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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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130화>130 진짜 축구장
5월의 영산강은 느린 유속과 꽃이 어우러지며 신선이 내려왔을 법한 자태를 뽐낸다.
버드나무는 강물에 비쳐 키가 두 배로 자라났고, 그 사이로 관상 양귀비며 금계국 꽃이 버드나무의 키 커짐을 시샘하며 자태를 뽐낸다.
“영산강이 예전에는 똥물이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아주 좋아졌네요. 역시 잘 살고 봐야 해요.”
“예전에야 환경 보호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냥 냇가에다 쓰레기 버리고, 그 똥물에서 물장구치고 그랬지.”
태양전기 OB 멤버들이 태양전기 몰락을 자축하기 위해 영산강 홍어거리에 모였다. 가게 입성 전에 석양을 잡아끌고 있는 영산강변에서 소득과 환경의 상관관계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자, 자, 여기 들어가시죠. 여기가 아는 형님네 가게인데, 음식 맛이 아주 좋습니다. 오늘 공장장님이 한턱 쏘기로 했으니까 맘껏 드시죠!”
“하하. 오늘 코가 뻥 뚫리겠구만!”
태양전기에서 도망 나온 다섯 멤버. 나, 공장장, 김희철 사장, 유재준 이사, 이상철 이사.
나 빼고는 최소 10년 이상 태양전기에 다녔던 사람들이다. 태양전기가 싫어 나왔지만, 청춘을 바친 회사이기에 상념에 잠겼을 것이다.
막걸리 잔이 채워지자 공장장이 사회를 맡았다.
“오늘 사장님한테 전해 들었는데, 태양전기가 부도났대. 난 솔직히 기분이 아주 좋아. 오늘 아주 코가 삐뚤어지게 마시자고. 자, 원샷!”
“건배!”
잔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생각이 많을지라도 연민이나 회한은 아닌 모양이다. 정말 다들 침 뱉고 나왔나 보네.
“공장장님, 제일 고생 많았어. 난 진짜 우리 형님 아니었으면 거기 몇 번이고 불 질렀을 거야. 형 알잖아? 그 추운 겨울에 난로가 없어서 나무 구해다가 불 피우면서 일하고.”
“진짜 지독했지. 내가 그래서 내 돈으로 난로 사 왔잖아? 애들 돼지고기 사 먹일 돈으로 난로 샀다고 마누라가 어찌나 뭐라고 하던지. 내가 추워 죽게 생겼는데 고기 좀 안 먹으면 어때? 안 그래?”
“그때 진짜 형 아니었으면 동상 걸려서 손가락 몇 개 잘라 내야 했을 거야. 막걸리를 발로 마실 뻔했다니까? 하하.”
태양전기의 짜디짠 밥을 20년 넘게 먹은 공장장과 이상철 이사가 김희철 사장도 없었던 아주 옛날, 전설 같은 얘기로 운을 띄운다. 저 얘기 이미 99번을 들었으니까 이제 100번 채웠네.
“진짜 최 사장님은 너무 짰어. 돈도 많이 벌었으면서 왜 그리 돈 욕심이 많았는지 원.”
“재준이 인마. 최 사장이 누구야? 최홍집이? 최현아? 누구건 뭐 좋다고 사장님 사장님 그래?”
착하디착한 유재준 이사가 사장님 소리 한 번 하니까 이 이사가 눈이 뒤집힌다.
공장장과 친형제나 진배없는 이 이사는 태양전기 시절 파이터를 마다하지 않았다. 공장장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자 대놓고 반기를 들며 공장장을 위로했던 사람이었다.
“공장장님이랑 김 사장님, 이 이사님은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저는 3년 일한 걸로 진이 빠지고 넋이 나갔는데, 어떻게 20년 넘게 버티셨어요?”
“사장님! 나는 왜 빼? 나도 10년 넘게 있었어!”
“유 이사님은 현장에서 조립만 하셨잖아요. 이 형님들은 날마다 최 씨네 대면하면서 얼마나 갈굼당하셨는데요?”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하는 것이 아니라, 호구가 된다.
공장장, 김 사장, 이 이사는 20년 넘게 호구로 살아왔다. 호구 형제를 위로하니 유 이사가 왜 자기를 빼먹느냐고 억울해했지만, 저 세 사람에게 감히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래, 우리 사장님 말이 맞어. 재준이 넌 최가네랑 상종을 안 했잖아? 어휴, 한 번 불려 가면 진짜 씨발이라니까. 무릎 꿇고 잘못했다는 소리 나올 때까지 밤새도록 지랄을 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했다고 해야 한다니까!”
매일 영업 실적으로 들들 볶였던 김 사장이 몸을 부르르 떨며 과거를 회상한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창업주 최홍집의 지랄은 잘 모르지만, 최현아 지랄은 아주 잘 안다. 내가 오죽했으면 정신과 상담까지 생각했을까.
“최홍집 그 양반이 처음엔 그 정도는 아니었어. 밖에서는 욕먹었어도 일단 회사는 키워 냈잖아? 그래도 그때는 일할 맛 났지. 상철아. 열악하긴 했어도 재미는 있었잖아?”
“아이고, 형이야 재밌었지. 씨발, 그때 뭐 잔업 수당이 있었어, 아니면 월급을 많이 주기라도 했어? 난 진짜 형 아니었으면 공장 불 질렀을 거라니까?”
“하하. 그래, 상철이 네가 고생 많았지. 그 박봉으로 허구한 날 기름 묻히면서 고생 많았다.”
“요즘 우리 마누라가 아주 살판이 났어. 아파트 살지, 기름 엄청 먹는 시커먼 차 생겼지, 한 달에 오백씩 갖다 주지, 아주 신이 난 거야! 하하. 우리 사장님, 아무쪼록 만수무강하십시오.”
대화 주제가 돌고 돌아 나로 귀결됐다. 태양전기 시절보다 일은 아주 많아졌지만, 엄청나게 달라진 대우 덕분이다. 태양전기 욕할수록 나에 대한 칭송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흐뭇하다, 흐뭇해!
“만수무강해야죠. 다들 역대 연봉 받으면서 살자구요. 하하하.”
“너네들, 우리 사장님한테는 진짜 무덤 갈 때까지 잘해야 한다. 이런 회사 없어. 희철이 너한테도 우리 회사 자리 없냐고 전화 많이 오지?”
“아이 그럼. 돈 많이 준다는 소문 듣고 전화들 하는데, 사장님한테 아예 말도 안 했어. 우리 사장님이 거들먹거리는 사람 안 좋아하잖아? 하하.”
“잘했어. 일만 하느라 연애도 못하고 있는데, 그런 쓰잘데기 없는 것까지 얘기하지 말어.”
공장장과 김 사장의 대담이 어째 칭송이 아니라 구박 같다. 결혼 적령기인 내 거취에 대해 관심들이 많군. 나중에 애 낳으면 한 달씩 애 보게 할 테니까 각오하시라.
“아무튼 태양전기 망했다고 하니까 기분 좋다야. 희철이나 상철이는 잘 알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을 했냐? 진짜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했는데, 어떤 대접을 받았어? 난 할 만큼 했으니까 빚진 것도 없고! 잘 망했어!”
“난 말여. 진현이나 윤철이나 그놈들이 더 얄미워. 아니 형이 얼마나 잘해 줬어? 근데 끈 떨어졌다 싶으니까 최 사장 앞에서 알랑방귀 뀌면서 아부 떠는 것 봐. 내가 그놈들 아구창 못 날리고 온 것이 한이야.”
“생각하면 뭐 해? 마셔. 마시고 다 털어 버리자고.”
최현아가 사장이 되자마자 공장장은 손발 잘려 사무실에서 설계나 죽어라 하게 됐다. 이 이사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난리였지만, 동조자가 없었다. 감투와 권력에 넘어간 부장들이 완장질을 시작하던 것이 그때부터였다.
최현아의 지랄질과 부장들의 완장질이 극에 달했던 2년 전, 난 문자님을 만났다. 우리 구세주 문자님! 감사합니다.
막걸리 한 잔 원샷 때리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날씨도 좋고, 안주도 좋고. 술이 술술 들어간다.
“형님들, 이제 우리 밝고 즐거운 얘기만 하시죠. 우리 못되게 군 태양전기는 망했고, 우리는 이렇게 잘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그래. 자, 다시 잔 채우고. 지정수 사장님. 영원히 지 과장일 줄 알았던 우리 정수! 우리 사장님 위해서 또 한 잔 들이켜야지! 자, 건배!”
술이 술술 들어가지만, 섭취량이 누적되니까 데미지가 적잖다. 작년 겨울에 이 집에서 막걸리 들이켜다가 쓰러진 기억이 생생하다. 이거 좀 불안한데.
“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회사 차리면서 우리 형님들 대우는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월급은 지금보다 더 드릴 겁니다. 근데 제가 월급쟁이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잘 대접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얘기해 주세요.”
“거참. 사장님! 잘하고 있다니까! 그나마 내가 다른 회사들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잖아? 이렇게 대우 잘해 주는 회사 없어. 그러니까 그런 고민 안 해도 돼. 오케이?”
“우리 와이프가 좋아한다니까! 와이프가 좋아하면 그걸로 된 거야. 우리 사장님은 여자 걱정이나 하셔. 하하하!”
김 사장과 이 이사가 연달아 괜찮아 경쟁을 펼친다.
그렇다면 안심이다.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 들을 리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한다.
아닌가? 유 이사가 뭔가 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말 나온 김에 건의 사항 하나 얘기해도 될까?”
“너 인마! 막내 주제에! 사장님이 이뻐한다고 기어오르지?”
유 이사가 입을 열기 무섭게 구박이 쏟아진다. 태양전기 OB 팀의 영원한 막내. 유 이사보다 네 살 많은 김 사장은 천운을 얻었다. 유 이사 없었으면 환갑 때까지 막내 취급 받았을 것이다.
“이사님한테 그러지 마세요. 우리 회사에서 돈 제일 많이 버는 분입니다. 하하.”
“그래? 그렇다면 내가 암말 못하지. 어디 두고 보라고. 내가 코아니 SPRD니 쎄 빠지게 만들어서 떼돈 벌어 올 테니까!”
구박으로 딜을 넣던 이 이사가 바로 꽁지를 내렸다. 돈 많이 벌어 오는 사람이 형님인 법이지. 가장 큰 공인 자동권선기 제작만으로도 유 이사는 우리 회사 맏형이다.
“이 이사님 부지런히 벌어 오세요. 제가 아주 애지중지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유 이사님, 하실 말씀은 뭔가요?”
“아휴, 말 한마디 하기 힘드네. 내가 한 5년만 일찍 태어날 걸 그랬어. 하하.”
“막걸리 한 잔 받으시고, 말씀하시죠.”
살짝 찌그러진 잔에 넘치게 담은 막걸리를 원샷 한 유 이사가 건의 사항이라는 것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내가 유튜바 보다가 어느 회사 소개 영상을 봤는데, 와 죽이더라고. 회사에 축구장이 있더라니까? 이런 중소기업도 있구나 싶었는데, 부럽더라고. 우리도 뽀대나게 어떻게 안 될까?”
“회사에 축구장이 있다구요? 와우. 그거 탐나는데요?”
“잠깐만. 내가 보여 줄게.”
유 이사가 보여 준 핸드폰 화면에는 회사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연매출 3천억이면 중소기업이라고 하긴 뭐한데, 그래도 축구장이라니! 확장 이전한 공장에는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이 달려 있고, 으리으리한 사무동 옥상에는 축구장. 내가 꿈꿨던 공장이다!
“이거 아주 맘에 드네요. 언제까지 아스팔트에서 축구해야 하나 싶었는데, 축구장 아주 부럽네요.”
“장난 아니지? 우리 사무동이랑 생산동 옥상 천 평 정도 해서 축구장 하나 만들면 어떨까?”
“축구장이 천 평밖에 안 합니까? 105미터에 폭 68미터니까 2천 평이 넘을 텐데요?”
“그건 피파 규정이야. 뭐 프로 축구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고, 유소년 축구장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아.”
축구장 탐나네. 다른 멤버들 표정도 나쁘지 않다. 축구라면 환장하는 아저씨들이니 혹하긴 하겠지.
“인마. 축구장은 뭐 거저 하냐? 월드컵 때 봐 봐. 경기장 하나 짓는 데 몇백억씩 깨지는데 우리가 뭔 수로 축구장을 만들어?”
“아, 진짜. 상철이 형 오늘 무자게 갈구네. 내가 뭐 경기장 지어 달라고 했어? 인조잔디 까는 것 얼마 안 해. 넉넉잡고 평당 5만 원인가? 그 정도면 할 만하지 않겠어? 형도 축구 못해서 안달이면서.”
“그거밖에 안 해? 이거 오늘 공격이 안 먹히네. 공장장! 술이나 잔뜩 따라 줘. 오늘은 재준이가 왕고네, 왕고여.”
평당 5만 원이라. 천 평이면 5천만 원. 태인산업 새 공장 짓는 중이니까 설계 변경해서 축구장 만들면 1~2억이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합시다. 태인산업 새 공장에 축구장 지을 수 있게 준비만 해 둘게요. 돈은 넉넉하니까 걱정 마시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또 뭘 하려고 조건을 달어? 우리 사장님도 가만 보면 뭐 내거는 거 참 좋아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하하. 다음 달에 안성파워랑 체육 대회 하기로 했지 않습니까? 거기서 이기면 바로 축구장 착공 들어가겠습니다.”
“좋아좋아! 축구장 아니더라도 안성파워는 무조건 이겨야지. 내일부터 특훈이야!”
공장장의 선전 포고가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감질 난다며 주종이 소주로 바뀌었다. 술 섞이니까, 이거 아주 죽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