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good RAW novel - Chapter 166
166
제166화: 부두목(1)
30분도 되지 않아 동생 송만철이 나타났는데 술을 마신 듯 불콰한 얼굴이다.
“많이 다쳤어?”
지배인에게 묻는다.
지배인은 병원으로부터 27바늘을 꿰맸다는 말을 전달 받았다고 했다.
27바늘이면 적은 상처가 아니다.
더구나 병으로 때렸다면 특수 폭행이나 특가법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송만철의 눈이 반짝거린다.
뭔가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것을 느낀 눈빛이었다.
송만철은 다시 한 번 조태수가 놓고 간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서 발행한 혈액 검사 결과서를 보았다.
“최 전무가 보냈다고 했지?”
송만철이 물었다.
송형철은 입술을 비틀며 말했다.
“회사 직원이라고 했는데 아닌 것 같아.”
“전화 한번 해봐. 누군지 정확히 알아보라고. 그리고 최 전무의 의도가 뭔지도.”
넉 잔의 술은 계획된 것이었다.
최윤철의 사건은 음주운전보다는 졸피뎀으로 인한 졸음 사고인 것이다.
이 보고서대로 그가 마신 술 속에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일이 커진다.
연루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링거를 맞고 있는데 투박한 음성이 들려왔다.
“여기 머리 다쳐 들어온 사람 있죠? 119에 실려 온 사람.”
조태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쪽 11번 침대로 가보세요.”
간호사 목소리다.
조태수는 모른 척 눈을 감았다.
촤라락!
커튼 걷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장을 한 두 명의 사내가 들어섰다.
사내들은 헛기침을 하여 조태수에게 자신들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렸다.
눈을 뜨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조태수는 눈을 떴다.
두 쌍의 시선이 얼굴에 박힌다.
여차하면 폭력적으로 돌변할, 공격적인 눈빛이다.
“잠깐 갑시다.”
조태수는 링거를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더러 어딜 가자는 거냐고 묻는다.
“이것 안 맞는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고.”
툭!
사내들은 거칠게 바늘을 뽑아 버린다.
조태수는 고분고분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조태수는 응급실 원무과에 치료비를 계산하고 사내들을 따라 나섰다.
차가 도착한 곳은 지하 1층에 있는 조그만 바(BAR)였다.
가게에 손님은 없었고 송만철이 주인으로 보이는 30대 중반 가량의 여자와 얘길 하고 있었다.
조태수가 도착하자 여자가 자릴 피했다.
“앉으시죠.”
조태수는 여자가 있었던 곳에 앉았다.
“한잔 하겠습니까?”
“그러죠.”
머리에 붕대를 감았는데도 조태수는 마다하지 않았다.
송만철은 양주잔에 가득 술을 채웠다.
조태수는 망설이지 않고 잔을 비웠다.
조태수가 잔을 놓자 한잔을 더 따라 준다.
조태수는 두 번째 잔도 단번에 마셨다.
머리 부상은 술과 상극이다.
마시면 안 되는데 조태수는 거침이 없다.
“길게 얘기 가지 맙시다. 형님을 찾아왔고 이런 종이까지 내놨다는 것을 압니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내놓았는데 국과수 검사지였다.
“원하는 것이 뭡니까?”
조태수는 세 번째 잔을 비웠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잘 나가는 것으로 압니다. 백궁이라는 식당도 그렇고 사업체가 몇 군데 더 있더군요. 이런 얘기 하면 아니라고 펄쩍 뛰겠지만 최윤철 전무이사의 교통사고 배후에 깊숙이 관여하고 게시더군요.”
송만철은 움찔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시면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잘라드리겠습니다. 보셨겠지만 이건 국과수 검사 자료입니다. 가장 공신력 있는 기관이죠. 제가 지금이라도 청와대 민원실에 이 내용을 투서하면 당장 검찰에서 조사가 나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힘들게 쌓아 올린 부와 명예를 빼앗기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운탁에게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빨리 발 빼라는 얘깁니다.”
조태수는 웨이터를 불러 볼펜과 메모지를 요구했다.
웨이터가 가져다 준 종이에 볼펜으로 자기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세무학과 나오실 정도면 무엇보다도 뺄셈 덧셈에 능숙하시겠죠. 발을 빼는 게 좋을지, 담그는 것이 이로울지 판단이 설 것입니다.”
조태수가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두 사내가 앞을 막았다.
빠악!
조태수는 왼쪽 사내를 오른 주먹으로 갈겼다.
꽈당!
사내가 탁자 위로 넘어졌고 동료가 당하자 왼쪽 사내가 주먹을 뻗어왔다.
휘익!
조태수는 옆으로 빠르게 비켜 피하고 사내의 왼쪽 턱을 강하게 가격했다.
“개새끼!”
탁자 위로 쓰러진 사내가 일어나 달려들었다.
조태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 스탠드에 과일을 깎기 위해 올려놓은 과도를 집어 들었다.
슈욱!
쫓아온 왼쪽 사내의 오른 주먹을 피하며 어깨에 연속 칼을 박았다.
푸푹!
그리고 번개처럼 돌아섰을 때, 오른쪽 사내가 어깨를 잡았는데 유도를 한 것 같았다.
어깨를 잡고 끌어당기자 끌려들어가며 칼로 복부를 쑤셨다.
푸푸푸!
전광석화와 같은 칼질에 사내는 움찔했고 어깨를 쥔 오른손에 힘이 빠졌다.
푸욱!
허벅지에 칼을 박아 흔들리는 사내를 주저앉혔다.
몸을 돌렸다.
왼쪽 사내가 사시미 칼을 쥐고 있었다.
수중에 갖고 있던 건데 이미 사내는 조태수에게 몇 방 맞은 상태여서 술 취한 사람처럼 몸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태수는 망설이지 않고 사내에게 다가섰다.
휘익!
사내는 제법 칼을 쓸 줄 알았다.
파고드는 조태수를 짧게 찔러왔다.
궤적이 짧고 각도가 좁은 건 표적이 빗나가면 언제든지 방향을 틀거나 회수하기 위해서이다.
최소한 칼을 아는 친구다.
탁!
그러나 이미 부상을 입어 동작이 느리다.
조태수는 들어오는 사내의 오른손을 거머쥐었다.
사내는 잡힌 손을 빼기 위해 힘을 썼지만 조태수의 왼손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화악!
조태수는 사내를 거칠게 당겼다.
힘없이 품으로 끌려 들어오는 사내의 옆구리에 과도를 자루까지 박아 버렸다.
푸우욱!
휙!
조태수는 사내를 밀어 버렸고 사정없이 나동그라진다.
조태수는 스탠드에서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주인 여자를 보며 다가가 칼을 제자리에 놓았다.
조태수는 아직까지 의자에 앉아 있는 송만철을 한번 돌아보고 술집을 걸어 나갔다.
사내들이 이를 갈며 조태수를 쫓아 나가려 했지만 두 걸음도 떼지 못하고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이 사장, 담배 하나 줘.”
송만철이 빈 담뱃갑을 구겼다.
여사장이 다가와 담배를 건네주고 불을 붙여준다.
“후우우!”
길게 연기를 뿜어낸 송만철은 전화로 부하 직원을 불렀다.
잠시 후 들이닥친 부하들이 칼을 맞고 쓰러진 두 사내를 데리고 사라졌다.
여자와 남자 종업원은 어지럽혀진 실내를 닦고 정리하느라 바쁘다.
송만철은 담배를 피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송만철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태수의 행동은 자신에게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두 부하를 너무도 간단하고 깔끔하게 정리해버렸다.
그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이다.
사실 한국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칼 솜씨였다.
혈액 검사를 따로 의뢰할 정도면 최윤철의 교통사고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애초부터 짐작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호랑이 굴속이나 마찬가지인 자기 가게로 형을 불러 검사서를 전달하는 의도는 뭘까.
딸칵!
또다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집에 들어와 지금까지 거의 한 갑을 피우고 있었다.
‘경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에게 선의를 베풀고 있다. 왜 선의를 베푸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쯤 하면 알아서 결자해지(結者解之) 하라는 뜻이다.’
선택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기로에 섰다.
송만철은 자기 인생의 승부처라고 여겼다.
***
마피아의 징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존재한다.
직접 찾아가 죽이는 살인과 죄를 지은 상대가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무릎을 꿇게 하는 방식이다.
물론 후자는 살려둘 가치가 있을 만큼 지은 죄가 가볍다거나 아니면 패밀리들과 오랫동안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는 경우에 내리는 징계이다.
어쨌든 마피아라고 무조건 죽이지는 않는 것이다.
상대에게 한번 정도는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조태수 또한 그런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송형철, 송만철 형제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사실 바로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많은 피를 봐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에 와서까지 피를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조태수의 생각이었다.
미국에서의 삶은 미국에서 끝냈다.
한국에선 새롭게 살아야 한다.
과거는 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만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용서와 관용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이 정도면 자신의 의사는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고 다시 공격해 온다거나 꼼수를 부리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캐서린이 잠옷 차림으로 나왔는데 배가 눈에 띄게 불렀다.
“뭐해?”
날씨는 후텁지근했다.
담배를 피우고 있던 조태수는 야외 재떨이에 비벼 껐다.
“자지 않고 왜 나왔어?”
“자다 보니까 오빠가 안 보이잖아.”
캐서린은 자신이 옆에 없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그만큼 미국에서의 생활이 위태롭고 힘들었다는 것을 반증했다.
한국에 돌아왔지만 아직도 꿈에 미국에서의 생활이 나온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다 옆에 없거나 안 보이면 곧장 일어나 조태수를 찾는다.
조태수가 눈에 보여야 제대로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자는 것이다.
“고민 있어?”
“아니. 들어가자.”
조태수는 캐서린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자는 모습이 꼭 어린아이 같다.
팔베개를 하고 자는 캐서린을 가만 바라보던 조태수는 반듯하게 누워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조태수는 지금 송만철을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송만철이 칼을 뽑아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다.
피하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다.
남편이 출근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모양이었다.
캐서린은 조태수의 넥타이를 바로 잡아주기도 하고 옷에 묻은 먼지 하나도 용서를 않고 털어 냈다.
차고까지 따라 나와 조태수를 배웅했다.
“일찍 들어와.”
조태수는 미소로 캐서린의 볼에 입을 맞추고 차에 올라탔다.
부우웅!
검정색 벤츠가 구기동 집을 떠났다.
레드 헌터 사무실은 테헤란로에 있었다.
조태수는 사장 황병철이 소개하는 가운데 직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자꾸 한마디 하라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게 전붑니까?”
황병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태수는 히죽 웃으며 돌아섰다.
짝짝짝!
직원들이 조태수의 너무도 짧은 인사말이 즐겁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사무실에 마주 앉아 황병철로부터 게임 산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개발이 어려울 뿐 성공만 하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의 유명 게임 업체가 벌어들이는 일 년 수입을 말해주었는데 조태수는 눈을 크게 떴다.
처음 만났을 때는 적당히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이른바 뻥도 좀 섞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보고에 할 말을 잃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자금 부족으로 개발을 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금은 얼마든지 대겠다는 말이다.
“아, 그리고 내가 얘기한 서류는 준비됐습니까?”
“예!”
황병철은 소파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더니 서류 봉투 한 개를 가져왔다.
“32명 전원에 대한 인사 카드입니다.”
조태수가 직원들의 신상명세서를 요구한 것이다.
어디에 쓰려고 그러느냐고 물었는데 조태수는 투자자로서 직원들 신상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둘러댔다.
오후 3시, 조태수는 40대 초반 가량의 사내와 마주 앉았다.
조태수는 황병철에게 받은 서류를 봉투를 건네주었다.
“모두 32명입니다.”
사내는 봉투 속에 든 서류를 꺼내 찬찬히 살폈다.
한참을 살피고 난 사내는 고개를 들어 조태수에게 물었다.
“24시간을 감시하려면 1일 2개조, 즉 64명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러시겠죠?”
사내는 움찔했다.
64명의 월급을 1인당 250만 원으로 계산해도 한 달이면 1억 6천만 원이다.
조태수의 대답은 한 달에 그 정도의 돈은 지출할 자금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 거래를 할 때부터 어느 정도 자금력은 있다고 보았다.
특히 아내가 유명한 피아니스트이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벌이로 한 달에 1억 6천을 쑤셔 박기란 쉽지 않다.
그럼 미국에서 적지 않은 돈을 벌어왔다는 이유가 된다.
조태수는 지금 레드 헌터 직원 32명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앞의 사내가 책임자로 있는 블랙 툰드라라는 경호회사에게 감시하도록 맡기고 있는 것이었다.
블랙 툰드라는 캐서린의 경호원을 지원하는 회사이다.
“그들이 누굴 만나는지, 무슨 얘길 나누는지. 매우 정확하고 자세하게, 관찰하고 감시해야 합니다.”
조태수는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고 요구했다.
“늦어도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내게 서류로 작성된 보고서가 들어와야 합니다.”
블랙 툰드라 사장 차영준은 조태수가 내미는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황병철의 말에 의하면 지금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인 멘탈 그라운드의 효시는 레드 헌터라고 했다.
조태수는 레드 헌터 직원 중 누군가가 멘탈 그라운드 쪽과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세상에 수많은 소설가가 있어도 동일한 소설은 나오지 않는다.
게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동일한 내용의 게임은 절대 만들어질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즉 중간쯤 완성이 됐을 때 프로그램을 팔아넘긴 것이 틀림없다.
저작권은 완성된 작품을 중심으로 성립이 된다.
미완성인, 진행 중인 게임을 중간에 법적으로 보호해줄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를 찾아내고 범인을 잡아내면 상황은 달라진다.
모든 사실을 밝힌 다음 소송을 걸어 게임을 가져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