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44)
044 훼방꾼
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돈 벌 준비가 다 마무리됐다는 안도감에 담배를 찾는 손길도 뜸해졌다. 이대로면 담배 끊을 수도 있겠는데? 몸에 좋지도 않고, 냄새난다고 타박만 받는 담배 줄이자, 줄여!
돈 벌 준비가 끝난 축구장 같은 내 공장이 8월을 기다리며 순조롭게 항해를 거듭해 갔다. 장미 꽃봉오리가 불끈불끈 꿈틀거리며 초여름이 찾아왔음을 알려 왔다. 여름 더위가 절정에 달하면 돈벼락이!
“사장님!”
상무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콤한 꿈을 깨트렸다. 어지간해서 저렇게 당황할 사람이 아닌데…….
“네, 저 사무실요!”
층간 소음을 유발하는 저 묵직한 발걸음. 돈 벌면 숙소로 혁신도시에 넘쳐 나는 아파트 하나 마련해 주려고 했는데, 저 발걸음 소리 들으니 아무래도 단독주택으로 해야 하나 싶다.
“얘기 들었어? 조합 이 새끼들이 뭔가 하려나 본데?”
“조합에서 무슨 짓을 한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혁신산단 입주 기업한테 20프로 배정해 주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대한전력에 의견서를 냈대. 공정한 입찰이 이뤄지도록 우선 배정을 없애 달라고 했다던데?”
지렁이도 아니고 한 번 밟았다고 꿈틀거리기는. 내가 말이야, 니들이 그냥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리 없잖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다른 조합은 모르겠지만, 이 바닥 중전기조합이 허접하다는 것은 집 나간 며느리 빼고 다 아는 사실이니 말이다. 대한전력이 법에 따라서 그렇게 하겠다는데, 마찌꼬바 사장들 얘기를 들어줄 이유가 없잖아?
“난 또. 뭐 대한전력 앞에 가서 할복이라도 했다는 줄 알았네요. 그깟 의견서 백날 내라고 하세요. 대한전력이 아이고 무섭네 하면서 쫄겠습니까?”
“의견서 내고 대한전력 본사 가서 집회도 하겠다는데? 관철될 때까지 가만 안 있겠다고 하더라고.”
“상무님, 걱정 마세요. 걔네들 백날 지랄해 봐야 바뀔 것 없어요. 한 과장 그렇지?”
혹시나 해서 덕준이한테 지원 근거가 되는 법 조항에 대해서 조사해 두라고 해 놨으니, 술술 나오겠지?
“에헴. 지역 균형 개발 및 지방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50조 3항! 중소기업청장 및 시ㆍ도지사는 지방 중소기업 특별 지원 지역에 있는 지방 중소기업의 발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이 법을 근거로 중소기업청장이 나주혁신산단을 비롯해 8개 지방 산단을 특별지원지역으로 지정 고시했습니다.”
“그래 잘한다. 또?”
“대한전력 중소기업 지원 지침! 대한전력은 해당 법과 전라남도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산단 입주 지역 중 중소기업 적합 품목으로 지정된 전력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에게는 20퍼센트를 우선 배정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우선 배정 기간은 최대 5년으로 한다고도 했지요. 후훗.”
“오구오구 잘한다. 그리고 또?”
“또? 이게 단데? 이거면 됐지 뭐가 더 있어야 합니까?”
“그래그래. 수고했어. 상무님, 들으셨죠? 제가 특혜 달라고 떼쓴 것도 아니고 대한전력도 법에 따라 규정한 것이에요. 쌍팔 연도도 아니고 다 법과 규정에 따라 혜택을 주는 것인데, 누가 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조합 놈들이 떼쓴다고 규정 바꿔 주면 누가 나주 내려오려고 하겠어요?”
큰 위기라도 닥친 듯 걱정 어린 눈빛이었던 상무가 약간 안심한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도하기는 어렵다는 표정이다.
“역시 젊고 배우신 분들이 있으니 뭔가 달라도 다르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나야 뭐 민수만 해 왔으니까 관수 쪽은 잘 모르지만, 제아무리 마찌꼬바라고 해도 평생을 이걸로 벌어먹은 사람들인데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네, 이러고 말겠어?”
“이판사판 공사판 된다, 이 말이네요?”
“그렇지. 그리고 대한전력 사장이 올해 임기가 끝나잖아.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업체들 들고일어나서 시끄럽게 해 봐. 나 몰라라 내비 두겠어? 내년에 총선도 있단 말이야. 총선 준비하는 사람들은 한 표가 아쉬울 텐데 가만있겠냐고.”
상무도 여기저기서 들은 소문들을 근거로 꽤 그럴싸한 해석을 내놨다. 걱정할 만하겠지. 그렇다면 나는 걱정을 해소시켜 줘야지.
“자, 상무님 생각해 보세요. 혜택을 우리만 받는 것이 아니고, 혁신산단 입주 기업 전부 다 받는단 말이죠. 대한전력하고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변압기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차단기니 현수애자니 온갖 회사들이 다 있는데, 걔네들이 가만있겠습니까? 조합 놈들이 우리 죽이겠다고 해도 지지해 줄 사람이 없죠.”
“그 말도 맞는데, 변압기 회사 사장들이 그게 무서워서 가만히 있겠냐 말이지. 나야 뭐 이 바닥에서 나도는 소문이 흉흉해서 미리 걱정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어.”
“걱정 마세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한전력은 조합 따위는 상대를 안 해요. 중전기조합이 뭐 대단하다고 상대를 해 준답니까? 아시잖아요? 조합 그거 아무것도 아닌 거. 저도 뭐 생각해 둔 것도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조합 뜻대로 혜택 없어지거나 줄어들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어허. 사장님요, 그렇게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니깐.”
“좋습니다. 여기 모인 김에 회의 한번 하시죠. 공장장님 오시라고 하고, 황 대리님! 같이하시죠?”
걱정을 해소하겠다는 차원이지만, 혹시 모르니 중역들 의견을 들을 필요도 있겠다 싶었다. 회의를 싫어해도 이럴 때는 해 줘야지.
“조합에서 우리가 우선 배정 20프로 받는 것 가지고 결국 시비를 거는 모양입니다. 의견서 냈다고 하는데 그걸로 끝내지는 않겠죠. 조합이 떼쓴다고 대한전력이 들어줄 것 같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대책을 마련해 보죠.”
방금 전까지 했던 얘기가 똑같이 오갔다. 걱정하는 상무와 걱정할 것 없다는 덕준이의 격론을 잠잠히 듣고 있던 공장장이 입을 열었다.
“조합 소속된 회사가 38개사라고 했지? 걔네들이 다 조합 뜻대로 하지는 않을 것 같지 않은데?”
역시 핵심을 짚어 내는군. 내 계획을 얘기해 주고 회의를 마칠 타이밍이다.
“말씀 잘하셨습니다. 지금 조합에서 반발하는 회사들을 보면 관수만 하거나 관수 쪽 매출이 높은 회사들입니다. 우리가 20프로 가져가면 매출이 20억 정도 빠지는 것이니까 안절부절못하는 것이겠죠. 민수도 같이 하는 회사라고 해서 반발 안 하겠냐마는 반발 안 하는 회사도 있단 말이죠. 찾아서 우리 편으로 끌어와야죠.”
“무슨 수로 끌어올 것이냐가 중요하잖아. 우리 같은 신생 기업하고 손잡을 회사가 있겠어?”
상무는 여전히 걱정이 한가득이다. 저 걱정을 해소시키지 않으면 회의가 길어지겠군.
“나주로 내려올 회사도 있죠. 내려올 회사가 뭐 때문에 내려오겠습니까? 우선 배정 그거 믿고 내려올 텐데, 우리 회사 당하는 것 보고만 있겠습니까? 오히려 우선 배정도 최대 5년이니까, 3년으로는 짧다고 늘려 달라고 할 것 같은데요?”
“나주 내려올 회사라…… 안성파워 내려온다고 하지 않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공장장이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쩜 이리 척척 말해 주시나. 내 양보로 나주혁신산단 1호 투자기업 타이틀을 거머쥔 안성파워. 내 편이 될 수밖에 없는 회사이다.
“안성파워가 우리 편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죠. 공장장님,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님 좀 아세요?”
“나야 잘 모르지만, 회사 그렇게 키워 낸 것을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니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몇 마디 하면 사람을 휘어잡는다고 하더라고. 직원들한테 돈도 잘 쓰고. 아는 동생이 거기 있는데, 현장 올 때마다 직원들 회식하라고 돈 십만 원씩 척척 주고 그런다더라고. 이 바닥에서야 직원들한테 잘해 주면 좋은 사람인 것이 확실하지.”
성격 화끈한 사람이라……. 실수하면 대번에 찍히겠지만, 잘만 구슬리면 확 넘어오겠다 싶다. 근데 황 대리는 뭐 할 말이라도 있나? 발언권 좀 달라는 표정인데?
“황 대리님. 하실 얘기 있으세요? 우리 회사 회의에서는 누구든 거침없이 얘기해도 됩니다. 하실 얘기 있으면 시원하게 하세요.”
“안성파워 하니까 생각이 나서요. 너무 오래된 일이긴 한데, 예전에 태양전기에서 일할 때 안성파워 사장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뭔가 있구나! 이거 흥미진진한데?
“저야 뭐 초짜일 때라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긴 했는데, 태양전기 최홍집 사장님 맞죠? 이젠 이름도 가물가물하네요. 암튼 두 분이서 고성 질러 가면서 엄청 싸우시더라구요. 사업을 그렇게 하면 안 되네 어쩌고 하면서요.”
“사업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 안성파워 사장님이었어요?”
“네, 맞아요. 양심이 있니 없니 막 소리 지르고, 최 사장님은 돈 버는데 양심 찾고 있냐고 또 막 소리 지르고. 십몇 년 전인데도 생생하네요.”
이거 귀한 정보이다. 태양전기와 악연 때문에 흥분했던 금성전기 박준희 사장이 떠올랐다.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도 악연이 있다면 끈을 이을 가능성이 높다.
“황 대리님 진짜 기억력 끝내주십니다. 이렇게 귀한 정보를 얻었는데, 바로 행동에 나서야지요. 제가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 확실하게 우리 편으로 만들겠습니다. 상무님! 이러면 좀 안심이 되시죠?”
회의를 끝내고 덕준이에게 일감을 던져 줬다. 우리 척후병께서 탐색전을 해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과장님아, 혹시 모르니까 전문지나 지방지에 조합 관련해서 기사 난 것 있나 찾아봐 주세요. 허접한 애들이라 중앙지나 경제지에 나진 않았을 거야.”
“하하. 내가 그럴 줄 알고 이미 검색 돌리고 있었지. 어디 봅시다. 기사 몇 군데 나왔네.”
“그래? 뭐라고 썼냐?”
딱 전기 관련 전문지 세 군데에서만 기사가 나왔다. 그나마 두 군데는 그저 우라까이 수준이었다. 역시나 허접한 조합 놈들이라 영향력도 형편없군. 힘이 있었다면 최소한 경제지 정도에 기사가 나왔을 것이다. 조합이 허접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 자, 들어 봐. 변압기 업계 부글부글, 나주 우선 배정 놓고 일촉즉발. 야, 이거 웃기다. 일촉즉발이래. 어디서 본 건 있어 가지고.”
“제목이야 뭐 자극적이게 뽑으려고 하는 것이고, 내용이 중요하지.”
“내용도 별것 없네. 나주혁신산단에 단 한 군데 업체밖에 없는데, 규정대로 20프로를 우선 배정하면 기존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네? 미친놈들.”
“그래서 의견서 냈고, 대한전력은 뭐라고 했다디?”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업체 의견서에 대해 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전기조합에서는 대한전력이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했다는데? 이 새끼들 아주 이를 뻑뻑 갈고 있구만.”
“검토하겠다라. 그거 안 들어 주겠다는 소리 같은데? 하하. 뭐 조합이 법적 대응하든 말든 걱정도 안 된다야. 무슨 대응을 할 거야? 법 만들어진 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법적 대응이야? 미친놈들.”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것들이다. 대한전력에서 나주 내려오면 혜택 주겠다고 그렇게 홍보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이제 와서 내가 혜택 받아먹게 생겼으니 부당하다고 지랄을 해? 신년회 때도 그 난리를 치더니만. 그렇게 땡깡이라도 부리면 될 줄 알았더냐!
나도 움직여야지. ‘니들 알아서 짖으세요.’ 하면서 굿이나 보고 있을 순 없지. 계획했던 대로 아군을 모아 대응을 해 놔야겠다.
금성전기 박준희 사장은 아직 조심스럽긴 한데, 내 편이 돼 주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선 안성파워 강호창 사장부터 접선하자.
바지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아오, 이 바이브레이터.
이 사람 양반은 못 되겠군.
박준희 사장! 안 그래도 전화 한 통 할까 했는데, 미리 전화 주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