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34)
034 벤치 클리어링
구석에 조용히 앉아 음식들을 입에 집어넣었다.
예전 같았으면 불편해서 죽이나 먹고 말았을 텐데, 꾸역꾸역 먹었다. 눈치 보다가 내 배 굶주릴 필요가 없으니까. 나도 사장인데 당당하게 처먹자.
“이 집 음식 괜찮네요.”
나 불편할까 봐 굳이 옆에 앉아 준 박준희 사장이 고맙다. 상큼한 향수 냄새도 고맙다. 음식을 먹을 때 코로 들어오는 향수 냄새가 풍미를 풍부하게 해 준다. 이거 색다른 맛이야.
“사장님. 여기 분위기 좀 그렇죠? 조합 주도하는 몇몇 분들이 사장님 벼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박 사장이 남들 안 들리게 뭔가 비밀스러운 얘기를 속삭였다. 벼르고 있다라…… 역시 나를 죄인 취급하는 것이 맞았군. 이러니 연초부터 꼰대 냄새가 진동을 하지.
“제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뭐겠어요, 20프로 때문이죠. 지역 우선 배정이라는 것이 처음 적용되는 것이라 더 예민하게 구는 것 같네요. 저야 관수 물량은 크게 신경 안 쓰니까 상관없지만, 관수만 하는 업체들은 이를 갈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손님 불러 놓고 이런 분위기 만드는 것이 온당한지 모르겠습니다.”
“뭐 매년 연례 행사였어요. 아무래도 신생 업체라고 더 그런 건 같긴 해요. 작년에 유피중전기가 10프로 가져갔을 땐 이런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는데…….”
기억난다. 유피중전기. 매번 변압기 품질 개선 명목으로 우선 배정 받아 가는 업체이다. 대한전력이 신제품 개발은 20퍼센트, 품질 개선은 10퍼센트 우선 배정을 주는데, 유피일렉트릭은 사소한 것으로도 품질 개선 얻어 내서 10퍼센트씩 받아먹곤 했다.
작년에 조합이랑 실랑이 끝에 7퍼센트만 받고 3퍼센트는 반납했다고 했었지.
뭐가 됐건 내가 20퍼센트를 먼저 빼먹어서 나눠 먹을 양이 줄어드니 나를 죽이겠다는 뜻이 명확해졌다. 전체 물량을 4천억 원으로 잡으면 20억 정도 빠지는 정도일 텐데, 그거 가지고 아주 곡소리가 심금을 울리는구만.
조합 상무라는 놈이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하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제 시작인가? 어떻게 하나 보자꾸나.
“적당히 배 채우셨으면, 안건 하나 올리겠습니다.”
“안건이고 말고, 지금 당사자 와 있으니까 바로 대답을 듣자고!”
“김 사장님도 참. 알겠습니다. 여기 지정수 사장님이 왔으니까, 바로 당사자 말을 듣죠.”
무슨 청문회냐? 그냥 처음부터 오지 말고 쌩 까고 말 것을…….
아니지, 어차피 부딪힐 일이니 신명 나게 부딪혀 주고 가지. 오냐, 내가 선서도 해 주고, 너네들 소화 잘되라고 따박따박 맞장구도 쳐 주마.
다 덤벼 이 새끼들아! 나는 한 놈만 패질 않아. 박 사장 빼고 다 팰 테니까 강냉이 조심들 하라고!
상무라는 놈이 느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기껏 먹은 것 다 토하겠네.
“지 사장님? 우리 조합은 올해 대한전력 입찰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말 다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리 조합은 지 사장님께서 양보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건 또 무슨 한정식 먹다 짜장면 비비는 개소리야? 무슨 양보? 20프로 다 처먹지 말라고? 내가 퍽도 그렇게 하겠다고 머리를 조아리겠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양보를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오해는 마시고. 매번 우선 배정 받는 업체가 생기는데, 늘 이렇게 대화로 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배정으로 물량을 가져가면 기존 업체들이 피해를 입으니까, 서로 상생하는 차원에서 적당하게 물량을 나누자는 것이죠. 그것이 조합이 만들어진 취지 아니겠습니까?”
박 사장 말이 맞군. 우선 배정 받는 업체 생길 때마다 조합 회원사들과 마찰을 빚은 것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긴 하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대놓고 양보를 요구하다니, 너무 염치가 없는 것 아니냐? 우르르 몰려와서 무릎 꿇고 조아려도 모자랄 판에 말이야.
“자네, 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여기 사장님들이 나주 안 내려가고 싶어서 안 간 줄 아나? 업계 룰을 지켜야지. 무슨 독불장군도 아니고 말이야!”
성질 급한 김 사장이란 놈이 기어코 한정식집에서 짜장면 비비는 소리를 던졌다. 나주 안 내려가고 싶어서 안 간 것 맞잖아? 나도 이 바닥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아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네?
그런데 넌 왜 반말이야?
“제가 나주에 공장 세우는 것 때문에 혜택을 받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은 법에 따라 받는 것이지, 특혜가 아닙니다. 제 돈 한두 푼 들어간 것도 아니고 제가 왜 양보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무라는 놈이 저런 답답한 사람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어 간다. 아스팔트 바닥에 비벼 줬으면 싶은 표정. 저 표정 상당히 맘에 안 든다.
“사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릴게요. 대한전력에서 지역 우선으로 20프로 배정하는 것이 규정이라고 고집을 부리니, 사장님이 선의로 물량 포기 의사를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솔직히 20프로 가져간다고 해서 그거 다 납품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조합 회원사들과 협력하면서 지내면 좋죠. 욕심부릴 필요가 없잖아요? 서로 쉽게 갑시다.”
“하하. 욕심이라구요? 규정대로 받는 것이 욕심입니까? 제가 백억 가까이 투자해서 누리는 혜택입니다. 뭐 더 하실 얘기 있습니까?”
“사장님, 그렇게 성급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에요.”
자꾸 웃기는 소리를 하네? 니들이 성급하게 다짜고짜 물량 포기하라고 해 놓고 무슨 개소리람? 조합을 이딴 식으로 운영하니, 누가 기술 개발하려고 하겠어? 이건 뭐 고인물이 아니라 썩은 물이네.
“상무님,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내 돈으로 만든 회사이고, 내가 사장이니 내가 알아서 판단합니다. 그리고 20프로 받아도 연체 없이 납품 가능합니다. 그만한 역량도 없이 무슨 사업을 합니까!”
어디 돌아가서면서 두들겨 봐. 내가 쓰러지나 니들이 울화통 터지나 대결해 보자.
“지정수라고 했나? 지 사장! 젊은 양반이 심보가 그러면 쓰나. 그건 조합 회원사들 다 죽으란 소리지! 욕심부리지 말고 5프로만 가져가게. 그것도 우리가 많이 신경 써 준 거야.”
저 김 사장이라는 놈은 아무래도 부실해 보이는 앞니 2개 정도는 빼 줘야 할 것 같은데? 5프로라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덕준이를 안 데려오길 잘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광견병 걸린 놈처럼 미처 날뛸 것이 뻔했다. 나도 머리에서 스팀이 뜨겁게 올라오는데 말이야.
진짜 가지가지 하네. 직원들 성과급 주면 버릇 나빠진다면서 세금 내고 말겠다는 사람들이 어느 안전이라고 욕심 운운해? 지금까지 나눠 먹기로 매년 꿀 빨았으면 본전 뽑고도 남았을 텐데, 니들이 욕심부리는 것이라고 생각은 안 해 봤니?
어차피 볼일 없는 사람들이다. 할 말 다 하고 가자. 뭐 그 전에 이놈들이 무슨 생각인지 들어는 봐야겠군.
“5프로요? 하하. 전에 우선 배정 받았던 업체들이 그렇게 하던가요? 그랬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도 없습니다. 행여나 제가 만만해 보여서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전 그럴 생각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원.”
“뭐? 말 같은 소리? 자네 지금 말 다 했나?”
“반말하지 마시구요. 예의를 지켜 주시죠. 저는 조합 회원도 아니고, 양보라는 것도 웃기지만, 그럴 생각 없으니 조합 걱정은 알아서 하시죠. 저는 법에 정해진 대로 받아서 할 겁니다. 그럴 생각으로 회사 세운 것이니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시죠. 정 억울하시면 지금이라도 나주에 공장을 세우든지 대한전력에 항의하든지 하세요.”
지금 해 봐야 늦었지. 땅 사는 것만 반년이 걸리는데 말이야. 아무리 빨리 해도 8월 입찰 전에는 절대 안 됩니다요. 하하.
“이봐, 지 사장. 조합이랑 척져서 좋을 게 뭐 있나? 듣자 하니 자네 태양전기에서도 난리 치면서 나갔다고 하더니, 여기서도 그러면 안 되지. 사업이 장난도 아니고 말이야, 조합에서 맘만 먹으면 자네 회사 하나쯤 어찌 못하겠나? 서로 얼굴 안 붉히려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젊은 혈기에 쉽사리 판단하지 말게나.”
목소리 잔뜩 깔고 조언이랍시고 개소리를 하는 조합 이사장이 태양전기 창업주랑 절친이지? 진짜 가지가지 한다.
변변찮은 조합 힘으로 나를 죽여 보시겠다? 아이고야, 무서워서 요들요들 요들송 나오겠네.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어 아주.
“그래서 뭐 어떻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어디 말씀해 보시죠.”
“젊은 사장이라 패기가 있는 것은 좋은데, 이 바닥에 들어왔으면 업계 룰을 따라야지.”
“그래서 뭐 어떻게 하시겠다고요.”
물어보나 마나다. 너네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잖아? 그러니 이렇게 불러다 놓고 윽박지르면 내가 조금이라도 토해 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여간 멍청한 것들은 사업을 하면 안 된다니까.
“대답이 없으신 걸 보니 뭐 딱히 하실 것도 없으신 모양입니다. 뭐 어떻게든 저를 죽이시든 말든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닙니다. 선배님들께 좋은 말씀 들으러 왔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니 안타깝습니다.”
“어허. 여기까지 왔으면 뭔가 생각이 있어 온 것이 아닌가! 사업하는 양반이 이리 꽉 막혀서야 원. 쯧쯧.”
칼 가져와! 저 새끼 주둥이 좀 찢어 버릴라니까.
“많이 불쾌합니다. 대한전력이 나주 키우겠다고 여러 혜택 줄 테니 내려오라고 했을 때는 꿈쩍도 안 하더니, 제가 그 혜택 받아 가니까 그렇게 배알이 꼬이십니까? 사업을 대국적으로 하시지요. 좋은 말씀 듣겠다고 기껏 시간 내서 찾아왔는데, 이게 무슨 예의 없는 행동입니까?”
“이봐!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거 아니야! 젊은 사람이 버르장머리 없게 말이야.”
전가의 보도 나왔네. 나이 많이 자셔서 참 좋겠습니다. 이따 비싼 데 가서 딸뻘도 안 되는 여자들과 어울리면서 흥청망청 노세요, 영감님들아.
“저는 할 얘기 다 했습니다. 양보할 생각 결코 없으니, 앞으로 그런 얘기 안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회사 끌어갈 테니까 앞으로 좋은 경쟁자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점심 잘 얻어먹었습니다. 그럼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참! 하나 빼먹었네.
“그리고 같이 사업하는 사람끼리 서로 예의는 지켜 주세요. 나이 어려도 사장은 사장입니다. 제가 여기 사장님들 직원도 아니고, 예의 없는 행동은 삼가해 주시죠.”
싸가지없는 것들. 할 말 없는 것들이 나이 가지고 윽박지르려고 한다니까. 내세울 것이라고는 나이밖에 없는 꼰대들.
“이봐! 지 사장! 지금 우리랑 싸우자는 것인가!”
“새파란 것이 어디 앞이라고! 이사장님! 가만 계실 겁니까?”
배 나온 아저씨들 식사 맛있게 하세요. 니들이 흥분해서 지껄이든 말든 신경 안 쓸랍니다. 귀한 시간만 버렸네, 니미.
조합에서도 어찌 못할 것이다. 조합 회원사 38개 중에 오늘 22명이 나왔으니까, 안 나온 회사가 16개사이다. 와꾸 보니까 관수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만 모인 것이 분명하다.
저것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한전력 입찰에서 나 죽이겠다고 낙찰가 떨어트리는 것뿐이다. 우선 배정은 입찰 낙찰율 평균으로 단가가 매겨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한들, 나머지 조합사들이 좋다고 박수 쳐 줄 리가 없다.
신년회 참석 안 한 회사들은 조합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고만고만한 회사들한테는 매출 20억 원이 크지만, 20억 지키겠다고 낙찰가 낮추다가 손해 볼 수도 있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충분히 이익 뽑아낼 여력이 있으니 하나도 겁 안 난다. 나에겐 자동권선기가 있다고!
마찌꼬바 사장님들아! 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꿀 빨았으면 투자를 해서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지 말이야. 캬악, 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