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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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238화>238 법치료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좆소기업’이라는 멸칭을 받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괜찮다 싶은 아이템은 대기업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다. 잘나간다 싶으면 어느새 대기업이 유사 제품을 만들어 버리니, 살아남을 재간이 없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싸우는 것보다 대기업 품안에 들어가길 원한다. 하청업체만 돼도 먹고살 수 있을 것이란 근자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가 되는 순간 회사는 성장하지만, 피가 말린다. 원가 산출한다며 초시계 들고 다니는 대기업 과장, 대리들에게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굽실굽실. 그렇게 아부를 해도 결정된 원가는 깨진 유리창에 신문지 붙여야 할 정도로 야박하기 그지없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차라리 직원 보고 죽으라는 결론을 낸다. 강약약강인 좆소기업 사장 사고방식이 그렇다. 악에 받쳐 사업하다 보니 악이 된 것인지…….
“아니, 지들이 죽겠으면 대기업한테 가서 지랄을 해야지, 왜 직원한테 지랄인데?”
덕준이와 우리나라 ‘좆소기업’들 문제를 토론했다. 담배 피우다 아무 말이나 하다 보니 나온 것이긴 하지만. 덕준이는 대번에 화부터 냈다. 그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그러잖아. 일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없으면 외국인 뽑으면 그만이자나. 대기업한테 존나 당해도 인건비 쥐어짜면 돈은 만질 수 있으니까.”
“그지 같은 새끼들. 그러니까 쉽게 사업하겠다고 이 바닥에 업체들이 몰리는 거 아녀?”
덕준이 말이 맞다. 중소 제조업 현실이 이렇다 보니, 법이 보호해 주는 안전빵 시장에 몰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변압기 업계가 이 모양 이 꼴이다.
“최근에 업체가 많이 늘긴 했지. 나도 뭐 그중 하나라 뭐라 하긴 그렇지만, 업체가 너무 많아지긴 했지.”
“거래처 다녀 보니까 진짜 별의별 회사가 다 있더만? 민수 쪽은 제조만 백 개는 넘을 거야. 수리하는 업체까지 치면 더 많고. 하청하는 회사도 엄청나잖아?”
“관수만 해도 50개가 넘었어. 몇억이라도 매출 보장된다고 하니까 다른 업종에서 넘어오는 회사들 꽤 늘었지.”
중소형 변압기가 대기업의 강한 반발을 물리치고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업체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늘어났다.
시장 규모가 1조 원도 안 되는 이 바닥에만 백여 개 넘은 업체가 아옹다옹하고 있다. 진입이 쉽지 않은 대한전력 관수시장도 포화를 넘어 폭발 지경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회사는 진짜 대박이긴 하다. 그치?”
덕준이가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뿌듯해도 된다. 이 박 터지는 시장에서 우리 회사는 혜성처럼 등장해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문자님 덕이 가장 크지만, 내 덕도 상당하다고 자부한다. 후훗.
“사장님아. 우리 회사 잘나가는 거 생각해 보면 중전기조합 그 새끼들이 지랄할 만하네. 그치?”
“그렇지. 지금까지 관수시장 확 쥐어 잡고 꿀 빨다가 우리 회사 생긴 뒤부터 내리막길이니까 미칠 노릇이겠지.”
덕준이는 중전기조합 얘기만 나오면 의욕에 불타오르는 얼굴이다. 악에 받쳐 악이 된 놈들과 싸우는 일을 즐기는 전사의 모습이다. 우진택 그놈한테 싸다구 한 대 맞은 것이 덕준이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것일까?
“그 새끼들 지랄할 거 생각하면 짜증 나긴 한데, 사장님아,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냐? 요즘 회사 일이 너무 순조롭긴 했어. 가끔씩 요동치고 그래야 일할 맛이 나지.”
“그렇지. 그런 맛도 있어야지. 기다려 봐. 중전기조합 그놈들이 최후의 발악을 할 테니까.”
“좆소기업이 지랄해 봐야 거기서 거기지 뭐. 그건 좀 아쉽다. 너도 알잖아? 그놈들 끽해야 대한전력 몰려가서 시위하는 거 말고 더 있어? 크크.”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때야 살 만할 때 했던 지랄이고, 지금은 죽게 생겼을 때 하는 지랄 아니냐? 동귀어진할지도 모른다고.”
역시나였다. 덕준이와 중전기조합 지랄질의 향방을 얘기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움직임이 드러났다. 설을 일주일 앞둔 날이었다.
“네! 강 사장님!”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 사장. 이거 혹시 녹음되지 않지?”
다짜고짜 녹음 유무부터 묻는 강 사장. 느낌이 쎄하다.
“그럼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아까 춘배랑 점심을 먹었는데, 자네한테 전해 줘야 할 것 같어. 춘배가 직접 얘기하면 안 될 것 같은지 나를 통한 것 같더라고.”
2연타로 뜸을 들이는 것이 괄약근에 힘 빡 주고 긴장 좀 해야 할 것 같다.
“네, 말씀하시죠.”
“중전기조합이 대한전력을 고발했어.”
“네? 고발요? 하하하.”
고발이라는 터무니없는 짓을 벌인 중전기조합의 발악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되든 안 되든 일단 들쑤시고 보자 이거군?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니야.”
“그놈들 하는 짓이 어이가 없네요. 대체 뭘로 고발을 했답니까?”
“SPRD 있지 않나? 대한전력이 그걸 3만 원씩에 구매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거야. 그 사업을 추진한 춘배랑 준길이랑 몇 명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까 업무상 배임ㆍ횡령이라는 거지. 나 원 참.”
“아니, 그 사업 추진할 때 제품이 우리 것밖에 없었고, 단가도 원가, 적정 마진 다 따져 가면서 정한 것인데, 무슨 그런 말 같지도 않은 걸로 시비를 겁니까? 그리고 대한전력 사장은 허수아비랍니까?”
대한전력 이춘배 부사장이 예상보다 단가를 후하게 정해 주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야매로 하지 않았다. 실사도 거쳤고, 대한전력의 복잡한 규정 다 따져 가면서 책정된 것이다.
중전기조합의 지랄을 예상하긴 했지만, 말 같지도 않는 걸로 시비를, 그것도 생각만 해도 짜증 나는 법적 분쟁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또 뚜껑이 열린다. 연초부터 스팀 나오게 하네.
“흥분하지 말고. 내가 춘배도 그렇고,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아무 문제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 근데 춘배가 얘기하는 것이 그렇지 않더라니까.”
무선 신호로 건너오는 강 사장의 목소리가 예전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친형제나 다를 바 없는 이춘배 부사장과 아들처럼 여기는 나를 걱정하고 있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사장님이 걱정하시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까?”
“그 프로젝트 최종 승인은 사장이 했지만, 부사장 전결로 된 것도 꽤 있어. SPRD를 꼭 집어서 고발한 것이 그런 사정을 알고 있다는 것인데, 춘배는 성호 그놈이 뒤에서 봐주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결국 우리 예상대로 중전기조합이 김성호와 손을 잡고 뭔가를 꾸민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지. 근데 말이야,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됐는데 경찰로 안 보내고 직접 수사를 할 모양이야.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닐 수도 있어.”
듣자 하니 그럴싸한 그림을 만들려고 고심깨나 한 것 같다. 검찰에 로비도 좀 한 것 같고.
그래도 너무 억지스럽다. 제아무리 막강권력 검찰이라도 없는 죄를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뭐 압수수색당하고 조사도 받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가 아닌 것을 죄라고 하지는 않겠죠.”
“일단 지켜봐야겠지만, 마냥 안심하긴 그래. 검찰이 뭐 하나 물었다 싶으면 아주 작살을 내지 않나?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판이니, 춘배가 그걸 걱정하는 거야. 아주 몇 년을 들들 볶을 수도 있다고.”
“그놈들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죠. 부사장님도 연줄 다 동원해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는 거지. 특히 자네나 나같이 회사 운영하는 사람들은 검찰한테 들들 볶이면 회사 문 닫는 거 순식간이야.”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 없다지만, 저는 먼지 하나 없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진실을 말했다. 검찰 할아비가 와도 무서울 것이 없다. 길 가면서 침 한 번 뱉은 적이 없다.
회사도 그 수많은 규제 다 지켜 가며 운영했다. 왜 돈 벌 수 있는 길을 마다하냐는 세무사의 충고도 무시할 정도로 말이다. 나같이 건강한 사람에게 법치료가 웬 말이냐!
“그래. 자네 같은 사람 없는 거 내가 아주 잘 알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변호사 좀 알아 두라고. 사건 배정되자마자 바로 압수수색 나올 수 있으니까. 내가 잘 아는 변호사 소개해 주고 싶은데, 다들 서울에 있어서 당장 도움이 안 될 거야.”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분간 춘배랑 연락은 하지 말라고. 오이 밭에서 신발 끈 매진 말아야지.”
통화가 끝났다.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저놈들의 지랄질이 시작됐으니, 나도 화끈하게 반격해야지. 니들이 알량하게 법을 들고 나온다면 나도 똑같이 해 주마. 법지랄엔 법치료가 제격이지.
일단 임필성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저 프라임일렉트릭 지정수입니다.”
“아, 네. 지금 사무실 들어가는 길인데요, 조금 이따 전화드리겠습니다.”
자문변호사라고 해서 우리 회사 일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도 쉽지 않다. 회사가 더 커지면 변호사 한 명 직원으로 둬야겠어.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걸려 왔다.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음. 검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했다면 뭔가 냄새를 맡았다는 얘기일 텐데…… 뭐 곧 움직일 수도 있겠네요.”
“뭐 더 해 주실 말씀은 없습니까? 검찰에서 압수수색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고발했다고 바로 수사 들어가진 않아요. 일단 지켜보자고요.”
임 변호사의 덤덤한 목소리에서 희망이 찾아왔다. 잘 놀라지 않는 성격일 수 있지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뉘앙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 땐 그 정도야 검토할 것도 없이 무혐의 때리는 것이 맞아요. 바빠 죽겠는데, 어떤 미친놈이 그걸 붙잡고 있겠습니까?”
찾아온 희망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뇌리엔 무혐의란 단어만 남았다. 그래도 일단 돌다리를 두들겨 보자고.
“그래도 어거지로 들쑤셔서 일 키우는 검사도 있지 않습니까?”
“하하. 미친개처럼 물어뜯는 놈도 있죠. 그러니까 일단 지켜보자고요. 사건 배당이 어디로 되는지 보면 대충 답이 나오니까.”
“사건 배당에 따라 대략 윤곽이 나옵니까?”
“냄새가 난다 싶어서 내사 들어갔는데, 별거 아니다 하면 형사부로 보내서 대충 뭉개다가 무혐의로 종결할 겁니다. 그게 아니면 골치 아파지긴 하는데, 그럴 급도 아니고, 지금 상황이 뭔가를 꾸미기엔 타이밍이 좋은 시기는 아니니깐…… 일단 기다려 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상황 좀 지켜봐 주시죠.”
“네, 그러죠. 참, 혹시나 압수수색 들어오면 잘 얘기해서 집행 멈춰 놓고 바로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12분 맞습니까?”
“그러네요. 이젠 알아서 잘하시네요. 하하.”
22,000원짜리 전화 통화가 끝났다. 분 단위로 끊는 자문료 청구는 확실하군.
돈 꽤 밝히는 것 같지만, 깔끔한 것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진짜 돈 밝히는 사람이었다면, 12분짜리 전화에도 20만 원씩 청구했을 것이다.
알아보니 시간당 11만 원 자문료는 변호사협회 권고 사항일 뿐이었다. 그 이상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더라. 돈 없으면 법률서비스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야.
뇌리에 남은 임 변호사의 여러 말 중에 뭔가를 꾸밀 상황이 아니라고 한 것이 떠올랐다.
경찰이나 검찰이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건을 키울 때가 있다. 언론을 동원해서 별것 아닌 것도 대형 스캔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모든 이슈가 빨려 가고 있다.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도 다른 스캔들을 만들 여지조차 안 주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이 말 같지도 않은 사건에 관심을 주겠나? 내가 검찰이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 김성호 본부장이 검찰에 어떤 로비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로비의 힘보다 상식의 힘을 믿는다.
희망 회로가 돌아가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보복의 칼만 갈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