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irty, so I'm going to start a company RAW novel - Chapter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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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워서 내가 회사 차린다 88화>088 돈 부르는 소리
최유리와 소개팅을 무사히 마치고 공장으로 복귀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공장이 시끌시끌하다. 나주 시내로 나가 놀 사람 빠졌는데도, 여전히 많은 애들이 남아 있는 모양이다. 우리 공장 공식 술집인 직원 휴게실이 북적북적하다.
노래도 부르고 위닝도 하면서 놀다가 새벽에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축구 보겠군. 기묵직이 까야 제 맛이래도 출전했으면 봐 줘야지. 이럴 줄 알았으면 치킨이나 잔뜩 튀겨서 가져올 걸 그랬다.
행여나 방해될까 봐 조용히 사무동으로 들어가는데, 입구에서 덕준이가 담배를 피우며 대기하고 있다.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 남편 기다리는 모습이랄까.
“추운데 거기서 뭐 하냐?”
“이제야 오셨군. 자, 얼른 다 불어 봐.”
극성스러운 아줌마가 여기 또 있었네.
“소개팅? 후훗. 얘기는 잘 통하더라. 다음 주에 또 보기로 했어.”
“첫 만남부터 그리됐단 말이야? 이야, 엄청 잘 풀렸나 보네. 실물은 어때? 우리 눈 높은 사장님이 만족할 정도야?”
“평범하게 이쁜 얼굴이랄까? 그냥 평범해.”
“맘에 들었단 뜻이네. 나 이제 함 메고 소리 지르는 연습 하면 되는 거야? 오징어부터 사러 가야겠네.”
“그러지 말고 베넷저고리나 손수 짜고 있지 그러냐? 그거 궁금해서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거야?”
“내가 스토커냐? 애들 시끄럽게 놀길래 치킨 몇 마리 시켜 주고 담배나 피우러 나왔더니만, 용케 딱 맞춰서 왔잖아.”
내가 못 사 온 치킨을 이미 시켰다니. 덕준이 너 사장 해도 되겠다야. 내가 못 준 치킨 값은 차 할부금으로 퉁 치자.
“쟤네들 노는 거 보는 것도 이번 달이면 끝이네. 난 괜히 아파트 했나 봐. 그 넓은 집에 혼자 있어 봐야 쓸쓸하기만 할 것 같은데.”
“쓸쓸하기는. 앞으로 여자들 수시로 들락거릴 것 아녀? 친구 놈 잘되는 것 보니까 나도 연애나 할까 보다야. 방이 세 개나 되는데 그냥 놀리기엔 아깝네.”
“연애 좋지. 아름이가 니 외모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뭐 낌새 없어?”
덕준이 외모라면 조언할 것이 많을 것 같다는 덕준이 부사수. 그런 말 자체가 덕준이를 바꿔 주고 싶다는 욕망이 깃들어 있는 것 아닐까?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 아니야? 내가 또 헛물켜는 건가.
“미친놈아. 24살짜리한테 그런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거야.”
여덟 살 차이면 극복할 수 있는 것 아니야? 자식. 그래도 양심은 있군.
“그래? 그럼 유 대리는 어때? 혁신산단 유아란 대리 말이야.”
“아란 씨? 그 정도면 이쁘지. 근데 키도 작고 내 스타일은 아녀. 난 내 스타일 아니면 안 쳐다봐.”
“오호라. 아름이는 스타일이긴 한데 나이가 걸린다 이건가?”
“이 새끼, 자꾸 엮을래? 맞네. 저번에 술 마실 때 보니까 아란 씨가 너 얘기할 때마다 눈이 반짝반짝하던데? 너한테 관심 있는 것 아녀? 그러니까 도지사 면담도 주선해 준 거고.”
서로 엮고 엮는 난타전이다. 친구 사이 대화가 그렇듯, 얘기하다 보면 어느새 배 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있다. 이러다 세상 모든 여자를 엮게 생겼네.
“애먼 소리 그만하자. 나도 그렇지만 너도 얼른 여자 만나서 사람답게 살아야지? 언제까지 모니터만 쳐다보면서 살 거야?”
“이 자식, 우리 엄마 다 됐네. 안 그래도 우리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이러고 산다고 날마다 전화해서 난리구만.”
“그래 인마. 어머니가 너 얼마나 걱정하시냐? 이제 돈도 벌고 있겠다, 결혼해서 손주만 안겨 주면 딱이겠네.”
3년 전 덕준이 형 결혼식 갔을 때가 생각났다.
축하 자리인 만큼 덕준이 부모님의 자식 자랑이 예식장을 가득 메웠다. ‘사’ 자 직업을 가진 큰 아들과 며느리 될 사람에 대한 자랑이 기본으로 깔리고, 역시 ‘사’ 자 직업을 가진 딸과 사위 자랑도 빠지지 않았다.
덕준이는? 자식 자랑 중에 최고라는 ‘우리 착한 아들’뿐. 축의금 받고 있던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려졌다.
그래, 덕준아. 우리 꼭 성공해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 받고 살자.
“이 잔소리쟁이! 그러지 말고 너도 아란이랑 잘해 봐. 아란 씨가 키가 작긴 해도 몸매는 사기잖아? 완전 베이글!”
“그럼 김지연 대리는 어때? 너 빠른이라고 치면 열 살 차이니까 뭐, 나쁘지 않네? 42세라도 30대로밖에 안 보이잖아?”
덕준이 도발에 또 넘어갔다. 이제 세상 모든 여자 다 엮으면서 밤을 지새울 것인가.
“정수야. 우리 인간적으로 그러지 말자. 춥다. 난 들어갈랜다. 너 괜히 여자 만나고 왔다고 설레서 밤에 몽정하지 말고.”
추운 날씨가 우리를 살렸다. 덕준이의 빠른 포기. 이 자식도 예전 같지 않구만.
내 삶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덕준이도 즐길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말이다. 이 황량한 곳에 데려와 고생만 시키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또 모르지. 음흉한 놈이라 저러다 어느 날 갑자기 청첩장 들이밀지.
덕준이와 회사 주차장 공방을 끝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추운 날엔 뜨뜻한 방이 최고야.
소개팅 공식이니까 잘 들어갔냐고 문자라도 해 줘야겠네.
문자 보내자마자 답문이 왔다. 카톡 읽고 씹을 상은 아니더니만, 역시 관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잘 들어갔어요^^
웃는 이모티콘 보내는 것을 보니, 아직 친밀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싶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저번에 상무가 얘기한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 생각났다. 대체 무슨 영화이길래 유행어까지 나왔는지 궁금하네.
-다음 주에 영화 어때? 외부자들 재미있다고 하던데, 혹시 안 봤으면 콜?
-좋아요! 그거 보고 싶었는데!! 제가 쏘기로 했으니까 영화 예매해 놓을게요^^
나도 이제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겠네. 50줄에 접어든 사람한테 요새 유행하는 말도 모르냐는 소리 들어서야 되겠냐!
야박하게 문자 끊기 뭐해서 말을 이어 붙였더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자질에 빠져 버렸다.
침대에 누워서 문자질 하다 핸드폰 떨어트려 앞니 두개가 날아가는 참사가 생길 뻔까지 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몹시 피곤하다. 어제 몇 시까지 문자질을 한 거야!
피곤한 내 몸 상태와 달리 회사는 활기가 넘친다. 연말이라 그런지 들떠 있다는 느낌도 든다.
현장은 여전히 물량 뽑느라 정신없지만, 지난 두 달에 비해 물량이 조금 줄어서인지 은근하게 연말 기분을 내고 있다. 성과급 소식이 전해졌으니 더 그럴 것이다.
공장장이 성과급 분배 계획안을 들고 왔다. 꽤 골머리를 앓았다는 표정이다.
“좋네요. 제일 고생한 초기 멤버들은 2천만 원씩은 줘야죠. 공장 세우자마자 들어온 애들도 천만 원씩이면 고생한 보람이 있을 것이구요.”
“다들 고생해서 어떻게 나눌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냥 회사 들어온 순서대로 잘랐어. 아무래도 그게 제일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다음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800만 원씩, 500만 원씩 주는 걸로 했지.”
골머리 앓은 결과물은 입사 순대로 등급을 나눠서 2천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분배하는 것으로 결정돼 있다. 그렇게 골머리 앓은 것 같지 않은데?
“어디 보죠. 그래 봐야 다 해서 7억 5천만 원밖에 안 되네요? 제가 8억 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공장장이 가져온 계획이 어째 불안하다. 이래서 골머리를 앓은 것인가?
“사장님, 우리 회사에서 제일 고생한 사람이 누구야?”
“그야 당연히 공장장님이죠. 상무님도 있고 유 부장님도 있고, 이 부장님도 있고.”
“에이, 그러지 마. 직원들한테 물어봐도 다 하나같이 사장님이라고 할 거야. 사장님이 5천만 원 받는 걸로 해.”
불안하다 싶더니 여지 없구만. 직원들 주겠다고 뿌리는데 나를 기어코 집어넣었네.
“에이, 공장장님이야말로 왜 그러세요. 전 배당으로 많이 받아 갑니다. 전 빼 주세요.”
“어허. 이거 왜 이럴까? 배당 받아서 자네가 쓰나? 그 쩐주 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잖아? 남아 봐야 투자한다고 다 쓸 것이고. 군소리 말고 이렇게 하는 걸로 해.”
쩐주 없어요. 배당 받으면 다 내 돈이란 말입니다! 물론 고스란히 투자로 빠지긴 하지만요.
“아휴. 저도 뭐 돈 벌자고 이러는 것이니까 돈 생기면 당연히 좋죠. 그래도 직원들 고생했다고 성과급 주겠다고 해 놓고, 사장이 이렇게 챙겨 가는 건 아니죠.”
“사장님, 사장님이 늘 하는 소리가 뭔가? 사장도 월급 받는 똑같은 직원이라면서? 제일 고생한 직원한테 제일 많이 주는 것이 뭐가 어때서 그래? 다들 좋다고 동의할 테니까 그냥 사인이나 해. 내년에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주면 되잖아?”
공장장이 바로 사인 안 하면 깽판이라도 치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인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 냉동실에 1년 내내 보관하던 산해진미들을 모조리 꺼내 싸 준다던 부모님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싶다.
“공장장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우리 창업 공신 4명은 똑같이 나누는 걸로. 어때요? 우리 같이 살고 같이 죽기로 했으니까 공평하게 나누죠?”
“난 일하러 가네. 저대로 사인 안 해 주면 내가 아주 기분이 상할 것 같아. 알지? 나이 먹고 토라지면 오래가는 거?”
저 황소 고집. 내가 90세까지 부려 먹을 테니까 실컷 고생이나 하셔!
그렇게 결정된 성과급이 공지로 현장에 게시됐다.
8ㆍ15 광복이 이랬을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만세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 분위기에 현장 내려갔다면, 잡혀서 헹가래로 공중 유영하며 중력을 느끼게 될 것 같다.
남들이 보면 기껏 돈 벌어서 직원들에게 다 퍼 주는 것 같겠지만, 천만이다.
배당으로 내가 가져가는 돈만 18억 원이다. 그것뿐인가? 성과급과 월급도 있다. 숙소에 차량까지. 받은 것이 넘쳐 난다.
20억 원 투자해서 1년 만에 그 이상을 뽑았다. 투자 귀재로 각종 경제 TV에 출연해서 투자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강연하러 다녀야 할 정도이다.
내년에는 올해 번 것이 우스울 정도로 더 벌 것이다. 내 월급도 크게 올리고, 직원들 월급도 올려 주면서 생색 실컷 내야겠다. 사업하는 맛이 아주 기가 막히다.
기분 좋은데 크리스마스 이브는 쉬자!
23일에 전 직원 불러다 흥청망청 고기 파티하고 24일부터 4일 연짱으로 쉬자. 양놈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본은 일주일씩 쉰다는데, 이 정도도 못하랴!
공장에 한국 전쟁 휴전 협정이라도 맺어진 것처럼 만세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이은 만세 소리가 돈으로 되돌아왔다. 공장장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왔다.
“공장장님, 이건 뭔가요?”
“허허. 직원들이 투자자가 되시겠다네? 이 녀석들이 아주 돈에 환장했어. 이 정도 푼돈은 안 받겠다는 거지. 허허.”
성과급으로 건넨 7억 5천만 원에서 5억 3천만 원이 새 회사 투자금으로 돌아왔다. 돈 냄새가 심하게 난다는 귀한 정보를 누가 흘렸단 말인가!
새 회사 자본금에서 직원 몫으로 6억 원을 배정했는데, 이미 넘쳐 버렸다.
5억 3천만 원에서 소득세 원천징수 제외하면 5억 원 남짓이겠지만, 상무가 투자하기로 한 2억 원을 보태면 7억 원에 달한다. 경제 뉴스에서나 보던 공모주 청약 과열이 여기서 재현될 줄이야.
“공장장님, 이거 다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 맞죠? 옆에서 쇠파이프 들고 있었던 것 아니죠?”
“허허. 사장님 이거 왜 이러나. 난 오히려 말렸다고. 저들이 투자하겠다는데 내가 어쩌겠나.”
“이거 참. 다 받아 주려면 제 몫을 좀 줄여야겠네요. 사장이 돈 좀 벌겠다는데 이걸 방해하는 직원들이 어디 있습니까!”
“허허허. 우리 사장님은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애도 낳아야 하고 돈 들어갈 데 많잖아? 직원들이 빨리 결혼하라고 재촉하는 거지.”
새 법인 자본금 확보까지 무사히 끝났다. 빨리 공장 세워서 떼돈 벌 일만 남았다. 돈이 돈을 부른다.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