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280)
280 대북대박
성과급 지급 공지가 게재된 것도 아닌데, 공장에 박수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대한전력의 2018년도 변압기 입찰 공고가 나왔다는 사실이 퍼지자, 너 나 할 것 없이 기쁨을 분출했다. 매출이 는다는 것은 일이 많아진다는 뜻인데도 좋아하는 직원들.
처음에는 돈의 힘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바닥에서 우리나라 최고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스포츠도 그렇지만, 사업도 조직력이 좋아야 한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팀이 감독부터 백업선수까지 하나로 똘똘 뭉친 팀을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3년간 구르고 구르면서 다져 온 탄탄한 조직력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나는 회사를 이끄는 선장으로서, 엘도라도를 약속하며 파랑새를 보여 줬고, 직원들은 월급 값을 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회사로 날아온 희보에 같이 기뻐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허허.”
대한전력 입찰 공고가 뜨기 무섭게 최윤근 상무가 내 방에 찾아와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하하. 이제 공고 뜬 건데, 뭐 확정이라도 된 것처럼 그러십니까.”
“공고 떴으면 확정이나 매한가지지요. 제가 대한전력에 30년 넘게 있었지만, 한 회사가 이렇게 많이 가져가는 건 처음입니다. 그것도 3년 연속으로 말이죠. 허허.”
나도 놀랐으니, 남들은 더했겠지.
아무도 가지 않았던 나주 혁신산단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으면서 시작된 대한전력 피 빨아먹기가 이렇게 강력하고도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다. 은퇴하면 죽을 때까지 문자님께 제사 지내리라.
“아마 이번 입찰이 최대치가 아닐까 싶네요. 우선배정도 줄어들 테고, 내년부터는 다시 업체 늘어나겠죠.”
최 상무가 겸손 그만 떨라는 표정이다. 진심이었는데…….
우선배정 가장 큰 덩어리인 고효율주상변압기 개발우선배정이 내년 입찰을 끝으로 사라진다. 우선배정 신청할 것이 아직 4개나 남았지만, 파이는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내년 입찰 참여를 목표로 관수시장 진출을 노리는 승냥이 떼 움직임도 바쁠 것이다. 변압기 업체가 확 줄어들었으니 한몫 챙기겠다고 서로 달려들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사업을 관수 몰빵에서 자재, 수출로 넓힌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건 문자님이 아닌 내 판단이었으니, 내 스스로에게 칭찬! 이제 전력용 변압기 시장만 잘 안착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
“회장님. 제가 축하한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번 입찰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란 의미입니다.”
최 상무가 뭔가 기대감 가득한 말을 건넸다. 당연히 계속 성장할 것인데, 굳이 강조했다면 좋은 소식이라도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무슨 좋은 얘기라도 들으신 모양입니다?”
“허허. 제가 왜 여기 왔겠습니까? 회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까 왔지요.”
빨리 채찍을 사야겠다. 운만 띄워 놓고 뜸 들이는 이 직원들을 더 이상 가만둘 수가 없다.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지 원.
“대한전력 후배들하고 술 한잔하신 겁니까?”
“허허. 대한전력이 뭔가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준비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스무고개를 한 열 번 정도는 해야 속 시원하게 얘기할 모양이다. 대한전력 직원들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왔길래 연타석 뜸 들이기인지.
“이게 대한전력 내부에서 조용히 검토되고 있는 것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까 이삼 년 안에 성과가 날 것이라고 보고 있기는 하더군요.”
“상무님. 제발 그냥 쭈욱 말씀해 주시면 안 됩니까? 애가 닳게 생겼습니다. 하하.”
쓰리쿠션 뜸에 결국 참지 못하고 간청했다. 왜 다들 나만 보면 뜸 못 들여서 안달인 것이냐!
“허허. 아이고, 죄송합니다. 우리 말이 그렇지요. 허허. 후배들도 확실하게 얘기를 안 해 줘서 그냥 제 추측이긴 한데, 대북전력지원사업을 재개할 모양입니다.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가능한 일인데,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얘기죠.”
“북한요?”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사업이다.
남북관계가 한참 좋을 때 정부에서는 북한의 극심한 전력난을 타개하겠다고 송ㆍ배전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통일에 대비해서 북한의 배전망을 남한에 맞추는 표준화 작업까지 염두에 둔 프로젝트였다. 대한전력이 가정용 전기를 220V로 바꾸는 데 30년이 걸렸으니, 북한 지역도 미리 작업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시범사업이 개성공단이었다. 154kV 초고압선로로 송전망을 구축했고, 22.9kV 배선선로로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급범위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프로젝트는 남북관계 악화로 중단됐고, 개성공단으로 가는 전기도 작년에 끊겼다.
혹시나 재개된다면? 변압기 엄청나게 필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능할까?
“근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모를까, 재개되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최 상무가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최 상무가 허무맹랑한 소리를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제가 뭐 남북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가능성 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정부에서도 임기 내에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만들려고 움직이는 모양입니다. 대한전력이 아무 푸시도 없는데 관련 준비를 하지 않겠지요.”
“정부에서 귀띔이 있었을 거란 말씀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도 미리 준비를 해 놔야 합니다.”
준비라…… 변압기, 그중에서도 전력용 변압기가 필수이다. 대북프로젝트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조 단위로 돈이 쏟아질 텐데,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지.
“전력용 변압기 개발에 속도를 내야겠군요.”
“맞습니다. 154변압기는 물론이고 345변압기까지 빨리 끝내야 합니다. 우리가 개발만 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건 확실하죠.”
업력 3년짜리 회사가 만드는 전력용 변압기가 대기업 것보다 경쟁력이 있으리란 확신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가 ‘대기업 하기 좋은 나라’라서 가질 수 있다.
대기업이 만들어 대한전력에 납품하는 전력용 변압기는 외국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기술력이 달리는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그대로 되니까 그런 것이다. 굳이 좋은 재료 써 가며 비싸게 만들 필요가 없다. 대한전력이 외국 회사 못 들어오게 막아 놓고 시장 독점하는 대기업 변압기만 사 주니까.
변압기 성능이 떨어지면 버려지는 전기가 많아진다. 그래도 대한전력은 손해 보지 않는다. 송ㆍ배전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손실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니 말이다.
결국 대한전력이 국민들 삥 뜯어서 대기업 먹고살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카르텔만 끊으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다. 우리 회사만의 장점인 낮은 생산단가를 활용해 비싼 재료로 만든 좋은 변압기를 싸게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님, 이번 정기국회 때 전력용 변압기 독점에 대해서 문제제기가 있을 겁니다. 타이밍이 아주 좋지요. 이 기회에 트렉레코드 확실하게 쌓아서 대북전력사업 시작되면 당당하게 진출하는 것이죠.”
“하하. 역시 상무님이십니다. 전력용 변압기로 대북사업까지 생각하실 줄 몰랐습니다.”
“규모가 남북한 다 합치면 전력용 변압기만 해도 5조가 넘는 대규모 사업인데, 우리도 한몫 제대로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5조! 우리 회사까지 5개 사가 똑같이 나눠 가져도 1조원이다.
씨발. 감격의 욕이 절로 나오네. 시제품이나 제대로 만들고 나서 욕 박으며 감격하자고.
최 상무와 대담을 마치자마자 연구개발부서로 발길을 돌렸다. 전력용 변압기 시제품 설계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열기가 끓어오르는 곳 말이다.
“김 이사님! 니코틴 콜?”
“네! 가시죠. 이 부장! 가자!”
삐걱삐걱.
김진욱 이사가 의자에서 일어나자 문래동 철공소 소리가 연구개발실에 울려 퍼졌다.
김 이사의 육중한 몸이 의자를 두 동강 내 먹은 탓에 새 의사 구입한 지 두 달도 안 지났는데, 벌써 소리가 난다. 저거까지 파개지면 3개짼데…….
며칠 전 새로 개장한 사내 흡연실로 들어갔다.
설계직들이 확 늘어났는데, 하나같이 흡연자들이라 건강증진 차원에서 흡연실 하나 만들어 줬다. 날도 더운데 옥상에 올라가서 땀 흘려 가며 피우는 것보다 시원하게 에어컨 쐬면서 끽연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암, 그렇고말고.
“이사님. 왕좌의 게임 보셨습니까?”
“당연히 봤죠! 그거 땜에 지금 월요일이 기대된다니까요. 하하. 이번 시즌부터 좀 이건 아니다 싶은데, 뭐 이 정도 왔으면 의리로 보는 거죠. 근데 갑자기 그거 왜 물어보십니까?”
담배에 불붙이자마자 대뜸 미드 얘기부터 꺼내니 김 이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줄줄 잘도 얘기하네.
“이사님 일어날 때 보니까 의자가 또 며칠 못 갈 것 같아서요. 이번에 해 먹으면 세 개쨉니다. 다음 의자는 철왕좌로 해 드릴까 싶어서요.”
“하하. 살 빼겠습니다. 회장님, 저 그래도 살 좀 빠진 것 같지 않습니까? 현미밥 몇 달 먹었더니 확실히 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데요. 하하.”
“형. 바닷물을 바가지로 백날 퍼 봐야 티도 안 나. 피티를 받으라니까. 진짜 그거 딱 두 달만 받아도 사람 만들어 줘.”
김 이사의 넉살에 이욱현 부장이 칼로 쑤셔 댔다. 김 이사의 세 자릿수 몸무게를 걱정하는 동료가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이 기쁘군. 세이브 더 오피스 체어로다.
가벼운 난타전으로 대화를 달궈 놨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사님 설계 언제 마무리됩니까? 일정상으로는 이번 주까지 나오는 걸로 돼 있는데요.”
“아, 네. 거의 다 끝나 갑니다. 원래 일정보다 빨리 나올 수 있었는데, 손실 개선해 보겠다고 설계 수정 들어가는 바람에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뭐, 저야 하는 거 없고 이 부장이 다 하고 있죠. 하하.”
이 부장이 연기 한 번 진하게 내뿜고 나서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현성중공업의 설계 실력자가 마찌꼬바에 왔다는 것만으로 감격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해 줬다.
설계 인력도 확 늘렸고, 라이선스 하나당 천만 원이 훌쩍 넘는 프로그램도 거침없이 질렀다. 의자는 당연히 200만 원이 넘는 허연밀러로 깔아 줬다. 김 이사, 진짜 그 비싼 의자 해 먹으면 가만 안 두리라.
“회장님. 유에스산전이 재작년에 고효율 전력용 변압기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현성도 그거 만든다고 한참 난리였는데, 제가 팀장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손실이 350이 넘어갔는데, 요걸 300 초반까지 낮춰 보려고 합니다.”
“오호. 그 정도면 거의 지멘스나 알스톰급 아닙니까?”
“아휴, 거기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죠. 설계가 뭐 별건 없습니다. 코아만 잘 나와 주면 되는데, 우리나라가 서플라인체인이 약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뭐 요즘은 많이 좋아져서 제작만 잘하면 손실 충분히 낮아질 것 같습니다. 그 정도는 해야 대한전력 가서 명함 내밀죠. 하하.”
이 부장이 자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마쳤다.
붕어빵은 앙꼬가 생명이듯, 변압기는 코아가 생명이다. 방향성 전기강판이라고 하는데, 포스코 기술력이 많이 좋아져서 돈지랄만 잘하면 좋은 성능이 나온다. 예전 코아가 kg당 1와트 이상 손실이 났는데, 요즘은 0.8와트까지 떨어졌다.
좋은 코아원단과 좋은 설계로 코아 잘 뽑아내면 게임 끝인데, 기분 좋게도 우리 회사는 코아 만들기 고인물들이 가득한 곳이다. 사업 초기에 돈 좀 더 벌어 보겠다고 코아 사업 시작한 것이 이렇게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김 사장님 계시니까 코아는 걱정 없겠죠?”
“맞습니다. 김신우 사장님 진짜 놀랐습니다. 코아를 아주 기가 막히게 뽑아내시더라구요. 김 사장님 실력에 080원단으로 만들면 충분히 승산 있습니다.”
이 부장 몸에서 뭔가가 넘쳤다. 자세히 보니까 자신감이었다. 기술자는 자신감이지!
“아따, 이 부장. 설계나 다 끝내고 나서 말해. 뭐 주둥이로 설계 뽑아?”
“설계도 창작이라니까요. 이렇게 주둥이 좀 털어 주고 그래야 창작 활동이 잘되는 법이에요.”
대화가 잡담으로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일어날 때가 됐다.
“담배 다 피웠는데 저는 일어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실수 없이 잘 설계해 주세요.”
“넵, 회장님.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끝내고 보고드리겠습니다.”
대한전력 변압기 입찰 공고에 기뻐하며 한 주를 보내고 나니, 약속대로 전력용 변압기 설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