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07)
107 비싼 생맥
생맥 잔이 빈 잔으로 바뀌자, 가득 찬 새 잔으로 교체됐다. 기분 좋을 때 마시는 술은 보약이라고 했다. 못하는 술이지만, 마음껏 마시자.
연가시 같은 놈 생각이 잠시 났지만, 이내 지워 버렸다. 그놈 키보드질 잘못 한 대가로 경찰 조사 받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민사 소송까지 걸리면 기둥뿌리 뽑힐 걱정에 잠이 안 오겠지.
“아니, 지 사장. 그런 일이 있었나? 그 말대로라면 나도 관련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고작 1호 투자 기업 타이틀이 탐나서 로비라도 했단 말인가!”
연초부터 있었던 해프닝을 듣던 강호창 사장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를 엮어서 최대근 사장을 엿 먹이기 위해 난데없이 강 사장을 소환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순도 백 프로 거짓 기사이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 기자 고소하고 민사 소송까지 걸었으니까, 그만하면 대가 충분히 치를 것입니다.”
“나도 최대근 사장 만나 봤지만, 사람이 말이 많아서 그렇지 못된 짓할 사람 같지는 않더니만. 이거 총선 앞두고 아주 시끄러운 모양이구만.”
박준희 사장이 눈치껏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 광주 지역 언론이었는데, 혁신산단 1주년 특집 기사가 나왔더라구요. 혹시 그 기사도 그것도 관련된 것인가요? 기억으로는 정치권 알력 싸움으로 표류하던 혁신산단을 최 사장님이 뚝심 있게 이끌었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그 기사 보셨군요? 제가 이런저런 소스를 줬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박 사장의 눈빛은 늘 선해 보였지만, 지금 눈빛은 선망의 의미가 가득 담겨 있다. 내가 좀 멋져 보이나? 후훗.
“이야, 지 사장님. 수완이 대단하시네요. 어쩐지 그 기사에서 프라임일렉트릭이 아주 좋은 회사라고 나왔더니만, 역시. 근데 인터뷰는 왜 안 하셨어요?”
“회사라고 해 봐야 우리 회사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하. 그리고 회사가 조명 받아야지, 제가 언론에 나와야 뭐 좋을 일이겠습니까? 사장은 뒤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혁신산단 터줏대감이라고 하더니, 알고 보니 은둔의 고수였네요? 호호.”
제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 주세요. 술 마셨단 말입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사업가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술이 마약인지 누나 같은 여자로 느껴진다. 나도 참. 정신 못 차리네.
이성의 끈을 잡아 준 사람은 강 사장이다.
“그나저나 지 사장. 자재는 언제 그렇게 준비를 했나? 외함 직접 만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온갖 것을 다 하는 줄은 몰랐네.”
“아시다시피 우리 회사가 물량이 워낙 많지 않습니까? 일단 자재업체들이 제때 공급을 못하더라구요. 아주 골치였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바에 직접 해 보자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직접 하니까 수익도 높아지고, 뭐 지금까지는 잘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말이야 쉽지. 변압기 만드는 사람이 자재까지 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 하여간 지 사장은 진짜 인물이야.”
문자님이 없었다면 쉬운 일이 아니죠. 거기에 신통방통한 직원들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요. 후훗.
“사장님, 다른 것은 다 이해가 되는데, 부싱은 어떻게 직접 생산하세요? 가마라도 만들었어요?”
“가마 없이도 부싱 만들 수 있습니다. 바로 폴리머부싱이죠.”
“폴리머부싱요? 단가가 안 맞을 텐데요?”
역시 매서운 박 사장답게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난 이해 안 되는 일을 척척 해내는 사람입니다요!
“기술 개발하면 어려울 것도 없지요. 폴리머부싱이라고 해서 비쌀 이유가 없습니다. 기존 부싱과 동일 단가로 공급하겠습니다. 깨지지도 않고, 누유도 없는 부싱을 그 가격에 공급하면 만족하시겠지요?”
“깨지지 않는다니요? 외부로 노출되는 부위만 폴리머인데, 어떻게 안 깨질 수가 있죠?”
“우리 회사가 개발한 부싱은 일체형입니다. 그렇게 하고도 단가는 그대로입니다.”
박 사장이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워낙 말도 안 되는 것들을 만들어 냈으니 믿을 수밖에 없겠지만, 납득은 안 된다는 표정이다.
“하하. 잘 납득이 안 되시죠? 다음에 실물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안 깨지고 안 새는 부싱이 어떤 것인지요.”
폴리머부싱. 문자님의 계시대로, 나에게 짭짤한 맛을 선사했다.
최형택 부장이 태인산업 윤희웅 사장이 가져온 제조 설비 설계를 밤낮 가리지 않고 뜯어 고쳤다. 수정한 설계로 생산 원가를 뽑았더니, 폴리머부싱 단가를 크게 내릴 수 있게 됐다.
기존 애자 부싱과 동일 단가로 해도 마진 15퍼센트는 남는다. 우리 물량만으로도 짭짤한데, 조합 회원사로 판로를 키우면 제조 원가는 더 떨어진다.
맥주엔 짠 안주가 제격이라더니, 맥주 원샷이다!
박준희 사장의 계속된 질의응답과 스무고개에 강호연 사장 귀가 움찔움찔한다. 왜 또?
“가만가만, 폴리머부싱이라고 했나? 그거 혹시 변압기용으로만 생산하나?”
“일단은 변압기용으로만 제작할 생각인데, 뭐 필요하신 것이 있습니까?”
“자네, 내가 변압기만 파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부싱 필요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나한테 얘기를 했어야지! 허허.”
물 들어와 노 젓고 있는데, 강 사장이 배에 모터를 달아 주려는 것인가!
안성파워를 생각하지 못했다. 대한전력에 변압기 말고도 개폐기, 피뢰기, 리액터 등을 납품하는 회사라, 부싱을 어마어마하게 쓴다. 돈 냄새가 어디서 이리 심하게 나는가 싶더니, 내 앞에 이 사람에게 나는 냄새였구나!
“하하. 제가 우리 물량만 생각하다 보니 강 사장님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폴리머부싱을 그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면, 나와 당장이라도 미팅을 했어야지! 내 당장 우리 이사 보낼 테니, 바로 우리 회사에 공급할 수 있게 해 주게. 자네 재미 많이 보게 해 줄 테니까!”
맥주 맛이 짭짤할 지경이네. 폴리머부싱 판매를 변압기뿐 아니라, 송ㆍ배전기기 전체로 확대할 절호의 기회이다.
회사가 얼마나 커질지 모르겠다. 1년 동안 부싱 부지런히 팔아도 매출은 넉넉하게 5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100억은 우습게 넘게 생겼다. 문자님 감사합니다!
“기술 개발만 하고 아직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개폐기 등에 들어가는 부싱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많이만 사 주십시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안 그래도 부싱이 하도 깨져 나가서 홧김에 폴리머부싱으로 죄다 바꿀까 생각 중이었다고. 싸게만 해 준다면 당장이라도 적용해야지! 지 사장 자네는 아주 복덩이야, 복덩이!”
오늘따라 강 사장이 너무 호탕하게 웃는다. 이제 강 사장에게 있어 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이다. 완벽한 내 편이다.
“얘기 들어 보니까, 최근에 부싱 파손으로 변압기 수리 물량이 늘어서 대한전력이 골치 아파한다고 하던데요.”
“맞네, 맞아. 내가 춘배한테 넌지시 얘기해 놔야겠어. 춘배 그놈 아주 좋아할 것 같아.”
박 사장이 좋은 소식을 전해 줬다. 대한전력이 부싱 파손에 골머리를 앓는다면, 폴리머부싱 적용은 완벽한 솔루션이 될 것이다. 대한전력의 아세트아미노펜.
역시 문자님은 신통한 분이시다. 아직 진행 중인 숙제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내심 기대된다. 문자님! 우리 오래가자!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박준희 사장이 계속 나만 바라본다.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다.
1년도 안 된 사이에 급속도로 발전해 버린 우리 회사에 대한 궁금함뿐인가? 그 발전을 견인한 사장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함은 없어?
“사장님, 부싱체결기는 뭐예요? 아까 사장님들께서 웅성웅성하시던데요.”
“준희 너도 지 사장 공장 가서 봤어야 해. 그 조그마한 것이 참 신기하데. 지 사장은 대체 어디서 그런 걸 만들어 오는 겐가!”
공장 견학에 합류하지 못했던 박 사장이 부싱체결기 얘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오늘 나한테 이래저래 실망하겠다 싶다.
나 도와주겠다고 그리 적극적이었는데, 내가 여전히 경계하는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눈이 부셔서 못 쳐다보는 것이지, 경계하는 것은 아니야. 특별히 두 분께만 부싱체결기 살 수 있는 귀한 권리를 줄 테니, 오해는 마시길.
“제가 신년회 때 부싱체결기도 판매하겠다고 할지 고민하다가 말았는데, 두 분께는 고민하지 않겠습니다. 저 많이 도와주시는데 그 정도는 당연히 해 드려야죠.”
“안 봐서 모르겠는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요?”
“이 사람아! 부싱을 그냥 알아서 조여 주더라니까. 조립이 얼마나 빨라지는 줄 아나? 내가 예전부터 현장 가서 직접 하나씩 해 봐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사장님, 저도 현장 가서 부싱 너트 조여 봤어요!”
“해 봤어? 그래, 해 보니까 어때? 힘들지? 그걸 기계가 대신 조여 준다고 생각해 봐.”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이 부녀 사이 같네. 자, 이제 가격 협상에 들어가 볼까나.
“지 사장님은 정말 알면 알수록 신기한 분이네요. 저랑 강 사장님 돈 뜯어내려고 작정한 사람 같아요. 하하. 부싱체결기는 얼마에 파실 건가요?”
박 사장 눈이 그새 시크릿쥬쥬 셀카폰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의 눈빛으로 돌변했다. 수박이 멜론도 됐다가 코코넛도 됐다가, 아주 다채롭다.
“하하. 제가 잠깐 설명을 드리면, 주상변압기 기준으로 부싱체결기 1대가 시간당 70대는 조립합니다. 만들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서너 사람 몫은 거뜬히 합니다.”
“사장님, 저 자동권선기 돌리고 있잖아요! 안 봐도 대박인 것 아니까, 얼마에 파실 것인지 얘기해 보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가격이 많이 높아서 말씀드리기 그렇습니다만…… 대당 1억 원입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계산기 두들기고 있다는 뜻이렷다. 누구 계산이 빠른지 지켜보자. 이번 대결은 강 사장 승리!
“지 사장. 10대 사겠네. 10대 해서 12억 원!”
“네? 10대면 10억 아닙니까?”
“사는 사람이야 싸게 사면 좋지만, 사업가라면 가치에 맞는 가격을 치러야지 않겠나? 자네가 우리 도와주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헐값에 넘기면 되겠나! 사업을 할 때는 매몰차게 해야 해. 자네는 너무 사람이 좋아서 탈이야.”
이거 참. 너무 세게 부른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도리어 헐값이라고 돈을 더 주겠다니.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자동권선기처럼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빨리 해 달라는 뜻도 있으니까, 당장 만들어서 보내 주게.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회사는 하루 종일 부싱만 조이고 있어야 한단 말이네.”
“하하. 알겠습니다. 나주 공장 준공 전까지 맞춰 보겠습니다.”
“사장님, 제가 한발 늦었네요. 전 3대 할까 하는데요. 아이 참, 강 사장님!”
“왜 또!”
“사장님께서 가격 더 높이시면 어떻게 합니까!”
“넌 왜 나한테 그러니? 그만한 가치가 있어. 고민하고 말 것도 없어.”
“강 사장님이 사업은 매몰차게 해야 한다고 하니까, 저는 그냥 대당 1억에 살게요. 하하.”
부싱체결기 13대를 팔아 15억 원을 챙겼다. 15억 원짜리 술자리라 그런지, 맥주가 술술 들어간다. 마진 90프로짜리 장사라니. 문자님! 알라뷰 소마치!
아주 비싼 생맥주를 마셨으니, 내일부터 엄청 바빠질 것이다.
자재 생산량을 지금보다 2배가량 높여야 하고, 자동권선기와 부싱체결기도 정신없이 만들어야 한다. 직원도 20명은 당장 뽑아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공장이 지금 크기로는 어림없을 것이다. 생산동을 2층으로 나누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돈은 엄청 버는데, 왜 이리 나갈 곳이 많은지 원.
“지 사장,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 또 무슨 무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하하.”
강 사장은 우스개 소리로 꺼냈겠지만, 이미 무서운 것을 만들어 냈다.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컴팩트지상변압기도 있고, 공장장이 개발한 각진 코아도 있다. 아몰퍼스변압기도 고효율로 개발할 테니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