넨 자, 벌이 있을지어니, 였고.”
그러니까, 꿈의 파편을 건네주고 건네받아서 미로에 갔다 온 거라고…….
“두 번 다시는 가고 싶지 않네요. 찝찝해요.”
“어땠는데요?”
“벽과 천장, 바닥이 숨 쉬는 것처럼 움직이고, 끈적하고……. 어… 그냥 괴물의 배 속에 들어간 것 같았어요. 가 보면 아실걸요?”
“딱히 경험하고 싶진 않네요.”
“그러고 보니 이 층은 뭐 하는 곳이에요? 보기엔 도서관 같은데.”
“문제를 풀고 열쇠 조각을 모으는 곳이에요. 지금 딱 다 모아서 합치는 중이고요.”
“제가 많이 늦었네요.”
“어차피 다른 층에서와 같이 팀이라고 인식하면 같이 갈 수 있어요.”
“그건 다행이네요.”
대화가 마무리되던 차에 옆에 서 있던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아한, 빚 두 개 중 하나 지금 사용해도 돼?”
“…뭔데.”
“나도 너희 팀과 함께하게 해 줘.”
“그걸 말이라고 해? 그건 우리가 너를 같은 팀이라고 인식해야 가능한 거잖아.”
“하면 되잖아?”
“…그리고 두 사람의 의견도…….”
“나는 상관없다만.”
“저도 딱히 상관없어요.”
“그렇대.”
“…….”
떨떠름해하는 유아한 씨의 모습에 류천화 씨가 물었다.
“애초에 왜 거부하는 거지? 같은 편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다는 걸 잘 알 텐데.”
“그 같은 편이 친숙한 사람이어야 좋은 거죠.”
“충분히 안면을 튼 사이 아니던가?”
“안면을 튼 거랑은 다른 문제예요.”
“그럼 다수결에 따라서 데이비드 헌터가 우리와 함께하는 거로 하지.”
“잠깐…….”
유아한 씨가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쥐어 잡았다. 그러곤 한숨을 내쉬더니, 데이비드를 보며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데이비드가 무엇이냐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뒤통수치는 짓은 하지 마.”
“안 해. 그동안 날 뭐로 본 거야?”
“만약 우리 뒤통수를 친다면 푸른 포션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을 박탈해 버릴 거야.”
“독점 판매 무섭네. 알았어.”
조건까지 내걸었음에도 유아한 씨는 여전히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아한 씨가 저렇게 의심이 많은 이유는, 나름 추측할 수 있었다.
‘해외 헌터들한테 뒤통수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테니까.’
유일하게 던전에서 싸울 수 있는 S급 힐러였기에, 유아한 씨에게는 해외에서 협조 요청이 자주 들어왔다. 그러나 자국이 아닌 해외에서의 공략인 만큼 도중에 온갖 위협을 당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임시나마 동료인 사람의 배신일 터. 그래서 유아한 씨가 일면식이 있는 데이비드도 저리 의심하는 것일 터였다.
“열쇠, 완성됐네요.”
그때 비석 앞에 평범한 열쇠가 하나 떨어졌다.
“그나저나 출구는 어디일까요.”
“아까 봐 둔 문이 있어.”
류천화 씨가 말을 끝내며 공중으로 두둥실 날아올랐다. 나 역시 따라 몸을 띄웠고, 우리 둘의 모습을 본 두 사람도 따라 행동했다.
그렇게 우리는 도서관 꼭대기에 있는 문에 도착했다.
“그럼 열게요.”
“아한, 날 팀으로 인식하고 있지?”
“어.”
철커덕. 열쇠가 쉽게 돌아갔다. 갈색의 평범한 문으로 된 출구가 열리고, 다음 층의 입구가 열렸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