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296
12월 2일.
대종예술 영화제가 끝나고, 이틀 뒤 수요일 아침. 조직위원회 건물 주변에 있는 중형 컨벤션홀에서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가 어젯밤부터 준비한 기자회견을 시작할 참이었다.
“ 뭐라고 하려나? ”
“ 대충 뭐, 유감이다 어쩐다 하면서 사과하라고 하겠지. 저 양반들 저런 게 한두 번이여? ”
“ 명예훼손까지 걸면서? ”
“ 그건 당연하고. ”
지금 떠드는 기자 포함, 회견장에 모인 기자가 대충 50명 정도. 모두 교실의 학생들이 앉은 모습을 연상케 하는 구도로, 자리마다 카메라와 노트북이 놓여 있는 모습.
어쨌든 이런 상태로 약 5분이 지나자.
“ 왔다. ”
-파파파파팍!
갑자기 입구 쪽으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따라 흰 눈썹이 더욱 짙은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원장 김본택과 조직위 중책들이 하나같이 정장을 빼입곤 단상으로 올랐기 때문.
-스윽.
이어 천둥 같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조직위 중, 책상 가운데에 선 조직위원장 김본택이 준비해 온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근엄한 목소리로.
“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틀 전 있었던 제56회 대종예술 영화제에서 강주혁씨 관련 발생한 모든 일에 유감을 표하며 상당한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하여 보이스프로덕션 상대로 명예훼손······ ”
이후로 조직위원장 김본택은 종이에 적어둔 글씨를 전부 읽고 나서야, 중책들과 마련된 의자에 앉았고.
“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
기자회견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같은 시각,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대종예술 영화제가 한창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을 때, 강주혁은 꽤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올라온 보고서를 처리하고 있었다.
“ 이건 시나리오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이미지 빨래용 영화네. ”
그가 보는 보고서 대부분은 내년 상반기에 들어갈 작품들의 기획이나 시나리오들이 대부분.
내년부터는 해외 문화산업으로 바빠질 것이 자명했기에 주혁은 해가 넘어가기 전에 처리해 둘 것은 일찌감치 처리하는 중이었다.
그때.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강주혁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는 홍보팀 박팀장이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주혁이 시선을 그대로 보고서에 둔 채, 전화를 받았다.
“ 어- 상황이 좀 어때? ”
“ 사장님. 방금 조직위 기자회견 시작했다. ”
“ 물꼬는? ”
“ 예상대로 유감 표하고, 명예훼손 그리고 사과를 원한다 정도. ”
박팀장에게 상황을 전달받은 주혁이 픽 웃으며 다리를 꼬았다.
“ 거기 기자회견 규모가 얼마나 돼? ”
“ 글쎄. 기자들 대충 5~60명 정도 모인 것 같은데? ”
“ 나쁘지 않네. ”
곧, 꼰 다리를 풀며 강주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박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 그럼. 시작하자. ”
다시, 기자회견장.
기자회견장 안은 이미 질문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 조직위원장님! 만약 강주혁씨가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
“ 지금 당장은 뭐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강력하게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다음. 네 거기 모자 쓰신 분. ”
“ 영화제에 보이스프로덕션 배우들이 전부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 대형 기획사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네. 그쪽 끝에. ”
조직위원장 김본택은 질문을 받고, 대답이 끝나면 검지로 다음 기자를 가리키며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 영화제 현장에서 강주혁씨가 갑질과 협박 등을 거론하셨는데, 조직위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입니까? ”
“ 네. 전혀 들은 바 없습니다. ”
이렇듯 기자회견은 아무런 문제 없이 진행 중이었다. 모인 기자들의 핸드폰이 울리기 전까진.
-우우우웅.
기자회견이 한창 진행되던 때에, 모자 쓴 기자의 핸드폰에 톡이 도착했다. 내용은 이랬다.
-디쓰패치, 더팩트9, 데일리뉴스.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내부자 폭로 기획기사 뜸. 당장 확인할 것.
디쓰패치, 더팩트9, 데일리뉴스는 현재 국내 온라인 언론사 중, 출범한 지는 별로 안됐지만, 젊으면서도 최근 파급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린 언론사들.
즉, 온라인에 특화된 곳들이었다.
이어 도착한 톡을 확인한 모자 쓴 기자가 톡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터치했고.
“ ······이런 시발. ”
핸드폰 화면에 뜬 기사를 보자마자, 욕을 뱉으며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갔다. 그런데.
-우우우웅.
-띠링!
-띠로링.
-우우우우웅, 우우우웅.
기자 한 명이 기자회견장을 박차고 나가자마자, 모인 기자들 모두의 핸드폰이 각각 다른 소음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요상해졌다.
질문을 잇던 기자들의 시선은 모두 자신의 핸드폰에 박혀있었고,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영화제 조직위 중책들이 기자들을 불러댔다.
“ 뭐야? ”
“ 어이- 박기자. 뭔 일인데? ”
“ 왜 이렇게 부산스러워? ”
하지만 기자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 예? 아- 잠깐만요. ”
-스윽.
딱 1분 만에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모두 들썩이며 복도로 뛰쳐나갔다. 여기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위원장 김본택이 흰 눈썹을 씰룩이며 옆자리 운영본부장을 불렀다.
“ 본부장. 나가서 확인해봐. ”
“ 예! ”
대답한 운영본부장이 득달같이 뛰어나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복도의 광경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 같았다.
“ 뭐야!! 이거 진짜야? 팩트야 아니면 찌라시야?! ”
“ 빨리 대답해! 여기 위원회 있을 때 조져야지!! ”
“ 아 몰라. 일단, 우리도 운전대 틀어!! ”
“ 어어- 알았어!! 나는 정보 나오는 대로 던져줄 테니까, 기사 따라붙어!! ”
복도로 나온 약 50명의 기자들은 하나같이 핸드폰에 대고, 소리치고 있었다. 아니, 악을 쓴다고 해야 맞을까? 곧, 눈을 끔뻑이던 조직위 운영본부장이 읊조렸다.
“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
분명, 뭔가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지고 있었다.
바로 이때.
“ 끊어끊어!!! ”
기자회견장을 가장 먼저 박차고 나간 기자가 전화를 끊더니, 냅다 회견장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나머지 기자들도 질세라 뒤를 따랐고.
“ 이봐. 왜 다들 난리들이야? ”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찡그리고 있던 위원장 김본택이 들어온 기자들에게 묻자, 기자들이 먹잇감을 놓칠세라 위원장에게 달려들었다.
죄다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 위원장님!! 대종예술 영화제 불참 시, 수상 불가 통보를 각 기획사에 날린 것이 사실입니까?!!! ”
“ 뭐? ”
“ 작년 영화제 수상자들의 심사 비리가 있었다는 말은 어떻게 된 겁니까?!! ”
“ 현재 내부고발자의 인터뷰가 전부 사실입니까??!! ”
“ 돈 봉투의 크기만큼 받는 상의 위치가 높아진다는 것이 진짭니까?!! ”
“ 대종예술 영화제의 15명 심사위원 전부 돈으로 작품을 평가한다데요?! 위원장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위원장 김본택의 얼굴이 누렇게 떴다.
“ 이, 이것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
그 시각.
인터넷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언론사에서 정해진 기획기사가 터진 참이었다.
『[공식]10년간 돈으로서 상을 내린 대종예술 영화제의 민낯(feat. 내부고발자)』-디쓰패치.
-역사 깊은 영화제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대종예술 영화제의 이야기다. 매년 열릴 때마다, 작은 소음이 터지더니 결국,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이야기는 10년 전으로 돌아······
디쓰패치의 기사에는 익명인 내부고발자의 인터뷰 영상과 그의 인터뷰를 뒷받침한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디쓰패치와 비슷한 덩치의 언론사도 비슷한 시간에 기사를 쏘아 올렸다.
『[속보] 심사 비리 행해온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이젠 바뀌어야 할 때』-더 팩트9
『내부고발자가 밝히는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의 실체, 모든 것을 담았다!』- 데일리뉴스.
이 세 곳의 기사는 기획 방향과 느낌이 조금씩 다를 뿐, 한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대종예술 영화제의 민낯.
이렇듯 3곳의 언론사가 자료와 내부고발자를 등에 업고 기사를 쏘아 올리자, 타 언론사가 따라붙었고.
『[영화제]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의 비리? 내부고발자의 용기 있는 폭로』
『돈으로 수상자를 가렸다, 대중들 “조직위원회 해체해라!”』
『어쩐지···대종예술 위원회 비리 터지자, 배우들 SNS에 저격 글 게재하기 시작해』
-내 이럴 줄 알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둑놈들이 없어져서 나라가 산다!!
-늙어빠져서는 돈이 그렇게 좋은가??
-ㅅㅂ어제 종일 강주혁 욕하던 바퀴벌레들 다 어디감??????
-대종이 대종했는데? 왜 이렇게 난리남?
-병신들이 돈으로 연기상을 주고 자빠졌넼ㅋㅋㅋ이래서 돈 밝히는 늙은이들은 농사짓게 해야됨.
-이참에 조직위 탈탈 털어서, 물갈이 싹 해라. 영화제 기업에 맡겨!!
-전부 구속시켜라.
-ㅋㅋㅋㅋ조직위 강주혁 건드렸다가, 전부 밟히는 중이죠???
-정보: 김본택 조직위원장 빤스런 중.
난리가 났다. 이렇게 무지막지로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 간단했다.
바로 강주혁이 대종예술 영화제에서 벌인, 의도한 퍼포먼스 때문에 관심도가 폭발한 상태였기 때문.
『[공식]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 비리 사건에 대중들 시선 집중!!』
거기다가 현재 언론은 맛있는 먹잇감만 던지는 강주혁의 편이라는 것.
이 한방을 위해, 모든 것을 위해, 미친 짓을 일삼던 강주혁은 자리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 그림이 생각보다 괜찮네. ”
주혁이 미리 행한 미친 짓 때문에 온통 화제였던, 대종예술 영화제 조직위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뜯기고 있었다.
언론과 여론은 현재 강주혁을 잊었다.
하지만 주혁은 이 사건을 그저 조직위원회를 털어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한 가지를 더 얻어낼 심산이었다.
이어 그가 핸드폰을 들었고.
-스윽.
“ 슬슬 그쪽도 던지자. ”
노트북을 보던 강주혁이 누군가에게 지시를 내렸다.
LA, 늦은 오후.
한국은 아침이었지만, LA는 꽤 늦은 오후였다. 하지만 대충 봐도 규모가 꽤 커 보이는 한 영화사 사무실은 아직도 불이 밝다.
그 사무실에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외국인 남자가 노트북을 보며 킬킬거리고 있다.
“ 하하. 찰스.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봐. ”
민머리 남자가 뒤쪽 책상서 무언가를 확인하던 단발머리 외국인 남자를 불렀다. 그러자 단발 남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왔고.
『한국의 한 영화제에서 퍼포먼스를 보인 남자, 영화제 비리 때문에 화가 난 것!』
노트북 화면에 출력된 기사를 확인하자마자, 민머리 외국인 남자가 웃었던 것처럼 킬킬거렸다.
“ 오- 한국 영화제에도 우리 영화제 진행자들처럼 미친 짓을 하는 남자가 있잖아? ”
“ 그렇지? 찰스. 이 영상도 봐봐. 더 재밌을 거야. ”
이어 민머리 남자가 기사에 첨부된 주소를 클릭하자, 노트북 화면은 곧 너튜브로 전환 됐고, 어떤 영상을 비췄다.
-제56회 대종예술 영화제/[1부]/ENG SUB
-강주혁 위주 CUT.
-조회수 5,424,267회/ 2020. 11. 30
바로 종편 방송국이 강주혁 위주로 편집한 대종예술 영화제 영상이었다. 영상 속 강주혁의 미친 짓을 보자마자, 찰스라 불린 단발 남자가 웃었다.
“ 그는 미쳤어. 방금 트로피를 던진 거야? ”
“ 자막을 봐.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라서 버린 것 같은데? 공정하지 못한 영화제는 심판받아야 마땅하지. ”
“ 하하하. 한국의 영화제는 좀 정적인 분위기가 많은데, 이건 정말 재밌는데? ”
“ 그렇지? 그나저나 찰스. 이 남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
“ 그래. 나도 굉장히 낯익어. ”
그때.
양손 가득 서류뭉치를 들고 지나가던 키 작은 외국인 여자가 남자들이 보던 영상을 힐끗 보곤.
“ 응? 그 남자 배우 아닌가? 아- 한국 영화제 영상이구나? 우리 영화제나 보지, 그걸 왜 보고 있는 거야? ”
짧게 읊조리며 지나치려 할 때.
“ 잠깐, 엠마. 너 이 남자를 알아? ”
민머리 남자가 여자를 붙잡았다. 그러자 엠마라 불린 키 작은 여자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 알아. 과거 헐리웃 영화에도 출연했던 배우잖아? 지금은 무비마운틴 쪽 영화 투자자로 나선 것 같던데? 기사로 봤어. ”
대종예술 영화제 사건이 외신에도 퍼지며 강주혁이 인지도를 챙기고 있었다.
다시 한국, 오후쯤. 보이스프로덕션 사장실.
강주혁이 외국에 퍼지는 기사를 보며 턱을 쓸었다.
“ 너무 크지도 않게, 적당하게 뿌렸네. 좋아. ”
그쯤.
♬띠리리 띠리리링 띠리리 띠리리링!!
그의 전화가 울렸고.
-황실장님.
상대는 황실장이었다.
“ 네. 황실장님. ”
“ 사장님. 말씀하신 폐건물. 사려는 구매자가 나타났습니다. 이걸 진짜 사려는 사람이 있네요. ”
이어 피식한 주혁이 다시 물었다.
“ 누구랍니까? 사려는 사람이. ”
“ 익명인데요. 직접 만나야겠다고. ”
그 순간.
-띠띠.
통화 중 그의 핸드폰에 부재중이 들어왔다. 확인한 그가 황실장에게 전달했다.
“ 일단, 알겠습니다. 약속부터 잡으세요. ”
“ 예. 알겠습니다. ”
-뚝.
전화가 끊기자마자, 주혁이 부재중 전화를 확인.
-박찬규 사장.
전화를 걸었던 것은 빅엔터의 박찬규 사장이었다. 이어 주혁은 바로 통화를 눌렀고, 곧 박찬규 사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 한창 영화제 사건으로 바쁜 와중에 미안해요. 그런데 내 쪽도 급해서. ”
“ 왜요? 무슨 일이. ”
그런데 박찬규 사장은 뭐가 급한지, 곧바로 주혁의 말을 잘랐다.
“ 최근에 영입한 유재은씨 관련으로 헐리웃 쪽에서 컨택이 왔는데······혹시 강사장은 이거 알고 있었나? ”
“ 컨택이 왔다? ”
말을 들은 주혁이 등을 의자에 붙이며 다리를 꼬았고.
‘ 폐건물을 산다고 연락이 왔고, 동시에 유재은 컨택이라······ ’
곧, 그가 읊조렸다.
“ 얘네 지금 동시에 움직이고 있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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