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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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3화>003 꿈꾸는 삶
긴장된다. 월요일이라 많이 기다려야 한단다. 나 같은 행운 고객님이 이번 주에만 4명이 더 있다고 한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초조하다. 멋들어지게 차려입는 직원이 자료집을 하나 건네준다. 투자 시 유용한 정보들이 있으니 기다리는 동안 읽고 있으란다. 솔직히 이게 눈에 들어오겠냐고 물어보고 싶다.
드디어 내 차례다.
“많이 기다리셨죠, 행운 고객님.”
“네. 쫌.”
예쁘다. 당첨 용지를 보고 놀라는 표정이 더 예쁘다. 1등을 두 개나 먹었으니 놀라지 않을 리가.
“고객님, 1등 두 번 당첨되셨고요. 당첨금은 총 42억2,928만 1,652원입니다. 소득세와 지방소득세 33퍼센트를 제한 실수령액은 28억 3,365만 8,707원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덤덤한 척하려고 했는데, 표정 관리가 되지 않는다. 이쁘니한테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일 것인가.
“당첨금은 저희 VIP통장으로 입금됩니다. 서류 작성이 필요한데 괜찮으시죠?”
이쁘니가 형광펜으로 체크한 빈칸을 채워 나간다. 28억이 들어온다는데 몇 글자 쓰는 게 대수겠는가. 인터넷뱅킹 신청서를 적는데 감개가 무량하다. 나도 이제 최신식 금융 테크닉을 활용하는 신인류이다!
“작성 감사합니다. 행운 고객님, 실례가 안 된다면 당첨금 어떻게 운용하실지 여쭤 봐도 될까요?”
너한테 좀 쓰고 싶은데, 퇴근 후에 카라멜 마끼아또 한잔 어때?
“아니요. 솔직히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긴가민가해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호호. 네, 그러실 것 같아요. 제가 VIP 등급만 가능한 상품 몇 개 소개드리고 싶은데요.”
왜 미모가 출중한 직원을 배치했는지 알 것 같다. 당첨금 먹튀를 막으려는 술책이다. 알면서도 이쁘니를 좀 더 보고 싶다. 이쁘니의 얼굴이 망막까지만 도달했고 아직 해마에 저장이 안 됐다.
망상에 빠지고 싶다. 나와 이쁘니 둘만 있는 이 공간.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내부가 좀 덥네요. 그렇죠, 행운 고객님?”
이쁘니가 목까지 단정히 채워진 단추를 하나 푼다. 깔끔한 쇄골이 드러나면서 말끔한 목 라인이 완성됐다.
테이블에 놓인 각종 상품 설명서를 소개하기 위해 허리를 숙인다. 풀어진 단추 사이로 공간이 드러났다. 매서운 시야로 공간을 놓치지 않는다. 앙증맞은 가슴살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너 오늘은 바이올렛이구나. 디자인이 궁금한데 단추 하나만 더?
“행운 고객님~.”
“아, 네.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요.”
망상에서 깨어났다.
이제 망상 따위에 헛되이 시간을 보낼 일은 없을 것이다. 넘쳐 나는 돈이 있는데 무엇이든 못하랴.
단순 계산해 보자. 매일 백만 원씩 쓴다고 해도 8년은 거뜬하다. 8년? 생각보다 짧은데?
나 새끼, 그새 배가 불렀네. 온갖 잡일과 함께 배부르게 욕을 먹으며 버는 것이 한 달에 고작 140만 원 남짓인데, 매일 백만 원씩 8년밖에 못 쓴다고 안타까워해? 고얀 놈.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더니만.
“푸풋.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갑자기 큰돈이 생기셨으니 여러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돈은 얼마나 버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결국 이쁘니 하라는 대로 다 했다. 안정성에 우선을 두면서 수익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여러 상품이 나열됐고, 써야 할 서류는 쌓여 갔다. 그렇게 20억을 넣어 뒀다. 구미호에게 홀린 기분이지만, 마냥 좋다.
바깥 공기가 이리 상쾌할 수 없다. 폐를 정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담배가 당긴다. 아싸리 돗대다.
이제 제일 싼 THAT은 그만 피우자. 몇백 원이 아까운 시절은 끝이다. 양놈들이 피우던 말보르도, 업힐, 폴리스먼트 등 마음껏 피우자. 비싼 담배 양껏 피우고 비싼 건강검진 받으면 되겠지 뭐.
“폴리스먼트 하나 주세요.”
말 한마디 없이 담배 한 갑 내미는 편의점 알바가 아니꼽다. 하지만 돈이 넉넉하다 못해 넘쳐 날 지경이니 한없이 자비로워졌다.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낸다. 우수리로 챙겨 온 지폐만으로 이미 지갑은 놀라 소화 불량 상태였다.
“잔돈은 됐어요.”
캬앗 멋있다! 담뱃값도 아까워 필터가 보일 정도까지 피우던 내가 담배 3갑을 살 거금을 아무렇지 않게 편의점 바닥에 버리고 올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거액의 기부에 비로소 말문이 트인 알바 놈. 일관성 없기는…….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사표를 내던지면서 ‘이딴 회사 안 다녀!’라고 소리치고 싶다.
앞으로 뭘 해야 할까? 한량처럼 그냥 놀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지워 버렸다.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총알이 탄약고에 묵직하게 들어 있는데, 그냥 놀면서 한량처럼 보낸다? 그럴 수는 없지. 오기 하나로 이 죽일 놈의 회사 3년 다닌 것을 그냥 버릴 수는 없다.
퇴사하고 창업하라는 문자가 뇌리에 박혀서 떠나지 않는다. 내 사업을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그림까지 그리지는 못했다. 어느 누가 로또 될 줄 알고 상세한 플랜을 짜 놨을 것인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변압기 회사 하나 차릴까?
변압기 회사야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다. 딱히 기술력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설계도 동네 똥개가 물고 다닐 정도로 널렸다. 그런데 돈은 된다. 얼렁뚱땅하고 변압기 하나 만들면 못해도 20퍼센트는 먹는다. 그래서 엄청난 레드오션이긴 하지만.
3년 동안 개고생하면서 나름 협력업체들한테 신망을 얻고 있다. 자재만 제때 들어오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나머지 절반은 영업인데, 영업쟁이 하나 영입하면 되지 않을까?
오케바리! 해 보자. 자리만 잡는다면 망할 일은 거의 없지만, 대신 크게 크긴 어렵다. 그런데 왠지 잘될 것 같다.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성장할 것 같다. 그런 감이 온다.
내가 촉감계의 펠레 같은 존재이긴 했다. 손만 댔다 하면 주가가 폭락한다는 전설의 신탁, 주갤의 레전드 둥신에 버금가는 존재로 칭송받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번 감은 뭔가 분명 다르다.
그래!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 하나 차린다. 내가 3년 동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개고생하며 살았다. 이제 그 대가는 성공이다. 성공의 출발은 내 회사이다!
난 정말 기름밥 먹어 가면서 여름에 옷이 염전이 될 정도로 미친 듯이 일했다. 그래 봐야 되돌아오는 것은 욕과 얇디얇은 월급봉투뿐이었다.
사장 가족들은 날마다 적자 타령하면서 비싼 외제차 타고 다녔다. 회사가 어려우니 급여를 올려 줄 수 없다면서 한 달에 따박따박 돈 천만 원씩 월급으로 받아 갔다. 그 일가가 월급으로만 가져가는 돈이 4천만 원이 넘는다.
니들처럼 회사 운영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 주고 싶다!
편의점 앞에서 이러지 말고 우선 집부터 가자. 괜스레 재수 없게 하늘에서 떨어진 우박이라도 맞으면 어째. 안락한 집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미래를 그려 보자. 보증금 100에 월세 25짜리 옥탑방일지라도 말이다.
집에 도착했다. 익숙한 거친 숨이 터져 나오자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윽고 숨이 차분해지자,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대박 행운은 나만 알고 있자. 주변에 알려 봐야 피곤해진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호구 회 뜨려고 대기하는 놈들이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는 될 터이다. 친구라고 다를쏘냐.
“야, 로또 되면 얘기할 거냐?”
“미쳤냐. 누구 좋으라고 얘기해. 존나 빨아 먹을라고 들러붙을 것 아녀.”
“개새끼네 이거.”
“너는 얘기할 것처럼 그런다?”
“나도 얘기 안 하지 크크크크.”
“개새끼.”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비밀을 지켜야 한다.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필요하겠군.
가족? 좀 슬프다. 엄마는 도박에 미쳐 집나간 지 어언 20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며 한 번 찾아왔을 뿐, 이제 관심도 없다. 양심이 있다면 아빠가 그렇게 됐을 때 얼굴이라도 비췄어야지.
아빠는 아들 하나 어떻게 길러 보려고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고된 일은 그 시절 가장들이 그랬듯 술로 이겨 냈고, 계속된 술은 몸을 가만두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간경화는 간암으로 이어졌다.
고된 암 투병은 하나뿐인 아들에게 막대한 병원비를 유산으로 물려줬다. 그나마 주변에서 상속 포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다면, 빚 갚느라 로또 살 돈조차 없었을 것이다.
슬픈 회고는 이제 그만. 밝고 명랑한 생각만 하자.
집과 차를 바꾸면 오지랖이 타클라마칸 사막처럼 넓은 주변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평생 풍족하게 써도 남을 만한 돈이 있음에도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딱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생각이 이어지니 머리가 아프다. 뚜껑을 열고 곱창을 꺼내 소금물에 빡빡 씻고 싶을 정도로 머리를 비우고 싶다.
일단 내일 사표부터 던지자.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문자가 기다려진다. 사표 내고 나면 어떤 문자가 올지 말이다.
* * *
운명의 그날이 다가왔다. 아침부터 꼰대들의 악바리가 넘쳐 났지만, 한 귀로 흘렸다. 그렇게 소리 지르고 일하는 척만 하면서 열심히들 살아 보세요.
사장실 가는 길이 즐겁다. 사표야 뭐 얼마든지 낼 수 있지만, 이 사표가 사장을 화나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악한 즐거움이 솟아난다. 그냥 울릉도 호박엿이라고 생각하고 먹어.
“이게 뭔가요?”
다 알면서 눈을 치켜뜨고 물어보는 사장의 눈을 찢어 주고 싶다.
“사직서입니다.”
“음……. 오늘부로 사직요? 이건 아니죠.”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제가 병간호를 해야 합니다. 사정이 다급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주세요.”
내 나름 계획을 짰다. 어차피 당장 퇴사할 생각은 없다.
중소기업이 입사는 쉽지만, 퇴사는 대기업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절차대로 퇴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그냥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인수인계 안 했다고 민사 소송 걸고, 퇴직금 가지고 장난칠 것이 뻔한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이지만, 내가 회사 차리면 경쟁상대로 만날 이놈들에게 사소한 것이라도 책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당당하게 나가고 싶었다.
창업 준비도 아무래도 회사에 적을 두고 있을 때 해야 한다. 관건이 사람인데, 인수인계한다고 빈둥거리면서 준비하는 것이 낫다. 여기 있으면 자재 업체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는데 말이야.
당장 나갈 생각은 아니었지만, 사장 성질을 돋우고 싶었다. 이건 순수하게 감정의 영역이다. 소소하게나마 엿 정도는 먹이고 싶었다.
“피치 못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이건 아니죠. 회사 생활 처음 해요?”
역시 예상대로다. 뭐 어쩌라는 거야 진짜. 너도 회사 생활 처음이면서 말이야.
있지도 않은 할머니를 팔았는데, 진짜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화가 날 뻔했다. 할머니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 먼저 아닐까?
“제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 그때부터 법적인 효력이 발생합니다.”
“지금 저랑 싸우자는 건가요? 아무 얘기 없다가 대뜸 와서 사표 냈으니 낼부터 회사 안 다니겠다? 하 참, 어이가 없어서. 뭐? 효력이 발생해? 지금 저랑 장난하는 겁니까?”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사정이 다급해서 그렇습니다. 근로 기준법에 강제 근로 금지 원칙이 있던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혼신의 메소드 연기가 작렬했다. 내가 진짜 그런 상황이었으면 엄청 화가 났을 것이다. 가족이 아프건 말건 회사가 우선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장 입을 조커처럼 만들고 싶다.
“하아, 진짜. 일단 알겠고요. 후임자도 뽑아야 하고 인수인계도 해야죠. 최소한 석 달은 생각하고 있어요.”
석 달?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메소드를 넘어 빙의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라 정말 폭발할 뻔했다. 민법 660조에서도 한 달이면 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