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voice phishing, but it's a life reversal RAW novel - Chapter 303
강주혁의 후진 없는 대답에 이강수 사장의 미간이 살짝 움찔했고, SBC 드라마국 국장의 짜증이 폭발했다.
“ 어허! 이봐 강주혁씨! 질 준비라니! 여기 SBC야 SBC! ”
국장의 키는 땅딸보지만, 그의 목청은 거인 수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혁은 국장을 보며 그저 픽 웃을 뿐이었다.
“ 알아요. 여기 SBC인 거. 왜요? 국장님은 국장님이신데도 여기가 SBC인 거 모르셨습니까? ”
“ 뭐야?! ”
“ 진정하세요. 그냥 대화일 뿐인데,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지? ”
“ 이 사람이! ”
-툭.
SBC 드라마국 국장이 흥분하며 강주혁에게 한 걸음 다가설 때, 내내 강주혁을 노려보던 이강수 사장이 국장의 어깨를 잡았다.
“ 국장님. 적당히 하고 가시죠. 보는 눈이 많으니까. ”
실제로 SBC 1층 로비에는 관계자들이 꽤 많았다. 몇 분 전 강주혁의 등장에 안 그래도 집중된 시선이 국장의 발악으로 더욱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 시선들을 느낀 국장이 크게 헛기침했고.
“ ······크흠! 이봐 강주혁 사장님. 너무 나대다가 언젠가 꼬꾸라질 거야. 사람이 좀 겸손할 줄도 알아야지. ”
강주혁이 입꼬리를 올렸다.
“ 어디서 많이 듣던 대사네요. 드라마? 아니. 영화였나? 어쨌든 조언은 감사합니다. ”
곧, 어금니를 빠득 문 드라마국 국장이 전부가 들리게 혀를 차며 먼저 걸음을 옮겼고.
“ 그럼. ”
이강수 사장 역시, 처음보다는 작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점점 작아지는 이강수 사장의 뒤통수에 대고, 강주혁이 말을 던졌다.
“ 이태평씨. 회장님은 잘 계세요? ”
멈칫.
주혁의 말에 걷던 이강수 사장이 멈췄다.
“ ······ ”
돌아보진 않고, 그저 그렇게 약 5초간 서 있던 이강수 사장이 이윽고 고개만 돌렸다. 그는 웃고 있었다.
“ 네. 잘 지내시죠. 안부 전해드릴게요. ”
말을 마친 이강수 사장이 다시 움직였다. 곧, 앞서있던 드라마국 국장이 옆에 붙어 질문을 던졌다.
“ 이태평? 회장? 강주혁 저놈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
땅딸보 국장의 질문세례에도 이강수 사장은 말없이 방송국 입구 문을 담담하게 열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 건조한 얼굴로 이강수 사장이 읊조렸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 역시······영감보단. 쟤부터. ”
반면, 여전히 방송국 로비에서 이강수 사장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강주혁에게 추민재 부장이 끼어들었고.
“ 사장님. 쟤한테 뭔 소릴 한 거야? ”
홍혜수 부장도 동참했다.
“ 그러게. 둘이 우리 모르는 사이에 뭔 일 있었어? 음- 근데 드라마 시작을 앞두고, 그렇게 대놓고 긁었다가 저쪽에서 얄궂은 짓 하면 귀찮아질 텐데? ”
그녀의 당연한 걱정에도 강주혁은 주머니에 넣은 손 말고, 쉬고 있는 손으로 홍혜수 부장의 어깨를 탁탁 치며 미소지었다.
“ 괜찮아. 어디서 들었는데, 권투에서 카운터가 제대로 먹히려면 나보단 상대가 힘을 내줘야 하는 법이라고 하더라고. ”
“ ······카운터? ”
“ 응. 카운터. 계속 긁어줘야 저 친구가 힘을 내지. ”
이어 주혁이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스윽.
픽 웃으며 말을 이었다.
“ 해외 일 시작하기 전에 거슬리는 건 전부 치워놓고 시작해야지. ”
10분 뒤, SBC 예능국 대회의실.
넓은 대회의실에서는 여전히 ‘버스킹’ 인원들이 미팅 중이었다. 그래도 할 말은 전부 전했는지, 어느새 윤석현 PD는 3선 슬리퍼를 달랑거리며 다리를 꼬고 있었다.
“ 자- 여기까지 들으시고 질문 있으신 분? ”
그때 가요계 대부 이정미가 손을 번쩍 들었다.
“ 콘서트장 말인데. 아, 물론 강주혁씨가 허락한다는 가정하에. ”
“ 네네. ”
“ 윤PD. 콘서트장 예정 장소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이면······좌석이 대충 4,000석 정도 되지 않나? ”
“ 맞아요. ”
“ 흐음- 정식도 아니고, 미니 콘서트쯤일 텐데, 전부 채울 수 있나 이거? ”
“ 아- 아마 가능하지 않. ”
그때.
-덜컥.
대회의실의 닫혔던 문이 대뜸 열렸고.
“ 아! 사장님! ”
강주혁과 두 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덕분에 앉았던 윤석현 PD가 급하게 달려갔다. 가는 중에 슬리퍼 한 짝이 벗겨지긴 했지만.
어쨌든 코트를 한 손에 걸친 주혁이 대회의실에 모인 가수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했다.
“ 죄송합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 좀 늦었네요. 강주혁입니다. ”
가장 먼저 인사를 받은 것은 윤석현 PD.
“ 하하하. 여기 사장님 모르는 사람 있겠습니까? 앉으세요. 여기여기. ”
윤석현 PD가 방금까지 자신이 앉았던 상석의 의자를 빼낼 때, 여기저기서 인사가 쏟아졌다.
“ 어머머. 강주혁씨. 나 진짜 팬인데. 집에 영화 소장본도 많아요. 진짜 반가워요. ”
“ 네. 저도 이정미님 노래 좋아합니다. 자주 들어요. ”
“ 어? 정말? ”
이정미의 인사를 시작으로, 12년 차 아이돌 태현이나 락발라드가 전문인 윤두현까지.
“ 안녕하세요. 강주혁 선배님. ”
“ 처음 뵙겠습니다. 윤두현입니다. ”
물론, 서아리나 헤나가 호들갑을 떨며 강주혁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가까스로 홍혜수 부장이 두 여자를 막아냈다.
덕분에 주혁은 무리 없이 윤석현 PD가 안내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 PD님. 이게 기획서? ”
“ 예? 아, 예예예. 설명 드리겠습니다. ”
기획서를 집어 든 강주혁은 이후로 약 20분 동안 윤석현 PD의 브리핑을 들어야 했다. 와중에도 ‘버스킹’ 출연 가수들은 강주혁을 힐끔댔고.
“ 야야. 헤나야. ”
가요계 대모 이정미가 기획서 보는 강주혁의 얼굴을 쳐다보며 헤나의 옆구리를 톡톡 찔렀다.
“ 너희 사장님 비주얼이 너무 바람직한 거 아니니? 어머머. 그대로네 그대로야. 나만 늙었나 봐 진짜. 탐난다. 강주혁씨가 소속사 사장이면 회사 맨날 나가겠네. ”
그러나 헤나가 대뜸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노란 단발을 휘적휘적 고개를 저었다.
“ 우리 소속사에서 가장 바쁜 연예인이 바로 우리 사장님이에요. 나도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깐데. ”
그 순간.
“ PD님. ”
주혁이 눈은 여전히 기획서에 둔 채, 윤석현 PD를 불렀다. 덕분에 대회의실에 시선이 모두 강주혁에게 박혔고.
“ 네네. 사장님. ”
약간은 경박스런 윤석현 PD의 대답에 주혁이 검지로 기획서 중간쯤을 찍었다.
“ 보니까. 콘서트장이 올림픽홀이네요? ”
“ 아! 예. ”
“ 흠······ ”
이어 주혁이 턱을 쓸자, 윤석현 PD가 땀을 빼기 시작했다.
“ 그렇죠? 너, 너무 크죠? 아무래도 좌석수가 4,000석이면 좀 스케일이 커지는. ”
순간, 강주혁이 윤석현 PD의 말을 잘랐다.
“ 아니. 너무 작아요. ”
“ 네네! 너무 작······예? 지금 너무 작다고 말씀하신. ”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한 윤석현 PD에게 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 혹시 비슷한 시기에 하는 신년 콘서트가 또 있습니까? ”
“ 어, 없습니다. 확인해봤는데 2월에는 전혀. ”
“ 그럼 대놓고 보란 듯이, 시끄럽게 하는 게 좋겠죠. 그- 홍혜수 부장님. ”
“ 네~ 사장님. ”
헤나의 옆자리에 앉은 홍혜수 부장이 강주혁의 부름에 답했다. 곧, 강주혁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 우리 그때 콘서트로 섭외했던 올림픽 체조 경기장 좌석이 몇 석이었죠? ”
“ 한- 15,000석? ”
“ 이번에 섭외되려나? ”
“ 지금 연락하면 될 거에요. ”
대답을 들은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윤석현 PD에게 시선을 맞췄고.
“ PD님. 기획 다 좋은데. 장소만. 장소만 올림픽 체조 경기장으로 바꾸죠. 규모만 4배 정도 키우는 거니까, 가능하죠? ”
윤석현 PD가 입을 뻐끔거리며 어렵사리 답했다.
“ 예······예. 가능은 한데. ”
“ 그리고. 기획 보니까, 티켓 가격이 보통 콘서트 티켓 가격의 반값 정도로 인하해서 받던데. ”
“ 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이벤트성 콘서트다 보니. ”
-스윽.
딱 여기까지 들은 주혁이 자리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 티켓 수익만큼 제작비 추가해줄 테니까, 그날 티켓으로 버는 수익은 전부 기부하죠. ”
“ 예?!! ”
곧, 윤석현 PD 포함, 출연자 전원의 눈이 커졌다. 눈 커진 이유가 ‘버스킹’ 메인 여자 작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 저······죄송한데. 올림픽 체조 경기장이 15,000석이고, 전부 찬다는 가정하에 티켓값 총 수익이 못해도 5억은. 아니, 6억은 넘어갈 텐데. 그···걸 전부 기부해요? ”
그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어느새 문 쪽까지 이동한 주혁이 아주 가볍게 답했다.
“ 아까 말씀드렸을 텐데요. 이 신년 콘서트는 보란 듯이 해야 된다고. ”
같은 시각, MBS 드라마 세트장.
마치 원룸을 다닥다닥 붙여놓은 듯하면서도 칸마다 가구나 소품들이 전부 다른, 총 5칸 정도의 드라마 세트장에 스텝들이 분주하다.
“ 누가 안방 침대에 이불 좀 갖다 놓지?!! 세트팀 전부 어디 갔어?! ”
“ PD님! 여기 조명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
세트장은 마치, 어느 집을 꾸며놓은 듯한 느낌이었고, 천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조명들이 즐비하게 달려 있다.
그런 세트장이 수십 명의 스텝들이 하나같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치고 있을 때.
“ 안녕하세요. 말숙 선배님. ”
방금 세트장에 도착한 교복 차림의 장주연이 자리에 아들과 앉아 있는 말숙에게 인사했다. 곧, 파마끼가 가미된 단발머리 말숙이 고개를 휙 돌렸다.
“ 아! 장주연씨! 맞죠? 반갑다. 촬영장에 같은 소속사 식구 있는 게, 이렇게 편한 거구나. ”
“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선배님. ”
“ 나도! 나도 그냥 언니라고 불러요. 혜수 부장님은 나한테 쑥이라고 부르는데. ”
그때 꽤 큰 말숙의 아들이 엄마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 엄마! 누구야? ”
“ 으응~ 엄마랑 동료야. 주연 언니. 인사해야지? ”
“ 안녕하세요오- ”
말숙의 아들이 양손을 배꼽에 올려둔 채, 허리를 90도로 숙였고.
“ 응. 안녕. 와- 선배님. 애가 인사를 잘하네요. 저도 동생들 있는데, 이렇게는 안 되던데. ”
“ 인사는 기본! 근본! 애가 말하기 시작할 때부터 시켰지. 그나저나 매니저 왜 이렇게 안 오지? 얘 봐줘야 되는데. ”
“ 아, 그럼 저 촬영 전까지 제가 볼게요. ”
“ 진짜? 그래 줄래? ”
기뻐하는 말숙의 뒤로 여자 목소리가 끼었다.
“ 말숙씨 매니저 저기서 음료수 돌리고 있던데요. ”
“ 어, 최PD님. ”
곧, MBS 드라마국에서 ‘삐정아’라고 불렸던, 강주혁이 직접 초이스 한 최정아 PD가 대본을 흔들며 웃었다.
“ 말숙씨. 최말숙 준비됐으면 첫 촬영 시작할게요. 아- 메이크업은 좀 더 진하게 다듬고 가죠. 여기!! 말숙씨 메이크업 좀 다듬자!! ”
이어 어디선가 공구함처럼 생긴 메이크업함을 들고 여자 세 명이 뛰어왔고.
“ 그럼 주연아. 얘 좀 봐줘! ”
“ 네. ”
급하게 말을 마친 말숙이 세트장 소파에 앉자, 메이크업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딱 여기까지 보던 최정아 PD가 무전기에 대고 외쳤다.
“ 자- 말숙씨 메이크업 정리되면 바로 첫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
시청률 40%를 넘길 막장 아침드라마 ‘여자의 복수’가 첫발을 뗐다.
약 한 시간 뒤, 강주혁의 차 안.
운전하는 것은 강주혁, 조수석에 홍혜수 팀장, 뒷좌석에 추민재 부장이 캔녹차를 마시며 앉아 있다.
그 순간, 신호에 걸려 브레이크를 밟던 주혁이 대뜸 홍혜수 부장에게 물었다.
“ 누나. 그 외국인 너튜버. 어떻게 돼가고 있어? ”
“ 아- 걔? 그쪽에서 섭외 메일이 왔고, 우리 쪽에서 답장 보냈지. 콘서트 얘기도 했어. 잘하면 콘서트에도 참여할지도 몰라. ”
“ 자작곡 커버는? ”
“ 그쪽에선 부스로 먼저 초대해서, 듀엣 촬영 뒤에 구독자 반응보고 노래 커버 진행하겠다고 하던데? ”
이어 주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제를 바꿨다.
“ 아까 ‘버스킹’ 신년 콘서트 기획 보니까, 중간 게스트가 마니또던데. 이거 전부 얘기된 사항이지? ”
대답은 뒷좌석, 뜨거운 캔 녹차를 쪽쪽 마시고 있는 추민재 부장 쪽에서 나왔다.
“ 어어- 전부 협의는 됐어. 전국투어 콘서트도 끝났고, 싱글도 슬슬 끝물이라. 콘서트 경험은 많을수록 좋잖아? ”
“ 그렇지. ”
대답을 전부 들은 주혁이 잠시간 창밖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대충 10초 정도가 흐른 뒤에 다시 입을 열었고.
“ 난 아마 ‘버스킹’ 신년 콘서트 할 때 한국에 없을 것 같아. 잘 진행해주고, 마니또는. 음- 마니또는 슬슬 국내 활동 정리하면 좋겠는데. ”
차가 다시 출발함과 동시에 주혁이 결론을 던졌다.
“ 마니또 국내 활동은 이 신년 콘서트를 끝으로 스톱합시다. ”
끝
ⓒ 장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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